옛글들/이주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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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가 직물처럼 짜낸 인간 증명의 대서사시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10. 10. 11:14
‘다 이루어질지니’, 사탄 김우빈과 사이코패스 수지가 그려낸 천년의 사랑이건 마치 김은숙 작가가 모래로 쌓아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 같다. 태초와 현재, 고려와 아라비아, 한국과 두바이, 현실과 상상... 같은 무수한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짠 이야기의 직물 같다. 그것이 모래 같은 상상의 이야기를 재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기처럼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야기는 구체적인 물질이 아니어도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의 샤흐라자드가 그 힘을 보여줬듯이. 아무 것도 없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모래만 가득한 사막에 모래바람을 타고 나타나는 지니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드라마 는 바로 그 지니의 이야기를 가져와 시공을 뛰어넘는 대서사시로 재해석했다. 마술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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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이 달고 나온 장윤주, 얼굴 갈아 끼운 전여빈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10. 9. 14:45
색다른 인생 리셋, ‘착한 여자 부세미’ 반응 예사롭지 않다장윤주는 자신의 이미지를 작품에 따라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ENA 월화드라마 에서 그녀가 맡은 가선영이라는 인물은 악역이다. 그것도 피도 눈물도 없는 소시오패스 악역. 그래서였을까. 장윤주는 딱 붙여놓은 머리에 마치 곤충의 더듬이 같은 모양으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등장했다. 마치 사마귀의 형상 같은 그 모습은 등장만으로도 섬뜩한 인상을 준다. 는 제목에 이 주인공의 ‘착함’을 내세웠다. 정반대로 말하면 이 부세미(전여빈)라는 이름으로 3개월을 생존해내야 하는 김영란의 반대편에는 ‘악함’이 있다는 뜻이다. 장윤주가 등장부터 섬뜩한 인상으로 구현해낸 가선영이라는 인물이 그 악의 중심이다. 그녀는 피 한 방울 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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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와 신예은의 우정이 사랑보다 더 기대되는 ‘백번의 추억’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9. 30. 21:20
‘백번의 추억’, 설렘보다 체온이 더 센 이 시대의 현실“그래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 세 번의 내 인연보다 한 번의 네 만남이 더 강하고 힘이 센 운명이었던 거야. 그래서 내 행복추구권은 다시 거둘까 해. 왜냐하면 너한테도 너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리고 나 다음으로 행복해졌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나에겐 바로 너니까.”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영례(김다미)는 절친 종희(신예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재필(허남준)을 만나보라며 자신이 주말에 버스안내양 일의 대타를 서주겠다고 한다. 재필에 대한 마음을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한 영례는,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만큼 친구의 행복을 빌어주는 그런 친구다. 영례와 종희가 일하고 있는 100번 버스의 안내양들은 단체로 숙식하며 살아간다. 제아무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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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매력의 ‘금쪽같은 내 스타’, 엄정화 지분이 상당하다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9. 22. 19:15
‘금쪽같은 내 스타’, 허술한데 끌리는 이 드라마의 이상한 매력이 드라마 어딘가 이상하다. ENA 월화드라마 이야기다. 소재와 극적 구성의 코드를 보면 어딘가 상투적이고 허술하다. 예를 들어 ‘기억 상실’이라는 코드가 그렇다. 이 코드는 시한부, 출생의 비밀처럼 옛 드라마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곤 하던 설정이 아닌가. 너무 과하거나 혹은 너무 상투적이어서 그 코드가 들어오면 대충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는 걸 예상할 수도 있는 그런 코드다. 그런데 의 기억 상실 코드는 신박한 변주가 들어있다. 그건 ‘시간 순삭’ 타임리프 같은 방식으로 기억 상실이 쓰였다는 점이다. 라는 드라마로 당대를 풍미한 톱배우 임세라(장다아)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깨어나 보니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타임리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