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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의 낭만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들

 

도로 위로 사고가 난 자동차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 사고 현장에는 차에 끼인 사람, 차가 뒤집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 차에 튕겨져 나가 다리를 다친 사람, 충격으로 내상을 입은 아이 등등.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의사들, 강동주(유연석)와 윤서정(서현진) 그리고 도인범(양세종)이 응급조치를 하고 급한 환자부터 돌담병원으로 이송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돌담병원의 콘트롤 타워는 다름 아닌 김사부(한석규). 본원에서 내려온 감사팀에 의해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김사부지만 그는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와 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위험한 환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그럼에도 감사팀에서 파견 온 직원은 규정을 내세우며 김사부를 가로막는다. 마침 그 사고현장에서 그 감사팀 직원의 딸이 위급한 상황으로 실려 오지만 그 앞에서도 그는 바보처럼 규정만을 얘기한다. 김사부는 결국 자신의 룰을 이야기한다. 그 병원에서의 룰이란 반드시 살린다라고.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 도로 위 연쇄교통사고와 이에 대처하는 김사부의 이야기에서 어떤 뭉클함을 느꼈다면 그건 우리가 이미 이런 일들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 김사부 같은 리더십을 보지 못했다는 회한 때문일 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위중한 상황, 김사부의 선택은 즉각적이고도 명쾌했다. 자신은 의사이고 그러니 사람을 살리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걸 명확히 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글쎄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이런 이야기가 당연한 것이 되지 않았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환자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 윤서정은 과잉진료혐의로 감사팀의 조사를 받았고, 심지어 과거의 사고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받았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감사팀이 김사부의 의료 행위 자체를 막아버린 건 그를 제거하려는 거대병원 도윤완(최진호) 원장의 지시 때문이다. 정략적으로 움직이는 도윤완의 행태 앞에서 김사부의 선택은 그래도 결국 환자의 생명이었다.

 

돌담병원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의 축소판이라면 그 병원을 좌지우지하려는 도윤완 원장 같은 인물들이 그 피폐한 현실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다. 돈이 없어 심지어 치료를 포기하는 서민들을 바로 돈이 없기 때문에 규정을 내세워 밖으로 내모는 인물. 그래서 병원이 본래 목적인 사람을 살리는 곳이 아니라 돈을 버는 곳이라는 걸 공공연히 내세우는 그런 인물이 도윤완이다.

 

그 속에서 뜻있는 의사 김사부 같은 리더의 일갈은 그래서 그저 드라마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우리네 마음을 건드린다. 결국 딸을 살려낸 김사부에게 감사팀 직원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딸을 치료해줬는지 원하는 게 뭔지를 묻는다. 그에게 김사부는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살려는 건 좋은데 못나게 살진 맙시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결국 가장 소중한 건 생명이고 사람이다. 그런데 열심히 산다는 이유로, 또 성공하겠다는 이유로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순간 못난 삶이 되어버린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왜 낭만적인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이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가는 이 우화 같은 드라마가 환기시키는 리더십 부재의 현실이 이 이야기에 대한 판타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기의 상황에 우리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리더가 있는가. 아니 최소한 콘트롤 타워는 존재하는가. <낭만닥터 김사부>의 진중한 질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꽃청춘>, 우리들이야말로 그대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자 오늘도 한 번 외치고 시작할까?” “감사하다!” 이 구호는 이제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의 오프닝이자 엔딩이 되어가고 있다.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그리고 박보검. 처음에는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던 박보검 때문에 시작된 구호였다. 하지만 그 구호는 어느새 그들 모두의 마음이 되었다. 푸켓에서 나영석 PD에게 기쁘게(?) 유괴되어 아프리카 나미비아까지 이렇게 함께 오게 됐다는 사실이 그들은 못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사한 모습이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아마도 현실에 살아갈 때에는 그런 여유를 전혀 맛보지 못했을 터다. 이 청춘들은 나미비아까지 가서 어둑한 저녁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초성 게임을 하다가도 근데 여기가 아프리카야!”라고 말하면서 깔깔 대고 웃을 정도로 자신들이 그러고 있다는 걸 신기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었길래 이 여행 속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게 됐던 걸까.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에서 이들이 오디션을 봤던 그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고경표는 선우 역할을 하기 위해 몇 주 만에 살을 쪽 빼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아저씨 같은 모습이라고 신원호 PD는 말했지만 그의 살이 빠진 모습은 점점 더 고등학생 선우를 닮아갔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던 그다. <SNL 코리아>를 통해 세고 코믹한 캐릭터들을 소화하던 그가 <응답하라1988>의 정극 캐릭터에 도전했던 이유다.

 

고경표가 <꽃보다 청춘>에 합류해 함께 나미비아로 떠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꽃청춘> 같은 프로그램은 사랑받는 사람이 나가는 곳 아니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류준열 역시 <응답하라1988>의 오디션을 보고 자신이 발탁됐다는 사실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여행에서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류준열이다. 자신감 있는 영어로 낮선 현지에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또 동생들을 보듬어주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건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청춘의 많은 난관과 질곡들이다.

 

안재홍은 <응답하라1988>에 오디션을 본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그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에 놀라워했고, 그래서 자신 역시 오디션만이라도 보고 싶었다는 것. 낯을 가리고 긴장한 탓에 오디션이 처음에는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는 정봉의 대사 몇 줄을 발견한 후에는 그도 제작진도 모두 웃을 수 있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1988>에서 엄마 역할이었던 김선영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사를 오디션에서 하다가 목이 메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가 눈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활짝 웃을 때조차도 마음이 서늘해지는 어딘지 상처가 많아 보이는 박보검이 아닌가. 그가 극중에서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들이 먹먹해졌던 건 그 연기 속에 그가 살아냈던 작지 않은 삶의 아픔 같은 것들이 느껴졌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일까. “감사하다!” 이렇게 늘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마음 한 구석에 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응답하라1988>이나 <꽃보다 청춘> 같은 프로그램이 대단하기 때문이겠지만, 도대체 청춘이라는 자산 하나만으로 도전하지만 얼마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면 오디션을 통과한 사실이나, 함께 여행을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감사해하는 걸까.

 

아니 이것은 어쩌면 하나의 주문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감사하다고 말하다 보면 정말 감사한 일들이 생긴다고 박보검이 말한 것처럼. 사실 이 청춘들이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시청자들이 더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그들의 앞날에 늘 감사한 일들이 생겨나기를. 이 척박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도

Posted by 더키앙

군림 하는 작가와 감사 표하는 작가

 

SBS <펀치>의 종영을 앞두고 박경수 작가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진심어린 편지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부끄러운 대본을 부끄럽지 않은 영상으로 만들어주신 이명우 감독님, 김효언 감독님, 윤대영 촬영감독님, 그리고 모든 스태프분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한정환 EP,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출연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목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펀치(사진출처:SBS)'

“<펀치>의 박정환은 래원 씨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전 래원 씨가 만든 박정환을 따라간 것에 불과합니다. 정말 훌륭했어요. 래원 씨.” 박경수 작가는 극중 주인공인 박정환을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 연기자 김래원이 만든 걸 자신이 따라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태준 역할의 조재현에게는 한 수 배웠습니다. 카리스마와 유머러스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이태준을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활자의 인물이 어떻게 실제의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셨어요라고 했다.

 

박경수 작가는 신하경 역할을 한 김아중에 대해서도, 윤지숙 역할의 최명길에게도, 최연진 역할의 서지혜에게도, 또 조강재 역할의 박혁권에게도 또 이 드라마에 출연한 모든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낮췄다. “<펀치> 대본 작업을 하면서, 부끄러웠던 제 자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훌륭했던 여러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감사의 글을 마무리했다.

 

박경수 작가의 이 편지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드라마에서 작가라고 하면 거의 신적인 존재처럼 받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손의 의해서 작품 속의 인물들이 살고 죽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경수 작가는 그것이 자신이 만든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거기에 살을 붙이고 숨 쉴 수 있게 해준 이들은 다름 아닌 연기자들의 몫이었다는 걸 감사의 마음으로 전해왔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디로까지 등장하고 있는 임성한 월드의 데스노트 이야기가 씁쓸함을 전하는 것은 거기에서 마치 신적인 지위를 가진 듯 휘둘려지는 갑의 권력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제 아무리 극중 인물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져 죽음을 맞는 건 허무하고도 쓸쓸한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지금의 서민들이 가진 정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죽어라 노력하는데 대우는커녕 진짜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

 

박경수 작가의 편지가 깊은 감동을 전하는 것은 이 천재 작가의 겸손이 죽을 듯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수치로 표현되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라면 그 성과를 고스란히 작가와 주인공 몇몇이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영역이 어디 그런가. 저 눈에 보이지 않는 조명 하나, 소품 하나까지도 작품을 빛나게 해준 소중한 누군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것이다.

 

갑질 하는 세상이다. 어디에서든 우리는 그 갑의 힘을 느끼며 살아간다. <펀치> 같은 좋은 드라마를 써준 것도 고마운 마당에, 이런 훈훈한 마음까지 읽게 해준 박경수 작가에게 새삼 놀라게 된다. 그 천박한 숫자의 시청률을 내세워 많은 이들이 작가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게 작가라는 존재의 증명으로 완전할까. 작품과 작품의 인물 하나하나와 그 인물을 살아있게 만들어준 배우들과 또 그것을 잘 담아내준 모든 제작진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한 박경수 작가. 그가 바로 진정한 작가다.

 

Posted by 더키앙

<오만>, <미생>, <피노키오>가 꺼낸 칼끝이 향하는 곳은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살만해 보인다. 아니 심지어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다. 한 걸음만 다가가면 온갖 뒤틀어진 욕망과 부조리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직업의 세계. 이런 의미로 보면 지금껏 대충 직장을 하나의 배경으로 다루고 그 위에 멜로 같은 이야기를 덧붙인 드라마들은 실수의 차원을 넘어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누가 막연히 직장인의 로망을 말하는가.

 

'오만과 편견(사진출처:MBC)'

이제 전문직 드라마라는 표현은 구태의연해진 지 오래다. <오만과 편견>의 검찰, <미생>의 종합상사, <피노키오>의 언론사. 지금 현재 직업을 다루는 드라마들을 들여다보면 과거 전문직 드라마라고 불리던 드라마들의 호칭 자체가 무색해진다. 과거 이들 전문직 드라마들은 직업의 세계를 표방하기는 했으나 그 디테일을 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보면 직업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만을 만들어냈던 것이 사실이니.

 

물론 의학드라마는 예외다. 무수히 반복되어오면서 디테일 역시 깊어진 게 의학드라마다. 하지만 검사나 기자 혹은 직장인을 다루던 전문직 드라마들의 디테일은 요즘 방영되고 있는 MBC <오만과 편견>이나 tvN <미생>, 혹은 SBS <피노키오>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이들 드라마들은 좀 더 심층적인 취재가 아니라면 도무지 나오기 어려운 직업의 디테일들을 다룬다.

 

과거라면 이런 디테일은 시청률을 가로막는 저해요소가 됐을 것이다. 적당한 디테일에 조미료처럼 처지는 멜로가 드라마의 흥행공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적당한 디테일은 이제 대중들에게는 리얼리티의 부족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니 거꾸로 깊어진 디테일은 실감으로 공감을 만들어낸다. 디테일이 깊어진 이들 세 드라마가 시청률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그래서다.

 

<오만과 편견>이 다루는 검찰은 막연히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를 깨는 디테일들이 들어가 있다. 문희만(최민수)같은 부장검사를 보다보면 전형적인 비리 검사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가도 검찰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의 안간힘을 쓰는 현실적인 검사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검찰의 일원이 될 것인지 개인으로 남을 것인지를 구동치(최진혁) 수석 검사에게 묻는 문희만의 모습에는 시스템과 개인으로서 검사의 소신이 어떻게 부딪치는가를 잘 보여준다.

 

<미생>은 지금껏 우리가 종합상사라고 하면 해외에서 물건 떼다 파는 정도로 생각했던 그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버린다. 또 직장인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샐러리맨의 애환 같은 통상적인 이야기를 던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일중독자들처럼 보이는 <미생> 상사맨들의 깊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네들의 삶이 가진 아픔과 기쁨을 모두 함께 느껴볼 수 있다. 공감의 폭은 바로 이 디테일로 인해 커질 수밖에 없다.

 

<피노키오>는 그저 기레기로 치부되던 드라마 속 기자들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다. ‘진실을 두고 고민하는 기자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보도경쟁이 만들어내는 폭력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단독을 잡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하는 현장 이야기가 들어간다. 기자가 나오면 으레 등장하는 클리쉐들은 디테일 속에서 무색해진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디테일에 승부하는 이들 직업 드라마들 속에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 드라마들이 모두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이 주인공이라는 점이고, 그 사회 초년생에게 어떤 지침을 알려주는 직장의 멘토가 또한 존재한다는 점이다. <오만과 편견>의 한열무(백진희)라는 초년생을 이끌어주는 수석 구동치가 그렇고,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라는 계약직을 끌어주는 오차장(이성민)이 그렇다. <피노키오>의 신입 기자 최달포(이종석)에게는 YGN 사회부 시경캡인 황교동(이필모)이 있다.

 

사회 초년병들과, 현실을 알지만 그래도 초심을 잃지 않은 멘토들은 함께 힘을 합쳐 부조리한 현실과 맞선다. 그 현실은 다름 아닌 조직 시스템이다. 그래서 <오만과 편견>의 적은 검찰시스템이 되고, <미생>은 샐러리맨들의 직장 시스템이며, <피노키오>는 보도 경쟁에 내몰려진 방송 시스템이 된다.

 

이렇게 보면 이 직업을 다루는 세 편의 드라마는 다른 것 같아도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직업이 갖는 부조리한 시스템과 대항하는 청춘과 멘토의 공조체계가 그것이다. 어째서 서로 다른 직업을 다루면서도 이렇게 비슷한 이야기 구조가 나오게 된 걸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접하는 직업의 세계가 갖고 있는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취업도 어렵지만, 막상 들어가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시스템의 현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비극들이 어떤 직업 속에서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들 드라마들의 디테일들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이런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꾼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궁금해진다. 주마간산으로 대충 덮어버리고 갔을 때는 좀체 정체가 드러나지 않던 막막하고 먹먹한 현실이다.

 

Posted by 더키앙

조용필의 ‘Hello', 왜 가왕인지를 증명하다

 

“19집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축하한다'보다는 '감사하다'가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을 받은 기분이에요.(박정현)" "팬들은 물론 후배 가수들도 조용필 선배님의 새 음악을 기대했습니다. 멋진 앨범을 발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자우림 김윤아)”

 

조용필과 태양(사진출처:태양 트위터)

“감사합니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낸 19집 ‘Hello'에 대해 후배가수들은 ‘축하’가 아닌 ‘감사’를 표했다. 이것은 쇼케이스 현장에 찾아온 팬들과 기자들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 팬들은 연실 “오빠!”와 “조용필!”을 연호했고, 조용필의 말 한 마디에 비명을 질러댔다. 조용필이 ‘비련’을 발표했을 때, “기도하는-”하면 “꺅-”하고 이어지던 그 함성은 그가 4집 앨범을 발표했던 82년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왜 ‘축하’가 아닌 ‘감사’일까. 단지 선배라서? 아니다. 그것은 조용필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가수라는데 있다. 그의 신곡 ‘Bounce'가 발표됐을 때 놀라웠던 것은 조용필이 여전히 오빠인 옛 세대들의 열광적인 반응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용필이 누군지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조차 ‘너무나 세련된 곡’에 매료된 점이 감동의 실체였다. 지드래곤은 SNS를 통해 ‘Bounce'의 가사를 적어 자신의 팬심을 알렸고, 태양은 “Wow.. 조용필 선배님.... 미리듣기 음원이 이렇게 좋을 수가...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돼~들킬까 겁나~”라고 그 곡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것은 그저 젊은 가수들의 예우가 아니었다.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인 조용필 19집 앨범의 수록곡들은 그 음악적 트렌드가 모두 현재에 닿아 있었다. ‘Bounce’나 ‘Hello'는 모두 모던 락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하드락의 느낌까지 덧붙여진 데다, 조용필 특유의 지극히 한국적인 감성의 보컬이 만난 특정 장르를 얘기하기 어려운 그런 곡이다. 조용필이라는 가수와 노래 속에 모든 음악적 장르와 요소들, 심지어는 30년을 넘는 세월까지 모두 녹아 있는 느낌이다.

 

‘청년 조용필이 데뷔 앨범을 내듯 설레이네요~’ ‘환갑 넘어서 이 목소리, 이 감성 유지할 수 있는 사람... 대한민국에 또 누가 있을지? '헬로'랑 '길을 걷다'는 정말 아들뻘인 내가 들어도 촌티는커녕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아버지와 제가 함께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곡에 쏟아진 젊은 세대들의 인터넷을 통한 공감은 그가 노래를 통해 세대와 시간과 국적과 장르를 넘어 소통시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Hello'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이 보여준 아시아와 미국, 남미, 유럽 그 어느 나라의 얼굴이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무국적형의 외모는 이 곡이 전하는 조용필의 메시지를 그 자체로 전하고 있다. 그 남자주인공이 기타를 치는 장면에 조용필의 목소리로 불려지는 ‘Hello'는 그래서 그 자체로 소통의 감동을 제공한다. 어떻게 노래 한 곡으로 이렇게 모든 벽을 허물어낼 수 있을까.

 

환갑을 넘긴 청년, 조용필은 그래서 그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청년이며, 그의 노래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귀에도 쏙쏙 박힌다. 그의 음악 속에는 무수한 장르를 통과해내면서 그 경계를 무화시키는 원숙함이 묻어나고, 어떻게 들으면 민요가락 같은 한이 섞인 듯한 그 목소리는 강렬한 락에 얹어지면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는 모던하고 세련된 노래로 탄생한다. 그러니 그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살아온 이들에게나 그 세월을 앞으로 살아낼 젊은 세대들에게나 조용필은 그 자체가 희망이고 감사일 수밖에.

 

조용필이 가왕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지 노래가 좋거나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다. 그건 그라는 존재 자체가 모든 걸 연결해주고 소통시켜주는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본 김제동은 조용필에게 “이제 19집을 내셨으니 열아홉 청년”이라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스무 살 청년 조용필의 노래 역시 또 듣기를 희망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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