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진짜 장애는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른바 ‘우영우’ 신드롬이다. 여기저기서 ‘우영우’라는 이름 석 자가 회자된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만평에도 등장하고, 이른바 윤석열 정부의 법치에는 ‘마음’이 없다(경향신문)는 칼럼에도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 나왔던 소덕동 팽나무인 수령 500년의 창원 북부리 팽나무가 실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우영우가 푹 빠져 있는 고래에 대한 갑작스런 관심도 쏟아져 나온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은 너무나 갑작스럽다. 물론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0%대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무려 13%(닐슨 코리아)까지 수직상승하고, ENA라는 낮선 채널의 인지도 또한 급부상시켰다는 건 어느 정도 공감 가는 일이다.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파급효과는 늘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우영우’가 동시다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 작품 내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외적 요인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 요인 또한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건 우영우(박은빈)라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만큼, 그와 함께 로펌에서 일을 하는 최수연(하윤경) 같은 동료와 정명석(강기영) 같은 상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이다. 

 

사실 지나치게 이상화된 메시지는 현실성을 잃고 스토리를 너무 판타지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같은 인물은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로펌에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어려운 현실을 들어 반대한다. 제 아무리 로스쿨 수석 졸업을 했어도 의뢰인도 만나고 변호도 해야 하는 변호사가 사회성도, 언변도 필요하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건 편견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직장 상사로서의 현실을 얘기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역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다. 하지만 그건 직접 우영우 같은 인물을 겪어보지 않아서 생긴 편견일 뿐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명석은 적어도 문제의식을 늘 갖고 있고, 겪어본 후 무언가 잘못됐다고 여기면 바로바로 사과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첫 회에 우영우가 피고인 피해자를 만나러갈 때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가 금세 그 말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고 말하는 인물. 

 

그저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장애가 아니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우영우를 대하는 최수연이 특히 감동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인물 역시 드라마는 지나치게 이상화된 판타지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는 어찌 보면 함께 사는 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해야할 당연한 삶을 살아가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다만 그 삶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우영우는 절감한다. 그래서 우영우가 그의 목소리로 이 평범하고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함께 사는 법이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걸 우영우는 최수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해준다. 

 

경쟁자의 위치에 서서 ‘권모술수’를 쓰기도 하는 권민우(주종혁)가 사내 게시판에 우영우가 사실상 ‘부정 취업’을 했다고 올리고 그래서 사내 직원들이 수군거리며 심지어 우영우 자신 역시 그걸 인정하자 최수연이 하는 일갈은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성적 좋은 애들은 다 대형로펌으로 인턴 나가서 졸업 전에 입사 확정 받아. 근데 너만 정작 학교에서 맨날 1등 하던 너만 아무 데도 못 갔어. 그게 불공평하다는 거 다들 알았지만 그냥 자기 일 아니니까 모르는 척 가만있었을 뿐이야. 나도 그랬고.” 

 

최수연은 그런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도 그런 차별에 자신도 동참했다는 사실 또한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우영우 역시 늘 당연하게 이런 차별을 받아와 문제의식을 잘 느끼지 못한다. “아무래도 내가 장애가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최수연의 일갈이 또 한 방 뒤통수를 때린다. “장애인 차별은 법으로 금지 돼 있어.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무슨 수로 왔든 늦게라도 입사를 한 게 당연한 거라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로 ‘장애’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이야기가 자폐라는 특정한 질환만을 다루는데 머물러 있지 않다. 최수연이 말하듯 진짜 장애는 우영우를 둘러싼 편견 가득한 세상이 갖고 있다.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지하철 시위에 ‘자기 일 아니니까 모르는 척 가만’ 있고 나아가 나의 불편함만을 호소하는 세상이 그렇고, 법에 호소하는 다양한 서민들의 마음을 읽지 않고 법대로만 하겠다 말하는 마음 따윈 들여다보지 않는 세상이 그렇다. 

 

대단한 각성과 날카로운 세상 인식 같은 게 필요한 게 아니다. 정명석처럼 몰라서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알았을 때는 이를 고치려는 마음이 있으면 되는 일이고, 최수연처럼 장애와 비장애 같은 경계를 차치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타인을 배려하고 나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삶이면 되는 일이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래서 우영우라는 인물을 리트머스지를 내세워 ‘이상한 우리 사회’를 비춰주고 있다. 신드롬이 생겨난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진: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의 부모가 그려낼 장애에 대한 두 시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고래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 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는 함께 탈북자의 폭행상해 사건을 맡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에게 엄마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남다른 고래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그래서 업무 중에도 불쑥 고래 이야기가 튀어나오곤 하는 우영우.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여러 가지 상징으로 사용된다. 바다에서 살지만 포유류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지만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우영우를 상징하기도 하고,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사회에서의 편견에 갇혀 있는 우영우를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영우가 엄마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위대한 엄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끼를 버리지 않는 엄마. 하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그런 엄마. 우영우가 맡은 폭행 상해 사건의 가해자인 탈북여성은 또 다른 엄마 고래 같은 존재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어쩌다 사건에 휘말리게 됐지만, 이 엄마는 아이 때문에 5년 간이나 도망자 생활을 한다. 아이가 너무 어려 엄마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렇게 5년 간 지낸 후, 죗값을 받기 위해 자수한다. 처벌을 받는 두려움보다 아이를 잃을까 싶은 두려움이 더 큰 모성이다. 

 

그런데 우영우의 엄마 고래 이야기는 탈북여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꺼내진 것이지만, 실상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우영우는 버려졌다. 그런데 그는 왜 엄마로부터 버려졌을까. 이 부분은 드라마가 차후에 조금씩 사연을 풀어놓을 것이지만, 어쩌면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장애에 대한 시선과 이를 갖고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이를 도외시하고 있는 사회의 엇나간 편견 같은 것들을 담은 것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단서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를 통해 찾아진다. 엄마는 버렸지만 아버지는 많은 걸 희생해가며 우영우를 끝까지 지키고 키웠다. 재혼을 한다거나 하는, 자신을 위한 삶보다 딸을 위한 삶을 선택하고 그의 재능을 알아내고 관심 있어 하는 법 공부를 시켜 변호사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한 사람의 희생이 장애를 가진 이의 가능성을 살려냈다. 

 

그런데 엄마는 왜 버렸을까. 아직 그 엄마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구조로 봤을 때 우영우의 엄마는 법무법인 한바다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태산의 대표 태수미(진경)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건 아직까지 추정이지만 이런 추론은 라이벌 관계를 가진 두 회사의 이름으로도 어느 정도 유추된다. 우영우라는 고래를 받아준 건 ‘한바다’다. 태수미가 대표로 있는 회사 ‘태산’은 고래가 살 수 없는 곳이다. 위로만 올라가려 해서 더 이상 고래를 받아줄 수 없는 곳. 

 

만일 태수미가 우영우의 엄마이고, 남다른 야망으로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버렸다면 그 상황은 장애에 대해 사회가 갖는 편견이 드리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사회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들을 마치 없는 것처럼 치부하지 않던가. 

 

모성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이건 좀 더 확장해서 장애를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끌어안는가에 대한 화두처럼 보인다. 단순하게 보면 장애가 있어도 끝까지 옆에서 지켜준 우광호와 끝내 버린 엄마를 대척점으로 세워 어떤 선택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길로 갈 것인가를 묻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바다의 정명석(강기영), 한선영(백지원), 이준호(강태오), 최수연(하윤경)처럼 장애가 있어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버리고 떠나버린 우영우의 엄마 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우영우가 꺼낸 엄마 고래 이야기가 특히 슬픈 건 그래서다. 그는 그래도 몇 프로 안 되는 서번트 증후군이고, 그래서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해 잘 살아내고 있는 인물이며 나아가 이건 드라마로서 어느 정도 판타지가 더해진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존재’라는 상처가 거기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슬프면서도 이 인물을 보듬고 싶고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오게 하고픈 마음이 일었을 게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지워져온 그 삶이 “저는 우영우입니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라고 당당히 소개될 수 있게.(사진:ENA)

부끄럽습니다... 박은빈의 한 마디 그 어떤 일침보다 아프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미친 상승세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5회 시청률이 9.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첫 회 0.9%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5회 만에 9%대라니. 이런 흐름이라면 10%도 돌파도 시간문제다. 현실과 판타지를 잘 엮어 장애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과 희망 섞인 비전을 전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래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지만, 이 정도면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의 무엇이 대중들의 정서를 건드린 걸까. 

 

그 단서는 5회에서 다뤄진 ‘법의 딜레마’라는 소재에서 찾아진다. 이화와 금강 두 ATM 회사가 저작권 문제로 소송을 벌이는 상황. 이화는 자신들의 ATM 기술을 독자 개발한 것으로 금강이 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화를 변호를 맡게 된 우영우(박은빈)는 이 사건을 함께 맡은 권민우(주종혁)의 도발로 점점 경쟁심을 갖게 되고 어떻게든 이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급기야 이화가 그 기술을 독자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아 차렸지만 승소를 위해 참고인을 연습까지 시켜 법정에 세운다. 

 

결국 가처분 소송에서 이화가 이기고 이로써 금강은 은행 거래처 계약이 대거 이화로 넘어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금강에서 가까스로 찾아낸 증거로 인해, 소송은 뒤집어진다. 이화의 기술이 독자적인 게 아니라, 미국에서 소개된 오픈 소스를 가져와 만든 거라는 진실이 밝혀진다. 결국 진실은 밝혀졌고 소송도 뒤집어졌지만 이화의 대표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그 사이 이미 계약을 다 했다는 것. 우영우는 자신이 한 짓이 승소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한 회사를 나락에 빠뜨렸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결국 저는 이화 ATM이 법을 이용하도록 도와준 셈입니다. 실용신안권 출원도 가처분 신청도 모두 계약을 독접하기 위한 거짓된 행동이었는데 저는 그 행동을 말리지 못하고 오히려 도왔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영우는 이화 ATM을 함께 방문했던 이준호(강태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그에게도 묻는다. “이화 ATM에 방문했을 때 이준호씨는 황두용 부장님과 배성철 팀장님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했습니까?” 

 

그 질문에 이준호도 선뜻 답을 못한다. 실제로 당시 팀장은 잔뜩 긴장해 있었고 손으로 허벅지를 쓸어내리면서 코끝을 긁는 등 드러나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우영우는 아프지만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다. “결국 저는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저 자신을 속였던 겁니다. 이기고 싶어서요.” 그러면서 울먹이며 말한다. “부끄럽습니다.”

 

이 장면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리고 있는 세계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즉 누구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라는 것. 이화 ATM이 한바다 로펌의 의뢰인이고 그래서 직업인으로서 의뢰인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치부하는 권민우는 자신이 한 행동들을 합리화한다. “사실이라고 생각했든 안 했든 의뢰인을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어요. 그게 변호사가 의뢰인한테 지켜야 되는 예의잖아요.”

 

이건 직업인의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합리화로 모든 게 용서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로펌의 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순간 ‘이상하게’ 느껴진다. 법은 정의와 진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믿고 있지만, 로펌이 의뢰인을 통해 하게 되는 법 활용은 저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되기도 한다. 우영우의 질문과 자성은 그래서 결코 작지 않은 울림을 만든다. 누가 이상한가? 저들이 이상한가 아니면 잘못한 일을 깨닫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우영우가 이상한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이고 그래서 자폐라는 장애에 대한 결코 얕지 않은 무게감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목하고 있는 건 그래서 오히려 장애에 빠져버린 세상이다. 진실이 통하지 않고 권모술수가 통하기도 하며 진실이 밝혀져도 거짓을 말한 자들이 이익을 보는 우리 사회의 장애. 게다가 가장 큰 장애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럽게 조차’ 느끼지 않는 사회의 불감증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금의 대중들의 정서를 건드린 부분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우리는 의식하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잘못이 되는가도 모른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것이 잘못이었다면 그걸 최소한 부끄럽게 여기고 그래서 반성함으로써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 그것만이 이상한 사회를 되돌릴 수 있는 길이라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첫 회에 우영우가 한바다 로펌에 처음 왔을 때 상사인 정명석(강기영) 변호사가 툭 던져 놓은 대사에 이미 이 작품이 가진 이러한 시각이 담겨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 저기 그, 병원 가야 되지? 직원 붙여 줄 테니까 같이 갔다 와. 외부에서 피고인 피해자 만나는 거 어려워.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 그래도 우영우를 생각해준답시고 이렇게 별 생각 없이 툭 던진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정명석은 금세 그게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는 이렇게 말한다. “하,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 누구나 저도 모르는 사이 잘못을 할 수 있다. 그걸 바꿔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사진:ENA)

유쾌한 드라마가 그리웠나, ‘테리우스’에 빠져드는 이유

드라마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작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수목은 어느새 지상파에서부터 케이블까지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 그런데 그 대전의 결과로서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가 전체 드라마들 중 9.4%(닐슨 코리아)로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건 흥미롭다. 어찌 보면 조금은 가벼운 스파이액션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라, 상대적으로 심각한 경쟁작들과 비교해 약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든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SBS <흉부외과> 같은 작품은 생사가 오가는 수술방에서의 사투에 가까운 수술들과 그 속에서 갈등과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번 보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지만 그걸 계속 들여다보는 일이 무겁고 힘겹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섬뜩함과 미스터리가 뒤섞인 독특한 매력이 시선을 잡아끌지만 어딘지 일본드라마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적인 차이가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 뒤에 테리우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기에도 심각한 사건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주인공인 고애린(정인선)은 그 남편이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살인범인 케이에게 살해당했다. 결국 혼자 남게 된 고애린은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이 현실적인 상황의 심각함은 코미디 장르가 만들어내는 적당한 판타지로 유쾌하게 풀어진다. 고애린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육아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는 한번쯤 상상하고픈 판타지적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전직 요원이었던 김본(소지섭)은 대표적이다. 고애린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터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코미디 장르가 가져오는 그 특징들 속에서 ‘꿈꾸고픈 판타지’가 된다. 

거기에는 국가를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일만큼 아이를 키우는 ‘육아’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가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뉴스를 보면 저게 과연 나와 무슨 상관일까 싶은 거대담론들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것보다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더 중대하게 다가오는 건 경력단절이나 육아, 살림 같은 현실들이 아닌가. 

고애린을 돕는 이웃들 또한 판타지들이다. 심은하(김여진)나 봉선미(정시아) 그리고 남성 주부 김상렬(강기영)은 고애린이 위기에 처하거나 힘들 때마다 모여 힘이 되어주는 이웃들이다. 살림을 하는 주부들만의 모임은 마치 국정원의 조직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유괴된 아이를 구해내주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 경력단절로 취업이 어려웠던 고애린이 갖게 되는 일자리 또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남편이 살해됐다는 걸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해 하며, ‘적을 가까이 두려고’ 고애린을 비서로 채용하는 진용태(손호준)는 전형적인 코미디 캐릭터다. 그가 운영하는 J인터내셔널이 사실은 무기거래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위장기업이기 때문에 고애린이 하는 주업무가 진용태의 점심 메뉴에 맞는 음식점 예약을 하는 일이라는 설정은 일자리의 무게감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웃음을 주는 면이 있다. 또 거기서 해고된 고애린이 김본이 채용공고를 갖다 줘 입사하게 된 ‘킹스백’ 매장도 마찬가지다. 역시 요원업무를 위한 위장기업이라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지만, 고애린이 심은하와 봉선미 그리고 김상렬의 도움으로 백을 완판시키는 성과(?)를 냈다는 설정은 빵 터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내 뒤에 테리우스>가 이처럼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힘은 그것이 비현실일지라도 상상하고픈 유쾌한 판타지이자 코미디로 풀어내진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일등공신은 역시 심각한 액션과 웃음을 넘나들 수 있는 소지섭이지만, 의외의 발견으로서 정인선의 공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실적인 눈물과 더불어 이토록 사랑스럽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의 매력을 제대로 연기해내고 있어서다. 정인선이 끌고 소지섭이 밀고. 이 유쾌한 드라마가 잘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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