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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그들의 취향이 매력적인 이유

'개인의 취향'의 '개인'에는 세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맑게 개였다'고 할 때의 그 '개인', 집단과 대비되는 측면으로서의 '개인', 그리고 극 중 여성 캐릭터의 이름으로서의 '개인(손예진)'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의미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취향'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박개인이라는 여 주인공이 취향이라는 화두를 쥐고 겪는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통해 개인들이 집단 속에서 갖는 취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 드라마는 각자의 취향을 선택하는 개인(중의적 의미로)의 일기가 '맑게 개는' 행복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저런 게이 남자친구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여성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잘 생기고, 능력 있고, 매너도 좋은데다가 말도 잘 통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런 남자가 부담 없이 뭐든 함께 하고 나눌 수 있는 친구라는 점이다. 확실히 게이 남자친구라는 여성들의 판타지 속에는 남녀 관계의 피곤함이 말끔하게 거세되어 있고, 대신 성별은 다르면서도 깔끔하게 유지되는 친구관계의 편안함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것은 판타지다. 그것은 전진호(이민호)가 실제 동성애자가 아니라 동성애자로 오인된 남자라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은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동성애자의 실존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드라마는 아니다. 대신 게이 남자친구라는 판타지를 동력으로 '취향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취향이 있는 사람과 취향이 없는 사람을 비교하면서 행복이 바로 그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드라마 초반에 한창렬(김지석)은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도 잘 모르는 '취향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그에게 대쉬하는 인희(왕지혜)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박개인에게 "너는 비오는 날 흠뻑 젖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강아지 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결혼식을 치루는 과정에서 인희 역시 창렬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인희는 다만 박개인이 사랑하는 창렬을 사랑한 것이지 창렬 그 자체를 사랑한 것은 아니다. 인희는 대표적인 '취향이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박개인이 가지려는 것을 욕망할 뿐, 자신의 취향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창렬과 헤어진 그녀는 다시 박개인이 사랑하는 남자, 진호를 욕망한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그녀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 초반, 개인 역시 같은 부류였다. 창렬의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들으면서도 오히려 둔감한 자신을 용서하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진호의 말을 빌리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인물이다. "진호씨. 날 좀 여자로 만들어줄래요?"하고 묻는 개인에게 진호는 이른바 '여자 만들기 프로젝트'로 몇 가지 덕목을 내세운다. 자존심, 자신감, 인내심, 우아함 같은 전형적인 기준들. 하지만 그런다고 트레이닝복 차림에 운동화 찍찍 끌고 다니는 개인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 덕목들에는 박개인만이 가진 취향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런 내용들이 아니라, 그렇게 서로 말이 통하는 두 사람의 대화 자체다. 이 대화 속에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매력녀를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털털하고 인간적인 박개인의 취향이 가감 없이 들어가 있다. 그녀는 먹을 것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여자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존심 따위는 집어치우고 맨발로 뛰어나가는 그런 매력적인 취향을 가진 여자다. 게이로 오인 받은 덕분에 남녀관계로서의 대화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대화를 하게 된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취향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서로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은 다름 아닌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과정이다.

'개인의 취향'이 남녀 간의 사랑 그 이상을 다루게 되는 것은 그 취향의 문제 때문이다. '취향'이 중요해진 것은 근대에 탄생한 '개인'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거대한 사회나 집합체에 의해 규율되고 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살아가는 개인의 탄생으로 취향의 문제는 중요해졌다. 박개인과 전진호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고, 한창렬이 좌충우돌하며 사랑을 알아가며, 인희가 욕망에 휘둘리며 괴로워하고, 최도빈(류승룡)이 자신의 특별한 취향을 드러내는 모습들은 모두, 각자가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타인의 취향을 인정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진호의 어딘지 도도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과 박개인의 허술한 듯 따뜻한 매력, 다른 성적 취향을 가졌어도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최도빈의 매력이 차츰 우리 마음 속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이미 타인의 취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개인의 취향'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이야기가 사회성을 띄는 이유는 이 취향을 가진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인 맥락을 띠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드라마 속 캐릭터들, 행복을 꿈꾸기 시작하다

'대장금'의 장금이(이영애)는 남다른 욕망을 갖고 있는 캐릭터였다. 수많은 모함과 함정을 벗어나면서 최고의 수라간 상궁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결국 그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그 모습은 당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동이'의 동이(한효주)가 장금이를 닮았다고 한다. 실제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닮은 구석이 많아도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동이가 장금이처럼 최고 상궁이 되기 위한 강력한 욕망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이는 물론 천비 출신인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을 긍정하며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무엇이 되기 위한 욕망보다는 현재의 행복 또 앞으로의 행복을 꿈꾸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캐릭터들의 욕망은 과거 시대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랑과 야망'이 대표적이고, 가깝게는 '에덴의 동쪽'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과거 욕망의 시대의 '사랑과 야망'은 성공적이었지만 다시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론 '에덴의 동쪽'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최근에 방영되었던 이른바 남성드라마들도 이 계보에 속한다.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 같은 작품들. 성공의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캐릭터들을 내세운 이 드라마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것은 어쩌면 성공을 추구하던 시대가 가고,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한 탓인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현재 방영되는 수목드라마들 속의 캐릭터들은 모두 성공이 아닌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들이다.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문근영)는 물론 능력이 있고 대성도가를 크게 키우는 인물이지만, 그녀는 성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행복이다. 늘 욕망에 휘둘리며 속물근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엄마 송강숙(이미숙)의 그늘 아래서 그녀는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을 꿈꾼다. 그래서일까. 성공을 향한 욕망에 휘둘리는 엄마와 대결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성공이라는 과거적 가치에 포획되어 있는 엄마의 삶에서 벗어나 행복을 향해 몸부림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검사 프린세스'의 마혜리(김소연)는 경제적이나 사회적인 위치로 봤을 때 부족한 것이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미 성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못하다. 그녀는 공주로 남아 있고 싶어 하지만, 그런 삶은 그녀의 사회적인 삶과 부딪친다. 검사로서의 삶은 공주로서는 해보지 못했던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즉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삶으로서의 여성적인 행복을 쥐고 있으면서도, 검사라는 사회적 직무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검사 프린세스'는 모든 걸 다 가져도 결국 행복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는 드라마고, 그 행복이 타인과의 공존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개인의 취향'은 아예 이 성공이라는 가치 기준을 살짝 옆으로 밀어놓고 시작한다. 동성애로 오인된 전진호(이민호)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박개인(손예진)이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이 드라마는, 결국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재미있는 것은 이 드라마가 다루는 취향의 문제다. 동성애자라는 오인에도 불구하고 그 취향을 인정하고 나자, 박개인은 전진호가 가장 편안한 남자친구로 다가온다. 전진호는 남자로서 박개인에게 연애비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결국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서로 소통하는 이 이야기 역시 그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다.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행복.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가족드라마들이 늘 다루기 마련인 혼사장애 속 신데렐라 이야기는 빠져있다. 이 집의 막내인 양초롱(남규리)은 자신을 따라다니며 돈 자랑을 해대는 남자친구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같이 있어주는 것"조차 싫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쩌면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가치를 가장 잘 말해주는 대목일 것이다. 동성애도 그 연장선으로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신분상승이니 성공이니 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현실 속에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넘쳐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 지긋지긋한 성공을 향한 욕망의 질주에 좀 지친 듯하다. 혹 어쩌면 이제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에는 성공이 따르기도 하지만, 성공이 행복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Posted by 더키앙

동성애 콘텐츠, 어떻게 봐야할까

1996년도에 제작된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동성애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는 서로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주먹을 입에 대고 입을 맞추는 장면을 대신 묘사한다. 아마도 직접적인 표현, 즉 남자들이 진짜 딥키스를 하는 장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영화적으로 연출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식으로 대신 표현한 것이 아니다. 아마도 당시 대중들에게는 그 직설적인 장면연출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성애 코드도 아닌 동성애 자체의 문제를 포착한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것이었지만, 이처럼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2008년 개봉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보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 동성애자로 출연하는 민선우(김재욱)는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다. 물론 성적인 묘사는 그다지 노골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근본적인 차이는 동성애자로서의 선우에게 그다지 특별한 시선을 던지지 않는 영화의 태도에 있다. 이 영화는 마치 "넌 여자를 좋아해? 난 남자를 좋아해! 그게 어때서?"하고 말하는 듯이, 동성애적 상황 자체를 일상적인 공기처럼 다뤄버린다.

사실 영화 속으로는 이미 이러한 동성애가 꽤 빈번히 다뤄졌었다. 동성애는 '로드무비'나 '후회하지 않아'같은 우리네 작품들이 있기 전부터, 해외에서 들어온 영화들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소재가 되었다. '크라잉 게임'이나 '해피투게더'같은 작품들을 비롯해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우리네 문화 전반에서 특히 영화가 동성애를 더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이러한 해외의 작품들을 통해 영화 속에 상대적으로 어떤 개방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의 특성상,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구획되는 점이 좀 더 과감한 성적 표현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TV는 이제 공공연히 동성애라는 단어를 드러내고 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나 '바람의 화원'같은 작품들이 동성애 콘텐츠가 아니라 동성애 코드 콘텐츠를 선보였다면 그 연장선 위에 '개인의 취향' 같은 작품이 있고, 거기서 한 발 더 나간 자리에 '인생은 아름다워'가 있다. 그만큼 동성애에 관대해졌다는 이야기일까.

동성애 콘텐츠와 동성애 코드 콘텐츠?
간단한 구분이지만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그리고 '개인의 취향'은 동성애 콘텐츠가 아닌 동성애 코드 콘텐츠이다. 이 드라마들에는 동성애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남장여자들이 등장하거나, 동성애자로 오인 받는 남자가 등장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길 뿐이다. 이 드라마들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가 사실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드라마가 가져온 것은 동성애 코드이지 동성애 자체가 아니다.

'개인의 취향'에서 동성애자로 오인 받는 전진호(이민호)는 오히려 그 설정이 판타지로 작용한다. 그와 동거하게 된 박개인(손예진)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스스럼이 없고 오히려 남녀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까지 한다. 남자를 성적인 구분 없이 친구로 둘 수 있다는 것은 이 여성이 동성애자를 어떤 판타지로까지 여기게 되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이 드라마에서는 물론 동성애 코드지만 과거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에서 간접적으로 다뤄지던 동성애자들이 겪는 아픔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대중들이 갖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심적인 허용수준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성애 코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때론 재미있는 설정(질척한 성적 관계를 벗어난 남자친구가 주는 판타지, 그것도 이민호 같은 남자라면!)으로 오히려 즐기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저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다룬 '후회하지 않아' 같은 작품에 관객이 들지 않는 것은 우리네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시선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수현 작가의 새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동성애는 실로 파격이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진짜 동성애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그것도 가족드라마의 틀 안에서. 이 드라마는 동성애자를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한다. 태섭(송창의)은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유채영(유민)에게 어렵게 커밍아웃을 하고, 유채영은 그 상황을 힘겹게 받아들이면서 "미안하다"는 태섭에게 "그것이 네 잘못은 아니잖아"하고 말한다.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유채영과 그런 그녀를 두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눈물을 쏟아내는 태섭은 이들이 남녀 관계를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김수현 작가가 바라보는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다. 수많은 사랑이 있고, 그것을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다를 뿐, 틀린 사랑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공감까지 일으키고 있는 걸 보면 지금 확실히 우리가 바라보는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걸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동성애 소재의 콘텐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그것이 점점 직접적으로 소수의 성을 다룬다고 해서 우리네 성 의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커밍아웃을 한 후 오히려 삶이 더 어려워진 동성애자들의 사례들은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문화 속에서 동성애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는 있지만 성 소수자로서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동성애 콘텐츠들이 많아질까
그렇다면 여전히 편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동성애가 대중문화 속에서 공기처럼 퍼져나가고 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이성애, 즉 이성 간에 벌어지는 멜로가 어느덧 식상한 어떤 것이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깔려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삼각 사각의 멜로나 신파조의 설정들은 이런 인식의 밑바탕을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 한편 영화로서는 늘 연말이 되면 쏟아져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가 그 역할을 했을 터이다.

남녀가 등장하면 으레 생겨나는 이러한 멜로적 상황이 대중들에게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하자 영상 콘텐츠들은 오히려 동성을 그 자리에 대치시켜 멜로가 아닌 인간애를 다루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동성애를 다룬 것은 아니지만 본래는 남녀 주인공을 세우려했다가 결국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준익 감독은 이미 전작 '왕의 남자'에서도 두 남자의 동성애를 끌어들여 예술혼과 인간애로 콘텐츠가 가진 주제를 확장시킨 전례가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란 영화가 단지 성 소수자들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도 어떤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동성애가 가진 인간애로의 확장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남녀로 구분되던 성별구분이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사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의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는 남녀의 역할구분이 명확히 나눠져 있었다. 그것은 육체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하던 농경사회에서의 성별 역할의 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육체적인 노동력이 아닌 정신적인 노동력을 사용하는 정보사회에서는 남녀의 역할구분이 사라진다. 오히려 여성들의 노동력이 섬세한 정보사회의 업무에 더 적합해진다.

남녀 구분은 이제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으로 바뀌게 된다. 남자라도 여성성이 많은 사람이 있고, 여자라도 남성성이 많은 사람이 지금 시대에 남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동성애는 바로 이 시선 속에 자연스러움을 얻게 된다. 남성이지만 강한 여성성이 실제 생물학적 성까지도 변모시킨 존재로서 동성애자는 외계인이 아닌 우리들 중 한 사람으로 자리 매김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문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실제 사회의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남성성과 여성성의 시각으로 보면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프린스들이나, '개인의 취향'의 전진호 같은 캐릭터가 사실은 여성성을 더 많이 가진 남성들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문화 콘텐츠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여성성이다.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신모계사회로 넘어가는 이 시대에 창조적인 생각과 감성적인 접근, 그리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여성성은 사회를 바꾸는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다. 바로 이 키워드를 어쩌면 가장 잘 보여주는 것들이 동성애 콘텐츠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적 구분은 가장 모호해지고 대신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이 더 명징해진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동성애 콘텐츠에 깔린 성 상품화의 확장이다. 사실 동성애라 얘기한다면 여성과 여성의 동성애는 우리네 문화 콘텐츠 속에서 늘 등장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왜 그 콘텐츠들은 동성애 콘텐츠라고 구획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그 여성과 여성의 동성애는 남성적인 시선을 위한 성 상품화로 나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우리가 동성애가 자주 등장한다고 얘기할 때 그것은 남성과 남성 간의 동성애를 의미한다.

이렇게 남성들 간의 동성애가 이제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화구매자들로서의 여성이라는 존재의 위상이 그만큼 커진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등장하는 남성들이 모두 꽃미남들인 점은 과거 여성들의 성 상품화가 이제는 남성들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동성애 콘텐츠, 중성적 사회로 가는 지표
확실히 우리의 문화는 이제 동성애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과감해졌다. 소재로서 아무 거리낌없이 활용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고, 어떤 것은 의도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활용하는 경향까지 생겼다. '미인도' 같은 영화는 동성애 코드를 자극적으로 활용하여 성 상품을 극대화시킨 경우다. 이 영화는 신윤복이 남장여자였다는 설정 자체도 파격적이지만, 그 남장여자의 신윤복(김민선)이 남성의 옷을 벗어버리고 김홍도(김영호)와 과감한 섹스를 하고, 한편으로는 여성들끼리의 성적인 장면을 동시에 연출하는 그 지점이 더 파격적이다. 이 영화에서 남장여자, 즉 동성애 코드는 오로지 이 에로틱한 성적 상상을 위해서만 활용된다.

하지만 같은 신윤복을 다루었지만 전혀 다른 결을 갖고 있는 '바람의 화원'을 보면, 이 동성애 코드가 한 예술가의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상징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윤복은 남성을 강요하는 조선이라는 사회 속에서 어쩌면 여성성을 무기로 한 평생을 싸우다 간 화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가진 남장여자의 활용은 어쩌면 가장 적절했다 판단되는 것이다. '바람의 화원'이 보여주는 상황은 저 '미인도'처럼 직접적인 표현은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더 동성애에 대한 접근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미의식(여성성)을 추구하는 자와 그를 억압하는 사회가 대립하는 상황 자체가 소수자와 다수자 사이의 대립상황을 에둘러 말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재를 다룬 전혀 다른 결과물의 두 작품은 동성애에 대한 우리네 성 의식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하나는 여전히 하나의 볼거리이자 성 상품으로 세워지는 동성애다. 여성을 좀 더 자극적으로 벗겨내기 위해 남성의 옷을 입혀놓는 것이나, 꽃미남들이 나와 서로의 아름다운 몸을 만지고 보여주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다른 하나는 점점 중성화되어가고 있는 사회를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동성애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겉으로 드러난 성별보다는 그 내면 속에 담겨진 남성성과 여성성을 주목하면서 그 미묘한 감정선들을 잡아낸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들보다는 어딘지 여성적인 섬세함을 가진 남성들이 점점 대중문화 속에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중성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사회의 징후들이다. 그 속에서 동성애는 그 단적인 지표가 된다.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고 있는 동성애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가진 성 의식은, 이 두 가지 방향 즉 성 상품화와 중성적 사회로의 지향 사이에 놓여진 긴장관계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성 상품화가 남녀의 성별의식을 기본 전제로 만들어진다면 중성적 사회로의 지향은 이 성별의식을 무너뜨린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가 확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후자쪽으로 점점 무게중심이 이동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Posted by 더키앙

드라마 속 숨은그림찾기, 드라마만큼 재밌네

‘추노’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까메오로 출연한 개그맨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던 드라마. 이 드라마에 장동건, 이병헌, 송강호, 한석규라는 이름에 이어 유재석과 박명수의 이름이 소현세자의 추종세력 명단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네티즌들에 의해 찾아내져 화제를 만들었다. ‘개인의 취향’에 갑자기 등장한 구준표(?)는 ‘추노’가 주었던 이 숨은그림찾기의 재미를 재발견해주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를 연발하던 백광호 역할의 박노식씨가 소라 머리를 하고 가슴에 ‘구준표’라는 명찰을 단 채 등장했던 것.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의 숨은그림찾기는 ‘구준표’에만 머물지 않는다. ‘추노’에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왕손이 역할로 나왔던 김지석은 이 드라마에서도 한창렬이라는 바람둥이로 나온다. 그는 주인공 박개인(손예진)과 사귀었지만 결국엔 그녀를 버리고 그녀의 친구인 인희(왕지혜)와 결혼하려던 사내다. 재미있는 건 이 한창렬이라는 바람둥이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안석환이다. 그는 ‘추노’에서 방화백으로 출연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렇다는 거여?”, “그게 말이여 당나귀여” 같은 감칠맛 나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인물.

자세히 보면 그는 얼굴에 난데없는(?) 칼자국을 하고 있는데,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추노’에서의 대길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추노’에서는 손바닥을 삭삭 비비며 서민들의 처세술을 보이던 그가, 이 드라마에서는 대길이처럼 마초 중의 마초로 변신한 것. ‘개인의 취향’에서 안석환이 맡은 한윤섭이란 캐릭터는 진호(이민호)의 아버지를 배신해 현재의 사업기반을 이룬 인물이다. ‘추노’에서 대길의 칼자국은 본래는 없다가 연기자인 장혁의 제안으로 된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번 한윤섭 캐릭터의 칼자국 역시 안석환의 제안일까.

한편 결혼식장에서 방송이 연결된 지도 모른 채 남자친구를 빼앗긴 것에 대해 넋두리를 한 것으로 인해, 오해를 사게 된 다른 결혼 커플로 등장한 송선미와 정찬은 다름 아닌 주말 드라마 ‘민들레 가족’의 부부. ‘민들레 가족’에서 아내의 몸매가 망가지는 것이 싫어 일일이 식단까지 간섭하는 완벽주의자 민명석(정찬)과 그로 인해 겉으론 화려해보여도 속으로는 망가지는 지원(송선미)의 결혼식 장면이 삽입된 것.

물론 드라마 속의 숨은그림찾기는 의도된 것도 있지만, 의도되지 않은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처럼 숨겨진 그림들을 네티즌들이 찾아내는 과정이 주는 쏠쏠한 재미는 이제 드라마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재미가 분명하다. 그만큼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깊어졌고, 그로 인해 대중들이 드라마에 참여하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이 숨은그림찾기는 그런 면에서 그 상호작용으로서의 욕구를 채워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이것은 드라마 간의 상호텍스트성의 재미를 느낄 만큼 우리네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깊은 이해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의 취향' 속에서 발견한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추노'의 대길. 그 숨은그림찾기의 색다른 재미는 계속 이어질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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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넘어 인간애로 가는 멜로드라마

수목의 밤, 방송3사가 동시에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것들은 모두 멜로드라마다. '신데렐라 언니'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언니 입장에서 재해석한다. 따라서 그 안에 사랑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드라마는 매번 새로운 남자를 갈아 치우는(?) 엄마 덕분에 이집 저집을 전전해온 은조(문근영)가 엄마가 마지막이라고 한 효선(서우)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 자매는 한 남자를 두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애증의 과정 속에서 차츰 성숙해져간다는 이야기다.

'신데렐라 언니'는 그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의 선악구도를 뒤집는다. 즉 신데렐라는 늘 착하고 옳고 그 언니는 늘 악하며 옳지 않다는 그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려는 것이 이 설정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신데렐라 언니도 언니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으며, 동생인 신데렐라도 어떤 면에서는 그 언니에게 상처를 주었을 수 있다는 것. 즉 이것은 어찌 보면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를 동등한 위치로 바라보면서 그 둘의 갈등과 화해를 모색하는 드라마로 볼 수 있다. 결국 사랑을 두고 벌이는 멜로의 갈등 속에서 똑같은 눈높이로 서로의 성장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멜로의 틀을 넘어선다. 사랑 끝에 인간을 세워두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 역시 마찬가지.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구조를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멜로 그 이상을 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쩌다보니 게이 행세를 하게 된 남자, 전진호(이민호)라는 존재다. 장차 이 완벽남이지만 게이라는 너울을 쓰게 된 인물은 솔직하고 내숭 없는 어리버리 박개인(손예진)과 동거를 하며 가까워지게 되는데, 여기서 사랑과 우정은 미묘해진다. 게이 남자친구와의 우정인지, 아니면 그를 남자로서 바라보는 사랑인지 헷갈리게 되는 것. 이 유쾌하고 발랄한 해결과정 속에 나올 수 있는 것은 결국 두 인물의 성장을 통해 갖게 되는 남녀라는 성별을 넘어서는 사랑이다. 즉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찬란한 유산'의 후속작으로 소현경 작가가 들고 온 '검사 프린세스'는 얼핏 보기에는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작품 속에 깃든 사회(의 정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검사 프린세스'는 검사라는 직업이 가진 사회정의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그 직업의 외적인 것에 혹한 '프린세스' 마혜리(김소연)가 차츰 진짜 검사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즉 프린세스로 시작해 검사로 성장하는 마혜리의 이야기는, 좌충우돌의 멜로에서 차츰 사회로 넓혀져 갈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수목극의 방송3사가 모두 멜로드라마를 그리고 있지만, 또 이들 드라마들이 모두 멜로에 머물지 않고 차츰 인간애로 그 관심을 확장해나가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어쩌면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한계를 넘기 위해 일과 사랑에 대해 고민했던 청춘 멜로드라마에서 한발 더 나아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즉 이제는 멜로드라마의 관심이 남녀 간의 사랑에서 차츰 성장해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담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겉으로 보기에 하나는 진지하고(신데렐라 언니), 하나는 로맨틱하며(개인의 취향), 다른 하나는 따뜻한(검사 프린세스) 이 세 멜로드라마들은 각각의 서로 다른 재미를 내포하면서도 저마다 하나씩의 성장드라마를 담는다는 점에서 작금의 달라진 멜로드라마의 태도를 잘 드러내준다. 멜로드라마를 통해 멜로 그 이상을 담아내려는 이런 시도는, 매번 늘 같은 남녀 간의 그저 그런 시시한 사랑타령에 머물던 멜로드라마를 또한 성장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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