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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파친코’의 진가는 단역조차 이런 묵직한 대사를 던진다는 것 오사카에서 전도사로 일하는 이삭(노상현)은 아들이 위험한 일에 빠져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한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그 아들을 찾아가 만난다. 얼굴에 잔뜩 흙이 묻은 채 이삭과 함께 거리를 걷는 사내는 설득하러온 이삭에게 오히려 “눈을 뜨라”고 일갈한다. “눈을 뜨실 때가 됐어요. 전도사님. 여기 인부들이나 나나 땅굴 들어가서 철로를 깔아요. 인부들 더 빨리 더 많이 먼 곳으로 실어 나르려고. 그래서 우리처럼 뼈 빠지게 부려 먹으려고요. 그렇다고 우리가 대단한 대우를 해달래요? 최소한 길바닥에 똥 싸지르는 짐승이랑은 다른 꼴로 살게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에 등장하는 이 사내는 단역이다. 이삭이 우연찮게 만나고 지나치..
‘파친코’가 담아내고 있는 한국인의 저력 “1910년 일본은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 일제 치하에서 많은 한국인이 생계를 잃고 고향을 뒤로하고 외국 땅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가족들은 견뎠다. 여기 몇 세대에 걸쳐 견뎌낸 한 가족이 있다.”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는 이런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한 가족이 4대에 걸쳐 버텨내고 견뎌낸 삶을 담겠다고 한다. 자못 비장한 자막이 흘러나온 후 드라마는 선자의 어머니 양진(정인지)의 결의에 찬 얼굴을 비춰준다. ‘몇 세대에 걸쳐 견뎌낸 한 가족’을 그리는 것이지만, 그 중심에 바로 여성이 있다는 걸 드라마는 그렇게 말한다. 무당을 찾아온 양진은 어머니가 박복했고 자신까지 낳아 고생하다 돌아가셨고 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