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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땐뽀걸즈’, 혹독한 현실 우리에게 판타지가 필요한 까닭

KBS 월화드라마 <땐뽀걸즈>가 종영했다. 종영했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여운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최고 시청률은 고작 3.5%(닐슨 코리아). 평균 시청률이 2%대지만 시청률 하나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드라마다. 올해 KBS 드라마들을 통틀어 봐도 이 작품만큼 예쁘고, 가슴을 울리게 하는 감동과 함께 삶의 의미까지 담아낸 작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땐뽀걸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 

실제 거제여상의 댄스스포츠 동아리와 이 동아리를 이끈 이규호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드라마화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점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실제 사실을 이기는 허구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별다른 극적 구성없이 이규호 선생님의 헌신적인 교육자로서의 삶과 그가 보듬은 댄스스포츠 동아리의 아이들의 현실을 담담히 담아낸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드라마가 그대로 재연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드라마 <땐뽀걸즈>는 그 소재를 드라마적인 메시지로 재해석했다. 결국 다큐멘터리가 담은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드라마는 왜 거제여상에서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내는 이 아이들이 댄스스포츠 같은 별 현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열심히 빠져 들었는가를 질문한다.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대학을 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이 아이들은 겨우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드는 걸 당연한 삶처럼 받아들인다. 

청춘이 가진 특유의 발랄함이 가려서 일견 아무 고민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스스로 접게 된 나름의 아픔들이 숨겨져 있다. 영화감독이 꿈인 김시은(박세완)이 그렇고 모델이 꿈인 양나영(주해은), 한 때는 유도 유망주였지만 부상을 핑계로 꿈을 접은 이예지(신도현) 또 본래 춤에 관심이 있고 소질도 있지만 아버지 권동석(장현성)에게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권승찬(장동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냥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주어진 일들을 하며 살아내지만, 이규호 선생님(김갑수)은 이들에게 댄스스포츠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내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물론 학교를 졸업시키기 위한 선생님의 유인책이지만 댄스스포츠 같은 전혀 현실에는 무익하다 싶은 일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그 순간 아픈 현실을 잠시 잊고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대회에 나가 노력을 인정받으면서 그것이 잠시 간의 판타지였을 지라도 그들이 앞으로 살아나가는데 오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땐뽀걸즈>는 애초 다큐멘터리가 보여줬던 거제여상의 댄스스포츠반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확장되어 ‘우리는 왜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꿈을 꾸는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된다. 영화감독이 꿈인 김시은이 대학 면접에서 왜 영화를 하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하려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세상에서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싶어서요. 영화는 가짜잖아요. 현실은 진짜고. 전 사람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환상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제가 더 좋아하는 것도 있고. 뭐 그 환상이 가짜고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해도 전 그거를 보는 사람들이 순간만큼이라도 행복을 느끼면 그 영화만큼 진실한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순간 만큼은요. 그래서 저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고 싶어요.”

김시은이 말한 건 다름 아닌 현실에 치여 꿈꾸지 않던 자신들을 댄스스포츠라는 환상(?)을 통해 순간만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이규호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무익한 환상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의 행복들이 있어 그 어려운 현실들을 버텨내고 통과해낼 수 있었다는 것. 그건 어쩌면 이 작은 드라마가 서 있는 지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는 낮은 시청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꿈을 꾸었던 그 순간들만큼은 충분히 행복감을 주었던 드라마가 바로 <땐뽀걸즈>이기 때문이다. 꿈은 사치라고 말하는 현실에 꿈이 있어 비로소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해주는.(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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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특집, <무도>에게 장기 프로젝트란 무엇이었을까

 

왜 뜬금없이 500회에 무도리 Go’라는 게임을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 증강현실 기반의 게임이 선사한 것은 단순히 무도리를 잡는 재미 그 이상이었다.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했었던 기억에 남는 특집들을 무도리안에 집어넣어 게임을 하는 것이 추억을 되짚는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1라운드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 <무한도전>이 추억을 남긴 장소들, 이를테면 여드름 브레이크강변북로 가요제’, ‘빡빡이의 습격같은 특집이 벌어졌던 공간에서 무도리를 잡는 시간은 그래서 출연자도 또 시청자들도 그 추억 속으로 안내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찌 보면 500회를 맞아 자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특집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 흥미로웠던 건 2라운드에 펼쳐진 장기 프로젝트가 벌어진 공간에서의 무도리 잡기였다. 조정,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무한도전> 멤버들은 장기 프로젝트의 힘겨웠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조정경기장에 도착한 유재석은 당시 너무나 힘겨웠던 몇 개월 간의 훈련과 경기 당일 생각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운 눈물을 쏟아냈던 기억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하하는 당시 미남 코치였던 김지호를 만나면서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댄스스포츠 연습을 했던 강남의 연습장을 찾은 정준하는 당시 안되는 몸으로 땀을 쏟아가며 노력해 무대에 올랐지만 실수를 여러 번 해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눈물을 흘렸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에어로빅에 도전했던 강북의 한 에어로빅 연습장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할마에가 있었다. 그 곳을 찾은 박명수는 한쪽 벽에 빼곡이 붙어있는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그 힘들었던 도전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장기 프로젝트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것은 모두 잊어버린 것 같지만 그들의 몸 속에 그대로 기억되어 있는 시간들이었다. 오랜 만에 조정을 하게 된 유재석은 전부 다 까먹었다고 밝혔지만 막상 배 위에 오르자 마치 계속 연습해온 선수처럼 자연스럽게 그 동작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댄스스포츠를 다시 해 보이는 정준하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동작들이지만 그건 그의 머리가 아니라 몸에 각인되어 있었다. 다시 끝없이 이어지는 다이어트 동작을 하는 박명수 역시 체력은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과거의 장면들과 교차 편집된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머릿속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몸에 각인된 기억. 이것은 아마도 <무한도전>이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같이 11년을 해온 시청자들에게도 특별한 이유일 것이다. 그저 평범한 시도들이었다면 벌써 지워져버릴 도전들일 수 있지만, <무한도전>은 그 도전이 몸속에 박혀 지워지지 않을 만큼 온 몸을 던졌고, 시청자들 역시 그 진정성을 느껴왔기 때문에 그 장소만 가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될 수 있었다는 것.

 

무도리를 잡는 증강현실 기반의 게임을 한 것이지만, 500회 특집은 그래서 <무한도전>이라는 기억이 마치 증강현실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걸 보여줬다. 길을 가다가 문득 그 곳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어떤 도전을 했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일.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결코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들. 500회 특집 무도리 go’는 마치 증강현실처럼 우리 일상 속에 각인된 <무한도전>의 흔적들을 찾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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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9>의 눈물, 진심이 느껴진 까닭

 

<댄싱9>. 이건 실로 오디션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하다.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이 이제는 더 이상 경쟁과 서바이벌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제 아무리 경쟁의 시스템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여지는 ‘공존과 협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K팝스타>가 배출했던 수펄스가 그랬고, <보이스 코리아>의 백미인 콜라보레이션 미션이 그랬다.

 

'댄싱9(사진출처:mnet)'

그런데 <댄싱9>은 차원이 다르다. 가창의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일상화된 것이지만, 춤은 아직까지 실험적인 단계가 아닌가. 도대체 현대무용과 스트릿댄스가 어우러지고, 한국무용과 재즈댄스가, 또 댄스스포츠와 스트릿댄스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우리가 어디서 접하겠는가. 물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작품을 통해 비보잉과 발레가 접목됐을 때나, 숙명가야금 연주단과 비보잉 그룹 라스트포원이 만나 절묘하게 꾸며지는 무대를 봤을 때 그 감동이 배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나.

 

단 6시간 정도를 주고 이 다양한 장르의 춤을 한 무대로 선보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자못 무모한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무대 위에 올라온 결과물을 보면 이건 기대 이상이다. 단지 춤이라는 공유점 하나만을 갖고도 이들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결과를 보이는 걸까. 스트릿 댄스를 하는 서영모가 캡틴인 무대에서 한국무용을 하는 김해선의 압도적인 표정으로 무대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면이나, 스트릿 댄스의 하위동이 캡틴으로 나선 무대에서 현대무용을 하는 이선태가 그 느낌을 맞춰주는 장면은 순간 이 무대가 오디션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올라가고 누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최선의 무대를 향한 이들의 의지는 심지어 합격과 불합격의 차원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거의 모든 무대 미션은 울음바다가 되기 마련이다. 팀을 이끌었던 캡틴은 누군가 떨어진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 일쑤고, 떨어진 팀원들은 오히려 캡틴에게 감사를 표한다. 심지어 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뜨린 마스터들도 눈물을 글썽인다.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틀 속에 들어와 있지만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눈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댄싱9>이라는 무대가 이들 춤꾼들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일 게다. 춤. 사실 지금껏 춤은 대중문화의 중심에 들어온 적이 별로 없었다. 현대무용이나 발레 같은 클래식은 어딘지 대중과 유리된 어떤 세계처럼 치부되어왔고, 비보잉 같은 스트릿 댄스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에 반짝 관심이 모였다고 해도 그것이 그들의 위상을 바꿔주지는 못했다. 댄스 스포츠는 <무한도전>이나 <댄싱 위드 더 스타>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면에 세워진 적이 있으나 여전히 대중문화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춤 하면 여전히 대중들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백댄서. 춤바람. 심지어 제비가 아니던가. 그들은 그렇게 가수들 뒤에서 춤추는 존재들로 치부되어 왔고, 심지어 사모님을 돌리고 돌리는 그런 타락의 존재들로 비하되어 왔다. 이런 편견은 고전무용이나 현대무용 같은 클래식을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딘지 대중과 유리된 귀족들만을 위한 춤처럼 여겨지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게 그들의 현실이 아니던가.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과거 한 스포츠화 광고에서 이종원이 의자 하나를 놓고 보여준 현대무용이 대중들을 열광시킨 적이 있었고, <백야>의 미하일 바르시니코프는 놀라운 연속 턴으로 발레의 세계에 우리를 푹 빠뜨린 적이 있었으며, 최근에도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블랙스완>이나 하다못해 <개그콘서트>에서 발레를 소재로 했던 ‘발레리노’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춤은 그렇게 늘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한때 우리를 주목시키기도 했지만 그것이 하나의 독립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장르로 인식되지 못하고 광고나 영화 심지어 개그의 소재로서 일회적인 관심에 그쳤던 감이 있다.

 

‘백댄서’로 표상되듯 늘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 서서 누군가를 돋보이게 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비로소 온전히 무대의 중심에 세워준 <댄싱9>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을 것인가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 그들이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것은 그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말해주는 것이고, 또한 춤의 장르는 달라도 ‘춤꾼’이라는 한 마디로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과 콜라보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댄싱9>이 우리에게 새롭게 보여주는 ‘춤꾼’의 세계는 그들이 갖고 있는 경쟁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춤’이라는 공유지점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지극히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적어도 춤꾼들을 백댄서 혹은 화석화된 고전을 여전히 시연하는 존재 정도로 보는 시선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그 누가 이들을 더 이상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토록 아름답고 인간적인 몸의 언어들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려 몸부림치는 그들을.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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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4 10:39 era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젼 기다리는 오디션~
    기대도 없고 생각도 없었는데 우연하게 재방보고 그들의 열정과 꿈이..
    마음 뭉클하게 하더라구욤.!
    춤이라는게 이렇게 멋졌구나 하는 생각에
    무대를 찾아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까지..ㅋ
    좋은 프로그램같아요~!!

<댄싱9>, 여타의 오디션과 다른 차별점은?

 

현대무용이 이토록 멋진 춤이었던가. 남성 발레의 그 역동적인 힘은 또 어떻고. 그저 춤이라고 하면 걸 그룹들이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맞춤형으로 갖고 나와 추던 걸로만 생각했던 이들에게 <댄싱9>은 춤의 신세계를 열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브레이크 댄스에서 스트릿 댄스, 발레, 스포츠 댄스, 탭댄스, K팝 댄스 심지어 고전무용까지... 이 땅의 춤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을 한 무대 위에 올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험적이면서 가슴 떨리게 만드는 기획이다.

 

'댄싱9(사진출처:mnet)'

현대무용을 하는 이선태가 특유의 부드러운 동작 속에 강인한 면을 섞어 강온 양면의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마스터들을 매료시켰다면, 댄스스포츠 선수로 유명한 배지호는 골반 돌리기와 현란한 스텝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고전무용을 하는 김해선이 우리 춤이 가진 우아하고 절제된 선을 선보인다면, 크럼프를 추는 음문석은 근육질의 몸에서 나오는 힘을 춤에 맞춰 한껏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댄싱9>의 무대가 놀라운 것은 그동안 우리에게 선입견으로 자리한 여러 장르의 춤들을 재발견시켜준다는 점이다. 사실 현대무용이나 발레, 고전무용은 대중성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춤들이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춤꾼들이 춤을 추기 위해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언감생심이고 현실에 부딪쳐 춤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겨질 정도.

 

그래서 미소년의 얼굴로 싱긋 웃으며 현대무용을 선보이는 한선천의 춤 동작에서 묻어나던 어떤 절제된 아픔은 고스란히 그걸 바라보는 마스터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고, 격렬한 춤동작으로 바지가 찢어졌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뮤지컬 배우 문예신에게서는 그 절절한 열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항간에는 <댄싱9>이 <슈퍼스타K>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노래가 춤으로 바뀌어졌을 뿐, 참가자들의 때론 감동어린 스토리와 때론 자극적인 연출이 비슷하다는 것. 하지만 노래를 춤으로 바꾼 바로 그 지점부터가 다르다. 노래는 듣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춤은 보는 것에 더 집중한다. 노래가 목소리가 주는 매력에 빠져드는 것이지만 춤은 몸이 표현하는 아름다움과 감정에 매료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은 <댄싱9>이 설혹 <슈퍼스타K>와 비슷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구사한다고 해도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단순한 오디션이 아니라 레드윙즈와 블루아이로 구성된 팀을 나누어 대결하는 방식도 새롭다. 마지막 9초에 빨리 키를 돌리는 팀이 참가자를 데려올 수 있는 방식은 팀 대결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상대방 팀이 뽑은 참가자를 데려올 수 있는 마스터키 제도는 이 대결에 치열한 두뇌싸움을 만든다. 너무 좋아서 섣불리 뽑아오다가는 바로 마스터키로 인해 상대방 팀에게 기대주를 빼앗길 수 있게 되는 것.

 

엠넷 신형관 국장은 “3회부터 공개될 전지훈련에서는 자기 분야가 아닌 춤을 즉석에서 소화해내야 하는 미션 등이 소개될 예정이라 훨씬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의 말대로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됐던 춤이 어느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는 그 과정은 대단히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춤의 종목은 달라도 그것이 결국은 모두 몸으로 표현된다는 그 한 가지의 믿음 때문이다. 몸으로 엮어지는 춤의 공감대가 자못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사실 몸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아직까지 예민하지 못하다. 그저 춤이 흥겹다는 것을 알뿐 그 묘미가 어떻게 생겨나는 지는 춤의 영역에 있는 이들을 빼면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때로는 교육적인 기능도 담당한다. 물론 그 교육은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잘 즐기기 위한 것이다. 과거 <슈퍼스타K>가 좀 더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대중들의 귀를 만들어주었다면, 이제 어쩌면 <댄싱9>은 좀 더 몸이 전하는 아름다움, 즉 춤을 즐길 수 있는 대중들의 눈을 만들어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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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통해 최고가 된 그들, ‘무한도전’

‘최고는 아닙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한도전’ 댄스 스포츠 특집편에서 3개월 간의 피나는 연습을 통해 대회에 나가게 된 출연진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잔뜩 굳은 얼굴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왜 이런 도전을 시도했는지조차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던 정준하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자, 그 동안의 큰 웃음은 큰 눈물로 변했다. 모든 출연진들은 아쉬움에, 미안함에, 흡족함에, 감사함에 눈물을 흘렸다. 물론 모두들 예선탈락을 했지만 이 특집편이 보여준 큰 웃음과 큰 눈물, 그리고 최선을 통해 최고가 되는 모습은 ‘무한도전’이, 아니 그 출연진들이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 그냥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최고가 아니기에 큰 웃음을 주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무한도전’의 프로그램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들이 최고라면 도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평범하다. 더욱이 도전과제로 제시되는 패션쇼나 드라마, 댄스 스포츠 같은 것은 오히려 그들을 평범 이하로 만든다. 그들은 잘 생기지도 않았고, 몸매가 잘 빠진 것도 아니며, 운동신경이 남다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 어느 것에도 최고가 아닌 상황을 최고로 뒤집어버리는 힘을 제공한다.

그들은 못하는 것으로, 굴욕을 당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준다. 그들에게 댄스 스포츠 같은 좀체 시도하기가 어려운 ‘무리하거나 무모한’ 도전과제가 던져지는 의도는 명확하다.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 자체가 큰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몸으로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댄스 스포츠에 도전해야하지만 몸치인 그들은 엉성하고 뻣뻣하고 뒤죽박죽인 몸의 굴욕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준다. 이것은 말 그대로의 살아있는 몸 개그의 현장이 된다. 여기에 프로페셔널한 파트너들의 현란한 몸 동작은 그들의 ‘뻣뻣한 몸’을 더욱 부각시킨다.

최선을 다했기에 큰 눈물을 주다
하지만 굴욕적인 모습을 감내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자의 도전은 그 성패를 떠나 아름답다. 아니 그것은 최고의 조건을 가진 자들이 도전에 성공하는 모습보다 더욱 그러하다. 몸치였던 그들의 몸이 무수한 노력을 통해 리듬을 타기 시작할 때, 몸 개그의 큰 웃음은 아름다운 몸 동작이 주는 감동으로 변한다. 무모해 보이지만 끝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큰 웃음을 주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볼수록 마음은 점점 도전하는 그들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게 만든다. 무대에 올라 80일 동안 노력한 결과를 선보이고 돌아오는 길,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보는 이에게도 큰 눈물을 준다. 도전의 시간들 속에서 묵묵히 큰 웃음을 위해 고생을 숨겨온 몸이 슬픈 제 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눈물은 또한 개그맨의 눈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늘 망가지고 무너지면서도 웃고 있는 그 얼굴과 몸의 이면에는 분명,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흘린 땀과 눈물이 숨어있다. 그러니 우리가 본 큰 웃음과 큰 눈물은 같은 것이다. 큰 눈물이 수반되는 노력을 했기에 비로소 진정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지 ‘무한도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이 땅에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개그맨들이라면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들을 최고로 만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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