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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우만큼 세월호 가족도 껴안을 순 없을까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우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릴레이 이벤트다. SNS를 타고 세계로 번져가는 이 행사에 우리네 연예인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참여하고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또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을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는 이벤트에 연예인들도 동참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고 또 박수 받을 일이다.

 

'사진출처:김장훈 페이스북'

물론 과도한 연예인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래 취지와 의미는 퇴색된 채 자기 홍보나 프로그램 홍보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어차피 이처럼 자발성을 요하는 행사라면 저마다의 목적성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홍보성도 이해 못할 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건, 이 행사 자체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지금 이 릴레이 행사가 즐겁게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채 쓰러져 나가고 있다는 현실 때문일 게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상황이다. 가장 오랫동안 단식을 이어온 유민아빠는 지난 21일 쓰러져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이런 상황이니 루게릭병 환우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의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연예인들이 줄줄이 동참하는 것을 그저 즐겁게만 바라보기 힘든 것일 게다.

 

연예인이 사회운동에 동참할 때 가장 큰 것이 그 파급력이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더 주목되는 위치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다. 광화문에서 유민아빠와 함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김장훈의 행보는 그 연예인의 사회참여가 발휘하는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광화문에 나가기 전까지 우리는 부끄럽게도 단 몇 달 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김장훈이 거기 서게 되면서 그 곳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아픔이 다시 세상을 향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할테니 힘내시라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그랬더니”, “우리장훈씨 내가 짜장면 한그릇 꼭 사준다고 했다는 김장훈이 남긴 유민아빠에 대한 페이스북의 이야기는 그 어떤 외침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장훈이 말하듯, ‘우리장훈씨짜장면이라는 말이 아프면서도 따뜻한그 느낌을 먹먹하게 전해준다.

 

아이스버킷 행사에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건 그 자체로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의미 있는 행사마저 불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건 세월호 참사가 남긴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이고, 그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그저 덮으려고만 하는 책임자들의 책임 없는 행동들 때문일 것이다. 당장 우리 앞에 놓여진 암담한 현실이 좋은 행사에 즐겁게 참여할 수만은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장훈의 행보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은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리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김장훈이 얘기하듯 유민아빠가 원하는 건 보상도 아니고 하야도 아니다. 그 요구란 살만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일 뿐이다. 아이스버킷 릴레이가 루게릭병 환우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뜻 깊은 행사라면, 우리 모두에게 당면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훈은 단식을 하면서 제일 생각나는 노래가 시인과 촌장이 부른 좋은 나라라는 곡이라고 했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우리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서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김장훈의 의로운 행보가 그 좋은 나라를 위한 또 다른 아이스버킷릴레이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Posted by 더키앙

기부문화, 지나치게 엄격할 이유 있나

 

요즘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이른바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사회운동의 하나로 희귀병인 루게릭병을 세상에 알리고 또 그 환우들에게 기부도 권장하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벤트다. 지목받은 인물들이 24시간 내에 머리에 얼음을 물을 뒤집어쓰거나 혹은 미국의 ALS 협회에 기부를 하는 일종의 게임처럼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

 

'사진출처:이켠의 아이스버킷 SNS'

가끔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도 있지만 연예인들이 단연 많다. 아이돌 걸 그룹 베스티의 지목을 받아 유재석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온 후 점점 더 많은 연예인들의 행사 참여 동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연예인들의 참여가 점점 많아지면서 행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도 조금씩 생겨났다.

 

이켠은 유행처럼 아이스버킷 동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그 마음은 인정되지만 루게릭병에 관해서 알고들 하는 건가?”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의미에 대해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그게 엄밀한 이 행사의 의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그가 너무 재미 삼아 즐기는 것 같다. 그럴 거면 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한 내용은 뜻은 알겠지만 너무 기부 같은 사회운동에 대해 엄격하게만 바라보는 시각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켠은 후에 자신의 이 발언에 대해 사과한 후 스스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행사에 동참하는 뜻을 전했는데, 이 해프닝 속에는 우리가 사회기부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를 갖고 있다는 걸 살짝 보여주었다.

 

또 한편에서는 이 행사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자 연예인들이 취지와는 상관없이 자기 홍보를 위해 행사에 참여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클라라와 전효성은 그래서 아이스버킷 릴레이에 참여하고도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 사실 여기에는 언론도 한 몫을 한 부분이 있다. 행사에 참여한 사진을 올리면서 그 뜻을 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볼륨감이나 속살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이들의 참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사 자기 홍보를 위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또 루게릭병을 알리는 행사지만 거기에 즐겁게 얼음물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이 비판받을 일인가는 의문이다. 이 행사에는 분명히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의 자기 과시욕 같은 것들도 들어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조용히 기부를 하지 SNS상에 굳이 동영상을 올린단 말인가. 흔히들 기부를 한다면 엄청난 의미부여와 진지함을 떠올리지만 바로 그런 점은 기부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스버킷 릴레이가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즐거울 수 있다(fun)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즐겁게 웃으면서 행사에 참여하고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리고 또 기부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약간의 자기 홍보를 담고 있다고 해도 권장될 일이다. 또한 루게릭병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돕는 기부행사까지 고통을 강요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루게릭병을 앓는 환우들도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기부문화가 너무 엄격하거나 진지함에 빠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항간에는 얼음물만 뒤집어쓰고 기부는 안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부란 반드시 금전적인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행사에 같이 참여하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이름의 기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부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건 그 어떤 의미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연예인 홍보? 좀 하면 어떠랴. 그걸 통해 행사가 더 즐거워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Posted by 더키앙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배우, 김명민

김명민의 연기투혼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불멸의 이순신'에서 신화 속의 이순신을 인간 이순신으로 살려놓고,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을 통해 우리 시대의 욕망을 들춰내고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로 변신해 오합지졸 갈 곳 몰라 하는 서민들에게 벼락같은 호통과 당당함을 가르친 우리 시대의 진짜 배우, 김명민. 그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이제 온 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로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MBC스페셜'이 조명한 배우 김명민은, 이미 종우처럼 걷고 종우처럼 생각하고 종우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자동차 앞에서 넘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김명민은 계속 "한번만 더"를 요구했다. 정작 그것을 요구해야 할 감독 스스로도 숙연해질 정도로 그는 종우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잘 먹지 못하는 종우가 되기 위해 감량에 감량을 거듭해온 김명민은 무려 20킬로그램을 빼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혹자는 미이라 같다고 얘기하지만, 김명민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거기에 김명민은 없었다'였다는 건,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배우 김명민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에 정작 김명민은 없고 종우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작품을 했던 사람이 이 작품을 했다는 게 의심 갈 정도로 캐릭터의 차별화가 확실했으면… 사람들이 제 이름을 제대로 모르고 못 알아봐도 제가 배우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 루게릭’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종우.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지수(하지원)의 감동 휴먼스토리. '내 사랑 내 곁에'를 설명하는 간략한 문구를 보나, 극단적인 신파라는 평까지 받았던 '너는 내 운명'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의 면면을 보나 이 영화는 지독하게도 눈물샘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내 사랑 내 곁에'가 신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대중들을 감동시켰다. 그 감동의 실체는 김명민이 전하는 영화에 대한 진심이다.

억지 코드로 연출되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신파와는 달리, 우리는 완벽하게 종우가 된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종우의 진심을 이미 훔쳐보게 되었다. 루게릭병이 가진 종우의 고통을 이미 바짝 마른 몸으로 수척해진 김명민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안타까울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은 김명민의 연기투혼이 왜 의미 있는 일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종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종우로 살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감동을 주는 배우, 김명민. 그 스틸 한 컷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이미 연기의 차원을 넘어서 거기 있는 그 사람이 김명민이 아니라 진짜 루게릭병을 앓는 종우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가을 그 종우 때문에 우리들은 아마도 깊은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분명.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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