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이 그리는 기간제 교사의 답답한 현실

 

과연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을 보다보면 <미생>의 장그래가 학교로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교사와 기간제로 선이 그어져 있는 대치고등학교. 고하늘은 전혀 몰랐지만 이 학교에 삼촌 문수호(정해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채용비리를 의심받는다. 함께 들어간 기간제 교사들은 그래서 고하늘에게 편견어린 시선을 던지며 그를 따돌림 한다. 기간제 교사라는 위치 자체가 미생이지만, 그들 속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블랙독(색이 검다는 이유로 꺼려지는 유기견)’의 처지가 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교사로서의 학교생활도 만만찮다. 교과 파트너가 된 김이분(조선주)은 대치고 교사들이 모두가 꺼려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덜컥 고하늘이 그 파트너가 된 것. 전화로 오라가라 명령하는 김이분은 노골적으로 고하늘에게 빨대를 꽂으려 한다. 고하늘이 만든 수업자료들을 마치 자신이 양보라도 하듯 공유하자고 하고, 그렇게 갈취(?)한 수업 PPT와 자료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수업한다. 고하늘은 함께 수업자료들을 준비하자고 제안하지만 김이분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걸 보다 못한 같은 진학과의 도연우(하준) 선생이 고하늘에게 김이분과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건 만든 사람만 알 수 있는 PPT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는 것이었다. 교과 내용 정리야 누구나 활용할 수 있지만 자기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만든 PPT 자료는 만든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김이분은 활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김이분은 고하늘에게 대놓고 갑질을 시작하지만 고하늘은 이런 분란의 피해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거라는 걸 알고는 김이분에게 자료까지 공유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이렇게 고하늘에게 빨대를 꽂아 공개수업까지 잘 끝낸 김이분을 교감이 모를 리가 없었다. 교감은 고하늘과 김이분을 함께 불러 같이 자료를 만든 게 맞냐고 물었고, 고하늘은 맞다고 말함으로써 김이분을 놀라게 했다. 김이분 역시 이 상황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개과천선했다. 고하늘과 오히려 가까워졌고 그와 함께 수업준비를 해나갔다.

 

하지만 고하늘이 처한 기간제라는 처지는 늘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고하늘은 1년 계약으로 뽑혔지만 한 교사가 다음 학기에 돌아오게 되어 반 학기만 계약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기간제와 정교사는 노는 물이 다르다며 선을 긋는 송영태(박지환)가 교내 방송으로 수업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들을 불러 모으는 만행을 저지르자 이를 견디지 못한 송지선(권소현) 선생이 학교를 떠나버리고 고하늘은 1년 계약을 하게 된다. 고하늘은 떠나간 송지선이 말한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이 가슴에 박힌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기간제 교사는 1년을 넘어가는 수업 계획조차 잡을 수 없는 처지다.

 

<블랙독>은 학교를 소재로 다루는 많은 드라마들이 초점을 맞춰왔던 학생이나 부모가 아닌 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도 일반 정교사가 아니라 기간제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박성순(라미란)이 상심해있는 고하늘에게 “학생들에게는 정교사나 기간제나 다 똑같은 교사”라고 말해주지만 그게 진정으로 기간제 교사들에게 위로가 될까 싶다.

 

<블랙독>은 물론 중간 중간 자그마한 판타지들을 던져주지만, 전반적으로는 기간제 교사의 무거운 현실을 다루고 있다. 또 입시 교육 앞에서 치열하게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현실 또한 그려진다. 그들은 학원가에서 거액의 연봉을 얘기하며 스카웃 제안이 오지만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너무 적나라한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별은 우리네 사회가 가진 정직원과 계약직 직원 사이의 차별을 그대로 그려낸다. 워낙 무거운 주제여서인지 드라마 역시 무겁고 사이다 판타지를 섣부르게 던지기보다는 고구마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과연 고하늘은 미생을 벗어나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은 그가 웃을 날만을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사진:tvN)

'나영석 PD 천재설'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빨리 알아보고 내 것처럼 빼 쓰는 능력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온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 “천재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더 많이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KBS 시절부터 협업이 얼마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의 시너지를 올리는가를 경험해왔던 PD다. 혼자서는 힘겨웠던 신출내기 연출자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있어 그는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었다. 

그가 CJ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거기 이미 포진해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CJ로 와 tvN 예능의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반이 ‘협업’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가 남다르게 다가올 법 했다. 지난 한 해 그는 내내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윤식당>, <강식당>, <알쓸신잡> 같은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나영석 PD가 홀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런칭하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답변이었지만,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협업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신원호 PD가 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가 천재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토록 많은 취향들을 담아내고, 그 많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펼쳐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일찍이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능 방식으로 작가와 PD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캐릭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그의 방식은 협업이 어째서 지금의 제작 방식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생각과 취향이 녹아들기 때문에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협업에서 나온다. 

<미생>, <시그널>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원석 PD는 지금의 성공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협업’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 역시 나영석 PD가 얘기한 것처럼, 성공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같이 협업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내 것처럼 빼쓰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했다. 

한때 ‘사단’이라고 하면 그저 관계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단’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영석 개인이 아닌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고, 신원호 개인이 아닌 신원호 사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 밑바탕에 그 성취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협업을 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제 성공하는 콘텐츠의 기본 조건으로 ‘협업’은 중요한 화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단의 탄생’은 이제 보다 강력한 콘텐츠를 위한 기본전제가 되어가고 있다.(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아르곤’, 빈틈없는 김주혁과 겁 없는 천우희의 캐릭터 시너지

앵커와 용병 취급받는 구박덩어리 기자지만 이 조합 볼수록 기대된다.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의 앵커 김백진(김주혁)과 계약직 미생 기자 이연화(천우희)가 그들이다. 얼핏 보면 이 조합이 무슨 힘을 발휘할까 싶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가 이들이 해나가야 하는 싸움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아르곤(사진출처:tvN)'

앵커 김백진은 모든 일에 있어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했던 일처럼 여겨진 것조차 어떤 계산에 의한 것이다. 그런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목이 미드타운 붕괴사고의 책임을 현장 소장에게 뒤집어씌운 것에 대한 추가보도를 거부할 때 이연화를 인터뷰자로 갑자기 세운 장면이다. 

사실 김백진은 이연화를 자신의 아르곤 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찍어 누르려고 하는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가 심어놓은 스파이로 의심했던 것. 방송 사고라도 나면 어쩔 뻔 했냐는 신철(박원상)의 물음에 그는 그런 방송에 팀원들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즉 이연화는 자신의 팀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괜찮다는 판단으로 그녀를 세웠다는 것. 

반면 <아르곤>을 <미생>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자 장그래 이연화는 스스로 자신이 막장에 서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래서 못할 것이 없다. 발로 뛰어 미드타운 붕괴사고 이면에 고위급 정부 관료까지 연루된 정황을 담은 사진을 찍어온다. 김백진은 이연화의 합리적 의심을 ‘소설’이라 일축했지만 그녀가 가져온 증거에 놀란다. “용병이라 그런가 겁이 없어”라고 말하는 김백진은 결국 이 사건을 끝까지 맡아 보라고 이연화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김백진은 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일을 그들만의 비밀로 하자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 거기에도 김백진의 빈틈없는 계산이 들어가 있다. 그는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는 이 사건추적에 팀원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고, 그래서 자신과 이연화 둘이서 그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 

한편 이 둘이 싸워야 할 대상이 의외로 거대한 게이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더 흥미진진해졌다. 단지 방송사 내에서 벌어지는 김백진과 유명호의 대립구도처럼 시작했던 이야기는, 그 이면의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김백진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서 비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나가며 거대 권력과 맞서게 되는 스토리로 확장되었다. 

이 거대 권력과 한 판 싸움을 벌이게 되는 김백진과 이연화의 조합이 흥미로운 건,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빈틈없는 경력자의 노련함과 계약직인 데다 팀 내에서도 구박만 받는 막장 신입 기자의 패기와 열정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거기에는 미생 이연화가 기자로서 차츰 성장해가는 과정을 본다는 흐뭇함이 깔려 있고, 김백진과 멜로는 아니더라도 선후배 관계의 진전 같은 훈훈함이 존재한다. 

언론 적폐 청산의 이야기가 절실해진 요즘, 응당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는 바람직한 언론인들의 사투가 보여주는 심정적 지지는 그 어떤 것보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대중적 열망을 담아 <아르곤>의 김백진과 이연화 조합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조합의 힘이다.

임시완, 아이돌에서 연기돌, 연기돌에서 연기자로

이제 임시완에게 더 이상 아이돌이라는 지칭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2012년 <해를 품은 달>에 어린 허염 역할로 잠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곱상한 외모가 연기보다 더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영화<불한당>

하지만 2013년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 역할로 분해 갖은 고문을 당하는 청년을 연기하는 임시완에게서 아이돌의 이미지는 말끔히 지워져버렸다. 그 아픔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그는 진우의 그 처연하기까지 한 모습을 연기했다. 텅 비어버린 듯한 눈빛은 바로 그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연기자라는 호칭은 그러나 그렇게 호락호락하 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2014년은 그래서 임시완에게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추락했다 상승하는 연기의 진폭을 보여준 해였다.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그의 연기는 그다지 주목되지 않았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는 과장되게 느껴졌고, 당연히 그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해 말 <미생>이 다시금 그의 연기자로서의 진가를 끄집어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 때론 안으로 감정을 누르고 때론 밖으로 터트려내며 임시완은 장그래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가 되어갔다. 물론 그것은 너무 잘 맞는 옷이어서 그에게 넘어서야할 도전이 되는 캐릭터였다. 지금도 장그래의 잔상이 그에게서 느껴질 정도로.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불한당>의 현수라는 인물은 이 장그래라는 옷을 벗고 임시완이 또 다른 옷을 챙겨 입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캐릭터가 되었다. 작은 키에 어딘지 가녀리게까지 느껴지는 임시완의 이미지는 이 작품 속에서는 오히려 반전효과를 만들어냈다. 저렇게 예쁘장한 외모에서 어떻게 저런 폭발력이 나오는가가 놀라움을 줄 수 있을 만큼.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영화 도입 부분에 감옥에서 현수가 거구의 상대와 대결하는 장면을 보며 “어 저 놈 봐라”하며 짜릿한 쾌감과 끌림을 느끼는 재호(설경구)의 시선은 고스란히 관객들의 시선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감옥을 나와 패거리들과 싸울 때 시계를 감은 주먹으로 상대방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에서는 더 이상 연약한 이미지의 임시완은 사라져버렸다. 

<불한당>이 보여주는 재호와 현수의 피와 눈물이 범벅되는 브로맨스는 어떤 남녀 간의 멜로보다 더 진하게 그려진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액션과 그 속에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임시완의 연기는 굉장히 섬세하게 느껴졌다. 증오와 분노와 형제애 같은 정이 뒤범벅된 감정연기는 그래서 관객들을 그 인물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자기 모습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해내며 연기돌이라 불렸던 임시완은, 이제 사뭇 상반된 캐릭터 역시 연기해내면서 온전히 연기자라 불러도 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이제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변호인>부터 단 4년 사이의 일이라고 보기엔 놀라울 만큼의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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