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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풍자의 부활에서 느껴지는 개그맨들의 고충

 

민상토론2’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개그콘서트>대통형은 더 직접적으로 현 시국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민상토론의 콘셉트는 시사나 정치에 대해 할 말은 있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사 풍자는 직접적이기보다는 애써 빙 둘러가는 형태로 이뤄졌다.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라고 변명하면서 풍자하는 방식이었던 것.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반면 대통형은 대놓고 서태훈이 대통령 캐릭터로 등장하고 유민상이 국무총리, 이현정이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호가 교육부 장관, 김대성이 문체부 장관, 홍현호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출연한다. 국정 운영의 파행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를 담는다는 점에서 민상토론의 간접적인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깨톡으로 회의하려는 대통령 이야기나, 높은 자리에 있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내놓는 비아그라, 1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골품체조’, 취업이 어렵다는 말에 대통령도 5년 계약직인데 그걸 다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서태훈의 이야기나, “누구는 말만 하니까 말도 주고 돈도 주더라는 비선실세 최순실 이야기 등등 현 시국에 대한 풍자가 대놓고 다뤄졌다.

 

풍자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보는 이들의 답답한 속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풀어내는 그 힘을 대통형은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시사 풍자 개그가 다시금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만 해도 용감한 녀석들이나 사마귀 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같은 시사 풍자가 신랄했던 개그 코너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사마귀 유치원으로 최효종이 피소된 바 있고, ‘용감한 녀석들은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등장했던 닭치고같은 코너는 애초에는 신랄한 정치풍자를 담고 있었지만 서서히 이런 색채는 빠지고 대신 몸 개그로 변화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나마 그 때까지는 이런 시사 개그들이 계속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 시사 풍자 개그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그나마 등장한 민상토론이나 횃불투게더같은 코너는 오히려 제대로 풍자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는 코너였다. 게다가 ‘1 1’ 코너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등장해 시사풍자를 보여줬던 이상훈은 어버이연합에 의해 피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에 고소당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들은 의외로 개그맨들 본인들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진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가 만났던 한 개그맨은 이런 압력이 의외로 크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걸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 개그맨은 이렇게 스트레스에 시달릴 바에는 아예 시사 풍자 같은 걸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나마 지금 <개그콘서트>의 시사 풍자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진 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학교든 회사든 길거리든 어디서든 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상토론2’에 이어 더 신랄해진 대통형같은 코너가 나오는 것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짠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그맨들이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코미디 같은 웃음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가감 없는 표현의 자유를 열어주는 일.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이런 작은 숨통 하나 틔워주는 일이.

Posted by 더키앙

'1박2일' 믿고 보게 만드는 김준호의 활약

 

김준호가 <12>이라는 제 물을 만났다. 야외에서도 실내에서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나 행동 하나 하나가 말 그대로 빵빵 터진다. 2주 전 금연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이 콘셉트는 상당히 불안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남자의 자격>에서 한 번 시도했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도전은 <12>보다는 <무한도전>에 더 어울리는 아이템처럼 보였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신의 한 수는 증도라는 금연 섬을 여행공간으로 찾아냈다는 점이다. ‘담배를 팔지 않는 금연 섬으로 증도는 <12>과 금연이라는 아이템을 제대로 엮어주었던 것. 실제로 <12>이 금단증상을 이겨내기 위해 벌인 자전거 느리게 타기라는 게임이 공교롭게도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편에서 지구특공대와의 첫 번째 대결 게임과 같았지만 <12>은 금연과 슬로우 시티 증도라는 공간을 통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12> 금연여행에서 수훈 갑은 단연 김준호. 그는 몰래카메라에 속아 몰래 핀 담배로 바닷물 입수를 하기도 했고, 실내에서는 김주혁이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제보에 의해 벌어진 법정공방에서 사이코패스를 빗댄 니코틴 패스라는 말을 만들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저녁 복불복으로 치러진 발바닥 씨름에서도 김준호는 김종민과 경기와 상관없는 진흙탕 대결을 벌임으로써 큰 웃음을 주었다.

 

사실 김준호에게 <12>이 첫 번째 버라이어티는 아니다. 그는 이미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개그콘서트>의 콩트 코미디와는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이경규라는 대선배와 함께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게다. 즉석 상황극에 능한 그지만 이경규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극 설정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2>에서 김준호는 말 그대로 펄펄 날고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일단 끼어들면 살려내는 게 그의 역할이다. 김주혁, 김종민과 함께 쓰리쥐(?)라는 캐릭터군을 형성해 어수룩하게 당하는 모습은 <12> 시즌3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열심히는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습이 웃음을 주면서도 아날로그적이고 친근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김준호의 이런 활약은 <개그콘서트>가 그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10여 년 간을 <개그콘서트>에 몸 담아오면서 무수한 코너들의 감초이자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그가 아닌가. ‘갑을컴퍼니비상대책위원회그리고 최근의 뿜 엔터테인먼트까지 그는 잠깐 등장해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선보이곤 했다. 서수민 PD는 김준호의 이런 장점을 코너를 살려내는 힘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2>처럼 여행을 통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포착해내는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을 살려내는 김준호 같은 인물의 활약이다. 시즌31등공신은 물론 김주혁처럼 의외의 인물에게 돌아가지만 그 웃음의 바탕을 깔아주고 상황을 살려주는 김준호 같은 역할이 중요하다. ‘니코틴 패스에서 김주혁이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큰 웃음을 주기까지에는 그래서 김준호의 살살 꼬드기는 멘트가 주효할 수밖에 없다.

 

작년 KBS 연예대상을 받았을 때 김준호는 진정으로 얼떨떨해 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거기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2> 시즌3를 보다 보면 그의 연예대상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콩트 코미디에서도 버라이어티에서도 또 후배들을 밀어주고 챙겨주는 매니지먼트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준호가 있어 <12>은 점점 믿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개그콘서트> 서수민 PD, 왜 위기감을 느꼈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감사합니다' 같은 인기 코너가 사라졌고, '감수성'과 '사마귀 유치원'도 폐지 논의에 들어갔다. 파업이 끝나고 복귀한 서수민 PD가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칼을 뽑아들었고, 코너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물론 아직까지 새 코너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과감한 폐지 선언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실제로 무리한 점이 없잖아 있다. 만일 서수민 PD가 파업으로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있었다면, 코너들의 물갈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탔을 것이다. 잘 나가는 대표코너들이 있을 때, 새로운 코너들이 준비되고 그 중 몇 개가 두각을 나타내면 몇몇 반복되고 식상해지는 코너들을 폐지시키는 과정들을 서수민 PD는 물 흐르듯 진두지휘해 왔었다.

 

하지만 복귀해서 그간 변하지 않고 있던 <개콘>을 본 서수민 PD는 아마도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변화하지 않고 고여 있는 듯한 코너들, 긴장감 없는 분위기에서 사라져가는 헝그리 정신, 게다가 몇몇 개그맨들은 최근 들어 너무 잘 나가고 있지 않은가. 광고를 찍고 음원이 차트에 오르고 하는 건 물론 개그맨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자칫 그 본래 터전인 <개그콘서트>만의 긴장감이나 헝그리 정신을 희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서수민 PD가 칼을 든 것은 아마도 개개 코너들에 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결과는 코너들이 재미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거기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개그콘서트>라는 경쟁 시스템이 느슨해질 때, 코너들도 식상해지고 프로그램도 어려워지게 된다. 그것은 결국 개그맨들에게도 위기로 이어진다. 즉 당장의 편안함이 이 <개그콘서트>라는 시스템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서수민 PD의 칼날은 코너들을 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바로 경쟁 시스템 자체를 복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전히 보면 웃기기는 하지만 이미 반복적으로 굴러간다 싶은 코너들은 그래서 <개그콘서트>에는 그 자체로 독이 될 수 있다. '애정남'은 그 폐지 수순이 너무 늦었다 싶을 정도로 반복적이었다. 이 부분은 서수민 PD 역시 알고는 있었지만 시청자분들이 챙겨준 아이디어들을 그저 버릴 수가 없어서 존속시키고 있었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전히 재미있지만 역시 그 패턴이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안돼!"와 "고뤠!"의 반복인 셈이다. '불편한 진실' 역시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패턴 반복의 고리에 빠져 있다.

 

'사마귀 유치원'도 신선함이 사라져버렸지만, 그나마 그 안에서 일수꾼 최효종이 브로커로, 쌍칼 조지훈이 작두 아저씨로 캐릭터를 바꿔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코너도 큰 틀은 그대로인 셈이다. '생활의 발견'은 아이디어적으로는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는 코너지만(지금껏 남녀 사이로만 국한된 아이디어에 머물러 왔다) 좀체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게스트를 통해 넘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다만 '감수성'은 엔딩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복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 코너들은 어떨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빈 자리를 제대로 채워줄 핫한 코너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섭지 아니한가'나 '아빠와 아들' 같은 코너는 너무 과거에 무수히 써먹었던 개그의 반복처럼 여겨지고, '호랭이 언니들'은 개그우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기획적인 안목은 좋지만 개그로서는 너무 약한 게 흠이다. '박부장'은 공감은 가지만 한방이 부족해보이고, '하극상'은 너무 말장난으로 가는 느낌이다.

 

그나마 주목되는 것은 '희극지왕 박성호'다. 박성호를 전면에 내세운 이 코너는 예상과 반전으로 웃음을 만든다. 이 개그는 박성호가 하는 개그를 평가하면서 그것이 개그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웃음의 틀이 탄탄하게 여겨진다. 즉 박성호가 웃기지 않으면 웃기지 않다는 걸 내세워서(그는 <개콘>의 최고참이다) 웃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박성호 특유의 언변이 돋보이는 개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코너마저 내린다고 한다. 그만큼 <개콘>의 분위기가 남다르다는 얘기다.

 

어쨌든 <개콘>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래서 코너들보다도 먼저 경쟁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그 팽팽한 긴장감과 경쟁구도가 살아난다면 코너들은 자연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역시 서수민 PD는 명장이다. 여전히 적지 않은 20%라는 시청률에 현혹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변화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조만간 더 강력해진 <개콘>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Posted by 더키앙


김준현,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

"고뤠?!"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을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그는 지금 가장 '핫'한 개그맨이 분명하다. 새로 시작한 코너 '4가지'에서도 단연 그의 존재감은 빛이 난다. 뚱뚱한 몸에 뻘뻘 흘리는 땀, 그리고 조금은 걸쭉한 목소리까지. "누굴 돼지로 아나-" 하고 툴툴대며 시작했다가 "마음만은 홀쭉하다"로 끝나는 그 짧은 멘트지만 그가 연기해내는 이 '뚱뚱한 사람(그래서 오해를 사는)'이라는 캐릭터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느낌이 있다. 도대체 그게 뭘까. 이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연기력이 좋다고 하시는데, 과찬의 말씀입니다. 다만 대본을 보고 그걸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합니다. 예전보다 조금 편해진 건 사실입니다. 그 때는 이걸 해야겠다. 저걸 해봐야겠다. 이런 의욕이 좀 과잉되기도 했었는데 5,6년차가 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죠. 그러면서 비로소 코너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죠.”

김준현의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가 코너에서 활약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늘 사이드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중심으로 이동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DJ변의 별 볼일 없는 밤에’에서의 광고 패러디맨도 그랬고, ‘9시쯤뉴스’에서의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도 그랬으며, ‘생활의 발견’의 취객, ‘비상대책위원회’의 군당국자 역할로 그랬다. 그것이 모두 캐릭터를 살려내는 그만의 연기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쪽에서도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는데, 만나 본 그는 과연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

“연기 고민이 본래 많은데, 관심을 가져주시니 더 고민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해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상한 걸로 한다고 터지는 것도 아니죠. 참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굳이 배우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개그맨이지만 진짜 진한 페이소스를 줄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선보이고 싶죠. 김준호 선배님도 그런 쪽으로 길을 많이 뚫고 있는데, 적어도 개그맨들이 한 명의 코미디 연기자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요즘 하고 있는 ‘4가지’는 ‘이 땅에서 오해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발언대’로 만들어진 개그 코너다. 김준현은 이 코너에서 ‘뚱뚱한 남자’ 역할을 맡아 뚱뚱하다는 이유로 받는 갖은 오해와 설움을 토로한다.

“처음에는 김기열, 이종훈이 코너를 짰는데 허경환이 나도 시켜줘 해서 들어왔습니다. 나한테는 돼지 캐릭터로 하나 할 거냐는 제안이 와서 하기로 했죠. 그런데 처음에 이것은 콩트 형식이었습니다. 뭔가 빵빵 터지는 게 없어서 계속 고치고 바꾸고 했는데, 서수민 PD가 콩트 말고 그냥 자기의 핸디캡을 털어놓고 그게 어떠냐는 식으로 처음부터 치고 가자고 제안해서 방향성이 잡혔죠. 이 코너는 개그맨들은 바뀌어도 코너는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핸디캡을 내세울 개그맨들은 널려 있으니까요. 김준호 선배도 이 코너를 하고 싶어하시더라구요. ‘오래됐다’는 콘셉트로 “오래된 개그 한번 해줘?”하고 치고 나오면 다들 좋아할 거라는 거죠.”

물론 김준현이 지금처럼 가장 관심을 받는 개그맨이 되기까지는 많은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서수민 PD는 김준현을 ‘폭소클럽’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친구였다”고 한다. 심지어 녹화도 빵구내고 잠수를 타기도 했다고 한다.

“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혼자 코너를 짜야 되기 때문에 외롭기도 했구요. 그게 결국 보니 동기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콘’으로 들어오면서 저도 동기들이 생겼죠. 지금 현재 ‘개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22기가 저의 동기들입니다.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도 되고 도움도 주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김준현은 열정의 개그맨으로도 불린다. 그가 코너를 할 때면 유독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후배 개그맨인 정태호는 김준현을 이렇게 평가했다. “안녕하세요” 하나 치는 것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생활의 발견’ 같은 코너에서 식당 손님 역할을 할 때도 그는 기다리는 동안 결코 가만 있지 않는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연기에 쏟는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찬입니다. 물론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실 체질상 제가 땀을 많이 흘립니다. 냉면 먹으면서도 육수를 뽑아내죠. 그래서 NG도 참 많이 냈습니다. '생활의 발견‘에서 제가 NG 제일 많이 내는 사람이었죠. 오래 기다리는 동안 땀에 마이크가 젖어서 첫 대사가 안 나오기 일쑤였으니까요. 살을 좀 뺄 생각입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너무 많이 찌면 연기하는데도 불편하게 되거든요.”

김준현이라는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이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저 뒷편에 잠깐 지나가는 역할조차 허투루 보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대본의 그 흔한 대사조차 유행어로 살려낼 수 있었던 것.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겸손하게 답하는 김준현에게서 ‘개콘’의 주축인 22기 중에서도 그 중심에 서 있는 그의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감과 그 이면에 놓여진 노력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Posted by 더키앙


김준현의 연기력, '개콘'을 살린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고뢔?!"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금은 과장되게 질러대는 김준현의 이 대사는 대본에 어떻게 적혀 있을까. 대본에는 그저 "그래?"라고만 적혀 있다. 그런데 그 평이한 되물음이 김준현의 입을 거친 후,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발휘된 것일까. 그것은 연기력이다.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김준호 같은)이 있는 반면, 개인기를 장기로 하는 개그맨(이승윤 같은)이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개그맨(최효종 같은)이 있는 반면, 얼굴이 무기(?)인 개그맨(박지선 같은)도 있다. 그런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개그맨은 누구일까.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대본이 있어도 '살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준현은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그가 지금껏 들어간 코너의 면면을 보면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는 메인을 맡기보다는 메인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보였던 'DJ변의 별볼일 없는 밤에' 코너에서 그는 변기수를 보조해 영화광고 패러디 원맨쇼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보조 정도로 생각됐지만 차츰 김준현의 광고 성우 역할이 더 화제가 되는 상황이 되자 분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9시쯤 뉴스' 코너에서도 김준현은 개콘유치원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 역할로 주목받았다. 어린이 같은 얼굴로 어른 세계를 풍자하며 분노하는 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100% 이상 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생활의 발견'에서 우연히 남녀 간의 대화에 끼어들게 되는 주로 취객 역할로 투입된 건 김병만의 추천이 있어서였다. 현재 '생활의 발견'은 어느덧 초반 송준근 신보라가 이끌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김준현의 끼어들기 개그로 중심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에 군당국자 역할로 그가 들어간 것은 이 코너의 메인인 김원효의 연기를 좀 더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서수민PD의 제안으로 들어간 김준현은 역시 이 코너에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하고 '비대위'의 관료주의를 꼬집지만, 정작 자신은 상황 파악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군 당국자의 역할은 긴장감을 만들었다고 일시에 풀어내는 김준현의 연기력이 그만큼 돋보이는 코너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네가지'에서 김준현은 뚱뚱한 사람 역할을 맡았다. '네 가지'는 못생긴 사람, 좀스러운 사람, 뚱뚱한 사람, 잘 생기기만 한 사람이 각각 나와 발언대에 올라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토로하는 코너다. 이 코너에서 김준현은 벌써부터 "누굴 돼지로 아나-"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뚱뚱하고 땀을 줄줄 흘리는 그 모습으로 엉뚱하게 오해받는 역할은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그 연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김준현이 지금껏 해온 개그 코너에서의 역할을 보면 결코 주인공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조 역할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는 주목받는 역할이 된 건 그 특유의 성실성과 연기력 때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즉 이제 김준현은 다른 개그맨들이 코너를 짜도 거기에 '꽂아주고 싶은' 개그맨이라는 얘기다. 그가 코너를 살려주는 '개그콘서트'의 연기담당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Posted by 더키앙


'개콘', 깊어진 공감, 신랄해진 풍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렇게 후보가 돼서 당선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되요. 선거 유세 때 공약도 어렵지 않아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되요. 이래도 당선이 될까 걱정이라면 상대방 진영의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의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이것만 알아내세요. 아 그래도 끝까지 없다면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세요.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돼있어요. 이렇게 여러분들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여러분들 이렇게 쉽게 국회의원이 돼서 서민을 위한 정책 펼치세요."

'개그콘서트'의 풍자가 더 독하고 신랄해졌다. '사마귀유치원'은 그 정점이다.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어른이 여러분'을 상대로 하는 '사마귀유치원'은 대놓고 정치적인 문제들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풍자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어른이들의 소망에 대해 최효종은 천연덕스럽게 "교대에 가면 된다"며, "초봉이 140만 원"인데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너무 쉽죠?"하고 말한다. 또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1인당 양육비가 2억4천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질문제에서부터 집 마련은 언감생심인 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까지 풍자의 대상에는 거침이 없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현실풍자가 그 바탕에 늘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이토록 강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사태를 전제해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와 무능력한 위기대처능력을 사정없이 꼬집는다. 당장 테러가 일어날 상황을 긴박하게 브리핑하지만, 거기에 대해 첫 마디는 "안돼-"인 상황.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음으로써 결국 위기에 대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무능력. '비상대책위원회'나 '사마귀유치원'은 보는 내내 깔깔 웃게 만들지만 그 밑에는 그간 답답하고 억눌려왔던 서민들의 감정들이 꿈틀댄다.

이처럼 독한 풍자가 대중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딱히 비판적인 현실 풍자가 아니라고 해도 '애정남'이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을 공감하게 하는 코너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변화다. '애매한 것을 정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동력으로 가져가는 '애정남'이나,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본능적인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생활의 발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슬쩍 끌어들여 그 심리를 파고드는 '불편한 진실' 등은 모두 '현실 공감'이 그 핵심이다. '그래 그래 나도 저랬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

'개그콘서트'는 물론 여전히 '슈퍼스타KBS'나, '감수성', 'N극과 S극'처럼 몸 개그를 기반으로 하는 개그들이 있지만, 최근 그 흐름을 주도하는 건 이 풍자와 현실에 공감하게 되는 말 개그들이다.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과거 마빡이나 갈갈이류의 초중등학생들이 좋아했던 몸 개그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풍자를 이해하는 나이든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고무적이다. 일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해피선데이'가 '개그콘서트'에게 왕좌를 내주고 있는 것. 이렇게 된 것은 물론 '개그콘서트'의 깊어진 공감과 신랄해진 풍자 덕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어쩌면 그만큼 더 팍팍해진 대중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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