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사기동대>, 마동석 없인 어려웠을 드라마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마동석의 드라마. 아마도 OCN <38사기동대>라는 드라마는 이렇게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사기꾼 캐릭터로 연기 변신한 서인국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마동석을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38사기동대(사진출처:OCN)'

아마도 첫 회에 왜 마동석이 두꺼운 안경을 끼고 나왔는가를 보며 의아해 했던 시청자들이 꽤 될 것이다. 마동석하면 사실 캐릭터를 압도하는 연기자의 캐릭터가 강렬한 배우가 아닌가.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그 묵직한 존재감은 칸느영화제에서 영화 <부산생>으로 잘 모르는 외국인들까지 빵빵 터트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첫 회에 그가 보여준 백성일이란 인물의 모습은 어딘지 어깨가 축 처진 서민 가장의 자화상이다. 딸과 함께 돌아오는 길, 딸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자 자신도 진짜 열심히 일하는데 부서 중에 맨날 꼴찌라고 말한다. 아내의 한 마디에 잔뜩 주눅 들고 일터에서는 상사의 지청구에 고개 숙이는 전형적인 가장. 게다가 바보처럼 보이스 피싱 사기나 당하는 인물이라니.

 

그런데 2회에 드디어 마동석이 두꺼운 안경을 벗어 던지자 숨기고 있었던 짐승 같은(?)’ 그의 매력이 꿈틀댄다.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 친 양정도(서인국)를 추적하기 위해 조폭들로부터 대포폰 거래 내역을 얻으러 들어간 마동석은 안경 쓰고 소심해 보이던 그런 캐릭터를 찢어버리고 순식간에 모두를 제압해버리는 두 얼굴의 사나이헐크로 변신한다.

 

세무 추징 팀을 이끄는 과장으로서 체납자가 뻔뻔하게 갑질을 하고 심지어 부하직원인 천성희(최수영)를 넘어뜨리자 순간 주먹을 날려버리는 백성일에게서는 팀원 챙기며 할 일 하는 든든한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아내에게 구박받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백성일에게서는 가족 앞에서 한 없이 소심해지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어떤 수위를 넘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의 헐크 본능이 밖으로 삐져나온다.

 

<38사기동대>는 영화 <베테랑>의 세무 버전 같은 드라마다. 고액 탈세자들과 체납자들의 세금을 추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갑질하는 가진 자들의 갖가지 범죄 행위들이다. 돈이면 탈세 같은 범죄행위도 모두 덮어질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의 행태는 백성일 같은 열심히 일해도 늘 살기가 퍽퍽한 서민 가장과 비교되며 공분을 일으킨다. 양정도와 손잡고 그들에게 사기를 통해 세금 추징을 하는 과정은 그래서 <베테랑>에서 느꼈던 그 통쾌함을 예고한다.

 

마동석은 서민 이미지와 헐크 이미지가 결합됨으로써 <38사기동대>라는 드라마의 대체 불가한 캐릭터로 자리하고 있다. 그에게서는 한없이 작고 소심해지는 귀요미 가장의 면면이 묻어나지만 또한 한번 폭발하면 제어 불능의 파괴력으로 통쾌함을 선사하는 모습이 동시에 느껴진다. 작가도 밝힌 바지만 <38사기동대>는 마동석에게 최적화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연기자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되어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응팔> 오인방,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까닭

 

tvN <응답하라1988> 역시 심상찮다. 이미 <응답하라1997>이 서인국과 정은지라는 가능성들을 발굴해냈다면 <응답하라1994>는 정우, 유연석, 김성균, 손호준 등을 스타덤으로 올렸다. 이제 <응답하라1988>의 차례다. 4회가 지났을 뿐이지만 이미 이 드라마의 이른바 쌍문동 5총사에 대한 호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매력 터지게 했을까.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응답하라1988> 4회의 소주제는 ‘Can’t help ~ing’.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문종합영어를 통해 영어문법을 배웠던 세대라면 익숙한 이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표현하자면 이제 이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가 되지 않을까. 연전연승을 하던 바둑천재 택이(박보검)가 신예에게 지는 징크스를 보이고 의기소침할 때 덕선(혜리),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 동룡(이동휘)이 그를 찾아와 한 건 위로가 아니라 공감이었다. 골목집 이웃들이 위로할 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던 택이는 차라리 욕을 하라는 친구들의 말에 비로소 웃음을 지었다.

 

저런 친구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응답하라1988>을 보면서 느끼는 시청자들의 심정이 그럴 것이다. 늘 툭탁거리고 어딘지 무심한 듯 해도 늘 마음으로 신경을 써주는 친구들. 아버지에게 유품으로 받은 목걸이를 풀고 다니라며 으름장을 놓는 선배 선도부원에게 보다 못해 선방을 날려버리고 할 말 안할 말 가리면서 해라고 뱉어내는 정환의 모습은 그들의 우정이 어디까지인가를 가늠하게 한다.

 

덕선과 경주 수학여행에서 우연히 스킨십을 하게 되고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갖게 된 정환이 속내와 달리 덕선에게 툴툴대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흔들릴 때마다 곡소리가 나는 만원버스에서 덕선을 지켜내려(?) 팔뚝에 힘줄이 빡 선 채 그녀를 보호하는 모습은 그 풋풋함에 보는 이들의 마음 한 구석이 푸근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게다.

 

먼저 가신 아빠를 대신해 반듯하게 살아가며 엄마를 챙기는 바른 생활 사나이 선우는 또 어떤가. 운동 잘 하고 공부 잘 하는 엄친아에다 선배의 폭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두 눈 똑바로 뜨는 정의파다. 그가 맛없는 반찬을 매번 싸주는 엄마에게 내색하지 않고 꾹꾹 반찬을 다 챙겨먹는 모습은 소소해보여도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말이 거의 없지만 어딘지 슬픔을 가득 머금고 있는 듯한 택이는 심지어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모친상을 치르고 돌아온 성동일이 택이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을 마시며 넌 언제가 엄마가 가장 보고잡냐고 물었을 때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항상 그렇다고 말하는 택이에게서는 이 어른처럼 의젓해 보이는 그가 사실은 엄마가 그리운 아이라는 걸 보게 된다.

 

친구들 사이에서 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 웃음을 주는 동룡이는 어딘지 겁 많게 생겼지만 귀여운 사고뭉치다. 어떤 또래집단 친구들 사이에 꼭 한 명씩 있을 법한 그런 친구. 늘 주인공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항상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이 그 때문이라는 걸 후에야 알게 해주는 그런 친구가 바로 동룡이다.

 

여자 주인공 덕선은 공부는 잘 못해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고 언니와 매일같이 으르렁대고 싸우지만 그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은 아이다.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오열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나 또 아빠의 심경이 못내 신경 쓰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 마음씀씀이가 엿보인다. 여자가 아닌 여자사람친구로 있던 그녀가 차츰 여자로서의 마음을 갖게 되는 그 과정은 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만든다.

 

혜리, 고경표, 류준열, 박보검, 이동휘. 우리는 <응답하라1988>이 시작될 때까지 이들의 면면들을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물론 박보검이야 다른 드라마에서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던 친구이고 고경표도 최근 들어 영화 등을 통해서 연기변신까지 보여주고 있지만 류준열이나 이동휘는 잘 눈에 띄지 않았던 연기자들이다. 물론 혜리는 연기력 논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벌써부터 매력적인 연기자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 속에 잠재되어 있던 가능성들이 <응답하라1988>의 캐릭터를 만나 그 매력을 풀풀 풍기고 있는 것. 아마도 <응답하라1988>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이들의 매력 터짐의 비결은 역시 찰떡궁합 캐릭터와의 조합에서 나온다. 역시 놀라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안목이자 재주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단 몇 회만에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다니.



<나 혼자 산다>, 잘 나가는 이유? 남자들에 있다

 

설 특집으로 방영된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정규편성 되면서 굳이 몇 번의 제목을 고치더니 <나 혼자 산다>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남자가 혼자 살 때>의 뉘앙스가 어딘지 소극적이고 궁상맞은 느낌을 주었던 반면, <나 혼자 산다>는 좀 더 당당하고 즐기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모인 무지개 회원들은 구호를 굳이 이렇게 외친다. “나 혼자 산다! 자알-”

 

'나 혼자 산다'(사진출처:MBC)

사실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을까 한번쯤 의구심을 갖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껏 그런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서(특히 예능에서)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방송이 조명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란 여행을 가거나(1박2일) 특별한 도전을 하거나(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게임이나 스포츠를 하는(우리동네 예체능)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송은 이 남자들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빠들은 지금껏 바쁘다는 핑계로 좀체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아이들과 1박2일의 추억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아내 없는 아이와의 여행이 어색하기도 하고 영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낯설기도 했지만, 몇 주가 지난 지금 아빠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고 스스로 척척 아이들의 아침밥을 차려낸다. 조금 투박하긴 해도 아빠와 함께 놀고 아빠가 차려주는 밥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새롭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아이들이라는 순수의 지대가 일등공신임에 분명하지만 거기 새로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호기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일밤>이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같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새로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핵심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은 <나 혼자 산다>가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의 남자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지금껏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남자들의 수다와 놀이(그것도 남자들끼리 놀거나 혼자 노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노홍철과 김태원, 이성재, 서인국, 김광규, 데프콘 같은 너무나 다른 색깔을 가진 남자들이 카페 같은 공간에 둘러앉아서 신나게 수다를 떠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우습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간다면 누구랑 나가고 싶냐는 노홍철의 질문에 김태원이 강수연을 얘기하고, 서인국이 김혜수를 떠올리며, 김광규가 김완선을 지목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건 이렇게 남자들끼리 둘러앉아서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꽃이 주는 새로움이다. 그 누가 수다를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했던가. 누군가와의 정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이 혼자 사는 남자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였을 때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심지어 이성재처럼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재미는 이들의 놀이다. 서인국의 집을 방문한 노홍철이 그 구질구질한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그 방에 동화되는 즐거움을 느끼거나, 노홍철의 제안으로 한강변에서 야경을 즐기는 장면은 그것이 너무나 일상에 닿아있어 지금껏 여타의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만들어낸다. 여행이나 도전 같은 특별한 계기가 아닌 다음에야,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남자와 남자가 함께 노는 장면은 그리 흔하지 않다. 기껏해야 남자들의 만남이란 술자리에서 시작해 술자리로 끝나기 일쑤가 아닌가. 그만큼 우리네 남자들은 일할 줄은 알아도 놀 줄은 잘 모른 채 살아왔던 게 사실이다.

 

김광규의 집을 방문한 김태원이 즉석에서 기타를 조율해 주고 레드 제플린의 곡을 연주하며 노는 모습이나, 데프콘의 집을 방문한 이성재가 힙합 리듬에 맞춰 어색하지만 즉석에서 랩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흥미롭다. 수다 떠는 남자들이나 저들끼리 노는 남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과거와는 갑자기 달라진 시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가 되기도 한다. 왜 남자들이라고 그렇게 한가롭게 수다를 떨거나 놀고 싶지 않겠는가. 다만 그렇게 사는 남자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 교육받아온 탓이 클 뿐이다.

 

<나 혼자 산다>는 그래서 독신자들(혹은 독거자들. 제목에서 남자를 뺏으니 여자도 출연이 가능해졌다)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트렌드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또한 달라지고 있는 가족 관계 속에서 남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남편, 가장, 아빠, 회사원 같은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만 늘 서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들이라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며 그 삶이 또한 유쾌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홍철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스스로를 아끼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때로는 그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는 것을 판타지처럼 발견할 수도 있을 게다.

점점 어려지고, 빨라지는 스타탄생

 

저스틴 비버의 'Baby'로 직접 짠 안무와 랩을 새롭게 시도한 방예담의 오디션 영상은 방송 직후 15시간만에 100만뷰를 돌파했다. 방예담과 같은 조에서 경쟁했던 악동뮤지션은 안타깝게도 조 2위에 머물러 생방송 진출을 단번에 이루지 못했지만, 이것은 역시 과정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오디션 무대에서 발표(?)한 음원들이 모두 차트 상위에 오른 악동뮤지션은 이미 오디션 참가자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음악적 세계와 스타일을 갖춘 악동뮤지션에게 혹평이 나온 것은 그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기대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사실 지금까지 탈락하지 않고 올라온 <K팝스타>의 참가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결성된 라쿤보이즈,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화제가 되었던 신지훈, 독특한 감성과 필로 심사위원들을 그 매력에 빠뜨린 최예근 같은 참가자들 역시 그 영상이 100만뷰를 돌파한 바 있다. <K팝스타>라는 방송이 가진 힘과 거기에 얹어진 어린 참가자들의 놀라운 음악적 가능성, 그리고 여기에 기획사 3사의 트레이닝이 삼박자를 이루어 만들어낸 사건이다.

 

어쩌면 이 삼박자란 기존 기획사들이 가수들을 발굴하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그 익숙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음악적 가능성을 갖춘 예비 가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트레이닝을 시킨 후 데뷔와 함께 방송의 힘을 덧붙이는 것. 하지만 이건 엄연히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신인가수의 데뷔무대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웬만한 신인가수들보다 더 빨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오디션 무대는 그 자체로 신인들의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인상이다.

 

과거 <슈퍼스타K>가 처음으로 서인국을 우승자로 뽑아놓고도 그가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인지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슈퍼스타K2>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을 열광시켰던 허각과 존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그 후 음악활동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획사에 소속되고 트레이닝 받고 음반을 내고... <슈퍼스타K2>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음악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강승윤은 오디션과 실제 가요데뷔 사이에 놓여진 간극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작곡한 ‘강북멋쟁이’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현재 방송의 힘을 극대화하기 마련인 오디션 프로그램 그 자체가 데뷔무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디션의 과정 그 자체가 신곡 발표의 장이 되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오디션을 통해 그 짧은 기간에도 놀라운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 방예담 역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능성을 발굴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자체가 가수인 무대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

 

<K팝스타>가 스웨그(Swag)를 외칠 때부터 이런 변화는 감지되었다. 독특한 개성과 끼라는 것은 이제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더라고 그 자체가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대중들이 ‘만들어진 스타’보다는 본래 그가 가진 것으로 ‘이미 스타’인 이들을 더 발견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다. <K팝스타>는 만들기보다는 발견하려고 했고, 그 발견은 이제 그 자체로 가수 데뷔와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 오디션은 따라서 그 자체로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해진 건 기성 가요계에 ‘손이 타지 않은’ 끼와 개성의 소유자들이다. 따라서 악동뮤지션이나 방예담처럼 주목받는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바로 그 트레이닝이라는 인위적 손길을 거의 거치지 않은 개성 덩어리들을 거기서 만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만이 갖고 있는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기획사 3사는 그 개성을 어떤 틀에 넣기보다는 그 자체로 극대화시키고 살려내는 작업을 해주며 방송사는 그것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점점 더 어려지고, 또 그들의 데뷔 과정이 점점 더 빨라지는 건 이제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이미 익숙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결과의 우승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자신들의 감성을 건드린 누군가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노래가 좋다면 기꺼이 음원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커버스커는 작년 한 해 가요계의 파란을 일으킨 인물들이지만, 정작 <슈퍼스타K3>에서는 톱10에도 들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물론 그는 2위를 차지했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데뷔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방송이 만들어내는 서바이벌 경쟁의 강한 스토리텔링 위에 꾸며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인 친구들이 매 회 등장해 노래를 발표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만들어낸 변화지만 <K팝스타2>는 그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이제 기획사들이 발굴해 트레이닝시켜 방송에 내보내는 과정은 너무 구식이 되어버렸다. 이제 오디션은 기획사가 방송사와 함께 그 과정을 통해 트레이닝하고 방송에 데뷔시키는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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