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달달한 멜로 속에 담긴 날카로운 현실인식

이 드라마 보면 볼수록 놀랍다. 멜로드라마로서의 가슴 설렘은 심지어 ‘내가 연애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달달하지만, 그 배경으로 담겨진 현실인식에서는 심지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정서까지 느껴질 정도로 날카롭기 때문이다. 그저 편안하게 볼 때는 ‘무뎌진 연애 감각’의 세포들이 깨어나는 듯한 설렘을 주지만, 그러다 문득 이 드라마가 끄집어내는 현실의 단면들은 베일 듯한 날카로움으로 둔감해진 이성의 고삐를 잡아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어떻게 이런 달달함과 날카로움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병치해낼 수 있었을까.

주인공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의 꽁냥꽁냥하고 풋풋한 애정행각에 눈 멀고 귀 멀게 만드는 게 이 드라마가 주는 놀라운 매력이지만, 그 매력을 살짝 뒤로 밀어두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을 들여다보자. 윤진아가 처한 현실은 어찌 보면 우리네 30대 중반의 직장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상황들이다. 한 번쯤은 진상 남자친구로부터 호된 이별 후유증을 겪었을 수 있고, 직장 내에서 억울하게 책임을 떠안거나 때로는 회식자리에 불려나가 상사의 질척거림에 소름이 돋았을 수 있다. 

30대 중반의 직장여성이라면 누구나 겼었을 지도 모르는 그 일들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연한 범죄다. 바람을 피운 게 들통 나 이별하게 된 남자친구 이규민(오륭)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갈수록 집착이 더해져 스토킹을 하는 건 심각한 일이다. 게다가 그 남자는 사귀던 시절 찍었던 내밀한 그들만의 사진들을 꽃바구니에 동봉한 편지 속에 담아 보내오는 인간이다. 그건 다른 시각으로 보면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 사건들과 맥락이 그리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에서 회식 자리에 여직원들의 참석을 종용하고, 술 취해 상사들이 여직원들의 몸을 더듬고 노래방에서 부둥켜안고 춤을 추는 모습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그건 ‘권력, 위계에 의한 성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아예 포기하고 회식 자리에 나갔던 윤진아는 그러나 서준희와 사랑을 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상사의 술자리 동석을 대놓고 거부한다. 그리고 그 거부한 것에 대해 질책하려 하자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해 달라”며 오히려 상사를 당황하게 만든다.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을 불러 고기를 구워주는 일을 시키는 것도 크게 보면 ‘권력, 위계’를 이용한 폭력과 다를 바 없다. 참석하기 싫은 회식에조차 사장님이 나오니 꼭 참석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상사와 늘 그랬듯 윤진아를 불러 고기 굽는 일을 시키는 장면이 불편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서준희와 연애를 시작하며 달라진 윤진아는 그걸 거부하고 대신 나서려는 후배 여직원도 제지한다. 회사에서 자신을 은근히 챙겨주는 여상사인 정영인(서정연)은 그런 그에게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러고 보면 누구보다 깐깐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정영인의 모습은 그가 과거 직장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성 차별을 겪었는가를 드러내주는 것 같다.

윤진아의 변화가 서준희와의 사랑을 통해 이뤄진다는 그 과정이 이 드라마가 달달한 멜로를 그려내면서도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엮어낼 수 있는 지점이다. 그 누구도 ‘예쁘다’고 해주지 않아 스스로 예쁘지 않은가 보다 하며 자신을 포기하고 살았던 윤진아는 서준희를 통해 드디어 자존감을 찾아낸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아봐주는 눈길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자신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그래서 지금껏 자기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던 일들이 심각한 범죄들이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윤진아는 피해자이면서도 스스로 피해자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이었다. 

서준희와의 멜로가 더더욱 달달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 바로 이런 윤진아라는 인물이 버텨내온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와 연민이 밑그림으로 담겨져 있어서다. 서준희라는 인물과 그의 시선은 그래서 윤진아에 대한 사랑이면서, 동시에 이런 비뚤어진 현실에 대한 제대로된 직시이기도 하다. 스토커 이규민과 한바탕 주먹다짐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윤승호(위하준)는 누나 윤진아에게 전화를 해 “정신 차리라고 잔소리 좀 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서준희가 그를 제지하며 한마디 쏘아붙인다. “정신 차릴 새끼는 따로 있는데 왜 엄한 사람한테 그래?”

미투 운동에서 우리가 흔하게 보는 장면이 가해자는 버젓이 얼굴을 들고 다니고 피해자는 고통을 감수하며 오히려 숨어 지내는 상황이다. 더 아픈 건 피해자에게 왜 그런 상황을 만들었냐고 오히려 질책을 하는 경우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놀라운 건 이런 심각한 상황들을 몇몇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누나에게 서준희라는 멋진 인물의 입을 빌어서 계속 “예쁘다”고 말해주는 그 달달한 멜로를 더더욱 지지하게 된다. 그건 개인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피해자로 살아온 이들에게 당신은 그걸 감내해야 하는 피해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사진:JTBC)

‘예쁜 누나’가 소박하게 담아낸 여성들에 대한 위로

이 정도면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연일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야기다. 거기 등장하는 ‘예쁜 누나’ 손예진 이야기이고, 그의 상대역인 ‘밥 사주고 싶은 동생’ 정해인 이야기다. 수다 자리에서 “그거 봤어?”하고 말하게 되는 그런 드라마가 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인 걸까.

손예진이 ‘예쁜 누나’라고 불러도 아무런 손색이 없을 만큼 진짜 예쁜 ‘방부제 미모’를 갖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정해인이 어색하게 쓱 웃는 소년 같은 풋풋한 미소를 던질 때마다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좀 더 사회적인 함의가 담겨있다. 그러니 그 일상적인 모습만으로도 이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들이 나오는 것일 게다.

무엇이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린 걸까. 가장 큰 건 이 드라마가 담아내는 소박해도 진솔한 여성들에 대한 위로의 시선이다. ‘예쁜 누나’라고 지칭되어 있지만 극중 윤진아(손예진)는 그냥 나이 든 누나다. 그 나이에 변변한 남자친구도 하나 없어 부모가 나서서 배경 좋은 남자를 엮어주려 할 정도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배경은 좋을지 몰라도 인성은 꽝이다. 요즘 같으면 극혐으로 불리는 ‘스토커’형 인간이다. 

바람을 피워 그게 들키고도 뻔뻔하게 윤진아 앞에 나타나 널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윤진아는 소유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 파렴치한 스토커는 매장까지 찾아와 완력으로 윤진아에게 키스를 하려 한다. 그나마 좋은 기억으로 헤어지려 했던 윤진아에게는 처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저런 인간을 한 때 죽자 살자 좋아했던 자신에게조차 자괴감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들은 그를 마치 ‘소유물’ 취급한다. 회사는 그런 성차별과 성희롱, 성폭력이 난무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간이다. 직속상사는 회식 자리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모두 참석하라고 강요하고, 그 자리에서는 마치 습관처럼 성희롱과 성폭력이 벌어진다. 

그래서 모두가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윤진아만은 그러려니 포기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출장까지 가서 굳이 가고 싶지 않은 점주와의 회식 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그가 선언하자 상사도 또 그 소식을 들은 동료들도 적이 놀란다. 윤진아가 어느 순간부터 현실에 적응한다는 이유로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왔다는 걸 그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지만 상사가 잘못한 걸 뒤집어써야 겨우 겨우 직장생활을 연명할 수 있는 처지나, 잘못은 점주가 했지만 직장에서는 그 점주를 관리 못한 그를 질책하는 상황. 그가 기댈 곳이라고는 유일한 친구 경선(장소연)뿐이다. 그만이 윤진아의 진가를 알아준다. 자신의 엄마가 죽고 아빠마저 재혼을 해 기댈 곳이 없었던 경선 옆에서 끝까지 그를 지지해준 이가 바로 윤진아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윤진아를 나이 들고 만나는 사람도 변변히 없는 데다 많은 걸 포기한 채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하는 그런 사람 취급하지만, 드라마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별 내색도 안하고 밝게 살려 애써 웃는 윤진아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준희(정해인)가 윤진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딱 그렇다. 경선의 친구인 누나로서 옆자리에서 봐온 윤진아의 진짜 ‘예쁨’을 준희는 일찌감치 알아봐줬다. 

멜로드라마들이 늘 그려왔던 틀이 주도적인 남자와 그로 인해 천거되는 여자의 구도였다면, 이 드라마는 그런 틀을 훌쩍 벗어버린다. 그건 멜로드라마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세우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지금의 여성들이 원하는 멜로의 구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예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나이와 성별을 훌쩍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멜로가 어째서 지금껏 그리 많지 않았던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래서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소박하지만 강력한 위로를 건넨다. 신데렐라가 되는 엄청난 돈과 지위 따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대신 ‘밥 한 끼 사주는 것’ 속에 담겨진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성 평등 사회에 대한 요구들이 시대의 목소리로 등장하고 있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만들어내는 신드롬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각자 제 위치에서 힘겨워도 버텨내며 살아가는 그들이 진심으로 예쁘다고 한 마디 해주는 것.(사진:JTBC)

'예쁜 누나' 손예진과 '키스' 감우성이 다시 깨운 연애시대

12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멜로는 여전히 설렌다.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만들었던 손예진과 감우성 이야기다. 12년 만에 멜로 드라마 주연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지금,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SBS <키스 먼저 할까요?>로 다시 한 번 설레는 멜로를 선사하는 중이다.

한 작품에서 멜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지만, 지금 두 사람이 하는 작품의 멜로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손예진이 열연하고 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물론 나이가 좀 있는 누나와 젊은 동생 사이의 사랑을 담고 있지만, 풋풋한 청춘 멜로의 색깔을 갖고 있다. 손 한 번 잡는 일이나 키스 한 번 하는 것이 이토록 떨리는 순간으로 다가올 수가 없다.

반면 감우성이 출연하고 있는 <키스 먼저 할까요?>는 본격 어른 멜로다. 제목에 이미 담겨 있듯이 스킨십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어른들의 멜로. 그래서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것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건 상대방을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하는 말 한 마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손무한(감우성)이라는 인물이 전하는 휴머니즘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멜로다.

두 작품에서 각각 손예진과 감우성의 상대역할을 하는 배우들도 반짝반짝 빛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을 더 젊고 풋풋하게 만들어주는 장본인은 바로 상대역인 정해인이다. 소년 같은 얼굴로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이 배우 앞에서 손예진이 무장해제되는 모습은 그래서 너무나 쉽게 공감이 간다. 사회적 통념 따위는 이 사랑 앞에 별 소용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편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감우성의 상대역할인 김선아는 드라마가 가진 무거움을 때론 비극적으로 때론 코미디로 풀어낼 줄 아는 배우다. 그래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무게를 때때로 웃음으로 풀어내주며 힘겨워도 웃으며 살아가는 그런 희비극적인 것들이 우리네 삶의 진면목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두 멜로드라마의 긴장감은 그들의 멜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에서 생겨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장애물은 ‘사회적 통념’이다. 누나의 친구, 친구의 동생이라는 그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게다가 정해인이 연기하는 서준희라는 인물은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아빠마저 재혼을 해 사실상 윤진아(손예진)의 집안에서는 ‘가족’처럼 여겨지는 인물. 그러니 가족처럼 여겨지던 인물을 윤진아의 집안에서 그의 배우자로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안순진(김선아)의 딸의 죽음이 손무한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이제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손무한의 상황이 이들 사랑의 커다란 장애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두 장애물은 어떤 면에서는 죽음(손무한의)이 죽음을(안순진의 딸의) 상쇄시키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따뜻해진 봄 날씨에 이 두 작품은 봄 바람 같은 멜로감각을 다시금 깨워놓고 있다. 좀체 본격 멜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즘에 이만한 설렘을 줄 수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연애시대>에서 만났던 손예진과 감우성은 이제 다시 멜로로 돌아와 더 원숙해진 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사진:SBS)

‘예쁜 누나’, 캐스팅만으로도 꿀 떨어지는 설렘이라니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와 ‘밥 사주고픈 동생’ 서준희(정해인)가 함께 웃으며 거리를 걷는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브루스 윌리스의 ‘Save the last dance for me’는 이 장면을 하나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버린다. 

누나 동생의 나이 차가 있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함께 걷는 그 장면에서 서준희의 손이 윤진아의 어깨 위로 가려다 멈추며 어색하듯 엉뚱한 포즈를 취한다. 그 장면이 너무나 풋풋하게 다가온다. 이미 연애 경험들이 있을 법한 그들이지만 그 장면에는 마치 이제 막 첫사랑을 경험하는 듯한 이들의 풋풋함이 담겨진다. 

그 장면을 더 설레게 만드는 건 그저 모습만 봐도 마음이 이끌리는 두 사람의 표정들이다. 윤진아 역할을 연기하는 손예진은 나이가 무색한 청순한 얼굴에 특유의 눈웃음을 날린다. 서준희 역할의 정해인은 하얀 치아를 슬쩍 드러내며 미소를 지을 때마다 소년 같은 매력이 터진다. 물론 해맑은 소년의 얼굴에서 ‘예쁜 누나’에게 지분거리는 전 남자친구 앞에서는 남자의 얼굴로 바뀌지만.

올드 팝을 깔아 넣은 그 장면 속에서 느껴지는 건 조금은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더 아련해지는 ‘옛날 식 사랑’의 기억들이다. 어쩌면 너무나 쉬워져 버린 스킨십과 감각적인 삶이지만, 윤진아와 서준희가 영화관에서 팝콘을 나눠먹으며 손길이 닿지 않을까 신경 쓰는 모습은 더더욱 마음을 잡아끈다. 자동차에서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손길이 주는 이토록 강렬한 설렘이라니.

서로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이 차와 누나, 친구 관계로 얽혀있어 좀체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두 사람. 그래서 서준희는 윤진아에게 마음을 고백하려다 문득 말을 돌려 “매일 밥 사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진아는 자기가 언제 밥 안 사준 적 있냐고 답한다. 그들은 ‘밥 사주는 걸’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상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지 못하다 직장 동료인 강세영(정유진)이 서준희에게 작업을 걸려고 하자 갑자기 서준희의 손을 꼭 잡는 윤진아의 모습은 그 어떤 멜로의 스킨십보다 더 두근거리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이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그 꿀 떨어지는 눈웃음과 미소를 나누며 쉽지 않은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서준희의 누나 서경선(장소연)이 윤진아의 절친이라는 사실이나, 서준희와 윤진아의 동생 윤승호(위하준)가 친구라는 사실, 그래서 윤진아의 부모 또한 서준희를 잘 알고 있다는 그런 관계들은 이 두 사람만의 시간이 주는 달달함과 팽팽한 갈등을 만들어낸다. 과연 이들은 이 갈등들을 넘어서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요즘처럼 본격 멜로가 쉽지 않아진 상황 속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도리어 그 정통 멜로의 구도를 가져왔다. 물론 안판석 감독 특유의 현실감각이 넘쳐나는 영상과 상황들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이들의 멜로는 그 자체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건 설렘 가득한 멜로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본격 멜로에 한껏 힘을 부여하고 있는 건 손예진과 정해인이라는 배우라는 걸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손예진의 눈웃음과 정해인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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