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연기와 우리의 삶

 

우리에게 스타란 무엇일까. 젊은 시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연인이자, 언제나 피곤한 몸을 기댈 수 있는 넉넉한 어깨를 가진 친구 같은 존재일까.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에 있으면서 가끔 우리에게 그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꿈의 존재일까. 아니면 도무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다른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일까. 그저 냉정하게 바라봐 자본주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낸 신을 대체하는 인간상품의 하나일까.

 

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극에서 극으로 달린다. 한없이 찬사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끝없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없이 동경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그곳에는, 또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충격적인 자살 소식과 거의 폭력에 가까운 근거 없는 끔찍한 루머들이 떠다닌다. 스타와 소속사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면 종종 발견되는 노예계약의 징후들은 대중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 신적인 존재가 노예였다니. 신과 노예의 사이. 지금 스타가 서 있는 자리다.

 

그들은 실제의 삶과 비치는 삶이 다르다. 그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콘텐츠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따라서 그 콘텐츠가 캐릭터로 구현해 내는 판타지나 가상성은 사실상 우리가 받아들이는 그들의 실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실제 삶과는 유리되어 있다. 드라마 속에서 누구나 꿈꾸는 신데렐라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속사에 계약되어하기 싫은 일이라도 웃으면서 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을 수도 있다. 이 실제의 삶과 비치는 삶 사이에 혼란이 오게 되면 그 존재는 파탄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자살은 꿈꿔왔던 삶과 현실의 삶의 괴리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스타란 기본적으로 이 극한의 정체성의 혼란과 존재의 괴리감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다.

유어 아너

이렇게 된 것은 스타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물질화된 상품인간으로 포장되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삶과 상품으로써의 삶. 이것은 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단지 스타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은 저마다 집에서는 한 아이의 부모이고, 한 부모의 자식이며, 한 아내의 남편이자, 한 남편의 아내이지만, 집을 나서서 자본의 세상으로 출근하게 되면 연봉 얼마로, 회사 이름으로, 또 직함으로 구획되는 상품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스타란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삶을 가장 극단적으로 표상하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스타에게서 갖는 동경과 동정은 사실상 우리 스스로 자신에게 갖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 스타는 우리에게 그것을 대리하는 존재로 서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타를 꿈꾼다. 그것이 딱히 저 TV와 스크린 속의 인물들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삶 속에서 스타가 되기를 누구나 바란다. 주목받고 싶고,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문제는 그 가치를 평가 내리는 기준이 돈으로 수치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질적인 가치가 양적인 가치로 등급 매겨지는 그 지점에 현대인들의 비극이 있다. 질적인 가치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양적 가치가 부여되지 않으면 아무도 그것을 주목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양이 질을 담보하는 시대다. 일단 양을 채워라! 그러면 질은 따라올 것이니!

 

지금과는 다른 삶에 대한 희구는 우리의 본능이다. 이미 주목받고 있는 스타들은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드러나지 않는 삶 속에 묻혀있는 이들은 거꾸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스타를 꿈꾼다. 변신 욕구는 우리의 본능이지만 팍팍한 현실에서 변신은 그다지 용이하지 않고 때론 용납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대체하는 존재로서 스타를 희구하게 된다. 스타에 대한 열광과 현실에 대한 낙담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렇다면 스타를 희구하는 우리네 삶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현실을 낙담하면서 변신욕구를 스타를 통해 자위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스타와는 다른 배우라는 존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시대가 낳은 명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메서드 연기의 대가 김명민의 목소리부터 들어보자.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작품을 했던 사람이 이 작품을 했다는 게 의심 갈 정도로 캐릭터의 차별화가 확실했으면... 사람들이 제 이름을 제대로 모르고 못 알아봐도 제가 배우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죠.”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아무리 스타라는 딱지를 갖다 줘도 저는 그거 거절하려고 그랬어요. 저는 그냥 배우로 불리고 싶었고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저 놈은 정말 연기 잘하는 놈’ 이렇게 인정받고 싶은 게 제 꿈이었어요.”

 

김명민은 이미 스타다. 하지만 그는 왜 그다지도 스타를 거부하고 배우를 고집하는 것일까. 스타와는 달리 배우란 실체이기 때문이다. 2009년 방영된 김명민이라는 연기자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MBC스페셜'의 타이틀은 아이러니하게도 '거기에 김명민은 없었다'였다. 아마도 이 표현은 연기자라면 최고의 찬사라고 여겨질 것이다. 작품 속에서 연기자가 배역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을 지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 바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그러니 김명민이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작업은 그 직업이 가질 수 있는 스타로서의 욕망을 덜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온전히 실체로 세워둘 수 있는 배우라는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다. 이것은 한 인간의 존재로 봤을 때, 양적 가치의 세상에서 질적 가치를 고집함으로써 그 존재를 실체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인

물론 연극의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바뀌면서 연기의 방식도 다양해졌다. 메서드 연기가 국룰로 여겨지던 시대는 연극의 시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배우들에게 메서드 연기는 당연했다. 하지만 매번 찍은 걸 모니터로 확인해 가며 보다 효과적인 연기를 찾아나가는 요즘 같은 영상의 시대에 연기는 본인이 빠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효과도 중요하게 됐다. 김명민 스스로도 최근 들어 너무 지나치게 메서드를 고집하는 것이 대중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며 이를 덜어내는 연기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소드 연기든 그렇지 않든 배우들의 연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이미 스타로서의 삶을 욕망하도록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끝없이 수치로서 환산되는 자신의 양적 가치를 높여나감으로써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인플루언서, 유튜버의 시대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물질적 욕망으로서 우리 속에 들어와 있다. 이것이 생존이기에 우리는 경쟁을 해야 하고, 누군가 스타가 될 때, 누군가는 낙오되어 그 위를 부러움의 시선으로 올려다봐야 한다. 낙오되면서도 그 시스템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탓하며 오히려 자신을 밟고 성공한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스타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교육시켜 온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타는 허상이다. 그래서 그 존재는 좀체 변신하려 하지 않는다. 스타로 만들어준 그 신적 이미지를 왜 스스로 부수려 하겠는가. 그들은 스타로 군림하며 가짜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지우는 짐 또한 혹독하다. 실체를 잃어버린 삶이나, 실제와 가상을 혼돈하는 삶은 늘 파탄으로 우리를 내몰기 마련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다르다. 스타가 가진 고정된 가짜의 신적 이미지는 배우라는 무한히 변신을 해야 하는, 그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거꾸로 부담으로만 작용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신함으로써 그 속에서 자신의 실존을 찾아나간다.

 

우리는 각자의 삶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들이다. 우리는 그 위에서 새로운 삶,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스타라는 자본주의가 마련한 시스템 위의 허상을 좇을 것인지, 아니면 배우라는 본연의 실존을 좇을 것인지는 모두 우리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흔히 가십 정도로 치부하며 입에 오르내리는 스타 혹은 배우. 이 두 존재가 우리네 삶에 던져주는 질문은 이처럼 의미심장하다.

2024. 11.5

'새글들 > 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TV키드와 TV의 작은 역사  (0) 2025.01.09

정치는 참여하는 것, 스타들의 투표 인증에 담긴 뜻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채시라의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투표하러 가는 모습과 투표를 하고 나와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여러 장 뉴스로 보도되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기사지만 “투표하고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좋은 반응들이 이어진다. 

레인보우 출신 지숙은 새벽에 투표를 완료했다며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샸을 올렸다. 그는 “새벽 공기와 함께 투표완료! 오늘 꼭! 소중한 우리들의 권리 멋지게 행사하자고요”라고 글을 더했다. 강인비와 솔비 역시 일찌감치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에 붙은 댓글들을 보면 ‘참하고 예쁘다’는 반응이다. 투표를 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증함으로써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호감의 표시들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스타들의 투표인증 사진들도 일찌감치 올라왔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백종원·소유진 부부에서부터 개념 배우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정우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보이밴드’ 방탄소년단, 위너의 강승윤, 우주소녀 멤버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함은정 등등이 사전투표 인증을 했다. 한편 장예원, 배성재 아나운서는 차범근 위원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 축구중계 가기 전 사전투표를 하고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투표소를 찾았고, 그 인증 사진들은 당연하게도 찍혀 SNS에도 오르고 기사로도 나왔다. 이 정도면 이제 투표일에 즈음해 스타들의 독려와 인증은 하나의 중요한 일로 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모습은 좋게만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또 하나의 풍경은 스타들의 투표 독려 참여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6.13 투표하고 웃자’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박나래, 박경림 등 19명의 유명 예능인들이 참여했다. SBS는 6.13지방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셀럽보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드라마 <훈남정음>에 출연 중인 남궁민이 “투표 놓치지 말고 행사하라”고 투표를 독려했고, 정해인은 “우리 모두 투표하기 약속해요. 특히 누나들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겼다. 

투표 인증과 독려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결국 정치는 참여하는 것이고, 그 참여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제 정치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달라진 스타들의 면면이 담겨 있다. 아직까지 어느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한다고 나서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투표인증은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그 사람의 개념을 인증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사진:최수종 하희라 투표인증사진)

따뜻한 인성의 김생민, 이러니 대세가 될 수밖에

“이 자리에 20년 있었는데 처음 있는 일이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KBS <연예가중계>에서 김생민은 자신이 인터뷰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무려 20년 간이나 그는 <연예가중계>의 코너를 맡아 당대의 스타들을 인터뷰해왔고,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러니 그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었을까. 

'연예가중계(사진출처:KBS)'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던 김생민은 거기 앉아 있는 MC들을 ‘스타’라며 자신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걸 분명히 한 바 있다. 그것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박봉에도 연예 전문 리포터로서 20년 간이나 스타들을 인터뷰해왔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리포터로서 스타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다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들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최근 대세 연예인이로서 스타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건 바로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팟캐스트로부터 화제가 되어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짠돌이로서 누군가의 영수증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식들을 알려주는 그 모습에 대중들이 마음을 빼앗긴 것. 물론 그 절약 방식들은 다소 웃음을 위한 농담이 섞여 있지만, 그 스스로 해온 절약과 저축의 삶이 있고 무엇보다 그 농담에 깃든 정서적 공감대가 있어 그것은 대중들의 무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방송을 보다보면 위화감까지는 아니어도 뭐든 척척 사고 싶은 걸 사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하나의 판타지로 제시되는 걸 자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욜로’ 같은 문화를 마치 “사고 싶은 걸 당장 사라”는 식의 오독으로 읽어낸 몇몇 프로그램들에 의해 당연한 삶의 트렌드인 것인 양 보여진다. 하지만 그걸 실행할 수 있는 대중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당장 눈앞의 영수증에 찍힌 가격에도 가슴이 내려앉는 게 서민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뭐든 사라는 식으로 오독된 욜로 같은 트렌드는 때론 박탈감을 주기도 한다. 다들 저렇게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짠돌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 하지만 <김생민의 영수증>은 이것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다. 쉽게 쉽게 버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먹고 싶은 거 덜 먹고 사고 싶은 거 덜 사며 그렇게 아껴서 생활하고 저축하는 삶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김생민은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 김생민에게 쏟아지는 지지는 어쩌면 우리네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것이 차근차근 노력에 의해 이뤄지기보다는 태생적으로 결정되거나 혹은 일확천금을 갖게 된 행운으로 얻어지게 된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이 담겨 있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성실하게 수십 년을 노력하고 살아가다 보면 그것을 인정받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 바로 김생민이 그걸 꺼내 보여주고 있는 것.

<연예가중계>에서 여전히 그가 맡고 있는 ‘베테랑’이라는 코너에 나온 정상훈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며 자기가 어려울 때 공연장을 찾아 봉투를 내밀곤 했었다는 김생민을 꼽았다.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아끼는 짠돌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위해 쓸 데는 쓰는 그 따뜻한 인성의 김생민. 이러니 대세가 될 수밖에. 그는 자신이 쌓아온 삶으로서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개콘> 동창회 특집, 선배들에게 배워야할 것

 

역시 선배들의 힘은 강했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주저앉았던 KBS <개그콘서트>가 선배들이 출격한 동창회 특집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했다. 12.6%(닐슨 코리아). 지난 회 9.9%보다 2.7%나 대폭 상승한 수치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단순한 이름값 때문이었을까. 그런 면이 있었을 것이다. <개그콘서트>에 오랜만에 김병만, 안상태, 박휘순, 김준현, 허경환, 신봉선, 윤형빈, 신보라 같은 쟁쟁한 스타 개그맨들이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순한 이름값이라고 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것은 현재의 <개그콘서트>에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만한 확실한 간판 개그맨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부활은 이러한 스타 개그맨의 탄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스타 개그맨들이 다른 점은 뭐였을까.

 

그 첫 번째는 확실한 독보적 캐릭터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번 동창회에서 선배들이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빵빵 터트릴 수 있었던 건 확고한 캐릭터들을 저마다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인을 떠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달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김병만이나 독보적 돼지 캐릭터로 횃불투게더에서도 코너를 살려내는 특유의 연기력을 보여준 김준현, 의상과 몸 동작 하나만으로도 왕비호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윤형빈. <개그콘서트>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런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두 번째는 캐릭터와 함께 빠질 수 없는 입에 착착 붙는 유행어의 부재다. 오죽하면 유전자(유행어를 전파하는 자같은 코너가 만들어졌을까. 유행어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는 유행어를 반복하는 이 코너는 유행어 자체의 재미보다는 그렇게 엉뚱한 유행어를 덧붙이는 것으로 웃음을 만드는 코너다. 그만큼 유행어가 없는 현 <개그콘서트>의 상황을 에둘러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코너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한 허경환은 그러나 “-하고 있는데.”궁금하면 500같은 자신의 유행어를 빵빵 터트렸다. 이것은 다른 코너에서도 사정이 비슷하다. 안상태는 오랜만에 나와서도 과거 안상태 기자 캐릭터로 나와 했던 “-뿐이고.” 유행어로 빵빵 터트렸고, 김지민은 느낌 아니까-” 같은 유행어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세 번째로 현재의 <개그콘서트>가 부족한 점은 현실에 바탕을 둔 날카로운 풍자코드. 두루뭉술한 웃음이 아니라 어딘지 뾰족한 면이 있어서 보는 사람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그런 현실 감각이 지금의 <개그콘서트>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민상토론같은 코너가 그나마 풍자 개그의 맥을 잇는 듯 보였지만 너무 에둘러 표현하는 소심함 때문에 그만한 화제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HER)’ 코너에 출연한 신보라는 과거 용감한 녀석들에서 했던 직설어법을 보여줬다. “MBC 잘 들어. <개그콘서트>랑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인기 드라마 <내 딸, 금사월>. 나 그거 본다. 너무 재밌어. 나도 유재석 선배님처럼 카메오로 써주세요.” 물론 풍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용감한 녀석들이 해왔던 직설어법의 힘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또 왕비호 캐릭터로 나와 조윤호에게 . 이라고 하고 그냥 끝난 애라고 지적하고 정태호에게 그가 출연했던 <인간의 조건>이 사라진 걸 언급하며 프로그램 말아먹은개그맨이라고 말하는 그런 과감성 또한 <개그콘서트>가 필요로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동창회 특집<개그콘서트>가 얼마나 든든한 스타 선배군단을 갖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선배들은 선배들의 자리가 따로 있다. 결국 그 빈 자리는 현재의 후배들이 채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창회 특집에서 보여줬던 선배들의 그 한 방을 이제는 후배들이 날려 봐야할 차례다. 언젠가 후배들이 마련한 동창회에 자신들이 든든한 선배로 나설 수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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