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19금 멍석 까니 펄펄 나네

 

이거 같은 신동엽 맞아? 아마도 <SNL코리아2>의 호스트로 출연한 신동엽을 본 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상파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그냥 신동엽이었다면 <SNL코리아2>를 통해 보여준 신동엽은 예능의 신 신동엽이었다. 19금 봉인의 해제. <SNL코리아2>가 야심차게 열어놓은 이 무대 위에서 신동엽은 펄펄 날았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골프 아카데미'에서는 스윙이 잘 안 된다는 질문에 응큼하게도 가슴 사이즈를 물으며 자신도 예전에 큰 사이즈(?) 때문에 퍼팅하기가 힘들었다고 눙을 쳤고, '짝'을 패러디한 '쨕'에서는 불법도박으로 수감된 사이비 승려로 등장해 그 특별한 직업(?) 때문에 여 재소자들의 인기를 받는 모습을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로 보여주었다.

 

<SNL코리아2>의 야심찬 정치 콩트인 '여의도 텔레토비'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제니'로 등장해 반장선거에 나서는 모습을 통해 정치 풍자를 보여주었고, '진품명품'에서는 '부르는 게 가격'이라는 신사임당의 문서를 갖고 나왔지만, 알고 보니 그게 신사임당 가문의 노비 문서였다는 것을 알고 멘붕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신동엽의 섹드립(섹스+애드립. 야한 농담)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직접 목도한 느낌은 그 이상이었던 것. 말 그대로 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동엽의 19금 콩트는 거침없으면서도 적절한 품격(?)을 갖춘 것이었다. 이 정도면 신동엽쇼를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물론 신동엽쇼가 가능하려면 19금 콩트가 자연스러운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방송 환경 상 지상파에서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이라면 다르다. 사실 신동엽이 <SNL코리아2>를 통해 대중들의 열광을 얻어낸 것은 어쩌면 그간 닫혀 있던 19금 예능에 대한 갈증을 얘기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SNL코리아>는 시즌1에서 정치 풍자라는 지금껏 수면 아래에 있던 예능의 영역을 양지로 끌어냈다.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 장진 감독은 거침없이 정치인들을 소환해와 풍자 코미디의 도마 위에 올렸다. 그리고 이 정치 풍자는 시즌2에서 더 강력해졌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대표적이다. 청와대 앰비, 통합진보당 구라돌이, 민주통합당 화나, 새누리당 또가 캐릭터로 등장해 여의도 정치의 난장판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또 '크루쇼'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출연해 박근혜 의원으로 분장한 정성호와 대담을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즌1이 좀 더 직설적인 정치 풍자라는 봉인을 해제했다면 시즌2는 예능의 또 다른 벽으로 자리했던 성담론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양동근을 통해 그 가능성을 선보인 <SNL코리아2>는 신동엽을 통해 본격적인 19금 예능을 출격시킨 셈이다. 이로써 <SNL코리아2>는 이제 진짜 제대로 된 <SNL>의 세계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SNL>은 정치풍자와 섹스코미디가 적절히 섞여진 성인들을 위한 코미디쇼로서 사랑받아왔다. 정치와 섹스의 절묘한 조합이 진지함과 가벼움의 균형을 통해 품격 있는 19금 쇼를 가능하게 했던 것.

 

<SNL코리아2>와 신동엽의 만남으로서 드러난 가능성은 그래서 양측면에서 모두 고무적이다. 하나는 <SNL코리아2>가 지금껏 예능이 저질로 치부하면서 꺼려왔던 19금 예능(성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쇼라는 의미로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엽이 그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19금 콩트와 섹드립을 마음껏 드러냄으로써 그의 가치를 새롭게 대중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버라이어티쇼들은 쇼의 형식 속에 출연자들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SNL코리아>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그날의 호스트에 맞춰 색깔을 달리하는 쇼는 앞으로 예능이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출연자의 숨겨진 가능성을 백분 발휘할 수 있게 최적화시켜 주었을 때 그 출연자의 진가가 드러나고 거기에 대해 비로소 대중들도 호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동엽이 19금 쇼라는 멍석 위에서 펄펄 날았던 그 모습은 그런 점에서 예능 전체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김성주, 신동엽, 이덕화, 오디션에서 보니 달라 보이네

'키스앤크라이'(사진출처:SBS)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요구하는 MC의 자질은 그 리얼한 상황 속에서의 대처능력이다. 순간 지나치는 상황을 재조명해주는 능력이나, 그 상황을 확장시키는 리액션 능력이 그런 것들이다. 전자에 강한 인물이 유재석이라면 후자에 강한 인물이 강호동이다. 이것은 리얼화된 토크쇼에서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예능 MC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은 물론 그들의 성실성과 재능이 주효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이 리얼 예능이라는 형식이 대세가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여전히 인기가 있지만, 최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환경 속에서 다시 주목되는 MC들이 있다. '슈퍼스타K'로 주목받는 김성주가 그렇고, 최근 '키스 앤 크라이', '불후의 명곡2' 등 신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MC를 맡은 신동엽이 그렇다. 또 '댄싱 위드 더 스타'로 오랜만에 MC로 돌아온 "부탁해요"의 이덕화도 명불허전의 진행능력을 선보이고 있고,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신영일 MC나 노홍철도 주목된다. 이들의 어떤 능력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슈퍼스타K'의 김성주 아나운서는 스포츠MC로서의 경험이 대결국면을 갖기 마련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필요한 자질이 되었다.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진행능력이 일품이다. '슈퍼스타K'에서 순위를 발표하는 순간에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끄는 건 자칫 잘못하면 비판받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김성주의 진행은 비판보다는 호평을 받을 정도로 이 긴장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심지어 "1분 후에 돌아오겠습니다"는 광고 고지로서 어쩌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공산이 있었지만 상황을 편안하게 이끄는 김성주의 위트로 오히려 유행어가 되었다.

'키스 앤 크라이'와 '불후의 명곡2'로 주목받는 신동엽은 특유의 밀당(?) 능력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자질이 되었다. 때론 깐죽대고 때론 부드럽게 농담으로 이어가는 그의 능력은 참여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경쟁구도의 오디션을 예능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불후의 명곡2'의 대결에서 효린이 승자가 되자 아이유에게 달려가 껴안아주자, "방송이 사람들을 참 친하게 한다"고 농담을 하고는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진짜로 친하다"고 다시 훈훈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은 타인들이 하기 어려운 신동엽만의 자질이다.

'댄싱 위드 더 스타'로 돌아온 이덕화는 특유의 털털한 진행능력이 돋보인다. '댄싱 위드 더 스타'가 다루는 댄스 스포츠는 과거 '무한도전'의 미션으로 한 번 소개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서구적인 느낌이 나는 게 사실이다. 이덕화는 자칫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댄스 스포츠를 된장 냄새나는 정감으로 바꾸는 능력을 보인다. 최하점수를 받은 김장훈에게 "오늘 최하 점수가 나왔네요"라고 말할 때조차 편안함이 느껴지게 만드는 건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밖에도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신영일 아나운서와 노홍철 역시 주목되는 MC들이다. 신영일 아나운서가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간다면 노홍철은 참가자들의 입장에서 때론 기운을 북돋우고 때론 공감하는 역할을 해준다. 최성봉씨가 불우했던 과거사를 얘기하고 '넬라 판타지아'로 관객들을 감동하게 했을 때, 노홍철이 보여준 깊은 공감은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리얼 예능이 새로운 스타 MC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면, 이제 대세로 자리한 오디션 예능은 거기에 맞는 스타 MC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주, 신동엽, 이덕화는 그 가능성들이다. 그들의 밀고 당기는 능력과 긴장감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진행능력은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되게 만드는 매력이다. 스타는 물론 그들의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처럼 시대를 만나야 빛을 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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