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아빠 어디가>를 우리는 힐링 예능이라 부른다. 거기 출연한 천사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순수해지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가 가진 딜레마 역시 바로 아이들에 있다. 이들이 대중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은 값진 것이지만, 결국 아이들이기 때문에 방송 출연은 그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실제로 아이들에게마저 날아드는 악플은 당사자나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또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보통 아이로서의 생활을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본래 갖고 있는 가치(즉 아빠와 아이의 관계 회복 같은)가 희석되고 자칫 시청률 같은 양적 가치로만 평가되거나 광고 수익 같은 상업적 가치로 바라보게 될 때 생겨날 결과다.

 

만일 이렇게 가치의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에게 힐링을 선사했던 아이들은 자칫 상업주의에 의해 소비되는 존재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방송에 출연할 경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며 <일밤>을 구원해냈다는 팡파르가 울려 퍼질 때(이 때가 가치가 전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가 그래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시점에 김성주가 광고 출연료 전액을 사회공동복지모금회와 소년소녀가장돕기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실로 <아빠 어디가>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짜빠구리로 광고까지 출연하게 되었지만, 그것을 다시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가치를 돈이 아닌 나눔으로 되돌렸다는 것이 이 김성주의 선택이 가진 큰 의미다.

 

아마도 김성주의 선택으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아빠 어디가>의 맏형 민국이가 될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아빠’만큼 큰 선물이 있을까. 또한 이 ‘좋은 아빠’라는 선례는 <아빠 어디가>에도 중요한 선물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 그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니까.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필자에게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20%를 넘기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따뜻함과 순수함을 잔잔하게 시청자들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김유곤 PD의 이 말은 <아빠 어디가>가 추구하는 가치가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한다. 실로 아이들의 예능인 <아빠 어디가>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빠 어디가>가 계속 해서 우리를 힐링시켜주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남으려면 그 가치가 순수하게 남아있어야 한다. 제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과도한 장치를 한다거나 어떤 목적을 드러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아빠 어디가>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아빠와 아이라는 그 관계의 진정성과 순수성이 유지될 때, 그래서 그 가족의 따스함이 가치로서 전달될 때 <아빠 어디가>는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주의 선택은 박수 받을 만하다.

'아빠 어디가', 이것이 바로 예능 비타민

 

“좋은 꿈꿔.” “아빠도 잘 자고요.” “고맙다 아들아.” “아빠도 절대로 감기 걸리면 안돼요.” “고마워.”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어이 내 아들. 아빠도 좋아.” 불 꺼진 방 안에서 들려오는 아빠와 아들의 이 짤막한 대화에는 그 끈끈한 사랑이 느껴진다. 평소 아빠를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못했던 성동일의 아들 준이. 조금은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아빠 좋아”를 연발하는 아이 앞에서 아빠 성동일은 한없이 푸근해졌을 게다. <아빠 어디가>는 어쩌면 성동일처럼 일에 바빠 조금은 소원해졌던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만큼 아빠를 힐링시켜주는 존재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첫 회에 아빠와 떠난 여행에서 가장 허름한 숙소가 정해지자 폭풍 오열을 했다. 두모리로 떠난 두 번째 여행에서도 최종 목적지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텐트를 치고 자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눈물을 쏟아냈다. 아마도 어른들만이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제 아무리 야외취침을 한다고 해도 눈물까지 펑펑 흘리며 아쉬워하는 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나온다고 해도 그 진정성이 묻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국이의 눈물을 그 자체가 진짜라는 점에서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윤민수의 아들 후는 송종국의 딸 지아를 마음에 두고 있다. “어휴 이 귀염둥이!”라며 마음을 드러내고 삶은 계란 하나라도 지아를 챙겨주려 한다. 자신은 숨긴다고 숨기지만 다 드러나는 그 마음은 아빠들을 미소 짓게 한다. 후가 단 몇 차례의 방영만에 ‘국민 아들(?)’로 등극하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삶을 계란을 먹고 싶은 마음과, 지아와 민국이형과 나눠먹을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신이 다 먹어버리는 모습은 그 솔직한 속내를 잘 보여준다.

 

저녁 찬거리를 구하러 나온 길에서 만난 강아지나 병아리 때문에 좀체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지아는 그 존재만으로도 아빠 송종국을 딸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아이. 송종국이 지아의 발을 닦아주거나 어설픈 솜씨로 아침을 챙겨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이 땅의 모든 딸 바보 아빠들의 마음 그대로일 게다. 한편 이종혁은 아빠라기보다는 삼촌 같은 모습이다. 귀차니스트들이기 마련인 아빠들의 자화상과 그럼에도 친구처럼 아들과 놀고 싶어하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악동 같은 모습이 거기서는 묻어난다.

 

사실 <아빠 어디가>는 특별히 대단한 이벤트가 있는 예능이 아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떠나 하는 것이라고는 잠잘 방을 택하고, 저녁거리를 구해 챙겨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며 한바탕 시골길을 걷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더해지기 보다는 빼는 것으로서 더 특별해진 예능은 그저 달걀 몇 알만 갖고도 충분한 웃음을 전해준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 말이다.

 

무언가 많은 것을 설정하고 기획하기보다는 그저 아날로그적인 공간에 아빠와 아이를 함께 내버려두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담담히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이 예능은 따뜻한 웃음을 전해준다. <일밤>이 지금껏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웃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말 예능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가족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아빠 어디가>는 그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놓았다. 이제 주말이 되면 이 아이들과 아빠들의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 매번 부대끼면서 마음만은 그렇지 않지만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지는 게 우리네 아빠들이다. 그런 아빠들에게 <아빠 어디가>는 비타민 같은 웃음을 전해준다. 그 아이들이 전하는 순수한 웃음은 그 자체로 아빠들에게는 힐링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들의 가족과 아이를 돌아 보는 기회가 될 테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