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유시민이 분노한 시대착오적 낙화암 소개 

“지금 여러분이 이용하고 있는 이 강은 백마강으로 낙화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의자왕 20년에 백제가 당나라로 하여금 멸망할 때 적군의 노리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여 이렇게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치마폭에 얼굴을 감싸고 백마강에 몸을 던져 정절을 지켰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민족사의 여인들은 백의민족이며 정절을 중요시하는 순박한 여인들로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tvN <알쓸신잡>이 떠난 여행에서 낙화암을 둘러보는 유람선에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의 내용에 유시민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 자체가 무려 1500년 간이나 ‘가짜 뉴스’로 내려오며 진짜 역사적 사실인 양 굳어져 가고 있던 사안이 아닌가. 역사란 팩트 그 자체가 아니라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인정하는 일이다. 이렇게 달라진 역사관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낙화암을 둘러싼 의자왕의 이야기가 여전히 승자들의 윤색에 의해 지금까지도 그대로 믿어지고 있다는 건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시민은 사실 ‘백마강’이라는 이름 자체도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며 ‘조룡대’ 이야기를 꺼냈다. 용을 낚았다는 뜻을 가진 조룡대 이야기는 사실상 당시 당나라 장수였던 소정방의 관점으로 기술된 신격화된 무용담으로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는 것. 무왕이 용이 되어 지킨다는 그 강에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해서 그 용을 낚았다 해서 조룡대란다. 그래서 그 강의 이름도 백마강이라는 것. 어떻게 이런 식의 신격화된 해석들이 지금까지도 안내판에 버젓이 담겨 그 곳을 찾는 이들이 읽게 내버려두고 있게 된 것일까. 

소설가 김영하는 기분 나쁜 일이지만 점령군 장군에 대한 숭배는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맥아더 장군을 신으로 숭배하는 일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 정재승은 그래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로 농담을 섞어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과거에 역사로 기술되었다고 해도 현재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그것이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덧붙였다. 

그런데 저 낙화암에 대한 유람선에서의 안내방송에 담긴 건 단지 역사적 사실의 왜곡 문제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하는 ‘정절’ 이야기와 ‘백의민족’ 게다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소개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여성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나 먹힐 이야기가 지금도 버젓이 안내방송에 나오고 있다니...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네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조금만 생각하면 거기 담긴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지만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조차 되지 않고 지나치는 것.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내버려두니까 있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거야. 누가 문제제기를 해야 바뀌어지지.”

<알쓸신잡>은 이런 사안들을 이미 저 강릉의 오죽헌에서도 발견한 바 있다. 신사임당의 이야기는 거의 없고 율곡의 이야기로만 가득 채워진 안내판. 조금 있는 신사임당 이야기도 그저 율곡의 어머니로서만 기록된 글들. 세상은 이미 바뀌었는데 그 세상 안에 들어차 있는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은 여전하다. 그 일상에 가득한 문제들을 계속 끄집어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은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나가야 할 중차대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인문학을 그저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인문학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고전들이 현재에 어떻게 적용되고, 그래서 현재의 문제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까지 적용될 때 비로소 그 인문학은 효용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 <알쓸신잡>이 그 많은 인문학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의 문제들을 직접 발로 경험하며 끄집어내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 그래야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

‘알쓸신잡’, 삼겹살 하나에도 이런 씁쓸한 역사가...

아마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무심코 집어먹고 있는 삼겹살에도 이런 씁쓸한 역사가 담겨 있다는 걸 우리는 잘 몰랐을 지도 모른다. 경주로 간 tvN <알쓸신잡>. 아침에 일어나 베이컨을 굽고 모카커피를 내리면서부터 나온 수다에서 황교익은 베이컨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비싼 건 삼겹살이 비싸서라고 밝혔고, 그 이야기는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대량 양돈사업을 했던 시절의 불행한 역사 이야기로 이어졌다. 당시의 양돈사업이 일본 수출을 위해 만들어지면서 돼지의 안심, 등심이 수출되고 나면 남은 부위들을 우리가 소비하면서 삼겹살, 족발, 머릿고기, 내장, 껍데기 같은 것들을 먹게 됐다는 것.

'알쓸신잡(사진출처:tvN)'

김영하는 모카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함께 나눠 마시며 얼마 전 봤다는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마피아 같은 흉악범들이 교도소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에서 보스가 독방에 들어가는데 아무 것도 없는 그 곳에 유일하게 있는 것이 바로 모카 포트라는 것. 그래도 커피 한 잔을 마시게 해주는 것. 그것이 이탈리안인들이 생각하는 인권의 최전선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만큼 그들이 커피를 사랑한다는 것. 

우리에게 음식은 그저 때마다 챙겨 먹는 어떤 것 정도로 인식되어 왔지만 사실 그 안에는 많은 문화적인 배경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전날 밤 <삼국유사>의 설화와 전설 이야기를 하다, 문득 ‘단군신화’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나오게 된 쑥과 마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쑥과 마늘일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황교익은 그것이 마늘이 아니라 사실은 달래였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어 먹을 게 그리 변변치 못했던 우리네 선조들에게 나물들 중 쑥과 달래를 먹은 이들이 생존한 그 이야기가 ‘단군신화’ 속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이 인문학 하면 굉장한 철학이나 두꺼운 책을 먼저 연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알쓸신잡>이 드러내고 있는 건 인문학적 지식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이 프로그램이 인문학을 소재로 하면서도 여행이라는 틀을 가져온 것은 그래서 단지 그것이 나영석 PD의 단골소재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이 점이 보여준다. 여행을 통해 우연히 겪게 되는 일들과 보게 되는 것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이 흥미로운 지식으로 바뀌어가는 그 신비함을 찾아보겠다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굳이 여행의 틀을 갖게 된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경주하면 모두 유적들과 능을 떠올리지만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엑스포와 놀이동산을 찾은 정재승은 그 엑스포라는 것이 세계의 과학사를 발전시킨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이 산업적으로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뽐내기 위해 개최했다는 런던엑스포에서 수정궁이 지어져 유럽전역에 화제가 되고, 그 경쟁국들도 서로 기술을 뽐내기 위해 엑스포를 열게 되면서 과학이 진일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 가면 흔히 있는 핫도그와 콘 아이스크림 역시, 그 역사가 엑스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음식이 달리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작은 일상의 자잘한 경험들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사실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알쓸신잡>은 굳이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가 어느 지역을 여행하다 가끔 보곤 하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사당이나 비각 같은 것들에도 굉장한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유시민이 찾은 최진립 장군의 비각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모두 의병으로 참전한 최진립 장군의 “이길 순 없어도 (나라를 위해) 죽을 순 있다”는 이야기나, 돌아가라는 걸 따르지 않고 그와 함께 끝을 같이한 노비 옥동과 기별을 위한 제사를 지금까지 그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그 안에 담겨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알쓸신잡>을 보며 어딘지 ‘신비하다’고 느끼게 되는 지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살아왔던 손과 발에 툭툭 채였던 많은 것들이 저마다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한 울림을 준다는 것. <알쓸신잡>의 숨은 가치와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알쓸신잡’, 무엇이 이렇게 신비한 느낌을 줄까

‘알아두면 쓸데없는’ 이야기 같다. 경주로 간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거대한 능들이 밀집되어 있는 대릉원에서 화려한 금관을 보며 그 많은 금들이 어디서 왔을까를 상상하다, 당시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경주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역을 통해 들어온 금이라는 것. 그러더니 불쑥 박물관의 우물 관련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유물들 속에서 소의 흔적은 찾을 길 없고 말의 흔적만 있더라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의 이야기가 나오고 박물관 유물들은 지배계급의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흐르더니 천마총의 천마장식은 지금으로 치면 페라리의 엠블렘 같은 것이 아니었겠냐는 의미심장한 농담이 덧붙여진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경주가 고향인 유시민은 예전에는 그 유적들에서 뛰어 놀았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제한된 수의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유적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서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너무 많이 늘어난 ‘호모 사피엔스’의 문제로 귀결된다.

유적에서도 느껴지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의 격차나, 너무 인구가 늘면서 이제는 뛰어 놀 수 없고 멀리서 바라 봐야만 하는 유적들의 이야기는 묘한 쓸쓸함을 만들어낸다. 경주에도 새롭게 생겨 커져 가고 있는 황리단길에서 원주민들이 오히려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아이러니가 거론되고, 그걸 막으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아무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유시민의 말에, 그러나 그것이 슬럼화된 도시를 다시 깨어나게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단순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고 김영하가 덧붙인다. 

천년 전의 신라인들과 지금 우리들이 생물학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생각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유시민이 지적하자 정재승은 그것이 뇌의 놀라운 능력이라고 말한다. 뇌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 그래서 만일 지금 신라인이 여기로 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해도 금세 말이 통할 것이라고. 

이런 걷잡을 수 없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희열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그 사실에 “속상하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런 유희열에게 김영하는 한 가지 희망 섞인 이야기를 덧붙인다. 마침 녹화가 있던 날이 6월 10일. 6.10항쟁 30주년이라는 걸 상기시킨 후, 30년 전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 짧은 30년 사이에 나아진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알쓸신잡>의 지식 수다가 ‘알아두면 쓸데없는’ 것처럼 마구 쏟아져 나오다가 어느 순간 ‘신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이래서다. 그 많은 수다들이 그저 맥락 없이 마구 나온 것 같지만 많은 것들이 이어져 있고, 지금 그 작은 공간에서 몇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 속에는 지금도 흘러가는 수천 년 인류 역사의 흐름이 담겨져 있다. 

그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광경 자체가 신비롭게 다가온다는 것. 정재승 교수가 말했듯 어찌 보면 이 우주에서 먼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이 그 우주를 이야기한다는 데서 오는 신비함이 그것일 게다. 유시민 작가는 농담을 더해 이를 ‘먼부심(먼지의 자부심)’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알 수 없는 신비함은 바로 이 먼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천년 전 달을 보며 살았을 신라인들의 삶과, 천년 후 같은 달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가 묘하게 겹쳐지는 신비한 느낌.

‘알쓸신잡’ 황교익과 유시민이 오죽헌에서 격분한 까닭

“어 이것도 율곡이네?” tvN <알쓸신잡>이 떠난 강릉 여행에서 오죽헌을 찾은 유시민 작가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오죽헌을 소개하는 안내문부터 곳곳에 신사임당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고 온통 율곡 이이의 흔적들만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헌에서 신사임당은 ‘율곡의 어머니’로서만 존재했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현모양처’니 ‘우리나라 어머니의 사표’ 같은 안내문의 문구를 보며 황교익은 “이런 게 문제다. 여성상을 어머니로만 한정 시키는 거지.”라고 했고 유시민은 “훌륭한 정치인일 수도 있고 예술가일 수 있는데 하필이면 왜 어머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또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고 있다’라는 문구나 ‘성품이 어질고 착하며 효성이 지극하고 지조가 높았다’ 같은 말들이 “다 봉건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시민은 이 안내문을 보면 “신사임당에 생애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그 분의 생애를 짧은 글에 압축해야 하는데 율곡이 다”라고 꼬집었다.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 한 여성이 어떤 목표와 소망을 가지고 어떤 원칙을 가지고 삶을 살았고 그 삶이 우리에게 지금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하는 내용이 안내문에 있어야 한다며 “고쳐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날의 지식 수다를 털어놓는 자리에서도 유시민은 “신사임당은 학식과 재능이 뛰어나고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고, 남편과의 관계를 보면 당시 축첩제도에도 무척 비판적이었고,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몹시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였죠. 율곡의 어머니라는 건,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걸 누구의 어머니로, 그것도 어떤 성공한 남자의 어머니로 축소해서 온 국민에게 선보인다는 것이 상당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것은 신사임당이 조선시대에서도 여성으로서 살아가는데 있어 그만큼 힘겨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유시민과 황교익이 격분한 건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여전히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신사임당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부속적인 존재로 보는 시선이 이렇게 공공연하게 문화유적의 안내문에 담겨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노릇인가.

이 날 강릉에서 벌어진 지식 수다에서 유독 주목하게 된 건 뛰어난 학식과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묻혀 버리고 왜곡되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사임당과 더불어 강릉에서 화제에 오른 인물은 허난설헌이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를 다녀온 그들은 조선시대의 천재시인이었던 허난설헌의 결코 쉽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허균은 <홍길동전>을 쓸 정도로 누릴 것을 누리며 살았지만, 허난설헌은 그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문집 자체를 중국인이 먼저 묶을 정도로 여성이 차별받는 조선사회에서 숨막혀 했다. 유시민은 “허난설헌은 그 재능이 삶의 고통”이 됐다며 “그게 병이 되어” 27살의 나이에 일찍 돌아 가셨다고 했다. 김영하는 허난설헌이 나중에는 도교에 영향을 받아 “이 잘못된 세상에 잠시 다녀갑니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황교익은 이날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가며 “역사를 보는 시각은 현시대의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과거의 역사도 잘못된 부분이지만, 그런 잔재가 현재까지도 여전히 안내문 문구 속에 담겨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시각을 봉건적 틀에 묶어두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죽헌에서 유시민과 황교익이 보인 격분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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