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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 전략 수정이 절실하다

 

종영한 사극 SBS <대박>의 주인공은 단연 장근석이다. 여진구, 전광렬, 최민수 같은 인물들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 이야기의 중심은 대길이라는 인물이 겪는 고난과 성장 스토리를 통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가 서 있는 인물들 사이의 위치는 막중하다. 위로는 아버지인 숙종(전광렬)과 연결되고, 옆으로는 형제가 되는 연잉군(여진구)이 있으며 시대의 공적인 이인좌(전광렬)와 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박(사진출처:SBS)'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온전히 장근석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드라마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건 독특한 숙종 역할을 맡은 최민수였고, 드라마가 끝까지 굴러가게 만든 장본인 역시 그가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서 조정을 농단하는 이인좌 역할을 연기한 전광렬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연기 공력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장근석은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아버지인 백만금(이문식)이 죽고(물론 나중에 다시 살아 돌아오지만) 벼랑 끝에서 이인좌의 칼에 맞고 떨어지는 그의 모습은 그간 봐왔던 그의 연기와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뱀을 물어뜯는 연기까지 선보였다. 그것은 마치 <레버넌트>로 꽃미남이 아니라 연기자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보처럼 보였지만, 그런 노력은 그리 큰 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했다.

 

장근석이 이처럼 <대박>을 선택하고 지금껏 해오지 않았던 연기에 도전한 건 스스로도 늘 현대극의 허세남 캐릭터에 붙박여 있는 것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현실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2009<미남이시네요>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공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리는 외박중><미남이시네요>의 연장처럼 여겨졌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랑비>는 아쉽게도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쁜 남자> 역시 마찬가지. 장근석이 갖고 있는 꽃미남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소비했을 뿐, 이렇다 할 그의 성장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다.

 

배용준 이후 일본 한류의 새로운 물꼬를 튼 장근석이지만 후속작을 내지 못한다는 건 그에게는 커다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대박> 역시 대박이 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결과다. 물론 대본의 완성도가 높지 못했다거나, 함께 하는 연기자들의 면면이 워낙 강했다거나 하는 이유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건 중심에 서 있던 연기자로서 드라마의 실패에 책임이 없다 말하긴 어렵다.

 

이번 <대박>을 경험하면서 장근석에게 필요한 건 적절한 전략의 수정이다. 연기변신이 절실하다고 해도 너무 급작스런 변화는 그에게도 또 그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연기자라면 이걸 넘어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장근석처럼 너무 강하게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는 연기자라면 적절한 수위 조절을 통한 변신을 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시도와 그 의지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방법이 너무 과했다고 여겨진다. 자신이 갖고 있는 허세 꽃미남의 이미지가 자신의 경쟁력이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대박>은 여러모로 장근석이라는 연기자에게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더키앙

<내연애>가 그저 그런 멜로라고? 실험작이다

 

신하균이 이처럼 달달했던 적이 있었나. 과거 신하균이 했던 작품들 속 인물들을 보면 어딘지 신경쇠약 일보직전의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들의 뇌리에 깊게 박힌 이미지는 그래서 아마도 하균신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강렬했던 <브레인>의 이강훈이라는 캐릭터일 게다. 그런 신하균이 눈웃음을 살살 치고 심지어 애교를 떤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김수영 의원을 연기하는 신하균의 모습은 확실히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물론 초반에는 예전 신하균의 이미지 그대로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그는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 연애의 모든 것'(사진출처:SBS)

반면 이민정은 신하균과는 정반대의 이미지 변신이다. 늘 풋풋한 사랑의 아이콘이었던 이민정은 이 드라마 속 노민영 의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거침없이 쓴 소리를 쏟아 붓는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국당, 민우당, 녹색진보당이 룸싸롱에서 술판을 벌이고 밀실회의를 하는 광경을 보고는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에 그녀는 컵을 집어던지며 이렇게 일갈한다. “애국이 국어사전에서 썩어 빠지겠다 이 개자식들아! 이러니까 국민들이 정치가 정치인들이 국민 뜯어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사실 이 드라마에서 연기변신을 하고 있는 건 신하균과 이민정만이 아니다. 김수영 의원의 수석보좌관 맹주호 역할을 연기하는 장광이나 김의원의 비서 김상수 역할을 연기하는 진태현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둘 다 강렬한 악역을 주로 해왔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보다 더 웃길 수 없고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내고 있다. 신하균과 진태현 또 신하균과 장광의 연기 합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멜로만큼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고 보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그간 우리가 생각해왔던 정치라는 소재가 가진 상투적인 이미지를 뒤집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치만큼 대중들에게 첨예하고 무겁고 심지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없지만, 실상 그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도 결국 개인으로 돌아오면 우리와 똑같이 사랑에 빠지고 고민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떤 국가나 정당을 위한 선택과 소신 같은 공적인 결정은 그래서 누구나 다 똑같을 수밖에 없는 사적인 연애가 생겼을 때 그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수영 의원과 노민영 의원의 연애가 쉽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정치와 로맨틱 코미디의 결합은 그래서 대단히 신선한 화학적 실험이다. 정치가 가진 무거움과 로맨틱 코미디가 가진 가벼움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정치인으로서의 공적 존재가 연애하는 사적 존재와 공존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꽤 괜찮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청률이 낮은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치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층과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시청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물> 같은 드라마의 성공을 빗대 대중들이 정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게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격 정치 이야기라기보다는 아줌마의 정치인 성장담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고, 정치 역학보다는 대중정서에 더 어필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사반장>이 수사물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80% 범죄자가 된 사연을 소개하고는 나머지 20% 그 범죄자의 등을 최불암이 두드려주는 <수사반장>은 인간극장이자 휴먼드라마일뿐이다. 즉 우리네 드라마의 특성상 본격적으로 정치 역학을 소재로 활용해 성공한 드라마는 많지 않다.

 

따라서 본격적인 정치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 위에 멜로라는 사적인 문제를 얹어 놓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그저 그런 멜로가 아니다. 신하균과 이민정의 달달한 로맨스를 전면에 보여주려 하는 것은 그것이 좀 더 대중적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꽤 많은 것들을 뒤집는 실험작이자 문제작이다. 신하균과 이민정의 연기 변신을 통해 그 화학작용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청률이 좀 낮다 해서 이 작품을 폄하할 수 없는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야동에서 방귀까지, 이순재의 변신 어디까지?

도대체 이순재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동을 보다 가족들에게 들키는 연기를 할 때 어찌 이마에 흐르던 식은 땀 같은 당혹감이 없었을까. 그가 말 그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면서까지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을 때, 이른바 '야동순재'는 뻥 터졌고, 그것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거침없이 빵빵 터지는 시트콤으로 만들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다시 돌아온 그. 이번엔 칠순의 나이에도 가슴 설레는 사랑을 하는 이른바 '멜로순재'다. 그는 학교 교감인 김자옥과 과학실에서 밀회를 즐기다, 학생들에게 들킬 위기에 몰리자,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이층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액션을 선보이기도 하고, 만나주지 않는 김자옥의 집 앞에서 비를 맞으며 밤새워 기다리며 아픈 몸에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약속장소로 달려가는 정통 멜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틈만 나면 방귀를 북북 뀌어대는 그. 그녀 앞에서 방귀를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 참지 못하고 상갓집에서 절을 하며 대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또 한 번 뻥 터졌다. 야동순재가 멜로순재를 거쳐 방귀순재가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는 그녀와 만난 지 100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이벤트에서 '네버엔딩 스토리'를 부르다 고음에서 결국 쓰러지고 마는 포복절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조의 여왕'에서 윤상현이 했던 장면을 패러디한 것. 데뷔 53년 만의 세레나데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 아낌없이 무너지는 모습은 보는 이를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이 같은 이순재의 네버엔딩 변신 스토리는 심지어 뭉클하기까지 하다. 칠순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연기열정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웃음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연령과 기존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매번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그 모습이 진정한 '연기자'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추석특집극으로 방영되었던 '아버지 당신의 자리'에서 이제 사라질 위기에 몰린 간이역에서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잃은 후 외롭게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아버지 역할을 하는 이순재의 모습은 보는 이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한 편에서는 가슴시린 아버지의 상을 보여주고, 다른 한 편에는 아낌없이 무너지며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마치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아버지의 상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은 그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을 가늠하게 만든다.

이순재의 솔선수범 때문일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폼 잡는 연기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기존 이미지를 거꾸로 뒤집는 것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어찌 말처럼 쉬울까. 폼 나는 분위기를 갖고 있던 정보석이 어리버리 한 정보석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고, 상큼 발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황정음이 심지어 떡실신녀가 되는 모습에서 이순재가 솔선해 보여주는 연기자의 길을 엿보게 되는 것은 과장된 것일까. 심지어 감동마저 주는 연기자 이순재의 네버엔딩 변신스토리는 작금의 연기자들에게 어떤 하나의 길을 제시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연기자의 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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