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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유퀴즈', 이들이 끔찍한 범죄를 보고 또 보는 까닭 조두순, 이춘재, 정남규, 유영철... 이름만 들어도 분노하게 되는 끔찍한 범죄자들을 마주한 채 면담하고, 살인 현장을 찾아 그 범인의 동기와 동선을 찾으려 범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며, 심지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범죄자와의 심리적 유대관계까지 갖는 범죄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고 또 어떤 마음을 갖고 그 일을 대할까. tvN 이 '그것이 알고 싶다' 2탄 특집으로 마련한 방송에는 범죄심리를 연구하는 이수정 교수,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인 인천지방경찰청 이진숙 경위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 같은 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연쇄살인범들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며 때론 함께 밥을 ..
넷플릭스로 간 '콜', 대본·연출·연기의 삼박자가 만든 전율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외딴 산 속의 고택. 그 집의 낡은 전화기가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과거의 영숙(전종서)과 현재의 서연(박신혜)을 연결한다. 넷플릭스 영화 은 이 단 하나의 설정으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룬 스릴러다. 본래 좋은 판타지일수록 단 하나의 룰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런 점에서 은 20년의 시간의 장벽을 넘어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두 인물이 연결된다는 그 설정 하나로 기막힌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는 스릴러를 완성해낸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지점은 화재로 아버지를 잃었던 서연이 20년 전의 영숙에 의해 새 삶을 살 ..
'악의 꽃', 지하에 숨겨진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믿기 힘든 진실 앞에 우리는 과연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까. tvN 새 수목드라마 의 시작은 양 손이 묶인 채 물 속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백희성(이준기)에게 차지원(문채원)이 다가와 그를 깨우고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짧은 장면이지만 은유적으로 표현된 이 오프닝은 앞으로 이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인가를 암시한다. 수면 아래 감춰진 백희성의 진실 앞에 서게 되는 차지원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 앞에서는 그토록 자상한 꿀미소를 뚝뚝 떨어뜨리던 백희성이 뒤돌아서자 얼굴빛이 살벌하게 굳어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섬뜩함을 안긴다. 그건 이 문제적 인물의 앞면과 뒷면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그의 생일에 ..
‘싸패다’ 윤시윤, 싸이코패스 정도 돼야 버티는 현실이라니 코미디지만 이 코미디 어쩐지 슬프다. tvN 수목드라마 는 어쩌다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살인 기록이 담긴 다이어리를 가진 채 사고로 기억을 잃은 한 증권사 사원이 자신이 싸이코패스라 착각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이 상황이 코미디가 되는 건 본래 모습은 소심하기 그지없던 인물이 자신이 싸이코패스라고 착각하게 되면서 보이는 일종의 허세와, 의외로 그 허세가 통하기도 하는 상황이 주는 웃음이다. 그런데 이 허세의 주인공 육동식(윤시윤)이 처한 현실을 보다보면 어딘지 슬퍼진다. 대한증권에서 알아주는 호구인 육동식은 팀장 공찬석(최대철)이 잘못된 투자로 입은 큰 손실의 책임을 홀로 떠맡게 된 채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공찬석은 갑질하는 인물..
‘유령을 잡아라’, 첫 방부터 웃음과 긴장감 모두 잡은 문근영 정말 캐릭터 이름에 걸 맞는 ‘유령’ 같은 문근영이다. 4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인 tvN 에서 문근영은 첫 방부터 웃음과 긴장감을 모두 잡았다. 시작은 발랄하고 엉뚱하지만 의외로 통쾌한 웃음이다. 지하철 경찰대에 들어가기 위해 취객 분장을 한 채 소매치기를 잡는 시퀀스는 이 유령(문근영)이란 인물의 특별한 매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열정에, 모든 지하철역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담아놓고 있어 지상으로 도망치는 범인을 지하로 쫓아가 잡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인물. 그의 존재감이 빛나게 된 건 왕수리 지하철 경찰대의 고지석 반장(김선호)과의 대비 때문이다. 어딘지 경찰이라기보다는 공무원에 가깝게 몸을 사리..
‘이리와 안아줘’, 허준호가 스스로 증명한 악역의 탄생“악은 증명 당하는 것이 아니다. 악은 스스로 증명하는 것.” MBC 수목드라마 에서 윤희재(허준호)는 그렇게 말했다. 연쇄살인범으로 감방에 들어가 사형수로 지내왔던 그는 결국 탈옥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허준호가 윤희재라는 희대의 악역을 통해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증명해낸 것이기도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소름끼치는 긴장감이 가능했을까.윤희재는 우리가 봐왔던 연쇄살인범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보통의 연쇄살인범이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반해, 윤희재는 가족이 있다. 두 명의 친 아들과 재가했던 아내 채옥희(서정연)와 그녀의 딸 채소진(최리)이 그들이다.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
'추격자'도 그랬는데 왜 '브이아이피'만 문제 삼느냐고?영화 는 북한에서 내려온 고위급 자제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져왔다. 누아르 장르를 표방하는 만큼 피가 튀는 총격전이나 칼부림은 심지어 미학적 액션으로까지 담아진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이었던 가 그러하듯이 이 작품이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이러한 폭력이 난무하는 누아르를 통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북한의 외교적 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연쇄살인범을 잡았지만 북한의 고위 정보를 가진 그에게서 그 정보를 빼내기 위해 그를 보호하는 미국 측에 의해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 누가 권력을 쥐느냐에 따라 연쇄살인범이 버젓이 일가족을 처참하게 유희를 위해 살해해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못하는 북한의 비뚤어진 권력 체계. 그 안에서 피해를 보는 건 북..
‘수상한’·‘쌈마이’ 같은 멜로라면...장르물과 결합하고 현실 담아내고사실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멜로에 대한 반응은 양면적이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멜로드라마적 전통은 드라마의 전통과 맞닿아 있을 정도로 뿌리 깊다. 지금껏 드라마 하면 그것이 어떤 장르를 갖고 있든 멜로가 빠지면 어딘지 빈자리가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드라마의 ‘멜로 코드’가 식상하다는 반응도 어김없이 나온다. 특히 장르물이나 사극에서 갑자기 멜로 코드가 등장하면, “멜로 없이는 안 되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어딘지 빠지면 아쉽고, 들어가면 식상해지는 멜로. 그래서 멜로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는 멜로에 법정드라마라는 장르물을 엮어냈다. 물론 법정드라마 속에 간간이 멜로 코드가 섞인 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