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 이들의 미안함, 고마움, 아쉬움을 보며 공감한 건

 

JTBC 예능 <캠핑클럽>에서 캠핑카로 이동 중 이효리는 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가까운 사람이 먼저 떠났는데, 죽음과 이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는 것. 그래서 이번 여행에 꼭 연을 날려보고 싶다고 했다. 하늘 가까운 곳으로 띄우는 연에 자신의 마음을 담겠다는 의미일 게다.

 

구산 해수욕장에서 만들어 날리는 연을 산 이효리는 하지만 그걸 만드는 일이 녹록찮다는 걸 알게 된다. 날리기는커녕 만들기도 쉽지 않았던 것. 결국 포기했지만 여행 마지막 날에 즈음에 도착한 영월 법흥계곡에서 이효리는 연을 사서 다시 날려보려 안간힘을 쓴다.

 

핑클 완전체로의 콘서트를 하고픈 마음은 똑같았지만, 저마다의 현실이 있어 선뜻 하자고 말하지 못하는 그들. 옥주현은 이효리에게 “꼭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이효리는 그 바람을 연에 담아 날려보고 팠다. 순리대로 하자고 했지만 그 역시 콘서트를 하고픈 마음이 컸던 것.

 

연이 날면 콘서트도 될 거라는 바람을 담아 혼자 뛰고 또 뛰었지만 연은 날 듯 날 듯 날지 못하고 떨어졌다. 성유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부족. 결국 연 날리기를 포기하고 주저앉은 이효리는 갑자기 눈물을 터트렸다. 이제 캠핑 마지막이라는 그 마음에, 연을 어떻게든 날리고픈 마음, 여행을 하며 느꼈던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아쉬움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마음먹은 대로 다 되면 그게 무슨 인생이겠냐며, 연을 날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울다 웃지만, “기약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제는 성유리의 눈물샘이 터졌다. 그리고 사실 열등감 같은 게 있었다며 자신의 말 못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모두가 잘 되고 있을 때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핑클이 다시 모여 콘서트를 하게 되면 자신도 잘 되어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는 것. 이효리는 성유리에게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스스로 만족하면 된다는 것.

 

그러고 보면 <캠핑클럽>은 연실 네 사람의 까르르 웃음이 터졌지만 또한 유난히 눈물이 많은 여행이기도 했다. 경주 화랑의 언덕에서 뜨는 해를 보며 이진과 함께 이효리가 흘린 눈물이 그랬고, 구산 해수욕장에서 이효리와 이야기를 나누다 옥주현이 보인 눈물이 그랬다. 이진은 자신의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었을 것이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고, 옥주현은 이효리가 잘 되는 모습이 좋으면서도 엄마가 비교할 때는 화가 났었지만 나중에는 감사함을 느꼈다는 말을 꺼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우리가 <캠핑클럽>을 보며 공감하고 때론 위로를 받았던 건 바로 거기서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봤고 그것이 시간의 흐름에 의해 힘겨웠던 시간조차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는다는 걸 확인시켜줬기 때문일 게다. 젊어서는 몰랐던 것들을 나이 들어가며 이해하게 되고 그 때를 꺼내놓으며 즐거움에 웃고, 미안함과 고마움에 우는 그 과정들이 우리네 삶이라는 걸 이들은 그 짧은 여행을 통해 보여줬다. 여행은 짧았지만 그 여행에 담겨진 시간들은 길었다.

 

삶이 꼭 연을 닮아서 날고 싶다고 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을 날리고픈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 바람을 잘 타는 그런 날이 올 것이고, 그 때는 저절로 잘 날 수 있지 않을까. 떠나간 그리운 사람을 위해 연을 날리려는 그 마음은 그래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해준다. 어쩌면 우린 그 희망이 있어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사진:JTBC)

‘캠핑클럽’, 어째서 이효리가 대체불가인지 알겠네

 

어쩌면 이렇게 이 시대에 딱 맞는 예능의 맛을 낼 줄 알까. JTBC 예능 <캠핑클럽>을 보다보면 이효리가 실로 관찰카메라 시대에 제 물을 만났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빵빵 터지는 웃음에서 가슴 먹먹해지는 진심어린 눈물까지, 이효리가 있어 가능하다는 걸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울진 구산의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하루는 이효리가 있어 다이내믹해진다. 캠핑 5일차에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하고픈 일을 할 때, 이효리가 가만 있지 못하고 홀로 바쁘게 이 일 저 일을 하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유를 사러 매점에 갔다가 쓰레기봉투와 장작까지 사서 낑낑대며 돌아오는 이효리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건 바로 자신이었다는 걸 토로하는 장면은 웃음과 동시에 어떤 의미까지 더해준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다들 요가를 하거나 잠깐의 낮잠을 청하는 그 시간에 홀로 무거운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로 가려 애쓰는 모습은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웃음을 줬다.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한 약속과 이진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고픈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효리가 그렇고, 그런 이효리에게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고 웃음 섞인 타박을 하는 이진의 모습이 그렇다.

 

자꾸만 이진을 부르는 이효리는 나중에는 그러면서 자꾸 자신을 의식하고 쳐다보게 될 거라고 말하고, 실제로 멀리 바다까지 서프보드를 들고 나가는 이효리를 쳐다보는 이진의 모습에 미소 짓게 되는 것도 그렇다. 거기에는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이들이 이제는 점점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보드를 타고 바다까지 나가려 하지만 바람 때문에 자꾸만 엉뚱한 데로 오게 되자 포기하고 해변가에 앉은 이효리에게 다가온 옥주현이 오랫동안 나누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내는 대목 역시 이효리 특유의 편안함과 진솔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일 게다. 이효리가 잘 되고 있는 게 너무 좋으면서도 엄마가 비교할 때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는 것. 그렇게 괴로웠지만 나중에는 이효리가 잘 될수록 감사함을 느꼈다며 옥주현은 눈물을 보였다. 이효리는 그런 옥주현을 ‘대단하다’ 생각했다는 속내를 전했다. “나는 너를 보며 어떻게 뮤지컬 분야에서 저렇게 잘하게 됐지? 대단하다 하고 생각했다”는 것.

 

이런 분위기는 이미 경주 ‘화랑의 언덕’에서 해돋이를 보며 이진과 함께 이효리가 앉았던 그 순간에도 보여진 바 있다. 늘 쾌활하게 웃고,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며 그걸 바꿀 수 없다는 걸 받아들임으로써 한껏 편안해진 이들은 그렇게 깔깔 웃다가 어느 순간 속에 있는 어떤 못했던 말들을 꺼내놓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건 이효리 스스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 진솔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캠핑카 차체에 빔 프로젝트로 과거 핑클의 영상을 보며 거기 나오는 자신들의 모습을 “꼴보기 싫다”며 자아 비판하는 분위기. 한껏 꾸미던 과거의 모습에서 이제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 그런 분위기가 <캠핑클럽>에서는 공기처럼 떠다닌다. 한 때 화려한 무대 위의 주인공이었지만 누구든 그 무대를 내려와 제 자리로 돌아오면 거기서 자신의 본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는 걸 <캠핑클럽>은 보여주고, 그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와 위안을 준다.

 

관찰카메라 시대의 예능 프로그램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성만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 결국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솔한 모습과 함께 그 속에서 웃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이효리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대체불가 예능인이 아닐까 싶다. 웃음부터 눈물까지 다 되는.(사진:JTBC)

‘캠핑클럽’ 핑클 완전체와 캠핑이 만났을 때

 

드디어 핑클 완전체가 다시 모였다. 14년만이다. 핑클의 팬이었던 분들이야 이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게다. 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감성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핑클을 잘 몰랐던 분들이라고 해서 JTBC <캠핑클럽>의 진입장벽(?)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린 이미 핑클의 멤버 개개인들을 저마다의 활동을 통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이효리는 사실상 <캠핑클럽>이라는 기획이 시작된 모티브가 됐던 인물이다. <효리네 민박>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이효리의 후속편 이야기가 됐었고, 그 와중에 핑클의 멤버들이 함께 제주도에 모였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미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핑클 완전체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형태가 어떤 것일까가 궁금했을 뿐.

 

결국 이들의 선택은 캠핑이었다. <효리네 민박>처럼 어느 한 집을 선택하는 건 여러모로 부담되는 일이 되었다. 이미 <효리네 민박>으로 화제가 됐던 제주도 집은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이효리 부부 또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니 머무는 것보다는 유랑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을 게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떠도는 콘셉트가 좋은 건 이런 여행의 형식이 담아낼 수 있는 우연적 요소들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는 자연인으로서의 이들의 모습 때문이다. ‘전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여전히 ‘요정’의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이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걸 <캠핑클럽>의 캠핑이라는 형식을 잘도 끄집어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회자되어 지금도 떠돌고 있는 이른바 이진의 ‘머리채 사건’은 이런 자리에서는 그저 농담처럼 툭툭 던져지는 젊은 날의 추억담이 된다. 의외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이진의 모습은 오히려 이효리와 잘 어우러면서 점점 자매 같은 편안함을 준다. 잔뜩 먹을 걸 준비해온 옥주현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것. 사실 <캠핑클럽>은 대단한 사건적 상황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캠핑클럽>은 핑클 완전체가 모였다는 사실이 주는 주목도에 비하면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다. 함께 캠핑카를 타고 마을 슈퍼에 들러 음식을 사고 첫 번째 캠핑지 용담섬바위에 도착해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광경을 보고 있는 것.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앉아 있는 이들은 그래서 마치 정지화면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채워주는 개구리 소리와 모닥불이 탁탁 튀는 소리 그리고 너무나 어두워 온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들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불렀던 옛 노래를 꺼내 들으며 울컥 눈물을 흘리는 옥주현에게 “갱년기”라고 이효리가 말하는 것이나, 아이와 함께 오면 좋겠다던 이야기가 엉뚱하게도 ‘배란일’ 이야기로 넘어가는 건 그래서 묘한 공감대를 일으킨다. 마치 <캠핑클럽>은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 ‘전직 요정들’이라도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전하는 위로는 의외로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사진:JTBC)

'효리네2' 우리도 이상순·효리와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다

비 내리는 날의 감각과 감성들이 깨어나는 것만 같다. 폭설이 내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날,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의 감성과 감각들도 촉촉해졌다. 손님들이 모두 놀러 나간 후,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된 이효리와 이상순이 빗속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장면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빗방울이 데크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에, 그 톡톡 터지는 그림 같은 정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뜨끈한 물속에서 고즈넉한 우산 안에 들어간 두 사람이 일깨워주는 감각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욕탕의 따뜻함과 빗방울의 시원함, 그리고 조용할 때야 비로소 들리는 빗소리들과 한적할 때야 비로소 보이는 빗방울들이 온 몸의 감각을 깨우는 그런 느낌들이 비 오는 <효리네 민박2>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비가 오면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이효리가 굳이 이상순이 품을 들여 애써 펴 놓은 우산 바깥으로 나와 비를 온몸으로 맞는 건 그래서일 게다. 촉촉이 내리는 빗물과 어우러지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 그래서 문득 너무 애쓰며 버텨왔던 어떠한 노력들도 그다지 불필요해지는 느낌. 이효리가 말하는 ‘자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비가 오면 본래 소리는 더 낮게 깔리고 더 잘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에서 어디 그런 낮은 빗소리가 들려올 틈이 있을까. 하지만 갑자기 흥이 난 임윤아가 핑클의 ‘블루레인’을 부르는 소리는 아주 작게 불러도 이층까지 들려온다. 그 노래를 이효리가 함께 부르다가 결국 옥주현까지 전화로 연결해 맞춰가는 하모니가 그 어떤 공연보다 기분 좋게 다가오는 건 노래 자체 때문이 아니라 비 오는 날의 어떤 설렘 같은 게 거기 더해져 있어서다. 비, 추억이 깃든 노래,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 같은.

어둑어둑해지는 민박집으로 하나 둘 비를 피해 둥지로 돌아온 새들처럼, 저마다의 먹거리 한 가지씩을 가져온 손님들이 그걸 한 상에 늘어놓고 풍족한 저녁을 함께 하는 모습도 그 어느 때보다 정겹다. 민박객 중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크게 많은 일을 한 것 같지 않아도 저런 곳이라면 마음이 한없이 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 놓고 온 많은 일들을 잠시 모두 잊어버린 채 그 집과 사람들이 깨워내는 감각과 감성들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 들어 자연이 주는 감각과 감성들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TV를 볼 때이다. 관찰카메라의 시대에 더더욱 정교해진 카메라들은 도시 생활을 하며 느끼지 못하고 잊고 있던 많은 소리들과 장면들을 속속들이 포착해 보여준다. 차 소리에 귀먹고 불야성 같은 도시의 빛에 눈먼 우리들의 감각을 아이러니하게도 관찰카메라가 잡아낸 소리와 장면들로 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들 때문에 오히려 비 오는 날이 더 기다려지는 요즘, 비 오는 어느 날 제주도의 한 집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은 그래서 남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효리네 민박2>를 보다 저들이 비가 오니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이제 한 번쯤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돌리고픈 마음이 드는 것도.(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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