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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일선 검사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부조리한 검찰이라는 건

 

윗선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건 일선 검사들이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면 정의가 살아날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에서 오래도록 자기 일에 충실해왔던 김인주(정재성) 진양지청장이 검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쓸쓸히 물러나는 대목은 한 마디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인주가 시쳇말로 ‘물을 먹은’ 건 진양시 국회의원 아들이 저지른 사건을 무마하라는 검사장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그 범법자를 검거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인주에게 은근히 전주지청 자리를 이야기했던 검사장은 그를 천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자신보다도 한참 밑엣 기수인 인물이 오른다. 그는 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검사직을 포기하고 로펌에 들어갈 궁리를 한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진양지청 사람들은 김인주 퇴임식에 맞춰 마음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틀어준다. 하지만 김인주는 퇴직하지 않고 수원지청으로 출근할 거라고 선언한다. 후배 밑에서 지내야 하지만 그래도 감수하겠다는 것. 그 이유는 아직 자신이 제대로 된 검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윗선에서 청탁이 들어와도 그걸 어기고 권력에 기대려는 범법자를 검거해내는 에피소드가 담으려한 메시지는 검찰의 진짜 힘이 바로 이런 일선에서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소신을 지키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또 퇴직할 거라 여겼던 김인주 지청장이 검사로 남겠다 선언하는 것도 그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자신 같은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고 있어야 그나마 정의는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과연 현실적일까 싶은 면이 많다. 그런 식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검찰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주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검찰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낮은 곳에서 열심히 해도 그 결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드라마에서조차 그렇게 김인주에게 청탁했던 검사장이나, 시키는 대로 말 잘 들었던 이들이 제 자리를 보전하고 영전하는 권력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만일 제대로 된 검찰 시스템이라면 김인주와 진양지청이 청탁까지 내려온 그 사건을 해결할 때 검찰 내부의 사정 또한 이뤄졌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김인주가 더 낮은 자리로 물러나게 되지 않았나. 그는 자신이 자리에 연연해 청탁을 받지 않게 한 차명주(정려원)에게 “명예”를 지켜줘 특히 감사하다 말하지만, 소신 있게 일하는 것으로 자신들조차 지키지 못하는 검사들을 국민들이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검사내전>은 지금껏 검사를 다루던 여타의 콘텐츠들과 달리 지극히 일상적인 검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짚어낸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한 사람으로서의 검사들이 열심히 일한 죄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데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건, 그런 묵묵한 노력만으로 제대로 정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사내전>은 이런 검찰의 부조리를 뒤틀어 비판하고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일까.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 깔깔 웃으면서도 남는 페이소스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작품의 원작을 쓴 김웅 검사가 갑자기 현실에 등장해 검찰 개혁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한 말은 이 드라마를 블랙코미디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물론 드라마적 변용이 있어 김웅 검사의 이야기와는 논조가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과연 시스템의 개혁 없이 일선 검사들의 노력만으로 정의는 살아날 수 있을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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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도 피할 수 없었던 ‘비밀의 숲’의 문제

 

자동차 수리에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보험사에는 제대로 돈을 청구하는 이른바 ‘가짜 청구’ 범죄. 하지만 그 업체 사장이 그 지역의 국회의원 아들이다. 진영지청 차명주(정려원)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지만 국회의원의 줄을 타고 저 위에서부터 서서히 압력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검사장이 직접 전화해 김인주(정재성) 진영지청장에게 사건 무마를 명령하고, 그래도 계속 수사를 이어가는 차명주까지 만나 청탁을 한다. 담당검사가 차명주에서 이선웅(이선균)으로 바뀌지만, 또다시 차명주로 바뀌더니 그는 검거된 이들을 무혐의로 풀어준다.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국회의원 아들은 수배가 풀리자 유유히 귀국한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지금껏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검사들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다뤄왔지만, 그래도 검찰 내부의 비리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었던가 보다. 물론 코미디 설정이 들어 있고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어 그 무게감이 다르지만 그래도 <검사내전>에 등장한 검사장까지 개입된 사건 무마 청탁 이야기는 꽤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동차 부품을 갖고 장난을 친 범죄가 아닌가. 그 부품 하나만으로도 자칫 많은 인명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검사내전>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마침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김인주 진영지청장의 인사이동 가능성을 더해 넣는다. 지청장에서 검사장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려준 후, 전주쪽을 이야기하는 검사장으로 인해 은근히 기대하는 김인주 지청장을 보여준다. 인사이동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니 마치 군대 말년 병장처럼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조심해야 하는 진영지청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검사장까지 개입된 범죄가 등장하면서 김인주 지청장과 진양지청 검사들은 모두 고민에 빠진다.

 

사실 <검사내전>이 그리려고 하는 ‘검사도 사람’이라는 메시지 때문인지 초반 검사장을 꿈꾸는 김인주와 이를 도우려 조심하는 진양지청 검사들의 이야기는 다소 ‘검사들의 변명’처럼 보이기도 했다. 외부에서 보면 청탁 비리로 보일 수 있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저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 검사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걸 그간 드라마가 그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오해였다는 게 드라마 말미에 밝혀진다. 그 범법자들을 모두 검거하기 위한 작전으로 김인주 지청장과 조민호(이성재) 부장검사 그리고 차명주 검사가 이선웅을 속여 가며 일을 꾸민 것. 결국 사건이 그대로 무마되는 줄 알고 귀국하던 국회의원 아들은 공항에서 검거된다. 하지만 이로써 김인주 지청장이 꿈꿨던 검사장의 꿈은 날아간다. 그는 웃으며 자신이 읽고 있었던 전주 관련 자료들을 버린다. 그리고 드라마 첫 장면에 나왔던 것처럼 낚시터에 앉아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검사내전>이 다룬 이 에피소드는 검사장 같은 높은 지위가 가진 힘이 있지만 검찰의 진짜 힘은 일선에서 뛰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검찰 내 비리에 대한 뉴스들을 많이 접하고 최근 들어 국민들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는 ‘검찰개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보면 과연 이처럼 검사들이 자신의 꿈이나 성공을 포기하고 소신을 선택할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드라마였다. 검찰 내 비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그것은 지위체계 안에서 촘촘히 연결되어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처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서부지검 차장검사(유재명)가 검찰 개혁을 하려 나서며 검찰 비리의 그 첫 발이 아주 사소한 밥 한 끼로부터 비롯된다는 걸 통찰한 부분은 이런 비리가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엮어진다는 걸 드러낸다.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 날 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해도 기꺼이.”

 

<검사내전>은 검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드라마지만, 그 일상에 슬쩍 틈입해 들어오는 유혹들이 적지 않다는 걸 드러내주기도 한다. 거대한 비리도 그 처음 시작은 ‘밥 한 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 윗선의 명령을 어기고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진양지청 같은 한직으로 물러나 있는 그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더욱 그렇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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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같은 이야기도 스토리텔링이 다르면 

 

전국구 연쇄 사기범 검거. 물론 액수가 수백억에 달하는 사기지만 그간 드라마에서 피가 튀고 시체가 넘쳐나던 사건들을 무수히 봐왔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평범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평범한 소재가 저 마다의 검사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들이 더해지고, 이야기 구성이 달라지자 쫀쫀한 맛을 낸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이 그리는 독특한 세계의 특징이다.

 

사건은 단 하루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입에 거품을 물고 진영지청에서 119 앰블런스에 실리고 그 곳에 모여든 형사2부 사람들의 면면들이 먼저 소개된다. 잔뜩 당황한 김정우(전성우)와 낭패한 얼굴이 역력한 차명주(정려원), 놀라서 달려오는 조민호(이성재)와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지는 홍종학(김광규) 그리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의아해하는 이선웅(이선균).

 

그리고 이야기는 이들이 그날 하루 겪었던 저마다의 사연들로 풀어내진다.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진 홍종학은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이선웅과 차명주를 수석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조민호에게 지적을 당하고는 그 스트레스로 위경련 증세를 일으킨다. 어떻게든 화해를 시키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한 아주머니가 쓰러지는 사건이 터지자 조민호 부장검사가 줄 스트레스에 결국 쓰러져버린다.

 

김정우는 마치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침부터 스튜어디스와의 소개팅 약속이 잡혔고 맡은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의외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팀 내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게다가 차명주가 자신을 자기 팀에서 함께 일했으면 하는 뜻을 전하며 “능력 있다”는 얘기를 연거푸 들은 김정우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건 한 불쌍해 보이는 아주머니를 만나면서 뒤집어졌다. 아들이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비행기표를 끊어놨는데 명의를 준 게 문제가 되어 내려진 수배령 때문에 출국을 못한다고 울며 애원하는 아주머니. 결국 소개팅 약속 때문에 일시 수배령을 풀어주기로 했지만 덜컥 차명주에게 붙잡혀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게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차명주의 그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태도는 의외로 이 아주머니가 전국구 연쇄 사기범이었다는 걸 밝혀내게 된다. 그는 이 연쇄사기범을 검거하게 되면 포상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까지 상상했지만 거기서 의외의 일이 벌어진다. 연쇄 사기범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 혹여나 사망하기라도 하면 그건 검찰의 과잉 압박수사로 오히려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이선웅은 그 연쇄 사기범이 하이타이를 입에 물고 거품을 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소재로만 보면 이 이야기는 연쇄 사기범이 해외 출국을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 하에 진영지청을 찾아와 연기로 수배를 풀려다 덜미를 잡힌 사건이다. 그런데 이 다소 평범해 보이는 사건을 형사2부 사람들이 그 날 가졌던 저마다의 사연을 덧붙이고 그 구성을 극적으로 꾸며내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2부의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내부적으로는 이선웅이나 차명주처럼 서로 으르렁대기도 하고, 홍종학처럼 제대로 관리를 못해 위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며, 김정우처럼 사건 그 자체보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사생활을 중요시해도 결국 모두의 협업으로 사건을 해결했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감정과 욕망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우리네 사회생활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

 

<검사내전>이 흥미로운 건 거대한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네 가까이서 벌어질만한 사건들을 다루고 또 그걸 해결해가는 검사들 역시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아니라 마치 샐러리맨 같은 일상적 직업군으로 그려내고 있어서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그런 사건들 역시 보통의 평범한 검사들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뤄지는 공조로 해결되는 이야기. 바로 이 지점이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부분이 아닐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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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판 ‘삼시세끼’?, ‘검사내전’의 소소함이 더 끌리는 건

 

이건 검사판 <삼시세끼>를 보는 듯하다. 검사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극화된 면이 있다. ‘정의’와 ‘적폐청산’이 시대의 소명이 되어버린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정치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적폐 검사거나, 세상의 부정과 범죄에 맞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사이다 검사거나.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그런 검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어깨에 힘을 쭉 빼놓는다. 어느 섬의 군사지역에 들어가 여유롭게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선웅(이선균)과 김인주 지청장(정재성).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읊조리는 이선웅에게 김인주는 말한다. “낚싯대만 보고 있기에는 아까운 날이지요. 우리도 돌도 보고 물도 보고 또 달도 봅시다.”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첫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인주 지청장의 말은 <검사내전>이 앞으로 어떤 검사들의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암시한다. 낚싯대가 상징하는 누굴 잡을 것인가 잡힐 것인가 같은 치고받는 권력과의 치열한 싸움이 아니라, 돌, 물, 달이 뜻하는 우리의 주변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들여다보겠다는 것. 이건 여기 등장하는 검사들이나 검찰총장조차 ‘깜박 잊고’ 찾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남해안 구석에 자리한 진영지청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갑자기 등장한 경찰들에 의해 군사지역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붙잡히게 될 위기에 처하자 지청장이 과감하게 물로 뛰어들어 몇 킬로나 되는 거리를 수영해 뭍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무엇에 목숨을 거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건 출세도 아니고, 굉장한 정의감도 아니다. 그저 ‘쪽팔림’을 면하기 위한 사투일 뿐.

 

그리고 진영지청 형사2부의 검사들의 면면이 이선웅의 목소리로 소개된다. 돌싱남 조민호 부장검사(이성재)는 젊어지려 안간힘을 쓰고, 한 때 조폭도 때려잡던 오윤진 검사(이상희)는 이제 조폭보다 무서운 육아와 사투를 벌이는 열혈 워킹맘이다. 복권에 집착하는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나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에 집착하는 ‘요즘애들’ 막내 김정우(전성우). 어느 누구 하나 우리가 봐왔던 검사 드라마에 어울리는 인물들은 없다.

 

이들이 맡게 되는 사건도 너무나 일상적인 사건이다. 첫 케이스로 등장한 ‘200만 원 굿 값 사기사건’은 무속인이 굿값만 받고 굿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된 사건이지만, 기가 막히게 맞추는 점 때문에 형사2부 사람들은 무속인을 점점 신뢰하게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늘 힘을 빼고 있어 무슨 능력이 있을까 싶던 이선웅은 의외로 사건에서는 예리한 면을 보여준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재조사를 통해 무속인이 자신이 맞췄던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걸 밝혀낸 것.

 

TV 뉴스에서는 2,000억 원이 오가는 비리를 캐는 검사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처리하는 일들은 200만 원짜리 사기극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TV 속에 등장하는 2,000억 원짜리 사건보다 이들이 맞닥뜨리는 200만 원짜리 사건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2,000억 원이 저들의 이야기라면 200만 원은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때 예능 프로그램들은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가 출연자들을 가만 놔두지 않고 이런 저런 미션 속에 연달아 빠뜨리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삼시세끼> 같은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예능이 등장했지만 대중들은 의외로 거기에 빠져들었다. 이유는 저 치열한 세계가 주는 피로감이 컸고 나아가 너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비현실감 때문이었다. 차라리 소소해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훨씬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검사내전>은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검사 소재의 장르물의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껏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빼고 거대한 악과 싸우는 검사가 아니라 작아도 서민들에게는 더 치열한 현실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건들과 싸우는 검사. 물론 대단한 정의감보다는 그들 역시 일상인으로서 때론 작은 범법 행위들을 저지르지만 그래도 하는 일에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검사들의 이야기. 이러니 그 소소한 이야기에 더더욱 끌릴 수밖에.(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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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선발대’, 힘겨운 여정에도 웃음이 가득한 건

 

시베리아 횡단열차라고 하면 막연한 판타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버킷리스트로 꼽는 것이 이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일이다. tvN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 역시 바로 이런 막연한 판타지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어디 실제 여정이 생각한 판타지로만 굴러갈까.

 

<시베리아 선발대>가 보여준 횡단열차는 좁은 공간에 네 사람이 선반처럼 만들어진 침상에서 며칠간을 지내며 이동해야 하는 실제 여정의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1등칸이나 2등칸처럼 완전히 독립적으로 구획되어 있어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공간은 그래도 저 판타지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 냄새 가득하고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뒤섞여진 3등칸은 뭘 먹는 일도 씻는 일도 자는 일도 결코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섞여드는 3등칸에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서 선발대는 이 곳이 주는 매력에 빠져든다.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꼬마들과 게임을 하고, 옆 침상에 먹을 걸 나누고 언어는 달라도 얼굴 표정과 손짓 몸짓으로 소통이 가능한 그 공간은 좁아서 더더욱 친밀해진다.

 

무엇보다 <시베리아 선발대>를 자꾸만 보게 만드는 건 이 여정에 함께 하는 출연자들이다. 이선균은 맏형답게 동생들을 챙기고 진두지휘하면서도 특유의 ‘셰프(?)’로서의 능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김남길은 의외로 소탈하고 털털한 매력을 드러내며 때론 허술한 인간미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그 김남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시베리아 선발대>가 발굴해낸 인물은 지금까지 중심에 서 있지 않았던 고규필이나 김민식 같은 배우의 매력이다. 어찌 보면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는 불편한 공간에서 계속 부대끼며 지내야 하는 여행이지만, 고규필은 모두를 웃게 만드는 귀여운 곰돌이 같은 매력을 드러낸다. 잘 하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말을 툭툭 던질 때 이선균이 깔깔 웃으며 “입덕하게 됐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시청자들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엇보다 먹을 것 앞에만 서면 본능이 발동하는 고규필의 모습은 이 예능 프로그램에 확실한 캐릭터 역할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고규필의 동년배 친구인 김민식은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배우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 여정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러시아 아이들과 게임을 하며 금세 친해지는 모습이나, 낯선 현지인들과 부딪쳐 소통하려는 모습에서 이 배우가 가진 열정과 인간미를 발견하게 된다. 고규필이 그에게 자신이 힘겨워 배우생활을 그만하려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며 앞으로 일이 많아질 거라고 얘기할 때 응원하게 되는 건 그 성실함이 여정을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산불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뒤늦게 합류한 막내 이상엽은 애초 언어능력이 남다른 배우라고 소개됐지만, 실제로 보니 언어능력보다는 소통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마트에서 고기를 사며 한국말로도 소통을 해내는 그를 보면서 고규필은 “상엽이가 오니까 맘이 편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서서 하는 인물이 여정에 함께 한다는 건 모두를 편하게 해주는 일이니까.

 

<시베리아 선발대>를 보게 만드는 힘은 그래서 여기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의 인간미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봐왔던 그들이지만, 이 여정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온기를 이들은 전해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취지가 있지만, 그것보다 쉽지 않은 여정을 웃으며 즐겁게 만들어가는 이들을 본다는 것이 더더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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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씨가’ 던진 화두, 당신은 편안한가 괜찮은 사람인가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오랜 만에 서울에서 다시 이지안(이지은)을 만난 박동훈(이선균)은 그렇게 물었다. 그건 마치 선문선답 같았고, 이 드라마가 질문하려 했던 화두 같았다. 많은 드라마들이 그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해피엔딩을 그려내듯, <나의 아저씨>도 그 절절함이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로 그려질 만큼 어두웠지만 그 끝은 ‘편안함’에 이르렀다. 

박동훈은 회사를 차려 대표가 됐고, 이지안은 장회장(신구)의 소개로 부산에서 취업한 회사에서 인정받아 다시 서울 본사로 오게 됐다. 박상훈(박호산)은 이지안의 할머니 봉애(손숙)의 장례식을 통해 자신이 하려던 ‘기똥찬’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었고 별거했던 아내 조애련(정영주)과 다시 합치려 하고 있었고, 박기훈(송새벽)은 진짜로 유명해져 이제는 영화 <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 같은 배우가 된 최유라(나라)와 헤어졌지만 포기했던 영화 시나리오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도준영(김영민)과 윤상무(정재성)는 회사를 떠났고, 그 빈자리에 박상무(정해균)가 복귀했다. 정희(오나라)는 이지안과 상처를 나누고 또 출가한 겸덕(박해준)이 찾아와 꽃을 선물해주면서 그간 마음에 쌓였던 아픔들을 치유해나갔고,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는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가 자신도 공부를 했고 그렇게 떨어져 지내며 부서질 뻔 했던 가족의 고리를 다시 붙여나갔다.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편안함’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편안함은 과연 드라마가 엔딩에 이르러 늘상 하던 그 방식 때문에 그렇게 그려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죽을 것처럼 아프던 상처들도 시간이 흐르고 지나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게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많은 욕망들이 스스로를 들볶아 상처를 더 긁게 만들고 그래서 가만 내버려두었다면 더 빨리 아물었을 상처가 계속 덧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회에 <나의 아저씨>가 봉애의 장례식을 담은 장면은 그래서 꽤 의미심장하고 인상적이다. 그것은 끝이지만 그 끝에서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삶을 기뻐한다. 우리네 장례식의 특징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은 그 곳에서도 축구를 한다. 죽음은 완전한 ‘편안함’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파할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일이다. 

장례식이라는 비극에 더해지는 희망 같은 걸 <나의 아저씨>는 그 엔딩에 담아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지는 건 그 끝을 대하는 ‘괜찮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지나쳤을 수도 있는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모여 고인을 애도해주고 남은 이를 위로해주던 사람들. 그들을 스스로를 “그렇게 괜찮은 사람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단호하게 말했듯, 그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엄청.

<나의 아저씨>는 굉장한 성공 혹은 굉장한 행복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행한 이들을 담았고, 그 불행으로부터 ‘편안함’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아픈 그들에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겸덕 같은 출가한 인물이 등장해 구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담으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굉장한 성취를 하려 애쓰거나, 그것을 하지 못해 좌절하는 그런 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보다 ‘편안해지는 것’이 진정한 삶의 행복이라는 것.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만을 주로 보여준 드라마지만, 그 어둠 때문에 오히려 더 돋보인 건 그 안에서 힘겨워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보여준 사람의 흔적들이었다. 어느 햇볕 좋은 밝은 대낮에 우연히 도심의 카페에서 다시 만나 미소를 나누는 이지안과 박동훈처럼,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은 그렇게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충분함을 느낀다.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이 드라마의 질문은 이제 우리들에게 던져진다. 당신은 편안한가. 편안해질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인가. 아마도. 엄청.(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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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씨’, 공간에 담긴 이 드라마의 진심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이지은)의 캐릭터는 몇 가지 특징으로 제시된 바 있다. 집으로 돌아와 배고픔과 정신적 허기를 자위하듯 마시는 두 봉의 믹스커피, 한 겨울인데도 추워 보이는 옷차림에 유독 시려 보이는 발목이 드러나는 단화, 그리고 이력서에 특기로 적어 놓은 ‘달리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믹스커피와 단화 그리고 ‘달리기’.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는 요소들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지안이라는 캐릭터는 혹독한 겨울 같은 현실에 내몰려 몸도 마음도 춥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몸을 데우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발이 시려도 신을 수밖에 없는 그 단화를 신고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렇게 ‘추운’ 이지안을 바라봐주고 이해해준 인물이 바로 박동훈(이선규)이다. 동훈은 회사에서 믹스커피를 챙기는 이지안을 보고서도 그저 눈감아주고, 단화를 신고 다니는 그의 발목이 시릴 것을 걱정해준다. 또 무엇보다 이력서에 스펙 한 줄 없이 특기로 적어놓은 ‘달리기’라는 항목에 담긴 어떤 절실함 같은 걸 읽어내고 그를 채용한다.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고, 이지안이 자신을 도청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드러났지만 박동훈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거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지안을 후계동 아저씨들이 늘 모이던 아지트 정희네로 데려가 잠시 그곳에서 지내게 해준다. 이지안은 마치 오래도록 쉴 곳을 찾지 못하고 그 추운 겨울 길바닥을 헤매다 이제 겨우 둥지를 찾아 돌아온 새처럼 정희 옆에서 잠이 든다. 

<나의 아저씨>에서 후계동이라는 동네도 또 그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드는 정희네라는 선술집도 어찌 보면 현실에 존재할까 싶은 판타지 공간이다. 하지만 이 공간은 바로 판타지이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압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곳은 다름 아닌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지위도 위치도 빈부도 남녀도 상관없이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판타지 공간.

이지안은 여러 차례 거처를 옮겨 다닌다. 사채업자인 광일(장기용)이 찾아내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집이라고 하면 자신만의 쉴 공간이어야 하지만, 그 곳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버리는 광일 같은 타자는 결코 그에게 쉴 틈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봉애(손숙) 같은 부양해야할 할머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어린 청춘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혹독한 현실이다. 

그나마 그런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건 다름 아닌 박동훈과 정희네에서 만난 아저씨들 그리고 정희(오나라)였다. 그들은 함께 이지안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근처 사는 후배에게 혼자 사는 그를 챙겨주라는 부탁까지 해준다. 차가웠던 그의 공간이 조금은 따뜻해진다. 하지만 박상무(정해균)를 좌천시킨 일이 발각되면서 쫓기는 신세가 된 이지안은 다시 고시원을 전전하며 떠돌게 된다. 그러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져 춘대(이영석) 할아버지를 찾아오고, 다행스럽게 동훈을 만나 정희네로 오게 된다. 그 먼 여정이 고단하지만, 그래서인지 정희네로 온 이지안이 그토록 안심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드라마가 담으려는 것이 바로 이 여정이었던 것처럼.

공간을 통해 <나의 아저씨>가 담은 진심은 ‘사람의 온기’다. 상처받았어도, 또 망했어도 함께 모여 있어 느껴지는 그 따뜻함. 동훈이라는 인물은 바로 그 ‘온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 미운 짓을 해도 사람을 알기 때문에 미워하지 않고 이해하는 그런 존재. 그래서 이지안이 자신이 한 짓에 대해 밉지 않냐고 물었을 때 동훈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그런 동훈에게 이지안은 비로소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도청을 통해 들었던 동훈의 모든 소리들에게서 느껴지던 그 온기를. “아저씨 소리 다 좋았어요. 아저씨 말, 생각, 발소리.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것 같았어요.” 그는 지금껏 살아오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을 비로소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아저씨>가 말하는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를 얘기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정희네라는 공간을 통해 드러나듯, 힘겨워도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주며 버티고 서는 그런 존재를 말한다. 너무나 외롭고 괴로워 홀로 제정신에 잠드는 것이 힘들었던 정희는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둥지로 돌아온 듯한 이지안을 만나 비로소 어떤 편안함을 느낀다. 서로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별 이야기 없이도 이해되는 그런 편안함.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온기. 그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사람’이 아닐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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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씨’ 신구 캐릭터는 어째서 갑질 재벌들 비판처럼 보일까

현실에도 이런 회장님이 있을까. 성폭력으로 시작됐던 미투 운동이 이제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어서일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장회장(신구)이 마치 이런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삼안 E&C라는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회사는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만 같다. 건물을 설계하고 그 위험을 진단하는 일을 하는 회사라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우리네 불행한 현대사의 대부분이 이른바 ‘성장 지상주의’와 더불어 생겨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그렇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윤상무(정재성) 같은 인물은 실적을 위해 건물의 안전진단도 적당히 하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한다. 그것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이 회사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제대로 일을 하는 인물이 주인공 박동훈(이선균)이다. 그는 건축구조기술사로서 경영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는 일은 건물에 대한 ‘구조적 판단’을 내리는 것뿐이라는 소신을 지켜나간다. 모두가 라인에 붙어 자리보전을 위한 암투에 몰두할 때 그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는 인물이 바로 장회장이다. 왕전무(전국환)가 쥐락펴락하며 자기 회사인 양 힘을 넓혀가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로얄패밀리의 아들인 도준영(김영민)을 대표로 세우긴 했지만 그는 그가 미덥지 못한 인물이라는 걸 알아본다. 실제로 도준영은 이 회사 내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의 뒷조사를 하거나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와 바람을 피우고, 장회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캠핑장에서의 ‘불 피우기’를 하는 게 그가 하는 일의 전부처럼 보인다.

장회장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건 사실상 이 회사의 전권을 쥐고 있는 회장님이지만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봐온 회장님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자신의 손으로 일군 회사라서 그런지 애사심이 남다르고, 진짜 일을 하는 박동훈 같은 인물에게 선선히 다가가 “밥 한 번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민다. 

그가 남다른 회장님이라는 게 드러나는 대목은 회사의 비정규직이었던 이지안(이지은)이 그의 과거를 뒷조사하는 이들로부터 피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자 버럭 화를 내며 그를 찾아오라고 하는 부분에서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상무 심사를 위한 부하직원의 인터뷰 자리에 나가 그가 얼마나 따뜻한 인물이었는가를 피력하며 이 회사에서의 몇 개월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말한 바 있다. 그 자리에 있던 장회장은 그래서 이지안의 진심을 들여다보게 됐고, 그런 그가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에 “사과라도 해야겠다”며 찾아오라 했던 것.

스펙과 자기 측근만을 챙기고, 직원들을 거의 노예처럼 부렸다는 재벌가 회장님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이런 회장님은 아마도 판타지일 것이다. 그저 모닥불을 피우는 것이 가장 즐거운 낙으로 여기고, 저 비정규직 사원 하나의 일에까지 이토록 마음을 쓰는 회장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장회장의 면면이 갑질 재벌들의 비판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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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씨’, 우리에게 이런 퇴근길이 있다는 것만으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정희네 가게에는 이제 일터에서 퇴근한 아저씨들이 모여든다. 술판이 벌어진다. 일터에서 겪은 스트레스들을 그 퇴근길 술 한 잔으로 풀어낸다. 왁자한 분위기에 술기운에 내놓는 과장된 이야기들은 그래서 어딘지 쓸쓸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한바탕 웃음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퇴근길이 그나마 주는 위로다. 

하지만 정작 정희네 가게를 운영하는 정희(오나라)는 퇴근이 없다. 1층이 주점이고 2층이 집이니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이 그의 일과다. 모두가 돌아가는 밤 시간, 정희는 퇴근하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그래서 자신도 퇴근하겠다고 그들을 따라나선다. 퇴근 기분을 내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정희의 발길 역시 쓸쓸하다. 

정희네 가게가 문을 내리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아저씨들과, 그 아저씨들을 따라나선 정희 는 이제 퇴근하고 돌아오는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이지은)을 만난다. 박동훈은 바람을 피운 아내 때문에 퇴근길이 고역이 되었고, 이지안은 늘 그랬듯 휴식보다는 챙겨야할 것들이 더 많은 퇴근길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저씨들과 정희 그리고 박동훈과 이지안이 함께 골목길을 걸으며 퇴근하는 그 길이 달라보인다.

수다쟁이 아저씨 제철(박수영)은 같은 동네에 사는 여직원을 퇴사하고 나서야 알았다고 하고, 그의 이야기에 그만큼 직장 상사가 싫은 거라며 그의 친구가 대꾸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직장 여직원의 퇴근길을 함께 하는 박동훈이 눈치 없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하릴없는 이야기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정겹고 훈훈하다. 제철은 세상의 모든 부장놈들은 “미친 놈, 개놈, 죽일 놈들”이라며 굳이 혼자 가도 된다는데 오버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정희는 갑자기 살갑게 이지안에게 자신들도 아가씨 같은 20대가 있었다며 이렇게 나이들 거 생각하니까 끔찍하지 않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지안은 뜻밖에도 이렇게 말한다. “전 빨리 그 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 거잖아요.” 이지안의 그 말에 정희도 아저씨들도 자못 진지해진다.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하던 아저씨들은 그 자리에 멈춰서 이 20대 같지 않은 이지안을 바라본다. 그 의미심장한 말에 깊은 공감을 하는 눈치다.

계단을 올라 이지안의 집 앞까지 가는 길. 늘 혼자 외롭게 혼자 걸었던 그 길을 함께 걷는다. 집 앞은 이지안에게는 상처가 떠오르는 곳이다. 빚독촉을 하는 이광일(장기용)에게 두드려 맞기도 했던 곳. 그래서 늘 불안함이 느껴지는 곳이지만 이렇게 함께 걸어 도착한 그 곳은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 동훈의 형 상훈(박호산)은 갑자기 그 집 앞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창을 향해 누군가를 부른다. 동네 아는 동생이 창문을 열자, 상훈은 그에게 이 집에 사는 이지안의 안전을 잘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잘 자요”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정희와 아저씨들 뒤로 이지안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 상훈은 “잘 자요. 또 봅시다.”라고 말하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지안에게 정희는 “우리 가게 놀러오라”고 말한다. 박동훈은 들어가라며 “문단속 잘하고” 무슨 일 있으면 아까 봤던 이웃집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다. 돌아가는 그들을 이지안은 오래도록 문 앞에 서서 바라본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퇴근길. 그 흔한 퇴근길이 새롭게 다가온다. <나의 아저씨>가 그려낸 이 퇴근길 풍경은 어쩌면 우리가 하루하루 힘들게 살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이었을 거라는 것. 그건 나이 들어 이제 퇴직을 앞둔 중년들이나,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청춘들이나 마찬가지다. <나의 아저씨>는 그 퇴근길 풍경 하나 속에 누구에게나 마주하고 있는 힘겨운 현실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퇴근길 하나가 주는 위안을 담아낸다. 

이지안을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 정희가 문득 입을 연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려서도 인생이 안 힘들지는 않았어.” 인생 다 산 것처럼 자신들만 힘들다 생각했던 이 중년들은 문득 청춘들의 힘겨움도 만만찮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우리 가게에 놀러오라는 정희의 말은 그런 뜻이었다. 적어도 퇴근길에서의 작은 위로 정도라도 함께 나누자는. 그래야 최소한 무너지지 않고 또 다른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 테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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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자들의 연대 ‘나저씨’, 괜찮다고 진짜 괜찮은 걸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 앞에는 두 개의 세계가 병치되어 있다. 그 한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도 서슴없이 하는 회사. 왕전무(전국환) 측이 박동훈을 상무로 올리려는 것도 반대파인 도준영(김영민) 대표 측과 대결하기 위함이다. 심사를 대비해 왕전무의 측근들은 박동훈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이지안(이지은)과의 관계를 미리 추궁한다. 그들에게 사실관계 그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 이지안을 잘라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를 설명할 그럴 듯한 스토리를 짜서 박동훈에게 대비하라고 한다. 

건물의 안전을 진단하고 대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회사지만, 이 회사의 내부는 무너질 듯 불안하다. 경영진들이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살길에만 더 몰두하고 있어서다. 도준영파와 왕전무파의 정치대결은 상대방에게 미행을 붙일 정도로 극에 달해있다.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정치 싸움 속에서 회사가 하는 안전진단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다. 건물주들의 뒷돈을 받아 대충 안전하다 서류를 만들기도 하고, 제대로 안전진단을 한 박동훈 같은 사람을 앞뒤 꽉 막힌 인간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이 세계에 가치 따위는 없다. 오로지 돈과 권력이 가치가 되는 세계다. 

하지만 박동훈의 앞에는 또 다른 한 세계가 있다. 그건 정희네 선술집이다. 그 곳에는 ‘망가진 자들’ 혹은 ‘끝난 자들’이 모여든다. 그 술집을 운영하는 정희(오나라)가 그렇다. 그는 스님이 된 겸덕(박해준)과 연인 사이였지만, 이젠 그렇게 홀로 남아 선술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매일 술에 취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고, 모두가 돌아갈 집이 있지만 자신은 그 일터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삶이다. 그래서 괜스레 퇴근을 해보기도 하고, 빨래와 세수를 하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아직은 “괜찮은 삶”이라고 말한다. 

그 곳을 찾는 아저씨들은 한 때 그래도 번듯한 직장에 지위까지 있었던 인물들이지만 지금은 한 마디로 ‘망가진 자’들이다. 그런데 그 망가진 자들이 함께 모여 술판을 벌이는 그 곳은 왠지 따뜻하고 훈훈하다. 세상에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 하나의 연대가 되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그런 세상 밖에 세상이다. 연기력이 없어 늘 구박받고 살아가는 최유라(나라)가 그 곳을 찾아 아저씨들이 “망가진 게 너무 좋다”거나 “끝난 사람들이라 부럽다”거나 하는 건 그래서다. 망가졌어도 끝났어도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박동훈은 그 망가진 자들 중 한 명이면서 동시에 저 이전투구의 세상에 발을 디딘 자다. 세상의 더러운 일들이 벌어져도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삼아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도저히 희생이라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 일도 벌어진다. 아내 윤희(이지아)가 도준영 대표와 바람을 피운 일이다. 그는 친구인 겸덕을 찾아가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겸덕은 말한다. 희생 말고 좀 이기적이라도 먼저 행복해지라고. 

박동훈이 힘겨운 건 모두가 포기하며 살아가는 가치를 지켜내며 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적당히 타협하고 가진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면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있지만, 그에게는 ‘정희네’ 사람들이 가진 그 ‘망가진 자들’을 이해하고 때론 존경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춘대(이영석)가 이지안을 보살펴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고, 이지안이 할머니 봉애(손숙)를 보살피며 사는 모습을 보고는 “착하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받는 불이익들을 그는 감수한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그가 그런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해고하라고 하지만 박동훈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 그 누가 이렇게 홀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을 알아봐 줄까. 또 망가진 자들이 한 때는 저마다 빛나는 존재였다는 걸 그 누가 말해줄까. 

<나의 아저씨>는 그래서 세상이 버린 가치를 지키다 망가져간 이들을 위한 헌사를 담고 있다. 이지안에게 봉애가 박동훈은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그는 박동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윤희가 한 불륜이 “넌 이런 대접 받아도 싼 인간”이며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박동훈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치를 지키려 애쓰는 이들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세상. 이지안의 눈물은 그들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담고 있다. 왜 우냐는 봉애의 질문에 이지안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인간의 가치가 무너진 갑질 세상 속에서 그 가치를 봐주는 이가 있다는 위로만큼 큰 게 있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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