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2’, 조민규와 배두훈이 만들어내는 큰 재미

사실 JTBC <팬텀싱어2>의 탈락자를 발표하는 시간은 항상 아쉽다. 특히 마음에 뒀던 참가자가 탈락자로 발표되는 그 순간은 애청했던 시청자들에게도 허탈감을 주기 마련이다. 지난 회에 조민웅이 그랬고, 이번 회에는 이정수가 그랬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텀싱어2>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거기 남은 참가자들이 만들어가는 놀라운 무대들 덕분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 시즌에 주목되는 두 인물이 있다. 그들은 바로 조민규와 배두훈이다. 

4라운드 4중창 경연에 이들이 시메 코스타, 고우림과 함께 한 팀 포레스트로 뭉쳐서 들려준 이매진 드래곤스의 ‘라디오액티브’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번 시즌의 흥미로움을 극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록을 크로스오버를 통해 록 오페라로 편곡한 이 곡에서 역시 눈에 띈 건 늘 ‘전략가’라 불린던 조민규의 선곡과 곡 구성이다. 

사실 지금껏 <팬텀싱어2>에서 록을 편곡하는 도전은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조민규는 과감하게 도전적인 선택을 했고, 고우림의 저음과 시메 코스타의 고음 그리고 감미로운 매력을 가진 배두훈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섞고, 거기에 자신은 카운트 테너적인 고음까지 집어넣었다. 무대는 저음부터 고음까지를 오가는 다채로움과 그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하모니 그리고 극적인 연출까지 더해져 지금껏 봤던 어떤 무대보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것은 조민규를 왜 전략가라 부르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는 함께 참여하는 팀원들이 지금껏 불렀던 노래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미 보여준 것들에서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선곡과 곡 구성을 시도한다. 도전적인 선곡이고 이미 기대했던 어떤 것을 항상 조금씩 깨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번 흥미진진한 무대가 된다. 

이번 무대에서 돋보였던 배두훈 역시 매 무대마다 계속 새로운 면면들을 보여줬던 싱어다. 사실 김주택과 함께 섰던 ‘꽃 피는 날’에서 모두가 김주택의 기량만을 기대했던 걸 여지없이 깨고 그 매력을 끄집어냈던 인물이 배두훈이었다. 트리오에서 조민규, 고우림과 만나 불러준 ‘Dell' Amore Non Si Sa’는 그 아름다운 하모니의 절정을 보여주었고, 이번 4중창에서는 윤종신 프로듀서가 말하듯 다양한 목소리의 매력 중 최고의 매력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사실 <팬텀싱어> 시즌1은 그저 잘 하는 싱어들의 무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즌2는 한차례 시즌을 겪은 터라 이미 패턴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상을 깨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팬텀싱어2> 제작진들을 웃게 만드는 두 인물이 바로 조민규와 배두훈이 아닐까 싶다. 

잘 하는 걸 잘 하는 무대는 이제 심심하다. 그것보다는 상상하기 힘든 도전적인 선곡과 편곡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 그것이 조민규와 배두훈이라는 참가자가 <팬텀싱어2>에 만들어내는 큰 재미요소다. 그래서 조민규와 배두훈 같은 존재는 탈락자들이 여전히 아쉽지만 그래도 <팬텀싱어2>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팬텀싱어2', 듀엣 무대의 실망감 뭐가 문제일까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온다. 사실 JTBC <팬텀싱어2>에서 출연자들이 처음 무대에 서서 저마다 강한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줬을 때만 해도 이번 시즌은 시즌1보다 훨씬 다채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한 목소리의 조민규, 굉장한 무대장악력을 보여준 권성준,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강형호, 농부테너 정필립, 씨름선수였다 성악을 하게 된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인 조민웅 등등... 실로 저마다의 매력이 넘치는 출연자들이 계속 등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토록 매력이 넘쳤던 출연자들이 듀엣 무대에 올라오면서부터 그 매력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단 한 회를 다 봐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무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시즌1이 매회 감동적인 무대를 남겼던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일단 가장 큰 건 곡 선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즌1에서 여러 이태리 노래들을 들었던 터라 시즌2는 그게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감성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셔줄 우리 노래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조휘와 권성준이 부른 ‘볼라레’나 박성규와 송근혁이 부른 ‘백일몽’은 괜찮은 선곡이었고 하모니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정수, 임정모가 부른 ‘Brave’나 한태인, 조민웅이 부른 ‘Nostalgia’ 같은 곡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곡 선정보다 더 큰 문제는 곡 구성이 아닐까 싶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계속 지적했던 것도 곡 구성 부분이었다. 각자 노래들은 다 잘하는데 두 사람의 하모니가 곡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왜 같이 부르는 지 알 수 없었다는 것. 이런 아쉬움들은 결국 인상적인 무대가 나오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시즌1을 다시 떠올려보면 사실 이 듀엣 무대가 가장 돋보였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삼중창이나 사중창 같은 웅장하고 화려한 맛보다는 훨씬 더 감성적인 무대가 가능했던 게 바로 이 듀엣 무대였던 것.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는 오히려 듀엣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게 됐다.

어쩌면 이런 아쉬움은 너무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하모니란 어느 정도 빈 구석들이 있어 그걸 서로 채워주는 과정에서 더 감동적인 화음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새삼 강조한 것처럼, <팬텀싱어>는 개인의 음악적 능력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여럿이 모여 만들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무대다. 거기에 걸맞은 곡 선정과 구성 그리고 출연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오디션보다 하모니 ‘팬텀싱어2’가 사랑받는 까닭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경쟁을 내세우곤 하지만, 어딘지 JTBC <팬텀싱어2>는 그런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경쟁을 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늘 그 밑바닥에 깔려 있고, 자신을 더 돋보이고 싶은 순간에도 하모니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2:2 팀 미션에서 월드 클래스라고 불려진 김주택이 보여준 무대가 그랬다. 사실 실력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을 만큼을 가진 그에게 유리한 건 아마도 외국의 성악곡이었을 지도 모른다. 팀을 결정할 때 그에게 다가와 같이 하자고 제안했던 조민웅 대신 그와 함께 1:1 대결 무대를 펼쳤던 배두훈을 선택한 대목부터가 남달랐다. 그는 좀 더 우리 정서를 담은 곡을 부르고 싶어했다. 

그런 결정은 김주택 같은 월드 클래스가 왜 <팬텀싱어2> 같은 부담스런 무대에 오르게 됐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성악이나 오페라 같은 장르를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하고픈 소명 같은 것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음악이지만 어딘지 대중들과 거리가 느껴지는 그 선입견을 깨려는 것. 그러니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뽐내기 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것들을 소화해내며 친숙하게 다가가려 했을 게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건 뮤지컬 배우인 배두훈과 그가 ‘꽃피는 날’을 부르면서 한껏 자신의 목소리를 낮춰 배두훈과 하모니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하려고 했다면 김주택은 더 절정의 가창력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그 팀의 하모니를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정한 클래스의 품격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팀 대결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김주택 배두훈 팀의 패배였다. 그들과 대결을 벌인 조민규 고우림 팀이 워낙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조민규는 고우림을 완벽히 분석하고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극강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승자가 된 조민규 고우림은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특히 고우림은 자신의 우상인 김주택을 이겼다는 것에 아연실색해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역시 김주택은 월드 클래스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선선히 “너무 잘했다”고 상대 팀을 칭찬해주고 박수쳐준 것. 또 마치 패배가 자신의 탓인 양 자책하는 배두훈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아직 탈락한 게 아니라 탈락 후보니 낙담하지 말자고 했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팬텀싱어2>가 여타의 오디션이 보여주는 경쟁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을 하더라도 타인을 배려하고, 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출연자들이 있고, 또 패배하더라도 당장 탈락을 시키는 자극적인 룰이 아니라 탈락 후보가 되어 여지를 남겨주는 패자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 사회를 ‘승자 독식 사회’라고들 한다. 그래서 모두가 누군가를 짓밟고라도 무조건 승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승자의 자리가 과연 빛날 수 있을까. 경쟁만큼 중요한 것이 공존이라는 것을 무대 위의 하모니와 무대 밖의 팀워크로 보여주는 <팬텀싱어2>의 무대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김주택은 결코 지지 않았다.

‘팬텀싱어2’, 왜 시즌1보다 실력자들이 늘었나 보니

듣는 귀가 달라져서일까. 아니면 진짜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와서일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시즌1보다 훨씬 많은 실력자들이 눈에 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이나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조민규, 무대장악력이 놀라웠던 권성준 그리고 ‘팬텀 오브 더 오페라’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했던 강형호가 등장한 첫 회는 그래서 시작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건강한 목소리를 전해준 농부 테너 정필립, 뮤지컬 가수지만 생계를 위해 제주도 호텔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신명근, 전직 씨름선수였다가 성악을 하게 됐다는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고 어딘지 어눌한 면이 있었지만 놀라운 완성도의 노래를 들려준 조민웅, 늘 형의 그늘 아래 있었다고 했지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박상돈의 동생 박상규, 야성미에 연기력까지 돋보인 개성파 보컬 이정수, 단단한 실력파 뮤지컬 조형균 등등. 출연자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안세권 같은 성악가의 노래는 성악을 모르는 일반인이 듣기에도 너무나 잘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성량도 풍부한데다 힘도 좋고 고음까지 쭉쭉 치고 나가는 그 목소리에 심사위원인 윤종신은 가요를 하는 입장에서도 듣기 좋은 소리라고 극찬했다. 또 조진웅과 외모도 닮고 이름도 비슷해 실제 형제가 아닌가 착각하게 했던 조민웅이 들려준 차이코프스키의 노래는 러시아 가곡의 매력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 말뜻은 잘 와 닿지 않지만 왠지 모를 러시아 특유의 감성 같은 것들이 묻어났다. 

이태리는 물론이고 독일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현역 성악인이 참여하고, 한 때는 성악가였지만 시골 농부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지만 현실을 위해 호텔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 박상돈처럼 실력이 충분하지만 어쩐 일인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는 동생 박상규, 그리고 덕후로 시작해 실력자가 된 사람이나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대학생까지. 도대체 이 많은 실력자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게 된 걸까. 

아마도 그건 <팬텀싱어> 시즌1이 일종의 물꼬를 터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성악가나 오페라 가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만큼 실력자들이 없다. 물론 뮤지컬은 최근 몇 년 간 대중화되면서 그 저변이 넓어졌지만 성악이나 오페라를 하는 이들은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과의 접점이 많이 없었다. 실력은 충분하지만 그 실력을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던 것.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이들에게는 <팬텀싱어2>가 꿈의 무대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실력자들이지만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겠나. 무엇보다 이 무대는 우리가 잘 몰랐던 성악이나 오페라 같은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려준다는 좋은 취지가 있었다. 그러니 세계적인 실력자도 또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워왔던 아마추어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밖에.

어째서 이토록 놀라운 실력에 감성까지 더해 우리의 귀까지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음악을 어째서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내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기보다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그 부류의 음악들만 대중들에게 전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팬텀싱어2> 같은 그 어떤 장르보다 실력자들이 넘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무대가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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