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 현실의 축소판을 보는 재미 혹은 끔찍함

 

SBS가 새로 파일럿으로 내놓은 <인생게임-상속자(이하 상속자)>9명의 일반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 네 계급으로 나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일종의 리얼리티쇼다. 과거 <>이 애정촌에 모인 남녀들의 관계를 리얼리티쇼로 담아냈다면, <상속자>는 태생()적으로 정해진 계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양상들을 역시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낸다.

 

'상속자(사진출처:SBS)'

룰은 간단하다. 운으로 금수저를 뽑은 인물이 초대 상속자가 되어 계급의 맨 꼭대기에 서고 그가 바로 밑 계급 집사 1명과 그 밑 계급 정규직 3명을 뽑는다. 그리고 남은 인원 4명은 비정규직이 된다. 상속자는 이들이 지내는 방세와 식비를 받아 돈을 벌 수 있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방세와 식비를 내야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이 룰에서 집사는 예외적 존재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에 가장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자가 우승자가 되는 게임.

 

아주 간단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계급으로 구성된 룰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금수저 흙수저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기고, 권력을 가진 상속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거의 폭군에 가까운 방세와 식비를 가져가려 한다. 조악한 상황에서 살아가야 하는 비정규직들은 연합하여 다음 선거에 권력을 잡으려 하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다. 상속자와 정규직들이 이미 더 공고한 연합을 만들어 비정규직들을 지속적으로 배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이지만 어떻게든 계급을 넘어서기 위해 배신과 야합이 난무하면서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아직 방영되지 않은 다음 편 예고에서는 눈물을 쏟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이 게임에 머물지 않고 감정을 건드리는 건 그것이 고스란히 현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등록금 대출금에 허덕이며 알바를 전전해 살아온 닉네임 샤샤샤라는 여성출연자가 상속자가 되어 그 호사와 권력에 취하는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기까지 한다.

 

<상속자>는 이처럼 리얼리티쇼가 보여주곤 하는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거기에 우리 사회의 현실을 투영시킴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대단히 자극적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즉 누군가가 연합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혼자 잘 살기 위해 배신을 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마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이 계급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란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작동방식 그대로다.

 

그런데 이 <상속자>에서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그건 방영 전부터 예고편에 등장해 기대감을 높였던 김상중이다. 그리고 그는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의 이면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분량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리얼한 행동들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마스터 김상중의 모습은 뒤편으로 슬쩍 빠져 있다. 도대체 김상중은 이렇게 전면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왜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인물로 서 있는 걸까.

 

그건 바로 그가 이러한 끔찍한 현실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장되고 만들어진 현실이라는 걸 은연중에 드러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계급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불공평한 삶을 살아가며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며 밟고 밟히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사실은 누군가 조장한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삶이라는 것. 김상중은 그런 존재가 현실에도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잘 보이지 않던 우리네 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드는 인물이다.

 

김상중이라는 외부적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상속자>는 그래서 인간군상을 보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적나라함이 주는 끔찍함 같은 걸 느끼게도 해준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 상황 속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당사자들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실제 현실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이 가상 시스템 안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다른 스토리를 전해줄 가능성도 높다. <상속자>라는 파일럿의 확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SBS 토크쇼와 교양예능의 추락, 해법은 없나

 

 

'심장이 뛴다(사진출처:SBS)'

교양과 예능을 결합하는 획기적인 조직 운용을 통해 SBS 예능 프로그램은 한 때 확고한 자기 색깔을 만들어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상품이었던 <정글의 법칙><>이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SBS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반적인 시청률 추락은 물론이고 화제성면에서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전만도 불투명한 상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됐고 그 해법은 없는 걸까.

 

폐지된 <>, <심장이 뛴다>, 힘 빠진 <도시의 법칙>

교양과 예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SBS 예능의 대표상품으로 <>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폐지되게 되었다. <정글의 법칙>은 그나마 현재 유일하게 남은 SBS 예능의 자존심이다. 많이 추락한 시청률이지만 그래도 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은 뉴질랜드편 이후 생겨난 리얼리티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커서 예전만큼의 화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게임적인 스토리텔링을 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의 어떤 전기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김병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김병만이 지금껏 보여주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김병만은 이미 정글 생존의 전문가처럼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상태다. 여기서 인위적인 변화를 갖게 된다면 자칫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 때 참신한 시도로 여겨졌던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이제는 조금 식상해진 트렌드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의 연장선으로 <도시의 법칙>이 만들어졌지만 무언가 탐구하는 듯한 그 다큐적인 접근방식은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예능도 다큐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장이 뛴다>의 폐지는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어디서부터 문제를 발생시키는가를 잘 보여준다. 즉 취지와 의미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예능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교양과 예능을 결합했다고 해도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예능으로서 다가오는 면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취지만큼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양의 무언가를 가르치는 듯한 캠페인적인 느낌이 강조될 때 예능은 상당부분 재미를 잃을 위험성이 있다.

 

<룸메이트><런닝맨>, 고개 숙인 주말 예능

<일요일의 좋다>의 시청률은 6.5%로 지상파 방송 3사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분위기다. 20132월만 해도 16%를 넘긴 적이 있었고, 2014년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 시청률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5월 들어 7%로 떨어진 시청률은 이제 6%까지 급락하고 있다. 이 시점은 <K팝스타3>가 끝나고 <룸메이트>가 시작하는 지점이다. <런닝맨>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 <룸메이트>가 그다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홈 쉐어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기치로 내걸고 나온 <룸메이트>는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로 변질되기도 했고, 지나친 제작진의 개입으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게 되면서 관찰카메라인지 아니면 한 집에서 벌어지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인지 분간이 가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홈 쉐어라는 신개념 주거문화에 대한 기획의도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재미를 만들려는 과욕이 부른 결과다.

 

<런닝맨>의 추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이 예능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게임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률과 별개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서서히 시청률을 의식하게 된 <런닝맨>이 새로운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도전하지 않고 게스트를 바꿔가며 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화제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아예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요일이 좋다>의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 3사의 예능 경쟁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SBS로서는 더욱 아프다. 사실 주말 예능에서만이라도 어떤 승기를 잡고 있으면 전체 예능에 대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아예 주말 경쟁에서 배제된 느낌은 SBS 예능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룸메이트><런닝맨>이든 본래 갖고 있던 기획의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시청률에 목매다보면 시청률도 잃고 자칫 SBS 주말예능의 이미지 자체가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 앞으로 돌아올 <K팝스타4>가 기대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간 주말 예능의 명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힐링캠프><매직아이>, 토크쇼의 추락

<힐링캠프>는 간신히 6%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브라질 월드컵 특집 때는 무려 3.7%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경규가 MC로 있다고 해도 <이경규가 간다>를 자꾸만 고집해서 굳이 브라질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힐링이라는 트렌드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특히 <힐링캠프>힐링이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출연자(특히 논란 연예인)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로 그 기획의도에 이미 흠결이 생긴 바 있다. 게다가 이경규라는 MC의 주목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프로그램을 존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새로 시작한 <매직아이> 역시 이효리가 출연하는 신개념 토크쇼로 기치를 내걸었지만 그저 기 센 여자들의 수다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청률은 고작 3.9%. 신규 예능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해도 너무 낮은 시청률이다. 이런 문제는 사실 기 센 여자들의 수다라는 기획에서부터 예상된 부분이기도 하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그다지 챙겨 보고픈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제 진짜 예능이다. 이것은 단지 스튜디오를 나와 카페 같은 공간에서 토크쇼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저들의 수다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몸으로 체득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감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토크쇼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밖에도 SBS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노후되어 거의 화제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를테면 <붕어빵>이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이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은 설혹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온다고 해도 광고에 있어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SBS 예능은 전체적인 새로운 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예능과 교양을 과감히 섞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그만한 변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것은 <>이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제

 

결국 SBS 예능 프로그램 <>은 폐지가 결정됐다. 예상된 결과이고 또 당연한 결과다. 이미 고인이 발생한 예능 프로그램을 웃으면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 폐지 결정으로 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이 들춰낸 문제는 <>의 문제라기보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해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없다면 제2의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짝(사진출처:SBS)'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출연자들(특히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대하다. <헬스키친>의 요리사 지망생은 이 프로그램의 독설가 고든 램지의 혹독한 비평을 받은 후 권총 자살했다. 미팅 버라이어티쇼 <베첼러>의 지아 알만드 역시 자살을 선택했고, 복싱 리얼리티쇼 <콘텐더> 출연자도 자살한 사례가 있다. 이런 일들은 근 10년 동안 리얼리티쇼가 방송 트렌드로 이어지면서 생겨난 무수한 사례 중 하나다.

 

<>은 이제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리얼리티를 표방한 국내의 프로그램들은 점점 더 강도 높은 환경 속으로 출연자들을 밀어 넣고 있다. <정글의 법칙>의 변화는 이런 리얼리티쇼의 강도에 대한 대중들의 체감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과거에는 그저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생존 게임을 해야 덜 밋밋하게 여겨질 판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 출연자들을 투입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들이 유격훈련을 하고 내무반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강도가 지금은 그다지 강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헨리 같은 군대 무식자를 투입하는 건 이렇게 약해진 강도를 군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출연자를 통해서 벌충하려는 목적도 들어있다. 물론 <정글의 법칙>이나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인데다가 여러 안전요원 등을 통해 다각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육체적인 위험이 눈으로 포착되는 프로그램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프로그램에 있을 가망성이 높다. 일반인들의 사생활이 가감 없이 노출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해당 출연자를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은 그것이 심지어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과의 연결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잠재적인 위험을 갖는다.

 

<안녕하세요><화성인> 같은 프로그램에서 때로는 과도한 비정상 혹은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는 그 위험성이 노출되는 순간이다. 이럴 때마다 대중들의 질타가 이어지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은 그 때 뿐, 어떠한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계속 방송을 강행하곤 한다. 이럴 경우 이런 논란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또 다른 극단적인 결과가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의 폐지는 당연한 일이고 또 올바른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산재한 모든 문제가 끝난 건 아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 지도 모른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그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길이라고 얘기되는 요즘,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흐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지금에라도 사전에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가망이 높은 프로그램은 아예 정신적인 치료나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카운셀러가 상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끝난 건 없다. 이제 시작이다.

사고 후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까닭

 

과연 SBS 예능 프로그램 <>은 폐지되지 않고 계속 방영될 수 있을까. 프로그램 촬영 도중 사망한 <>의 출연자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발견된 메모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짝(사진출처:SBS)'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제작진과의 마찰설에 대해서 SBS측은 정확한 입장은 경찰 조사가 나와야 밝힐 수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사망자와 출연진, 또 제작진과 어떤 마찰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사고 경위와 공식적인 조사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누구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이 어떤 이유로 생긴 일이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결국 프로그램을 찍는 도중에 출연자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이라는 프로그램이 그 특성상 갖고 있는 일반인들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그 시점에 하필이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프로그램 자체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기수가 들어간 방송분은 모두 방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이야기다. 고인을 위해서도 또 거기 함께 출연했던 출연자들을 위해서도 방송은 불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이라는 프로그램이 계속 앞으로도 방송을 찍어 내보낼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그램에 남겨진 사고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기가 어렵다. 그것도 <>은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에 드리워진 어두움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색깔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칫 방송사 전체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사고 때문에 프로그램이 폐지된 사례는 꽤 많다. KBS에서 방영되었던 <일요일은 101%>라는 프로그램은 2004년도에 벌어진 성우 장정진씨가 프로그램 촬영도중 음식물을 먹다 기도가 막혀 의식불명이 되는 사태를 맞고는 결국 폐지되었다. KBS <도전 지구탐험대>는 유독 많은 사건 사고로 점철된 프로그램이었다. 탤런트 김성찬씨가 1999년 촬영 중 말라리아로 사망한 데 이어 2001년에는 제작진이 반군 점령지에서 납치되는 사건을 겪기도 했고 결국 끊임없는 폐지론이 일다가 2005년 개그우먼 정정아씨가 아나콘다에 물리는 사건을 계기로 결국 몇 개월을 끌다 폐지되기도 했다.

 

이런 사건 사고로 인해 불거진 안전불감증에 대한 논란은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MBC에서 방영되었던 <스플래시>는 해외에서 판권까지 사서 제작되었지만 결국 출연자들의 안전 문제가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조기 폐지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도전 지구탐험대> 같은 경우에는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도 무려 6년 가까이 프로그램이 존속되었지만 이것은 요즘처럼 인터넷 여론이 활발한 시대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1999년에 고 김성찬씨의 사망 사고를 겪으면서도 존속된 <도전 지구탐험대>2005년도에는 폐지 결정된 일은 그간에 대중들의 방송 참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말해주는 일일 것이다. 대중들의 방송 참여는 이제 <스플래시>의 경우처럼 방송 프로그램에 있어서의 안전 불감증 논란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폐지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이 계속 방송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과 함께 SBS 예능의 한 색깔을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폐지 결정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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