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떠오르는 <국수의 신> 성공할 수 있을까

 

KBS <태양의 후예>가 만들어낸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 본방이 나갈 때도 30% 시청률을 훌쩍 넘기는 기적 같은 일을 만들었고, 심지어 후속으로 나간 스페셜 방송이 타 방송사의 드라마들을 시청률에서 압도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KBS 드라마국은 이런 <태양의 후예>가 거둔 결과에 마냥 좋아하기만 했을까.

 


'마스터-국수의 신(사진출처:KBS)'

물론 기뻐할 일이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후속 드라마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부담감을 고스란히 떠안고 이제 방영될 드라마는 <마스터국수의 신(이하 국수의 신)>이다. 그러니 이 첫 방에 시선에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과연 <국수의 신><태양의 후예>의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KBS 드라마가 오랜만에 잡은 승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예고편과 기획의도 그리고 이야기소재와 인물 설정 등만으로 모든 걸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수의 신><태양의 후예>와는 사뭇 다른 드라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태양의 후예>가 훨씬 세련된 느낌의 트렌디한 드라마였다면, <국수의 신>의 설정들은 사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들이다.

 

<국수의 신>을 짧게 설명한 소개란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복수를 위해 국수의 신이 되려는 주인공 무명이의 가슴 뛰는 성장기이자 국수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슬픈 연대기로 밑바닥에서부터 면의 장인이 되기까지 흥미진진한 성공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어디서 많이 봤던 구도가 아닌가. 그것은 다름 아닌 2010년에 방영되어 무려 49.3%(닐슨 코리아)라는 최고시청률을 냈던 <제빵왕 김탁구>.

 

물론 <국수의 신> 제작진측은 <제빵왕 김탁구>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복수극과 성장드라마가 공존하고 음식 장인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만일 경연이라는 소재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그건 사실상 빵이라는 소재를 국수로 바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국수의 신>은 동명의 박인권 만화가 그 원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장르적 특징과 설정들이 유사하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이 높았던 건 이 드라마의 이야기 패턴들이 중장년들에게 익숙했고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경연이라는 오디션 틀이 흥미롭게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복수극같은 코드들이 들어가 있었고, 권선징악의 단순해 보여도 강력한 극적 장치도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 전광렬, 전인화 같은 중견 배우들과 윤시윤, 주원 같은 젊은 배우들의 조화로운 열연도 한 몫을 차지했다.

 

<국수의 신> 역시 조재현 같은 믿고 보는 중견과 천정명 같은 젊은 배우의 조합이 기대되는 대목이고, 무엇보다 <야왕>, <대물>, <쩐의 전쟁> 등을 히트시킨 박인권 화백의 원작이라는 점이 신뢰가 가는 지점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와 너무나 다른 작품이 후속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은 <국수의 신>의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태양의 후예> 열광했던 세련되고 트렌디한 드라마의 시청자들이 전혀 색깔이 다른 <국수의 신>을 이어서 볼 것인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첫 방이 모든 걸 드러내줄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후예>가 만들어놓은 부담감을 과연 <국수의 신>은 넘어설 수 있을까.

<배우학교>의 박신양, 연기에 대한 진정성 보여줄 수 있을까

 

박신양과 예능. 어딘지 낯선 조합이다. tvN이 새롭게 시도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가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어모은 건 바로 이 낯선 조합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다. 왜 박신양은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했을까. 지금껏 해왔던 배우로서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실로 이례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배우학교(사진출처:tvN)'

박신양이 누군가. <편지>, <약속> 같은 영화로 또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같은 드라마로 그 누구보다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보여주는 배우다. 물론 최근에는 2011년 작품인 <싸인> 이후에 이렇다 할 작품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연기력에 있어서 누구나 인정했던 배우가 바로 박신양이다.

 

하지만 박신양은 2007<쩐의 전쟁>에서 이른바 고액 출연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면서 연장방송된 번외편에서 회당 155백만 원의 출연료로 추가계약을 한 사실은 당시 제작사였던 이김프로덕션과의 법정 분쟁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결국 밥정은 박신양의 손을 들어줘 이김프로덕션이 추가 계약대로 386십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문제는 이 고액의 액수가 만들어낸 적지 않은 파장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협회가 나서 박신양이 거액의 출연료 요구로 드라마 발전을 방해하고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명목으로 박신양의 드라마 출연을 무기한 정지하기로 의결했고, 그 액수가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박신양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다. 결국 이 여파로 박신양은 2011<싸인>에 출연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다.

 

사실 연장방송을 한 것이 더 잘못이고, 거기서 추가계약을 했다면 그 액수대로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박신양에게 이러한 계약이나 출연료보다 더 큰 문제는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이 논란에 의해 상당히 흐려져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그건 진짜라기보다는 이미지의 문제다. 그런 돈의 이미지가 배우로서 온전히 서 있던 박신양에게 드리워지게 됐다는 것.

 

이런 일련의 흐름을 통해 볼 때 박신양의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 선택은 꽤 괜찮은 행보라고 보인다. 다른 예능도 아니고 연기로 소재로 하는 예능이 아닌가. 게다가 박신양이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분석해보면 그는 결코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진심을 담아서 이 프로그램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학교>는 그런 점에서 박신양의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 출연하는 이른바 발연기제자들의 진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여기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발연기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정도로 드러내놓겠다는 건 진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의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과연 <배우학교>는 박신양과 그 제자들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담당 PD인 백승룡 PD는 이 프로그램이 예능인지 드라마인지 다큐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바로 그 헷갈리는 지점에 그 진정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배우학교>도 또 박신양도.

2007년 마니아 드라마가 말해주는 방송사별 특색

2007년 한 해의 드라마를 특징짓는 한 현상은 시청률은 낮은데 호평 받았던 이른바 ‘마니아 드라마’일 것이다. ‘마왕’, ‘경성스캔들’, ‘한성별곡’, ‘얼렁뚱땅 흥신소’까지 가장 많은 마니아 드라마를 양산한 곳은 KBS. 여기에 MBC의 ‘메리대구 공방전’ 정도가 그 범주에 들어간다 할 수 있다. 희한한 일이지만 SBS는 단 한 편도 마니아 드라마라 꼽을 만한 것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마니아 드라마를 등장하게 했고, 그 양태가 방송사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 같은 드라마에 웃고 울고
마니아 드라마의 한 특징은 그것이 만화를 닮았다는 점이다. 만일 만화로 친다면 ‘마왕’은 사이코 메트리가 등장하는 본격 스릴러가 될 것이며, ‘경성스캔들’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순정만화가 될 것이다. ‘한성별곡’이 정조시대를 다룬 본격 역사만화가 된다면, ‘얼렁뚱땅 흥신소’는 도심 속의 보물찾기라는 코믹 모험 만화가 될 것이며, ‘메리대구 공방전’은 코믹한 청춘 멜로를 그린 순정만화가 될 것이다.

이 드라마들의 만화 같은 특징이 만화의 세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보통은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가져왔으리라는 것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경성스캔들’, ‘얼렁뚱땅 흥신소’, ‘메리대구 공방전’같은 드라마는 아예 영상 구성 자체를 만화적인 컷으로 하는 실험성까지 보였다. 톡톡 튀는 재미와 심각한 주제마저도 가볍게 끌어가는 연출은 이들 마니아 드라마가 호평을 이끌어낸 원천적인 힘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은 기존 드라마 시청층(30대 후반부터 60대까지)으로부터 외면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보통의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층은 일단 만화적인 상상력이 엉뚱하다는 것 이상으로는 이해될 수 없었고, 스토리텔링의 촘촘함이 무기인 이들 작품들은 한 회 정도 걸렀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 찾아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이 시청층은 늘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낮선 드라마보다는 아무 때고 봐도 이해될 수 있는 조금은 느슨하고 편안한 드라마를 찾았다. 그러니 이들 드라마들의 본방 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니아 드라마가 될 뻔했던 드라마들
하지만 만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했다 해서 모두가 마니아 드라마가 됐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쩐의 전쟁’이나 ‘개와 늑대의 시간’, ‘히트’, ‘커피프린스 1호점’같은 드라마들이다. ‘쩐의 전쟁’은 아예 원작이 만화였으며, ‘개와 늑대의 시간’은 국내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느와르의 세계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히트’ 역시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을 좇는 형사물로 인기를 끌었고, ‘커피프린스 1호점’은 순정만화 톤의 드라마연출로 각광을 받았다.

어째서 이들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외면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이들 드라마들이 완전히 낯선 만화적 세계를 그렸다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나 익숙함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쩐의 전쟁’은 사채업자라는 낯선 세계를 소재로 삼았지만, 그 사채라는 소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그만큼 높았으며, ‘히트’와 ‘개와 늑대의 시간’은 장르의 익숙함과 멜로적인 인간관계의 구성으로 그 벽을 넘어섰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꼼꼼한 연출력과 캐릭터의 힘, 게다가 트렌디에 바탕하면서도 그걸 넘어서는 스토리 전개로 호평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즉 2007년도를 특징짓는 이른바 마니아 드라마들의 탄생은 바로 그 낯선 세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만화적인 낯설음이기도 하고 젊은 세대의 감성에 대한 낯설음이기도 하다. 젊은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등식은 허용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 젊은 세대가 앞으로 미래의 시청자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 마니아 드라마들은 과거의 답습보다는 미래의 드라마에 도전한 드라마로 볼 수 있다.

마니아 드라마가 말해주는 2007 방송사별 드라마 특색
마니아 드라마가 생기는 이유로서, TV 본방 시청보다 인터넷이나 IPTV 등의 다운로드형 시청 패턴이 젊은 층을 통해 늘고 있다는 것은 또한 현재의 시청률 집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방송사의 고민은 현재의 시청률 집계 속에서 시청률을 잡기 위해 나이든 시청층에 맞는 익숙한 드라마를 내보내야할 것이지만, 또한 달라지고 있는 미래의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도외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러한 고민이 깃든 방송사들에서 저마다 마니아 드라마의 양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올 한 해 방송사별 드라마의 특색을 가장 잘 말해주기도 한다.

가장 많이 마니아 드라마를 양산한 KBS는 완성도만을 고려한 정통적인 드라마 기획을 한 점은 높이 살만하나, 결과적으로 현실적인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 한 개의 마니아 드라마도 양산하지 않은 SBS의 경우는 그만큼 올 한 해의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들은 실제로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MBC는 어찌 보면 이를 가장 잘 조화시킨 경우가 될 것이다. 도전적인 시도를 하면서도 완전히 낯선 세계가 아닌 익숙한 세계를 끼워넣는 노력을 보였다.

그 성과가 어떻든 방송사들의 마니아 드라마 양산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결과에 상관없이 박수 받을 만한 것이다. 문제는 지나친 마니아 드라마만의 양산은 자칫 방송사의 방만함으로 보일 수도 있으며, 반면 마니아 드라마가 한편도 없다는 것은 방송사 자체의 도전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던 마니아 드라마들은 따라서 올 한 해의 방송사별 드라마 특색을 말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2007년 한 해, 마니아 드라마가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다.

장르, 사회극, 사극 속에서 계속되는 멜로의 실험들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로 대변되는 외국드라마 전성시대에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 드라마의 문법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제작비에 완벽한 사전제작으로 꽉 짜여진 완성도 높은 외국드라마들을 보다가 무언가 어수룩한 우리 드라마를 보면 단박에 그 열등감에 휩싸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우리 드라마들이 쌓아온 공력은 적지 않다. 그것을 모두 무시한 채 그저 미드, 일드는 정답이고 우리 드라마는 오답이라는 편견은 어딘지 부적절해 보인다.

모든 멜로가 죄인은 아니다
특히 멜로에 강점을 가진 우리 드라마들이 어느 순간부터 멜로드라마를 ‘표방하지 않게 된’ 것은 미드, 일드가 준 영향임에 틀림없다. 한 마디로 쿨해 보이는 그네들의 드라마를 보면서 왜 우리는 매번 똑같은 삼각 사각 구도에 신데렐라 이야기, 그리고 눈물이나 짜는 그런 드라마밖에 없는가 하는 비판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우리의 멜로드라마를 다 싸잡아 비판하는 건 문제가 있다. ‘멜로드라마 = 식상한 것’이라는 등식으로 괜찮은 멜로드라마들 역시 시청률의 무덤에 던져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90일 사랑할 시간’같은 실험적인 멜로드라마의 시청률 실패이다. 소재만으로 보면 불륜에 불치 코드가 뒤섞여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이 두 가지를 엮어서 전혀 다른 형태의 멜로드라마를 직조해냈다. 하지만 당시 멜로드라마라고 표방하기만 하면 하나같이 철퇴를 맞는 분위기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역시나 참담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물러나야 했다. 멜로라는 말은 쑥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위에서 표현한대로 드라마들은 멜로드라마를 표방하지 않았을 뿐, 멜로를 완전 버린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비판으로 식상한 틀을 벗어버린 멜로는 다양한 외투를 입고 새로운 진화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보인다.

장르 속으로 들어온 멜로
미드, 일드의 영향으로 등장한 우리네 전문직 장르 드라마들은 장르를 구사하면서도 여전히 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본격 수사물을 표방했던 ‘히트’는 범인을 좇는 이야기만큼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 것이 차수경(고현정)과 김재윤(하정우)의 닭살 멜로였다. 차수경에게 ‘바보팅이’라고 말하는 김재윤의 모습에서 저 미드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나, 일드의 쿨한 캐릭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우리 식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드라마에서 익숙한 귀여운 남자가 있었을 뿐이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라는 전문직의 장르 드라마를 구사하면서 그 중심에 봉달희(이요원)와 버럭범수 안중근(이범수)의 멜로드라마를 접목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네들의 톡톡 튀는 사랑법이 병원이란 공간에서 인간으로서의 의사들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했다. 한편 ‘에어시티’의 실패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장르의 실패로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멜로드라마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데서도 패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르드라마라는 무게에 짓눌려 어정쩡하게 구사한 한도경(최지우)과 김지성(이정재)의 멜로라인은 드라마를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최근 종영한 본격 느와르 ‘개와 늑대의 시간’ 역시 멜로를 상당부분 뺐다고 해도 여전히 그 중심에 멜로드라마가 섞여 있다. 이 느와르만의 특징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다룬다는데 있다. 따라서 이수현(이준기)과 강민기(정경호) 그리고 서지우(남상미)의 삼각구도는 심리적으로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다. 다만 그 양상이 사랑타령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총을 든 느와르의 양태로 나타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사회극을 표방한 멜로
한편 SBS가 계속해서 사회극을 표방한 드라마를 내놓는데는 역시 이 멜로에 대한 대중들의 무조건적인 혐오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그 사회극 속에는 여전히 멜로드라마가 존재한다. ‘쩐의 전쟁’은 사채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안에 기본적으로 금나라(박신양) - 서주희(박진희)의 멜로드라마를 엮었고, 여기에 공식적으로 이차연(김정화)이란 인물을 끼워 넣어 삼각라인을 만들었다. 드라마는 한창 사회적인 이슈들을 잡아나가다가 마지막회에 이르러 주인공들의 결혼식으로 흘러가는 멜로드라마의 양상을 보였다.

‘내 남자의 여자’는 과거 전형적인 틀을 가진 식상한 멜로드라마를 철저히 부수는 멜로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멜로드라마들이 가진 전형성을 마치 탐구라도 하듯이 현미경을 들고 조명해나간다. 식상한 멜로드라마들이 어찌어찌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혼에 골인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이 드라마는 결혼에서 시작해서 결국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그 중심에 결혼이라는 틀 속에서 사랑과 질투, 분노, 기쁨 같은 것들이 환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결론으로 끌고 가기에 ‘내 남자의 여자’는 사회극과 멜로드라마가 그 정점에서 만난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방영되고 있는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은 멜로드라마라는 틀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멜로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인물들을 배치해놓은 다음, 그 화학반응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이웃이라고 하는 사람은 사실 당신이 아는 그 한도 내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그 기본 틀은 정윤희(배두나)를 사이에 둔 백수찬(김승우)과 유준석(박시후), 그리고 유준석을 따라다니는 고혜미(민지혜)가 이루는 사각관계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들 사각관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멜로드라마가 아닌, 그 틀 바깥에 존재하는 많은 이웃들(조연들)의 화학관계를 통해 그 멜로를 이어가는 차이를 보인다. 즉 멜로는 나타난 현상이지 목적은 인간관계 자체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우리 식의 멜로드라마, 외면 말아야
이러한 멜로드라마의 실험과 진화는 최근 불고 있는 사극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극의 메인 테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왕과 나’는 내시인 나, 김처선(오만석)이 왕(고주원)이 사모해온 여인 윤소화(구혜선)를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이야기다. 새롭게 시작한 ‘이산’에서도 정조 이산(이서진)과 성송연(한지민)의 애틋한 멜로드라마가 그려진다. 현대물에서는 외면한 운명적인 멜로드라마를 사극이라는 형식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멜로드라마는 늘 식상하다는 편견 속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멜로드라마는 늘 우리가 보는 드라마 속에 존재해왔다. 다만 새로운 외투를 입고 나타났을 뿐이다. 멜로드라마는 그렇게 비하되거나 구닥다리로 손가락질 받을 존재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네 드라마들의 성패를 가름하는 진짜 숨은 주역인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타 분야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멜로드라마를 외국 드라마와 단순히 비교하면서 그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것은 우리 드라마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다. 멜로는 죽지 않았다. 다만 끊임없이 다양한 틀 속에서 실험을 해왔을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