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의 신>이 가진 가능성과 약점

 

KBS 새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이하 국수의 신)> 첫 회 시청률은 7.6%(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드라마들 중 2위에 머물렀다. 1위는 8.7%를 기록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 원작이 워낙 유명했던 작품이라 기대했던 것보다는 적은 수치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수준은 아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9.4%에서 8.7%로 추락한 걸 염두에 둔다면 <국수의 신>의 시청률은 아직 드라마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고 반등의 기회도 충분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수의 신(사진출처:KBS)'

무엇보다 <국수의 신>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는 연출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첫 회부터 김길도(바로, 조재현)라는 희대의 악역이 탄생하는 과정은 사실 연출이 허술했다면 자칫 막장드라마처럼 보일 위험성도 있었다. 하지만 <국수의 신>은 그 짧은 한 회 속에 김길도라는 괴물의 탄생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면서도 연출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살인강도를 저지르고 국수에 미친 순석(천정명)의 아버지 하정태를 찾아와 칩거하며 국수 비법을 훔치고 결국 하정태를 벼랑에서 떨어뜨려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정도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세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국수의 신>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국수집을 차려 잘 살고 있는 김길도가 하정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와 그의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까지 담아낸다. 어린 순석이 불길 속에서 부모가 불에 타 죽는 장면을 보는 장면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정도로 강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배치해 넣은 이유는 결국 복수극의 힘이 강렬한 악역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김길도는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아무렇게나 저지르는 괴물이다.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난 순석이 김길도에게 처절한 복수를 안기는 이야기. 그러니 <국수의 신>의 첫 회는 복수극으로서의 요건들을 상당히 잘 채워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연출의 완성도로만 보면 같은 만화 원작이라도 <굿바이 미스터 블랙><국수의 신>의 편차는 확실하다. <국수의 신>이 심지어 어떤 미장센이 느껴지는 장면 연출까지를 보여준다면, 안타깝게도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기본기 없는 연출로 인해 이야기의 상황 설정만 있을 뿐 그다지 작품의 심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복수극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연출의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수의 신>이 갖고 있는 처절한 복수극의 이야기를 과연 지금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좀체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건 너무 주인공이 힘겨운 상황들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 차지원(이진욱)의 사이다 복수가 조금씩 시작될 기미를 보여주지만 여전히 고구마(?) 전개라는 아쉬움들이 나오고 있다.

 

<태양의 후예>의 시청률이 그토록 고공행진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심지어 전쟁과 지진과 전염병이라는 어마어마한 난관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짧은 고구마 긴 사이다전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주인공인 강모연(송혜교)이 납치되는 절체절명의 상황도 <태양의 후예>는 그리 오래 끌지 않았고, 금세 구출해 나와 농담을 던지는 유시진(송중기)을 보여줬다.

 

최근 들어 시청자들은 고구마 전개의 드라마들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토 드라마인 <기억><욱씨남정기>를 보면 그 사정을 잘 알 수 있다. <기억>이 꽤 완성도 높은 드라마지만 <욱씨남정기>에 시청률에서 따라잡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주인공이 너무나 힘겨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욱씨남정기>는 힘겨운 상황에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사이다 전개를 곳곳에 배치해 놓고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을 모든 드라마에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수의 신>이 가진 가능성과 약점을 이 관점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 않을까. 완성도 높은 연출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는 <국수의 신>이 가진 가장 큰 가능성이지만, 그것이 복수극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이 굉장히 센 장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시청률은 의외로 약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제빵왕 김탁구> 떠오르는 <국수의 신> 성공할 수 있을까

 

KBS <태양의 후예>가 만들어낸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 본방이 나갈 때도 30% 시청률을 훌쩍 넘기는 기적 같은 일을 만들었고, 심지어 후속으로 나간 스페셜 방송이 타 방송사의 드라마들을 시청률에서 압도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KBS 드라마국은 이런 <태양의 후예>가 거둔 결과에 마냥 좋아하기만 했을까.

 


'마스터-국수의 신(사진출처:KBS)'

물론 기뻐할 일이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후속 드라마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부담감을 고스란히 떠안고 이제 방영될 드라마는 <마스터국수의 신(이하 국수의 신)>이다. 그러니 이 첫 방에 시선에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과연 <국수의 신><태양의 후예>의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KBS 드라마가 오랜만에 잡은 승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예고편과 기획의도 그리고 이야기소재와 인물 설정 등만으로 모든 걸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수의 신><태양의 후예>와는 사뭇 다른 드라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태양의 후예>가 훨씬 세련된 느낌의 트렌디한 드라마였다면, <국수의 신>의 설정들은 사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들이다.

 

<국수의 신>을 짧게 설명한 소개란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복수를 위해 국수의 신이 되려는 주인공 무명이의 가슴 뛰는 성장기이자 국수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슬픈 연대기로 밑바닥에서부터 면의 장인이 되기까지 흥미진진한 성공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어디서 많이 봤던 구도가 아닌가. 그것은 다름 아닌 2010년에 방영되어 무려 49.3%(닐슨 코리아)라는 최고시청률을 냈던 <제빵왕 김탁구>.

 

물론 <국수의 신> 제작진측은 <제빵왕 김탁구>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복수극과 성장드라마가 공존하고 음식 장인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만일 경연이라는 소재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그건 사실상 빵이라는 소재를 국수로 바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국수의 신>은 동명의 박인권 만화가 그 원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장르적 특징과 설정들이 유사하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이 높았던 건 이 드라마의 이야기 패턴들이 중장년들에게 익숙했고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경연이라는 오디션 틀이 흥미롭게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복수극같은 코드들이 들어가 있었고, 권선징악의 단순해 보여도 강력한 극적 장치도 빠지지 않았다. 여기에 전광렬, 전인화 같은 중견 배우들과 윤시윤, 주원 같은 젊은 배우들의 조화로운 열연도 한 몫을 차지했다.

 

<국수의 신> 역시 조재현 같은 믿고 보는 중견과 천정명 같은 젊은 배우의 조합이 기대되는 대목이고, 무엇보다 <야왕>, <대물>, <쩐의 전쟁> 등을 히트시킨 박인권 화백의 원작이라는 점이 신뢰가 가는 지점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와 너무나 다른 작품이 후속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은 <국수의 신>의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태양의 후예> 열광했던 세련되고 트렌디한 드라마의 시청자들이 전혀 색깔이 다른 <국수의 신>을 이어서 볼 것인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첫 방이 모든 걸 드러내줄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후예>가 만들어놓은 부담감을 과연 <국수의 신>은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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