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가 꾼 꿈, 어떻게 현실이 됐나

그 누가 쇼는 그저 쇼일 뿐이라고 했던가. ‘무한도전’이 말도 안 되는 포크레인과 삽질의 대결을 벌이던 시절에, 쇼는 그저 쇼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이 그저 쇼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쇼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봅슬레이를 빌려서 경기에 출전하던 국내 봅슬레이의 열악한 상황을 감동적인 도전을 통해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현재 올해 벤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놓은 한국 봅슬레이팀은 그 누구보다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 런칭을 선보이기도 하고, 불황에 힘겨워하는 음식점들을 기습공격(?)해 무한 매출을 올려주기도 한다. 그들에게 도전은 이제 쇼이면서 동시에 현실이 되기도 한다.

‘1박2일’은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여행 버라이어티를 통해서 국내에 숨겨진 여행지들을 발굴해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여행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으며, 캠핑 열풍 같은 여행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해외 관광객들 중에는 ‘1박2일’을 보고 국내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1박2일’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도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골에 대한 따뜻한 향수와 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 연장선 상에 있는 ‘청춘불패’ 역시 마찬가지. 강원도 홍천의 유치리라는 동네에 정착해가는 걸 그룹 아이돌들의 모습을 통해 도-농 간의 소통의 과정이 훈훈한 감동까지 전해주는 이 버라이어티는, 실제로 이 자그마한 동네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유치리라는 동네에 사는 이장님이나 로드리(동네 이장님 친구 분의 애칭)를 마치 우리 동네 어르신처럼 가깝게 느끼게 됐다. 걸 그룹 아이돌들이 찾아간 상점에는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이 생길 정도. 한쪽 벽에 붙여진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은 쇼와 현실의 공존을 잘 보여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보다 실제적인 꿈을 꾸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위한 ‘꿈의 구장’을 건립하는 것이 그것. 이들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5개 지역을 찾아가 야구장 부지를 타진했다. 야구장 건립은 100억 대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꾸고 있는 그 꿈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이너들이 광대로 딴따라로 폄하되던 시대, 쇼는 여흥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펀(fun)이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추동력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쇼는 여흥을 넘어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제 국회나 상아탑에서의 심각한 고민과 진지한 토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꿈을 꾸고 그 꿈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을 때, 사회는 어떤 변화를 허락한다. 스튜디오의 폐쇄된 공간 속에서 여흥거리만을 고민하던 버라이어티쇼들. 이제 스튜디오를 벗어나면서 이들은 현실 속에서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은 조금씩 현실을 바꿔가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꿈들을 버라이어티 속에서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가수와 예능의 밀월관계, 그 시너지 효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무대 위에서 부채로 목 언저리를 톡톡 두드리며 'Sign'을 부를 때, 우리는 두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그 하나는 가인이 조권과 부부로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이고 또 하나는 나르샤가 유치리라는 시골에서 다른 아이돌들과 정착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청춘불패’다. 만일 걸 그룹이나 아이돌 혹은 아예 가요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예능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이즈음에서 다시 한 번 무대를 올려다봤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단순히 노래 부르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있는 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 전해주는 많은 스토리들을 통해서 충분히 그 캐릭터가 그려진 존재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가요 위에 덧붙여지는 이러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은 작금의 가요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해가고 있다.

‘소녀시대’의 유리를 우리는 MBC ‘쇼 음악중심’의 MC로 만나기도 하고, ‘청춘불패’의 국민며느리로 만나기도 한다. 물론 메인 MC는 아니지만 ‘스타킹’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로서 그녀를 접하기도 한다. 유리는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 속에서는 그저 깜찍한 얼굴로 노래하는 인형 같은 가수이지만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면 때론 풋풋하고 때론 엉뚱하며 때론 털털한 면까지 있는 소녀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서도 드라마로서도 또 MC로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대 위의 황제라는 자리에서는 결코 갖지 못할 허당이라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갖게 되었다. 이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양극단의 이미지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가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이승기의 승승장구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얻어진 이런 폭넓은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어딘지 까칠하고 반항적으로만 보였던 이른바 힙합 전사들이 올해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들 앞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예능 프로그램의 공이다. 우리네 힙합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함께 출연하면서 예능에 발을 디뎠다. 그 후로 그는 몇몇 토크쇼들 속에서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특유의 유머감각을 보여주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의 새 앨범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음악적인 완성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갖지 못했던 이런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갖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쌍의 길 역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보여주면서 대중들 앞에 서게 되었다.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투입되어 강하면서도 털털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놀러와’의 골방 브라더스로 이하늘과 함께 아낌없이 망가져 주었다. 올해 리쌍이 낸 앨범의 성공 역시 이러한 길의 이미지 변신이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하늘은 골방 브라더스로 ‘놀러와’에 자리 잡았고, 김창렬과 함께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늙은 사자로 활약하면서 그 입지를 넓혔다. DJ DOC는 지금 이 여세를 몰아 신보 공개를 앞두고 있어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수들의 예능 출연과 그 효과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그것은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해왔다. 하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과거 가수들의 예능 출연은 신보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일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 출연 자체가 목적이 될 만큼 가수들이 해야 할 하나의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의 캐릭터를 구축해주는 예능의 이야기가 노래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무대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공간이 되고, 예능은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대 위에서 건방진 포즈로 멋지게 춤을 추는 유키스의 동호가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이하늘에게 형 형 하면서 막내처럼 따르는 모습은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모 둘 다를 갖게 해주면서 서로의 분야에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예능 속에서는 그 신비함이 무너지는 재미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고, 무대 위에서는 예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를 통해 오히려 신비해진다. 이것은 신비주의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연예인들이 구사하는 새로운 다중 이미지 전략이다. 이제 한 사람이 한 가지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리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치 드라마 속 평면적 인물들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이제는 변화무쌍한 입체적 인물들이 그 리얼함 때문에 각광받는 것처럼, 여러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이미지는 연예인들이 갖춰야할 새로운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는 한 가지 얼굴을 고수하는 일관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솔직함을 요구하고 있다.

청춘과 아날로그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어쩜 저리도 풋풋할까. 나이 들어가면서 정반대로 생겨나는 청춘에 대한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기 마련인 욕망일까. 올 한 해 걸 그룹 열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존재하는 이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젊은 세대의 열광은 물론이고, 중장년층의 시선까지 잡아 끈, 걸 그룹들의 약진에는 불황에 지치고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의 복고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청춘에 대한 향수가 깃들어 있다. '청춘불패'는 바로 그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는 매력을 걸 그룹의 시골 마을 정착기라는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걸 그룹 아이돌들이 유치리라는 시골 마을에 정착해가는 과정을 담은 '청춘불패'의 엔딩은 인상적이다. 맥 플라이의 'All about you'를 배경음악을 깔고 하루 동안 아이돌들이 해왔던 일들을 포착한 스틸 컷이 정지화면으로 하나하나 보여지며 그 위로 인상적인 자막이 깔린다. 이 짧은 엔딩이 우리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시간에 대한 아련한 향수다. 순간적으로 지나간 시간을 멈춰 세워둔 그 스틸 컷들은 마치 추억처럼 우리의 기억 언저리에 들어와 그 날 있었던 아이돌들과 유치리 주민들과의 따뜻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다시 끄집어낸다.

이 엔딩이 하루의 추억을 반추하듯이, 이 프로그램은 한 세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젊은 날들을 되짚어가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아이돌들은 도시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현대인들을 대변하면서도 아련한 젊음의 청춘을 간직한 존재로서 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욕망하는 도시인들을 매료시킨다. 그들과 함께 떠나는 유치리 마을에서의 하루란, 따끈따끈한 온돌 위에 앉아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시절이고, 마당 한 가운데서 연중행사처럼 벌어졌던 김장 담그기에 대한 기억이며, 메주를 정성스레 만들어 장을 준비하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걸 그룹 아이돌들은 그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의 안내자들이다. 그들이 유치리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재롱을 피우고,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따뜻한 정을 나누고, 함께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하는 그 장면들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앞으로만 달려온 자들을 뒤돌아보게 만들고 마치 부채처럼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정이 묻어난다. 청춘이라는 아날로그적 시간을 가진 아이돌과, 유치리라는 아날로그의 시간에 멈춰있는 공간의 만남은 이토록 절묘하다.

특별히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보는 이들이 기꺼이 이 풋풋한 아이돌들의 좌충우돌 시골 정착기에 웃어주게 되는 것은 이 깊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대한 공감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존재였던 아이돌들이 유치리 주민들과 마치 친척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이 독특한 예능 프로그램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들의 시골 적응이라는 키워드 속에는 웃음이 묻어나지만, 그것보다 앞서는 것은 당위처럼 마음을 흡족하게 만드는 아이돌과 시골주민들 간의 정이다.

여행자와 정착자의 시선이 다른 것처럼, '청춘불패'는 '1박2일'과도 다르고 '패밀리가 떴다'와도 다르다. 노마드적 감성이 여행 버라이어티가 가진 떠도는 이들의 왁자한 해프닝들을 담아낸다면, 한 곳에 정착해 그간 잊고 지내왔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을 하나씩 연결해가는 '청춘불패'의 감성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그리고 그 아날로그의 매력은 그 감성을 연결해주는 청춘들(아이돌들)을 통해 고정된 순간의 스틸 컷처럼 기억 속에 각인된다. 청춘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패하지 않는 승리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청춘불패'가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스토리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든 변화들

"'1박2일'의 힘은 스토리텔링에서 나옵니다." '1박2일'의 이명한 PD는 그 힘을 스토리에서 찾았다. 파편적으로 뚝뚝 끊어지는 몇몇 재미들만으로는 '1박2일' 같은 파괴력은 나올 수 없다는 것. 이것은 2009년 들어와 소재적으로도 세대적으로도 폭이 넓어진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특징이다. 이야기를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쇼들은 이제 전통적으로 웃음에만 천착하던 틀을 벗어나 이야기 자체가 주는 다양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경우, 만일 웃음이라는 포인트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있는 소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소재는 버라이어티쇼가 이제는 웃음을 넘어서 서스펜스 같은 새로운 영역의 재미를 끌어 들였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은 여행이라는 큰 소재가 있지만 각각의 편에 들어가면 말 그대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는 예능의 본분인 웃음은 기본이고 그 위에 감동도 있고, 때로는 추격전이나 심리전이 주는 긴박감도 있다.

이른바 이들 버라이어티쇼들은 모든 극적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먼저 이 쇼들에는 주인공들인 캐릭터들이 있다. 캐릭터란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 캐릭터들이 매번 다른 상황을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들은 중첩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여기에는 캐릭터 간의 얽혀져가는 관계가 주는 극적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쇼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또한 한 편의 드라마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이야기성을 내재하고 있다.

버라이어티쇼가 이야기를 추구하면서 2009년 예능에 등장한 쇼들은 저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재미들을 내세워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다이내믹한 이야기, 각본 없는 드라마가 가장 큰 매력이다. "예능 좀 하란 말이오. 야구만 하지 말고." 이 구호는 이 쇼가 추구하는 것이 단지 이전 예능들이 추구하던 웃음만이 아니라는 것을 거꾸로 말해준다. 특별히 웃긴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담담히 이 야구단의 면면을 따라가며 때론 웃고 때론 우는 모습들을 담아내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진정성 있는 즐거움을 준다.

'청춘불패'는 도시의 첨단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을 대변하는 아이돌 걸 그룹들이 유치리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들어가 정착해 살아가며 아날로그적인 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쇼 역시 웃음이라는 포인트에 그다지 천착하지 않는다. 남희석이 "그래도 예능인데 이렇게 일만 해도 되는 거야?"하고 묻는 지점에 이 쇼가 가진 이야기성이 드러난다. 이 쇼는 유치리 주민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아이돌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고,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우리의 이웃처럼 느껴지는 유치리 주민들로 인해 그 힘을 더욱 얻어갈 수 있다.

'남자의 자격'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끌어들임으로써 중년 세대들의 공감을 얻어냄은 물론이고, 여성들과 젊은 세대까지 소통의 즐거움을 제공했다. 아저씨들의 꿈이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남편인 그들의 이야기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하프 마라톤 대회 같은 소재에서는 전편에서는 웃음을, 후편에서는 감동을 전해주는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세대와 성별을 넘는 소통은 이 쇼가 가진 남다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야기를 중심에 둔 예능의 변화는 새로운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이른바 '남들 웃기려 할 때, 다큐를 함으로써' 호평을 받는 신 예능형 캐릭터의 탄생이다. '1박2일'의 김C나 '남자의 자격'의 김성민은 웃기기보다는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그맨들이 그다지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예능의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9년 예능의 뉴 트렌드로 자리한 '이야기에 대한 추구'는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의 층위를 다양하게 해주었다. 이제 예능은 웃음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 이야기, 즉 스토리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예능의 외연을 넓혀놓았고, 작금의 콘텐츠들의 특징이 퓨전과 융복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10년. 예능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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