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극악한 법정 속, 선한 변호사 박은빈의 존재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 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지고 있어 여,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처음으로 법정에 선 변호사 우영우(박은빈)는 어색하고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의지를 밝힌다. 자폐 장애를 가진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목처럼 이 특별한 인물이 주인공이자 그 자체로 메시지인 드라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을 이야기하고, 공적인 장소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 이상한 변호사. 

 

과연 이런 장애를 갖고도 법정에서 누군가를 위해 변호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바로 그런 것이 우리의 편견이라는 걸 기분 좋게 깨주는 그런 인물이다. 당연히 이 인물이 법정에서 혹은 만만찮은 로펌 생활에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이상하다’는 표현은 ‘특별하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정상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들어있다. 보통과 다르다는 것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그래서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을 우영우 또한 잘 안다. 그래서 첫 사건으로 맡은 노부부 폭행사건에서 언변이 좋지 못한 우영우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상사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아닌가요? 사정이 딱해 보이기로는 장애만 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고요.”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변호를 해가는 과정들을 보면 다른 변호사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그의 남다른 시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화가 나 다리미를 들어 남편의 머리를 내리친 할머니가 ‘살인 미수’ 혐의로 몰리게 된 사건. 모두가 다리미의 그 우악스러운 이미지에 경도되어 할아버지의 뇌출혈이 다리미에 맞아서라고만 생각할 때 우영우는 그 원인이 다리미가 아닌 남편의 지병 때문이었다는 진실을 들여다본다.

 

우영우의 첫 번째 사건으로 다룬 다리미 폭행 에피소드는 겉으로 드러난 어떤 이미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제대로 진실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현실을 에둘러 담아낸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우영우라는 이상한 변호사가 이 드라마를 통해 그 존재 자체로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영우는 자폐를 갖고 있어 엉뚱하게 보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른바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역시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편견’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 드라마가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사건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우영우의 이런 캐릭터와 메시지를 잘 드러낸다. 신부의 드레스가 벗겨지는 바람에 파혼의 위기에 처한 신부의 아버지가 예식장을 상대로 거액의 위자료 소송을 하려 하고, 이를 맡게 된 우영우가 위자료로는 도무지 받아낼 수 없는 거액 대신 결혼을 전제로 물려주기로 한 땅을 받지 못하게 된 손해 배상금으로 청구하는 대목이 그렇다. 물론 우영우는 의뢰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도 간파하지만, 이런 식으로 통상적인 관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변호에 있어 우위를 가져간다. 

 

이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라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변호사가 오히려 편견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꼬집는 드라마다. 우영우라는 ‘선한’ 인물이 주인공이자 메시지가 되고 있어서인지, 이 법정드라마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극악한 사건들과 악마 같은 인물들이 피 튀기며 대적하곤 하는 여타의 법정물들과 사뭇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그건 선한 의지가 주는 기분 좋은 감동이다. 

 

최근의 법정드라마는 변호인들마저 승소를 위해 ‘악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그만큼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악을 이기기 위해서는 악만큼 치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서 얻는 정의와 공적으로 포장된 사적 복수가 우리에게 남기는 여운은 어딘지 찜찜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찜찜함을 날려주는 ‘선한 의지’의 변호사라는 캐릭터를 세워서다. 물론 자폐라는 장애를 갖고 있어 오히려 편견 뒤에 숨겨진 진실을 본다는 이 인물의 설정은 여전한 현실의 조악함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인물에 빠져든다. 

 

박은빈은 한 마디로 연기에 물이 올랐다. <청춘시대> 송지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이시한 매력을 드러냈던 그는 <스토브리그> 이세영의 씩씩함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채송아의 순수함과 수줍음을 오가더니 <연모>의 이휘로 사극은 물론이고 남장여자라는 어려운 역할을 소화해내더니 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장애 변호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은빈은 이 작품 속 우영우를 닮았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그런 반전의 면면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에서.(사진:ENA채널)

‘와이키키’, 갑갑한 현실 시트콤급 웃음이 못내 그리웠다면

JTBC 새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벌써 제목부터가 시끌벅적하다. 드라마는 와이키키의 햇살 찬란한 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즐겁게 노니는 외국의 청춘들을 담아내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쑥 빠져나오면 그 곳은 동구(김정현)와 준기(이이경) 그리고 두식(손승원)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다. 수도세와 전기세를 내지 못해 수도가 끊기고 전기마저 끊길 위기에 처한 곳.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 상황을 시트콤적인 웃음으로 보여준다. 물이 끊겨 머리를 감다 비누거품이 가득한 채 투덜대는 청춘들 앞에 누군가 놓고 간 아기가 울어댄다. 왜 우는 지 살피다 손에 똥이 묻어 화들짝 놀라는 청춘들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주는 웃음. 마침 동구에게 결별을 선언하는 여자친구 수아(이주우) 앞에서 호기롭게 커플링을 던져버렸지만 한 푼이 아까워 그걸 다시 찾아갔다 들켜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나, 영화촬영장에서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얘기하는 대배우 박성웅이 얼굴에 붙은 밥알을 떼 내라는 포즈를 잘못 이해해 뽀뽀를 하는 준기의 굴욕 또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아기 엄마 싱글맘 윤아(정인선)는 모유 수유를 위해 불쑥 가슴을 내놓는 바람에 이 청춘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고, 젖이 나오지 않아 울어대는 아기를 위해 유축기를 사러 간 청춘들의 당황스런 상황들이 이어진다. 동구의 여동생 서진(고원희)은 갑자기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온 윤아와 하룻밤 동침을 하게 되고, 마치 <하얀거탑>의 의사들처럼 비장한 얼굴로 윤아의 나오지 않는 젖을 마사지하는 일을 겪게 된다. 

사실 이런 상황들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웃음은 우리가 시트콤에서 익숙한 것들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같은 작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안녕 프란체스카>나 <푸른거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같은 시트콤에서 활약해온 이들이다. 물론 시트콤만이 아닌 <모던파머>나 <프로듀사>, <뱀파이어 탐정> 같은 드라마를 쓰기도 했었지만, 워낙 웃음 만드는 일에 이력이 난 작가들이라는 것.

그러니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가진 기획의도가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웃을 일 없는 현실에 한바탕 휴식 같은 웃음을 던져보겠다는 의도로 제작된 드라마다. 사실 현실이 고구마다 보니 그것을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시원한 사이다로 풀어보려는 작품도 많고, 차라리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넘어서려는 작품도 있지만, 이렇게 메시지보다는 재미로 똘똘 뭉쳐 웃음 그 자체가 주는 한 시간의 유쾌함을 제공하는 작품 역시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게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 드라마가 소품인 만큼 신인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정현, 이이경, 손승원, 이주우, 정인선, 고원희가 그들이다.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에게 낯선 배우들이지만 첫 회만으로도 이들이 가진 풋풋한 매력과 개성은 이미 전해지고도 남았다. JTBC가 <청춘시대>를 통해 작품으로서도 성공했지만 신인연기자 발굴로서 큰 역할을 해냈던 것처럼, <으라차차 와이키키> 또한 그걸 잇는 드라마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그런데 왜 하필 <으라차차 와이키키>라는 제목일까. 그것은 첫 장면에서 보여준 것처럼 청춘하면 당연히 와이키키 같은 낭만이 먼저 떠올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로 다가오는 현실을 담는 것일 게다. 그런 굴욕과 힘겨움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애써 ‘으라차차’ 힘을 내자고 제안한다. 한바탕 웃음으로 그걸 넘어서보자고. 그것이 어쩌면 청춘의 특권이기도 하니 말이다.(사진:JTBC)

반가운 신인 양세종·박혜수, 호평도 혹평도 자양분 삼아야

신인 연기자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일천할 수밖에 없는데다 배역 또한 존재감 있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나란히 등장한 신인, 양세종과 박혜수는 다르다. 그들은 신인이지만 꽤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 박혜수는 사임당의 젊은 시절 역할을 맡았고, 양세종은 그 시절과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겸 역할과 현대로 넘어와 서지윤(이영애)과 과거 사임당의 행적을 추적해가는 조교 역할을 동시에 맡았다. 

'사임당, 빛의 일기(사진출처:SBS)'

흥미로운 건 두 신인배우들이 모두 최근 들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혜수는 <K팝스타>로 먼저 얼굴을 알렸지만 SBS <용팔이>에 출연한 후 JTBC <청춘시대>에서 호평을 받았고 tvN <내성적인 보스>에선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양세종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SBS <사임당>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여러 작품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박혜수의 경우, <내성적인 보스>와 <사임당> 모두 연기력 논란을 겪고 있다. 차분한 역할로 <청춘시대>에서 받았던 호평과 달리 활달한 성격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내성적인 보스>에서는 연기의 과잉을 지적받고 있다. <사임당>의 경우도 비슷하다. 쉽지 않은 사극 연기인데다, 발성에 있어서 아직까지 준비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어린 사임당이 이겸과 어쩔 수 없이 이별하고 다른 남자와 혼인을 맺는 그 비극적 상황에서 그래도 괜찮은 몰입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약점과 강점을 정확히 알고 여러 연기를 경험해가며 부족한 점들을 채우는 것이 신인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반면 양세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거대병원 원장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서려는 도인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이기적인 면면을 가진 그가 차츰 강동주(유연석)와 함께 동료의식을 배워가고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과정을 잘 소화해냈다. 

<사임당>에서도 양세종은 신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1인2역을 해내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서는 이겸이라는 풋풋하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을 소화했다. 현대로 넘어와서는 훨씬 더 신세대에 가까운 가벼운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서지윤과 선후배 관계지만 미묘한 멜로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양세종의 강점은 무엇보다 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잉되게 밖으로 무언가를 표현해내려 하기 보다는 안으로 감정을 꾹꾹 눌러 표현할 줄 안다. 

평가는 엇갈리게 되었지만 박혜수도 양세종도 신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평가는 어쩌면 배역에 따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느냐에 따라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건 신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요즘처럼 신인배우 찾기가 어려운 시절에 이런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자양분 삼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청춘시대>의 성공,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안

 

JTBC <청춘시대>가 오늘 1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한다. 이 소소해 보였던 작품이 어느새 슬금슬금 우리네 마음 속으로 들어와 깊은 여운을 남겼다는 걸 종영에 즈음해서야 비로소 새삼 느끼게 된다. 결국 좋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알아본다는 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 <청춘시대>였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사실 첫 시청률 1.3%(닐슨 코리아)에서 2회에 무려 0.4%까지 급락하면서 역시 신인 연기자들만을 캐스팅해 오로지 작품의 밀도 하나로 승부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여겨졌다. <청춘시대>는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이렇게 다섯 명의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물론 한예리나 박은빈은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연기자들이지만 다른 연기자들은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승연과 류화영은 아이돌 출신이 아니었나.

 

게다가 <청춘시대>가 경쟁해야 하는 금토 편성 시간대의 tvN <굿와이프>는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에 역시 오랜만에 드라마로 모습을 보인 유지태가 주인공들이었다. 드라마의 첫 시청률을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이러한 톱클래스 배우들의 출연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굿와이프>는 또한 미드 원작으로 탄탄하고 디테일한 대본이 변호사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러니 아예 <청춘시대>는 경쟁상대조차 되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0.4%부터 한 회 한 회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며 작품의 가치를 알린 <청춘시대>는 시청률도 조금씩 회복했고 이 작품의 규모로 봐서는 성공이라고 봐도 좋을 2.5% 시청률을 넘어섰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건 <청춘시대>가 그저 그런 청춘멜로물 정도일거라 가졌던 그 선입견과 편견을 작품을 통해 깨주었기 때문이다.

 

<청춘시대>는 달달한 청춘의 멜로만을 담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오히려 작금의 청춘들이 겪을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을 극화한 작품이었다.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성추행에 치욕까지 겪으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며 버티는 청춘이 있었고, 사고의 트라우마로 미래를 꿈꾸지 않고 그저 현재를 막 살아가는 청춘이 있었으며, 부모의 죽음을 자신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는 청춘이 있었다.

 

또한 청춘들에게는 중대사라고 할 수 있는 연애 문제에 있어서도 <청춘시대>는 풋풋하고 달달한 사랑을 그려내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았다. 나쁜 남자와 헤어지지 못하는 청춘과 그녀가 겪게 되는 데이트 폭력의 이야기는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까지 지목되는 소재였다. <청춘시대>는 청춘이라는 시기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지금의 청춘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들을 발랄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청춘 특유의 회복탄력성을 이 작품은 보여줬다. 그토록 힘겨운 현실들을 마주한 청춘들이 저마다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삶을 회복하는 모습은 그래도 버텨내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올 것이라는 작은 위안을 건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청춘시대>의 성공이 의미 있는 건 스타 캐스팅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네 드라마 풍토에서 괜찮은 선전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기 출연한 젊은 배우들의 발견은 요즘처럼 신인들이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실력도 의욕도 넘치지만 설 자리가 없어 그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지금의 청춘들이 한데 모여 작은 성취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다.

 

캐스팅에 있어서 스펙이 아닌 이 청춘들의 실력을 믿어주었고, 막연한 판타지가 아닌 진솔한 현실들을 담아내려 했던 노력은 결국 <청춘시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가 되었다. 요즘 같은 현실에 <청춘시대>의 성공이 유독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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