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그널>, <또 오해영>까지... tvN 드라마 전성시대

 

최근 tvN은 오는 10월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시상식을 포함한 페스티벌을 연다고 밝혔다. 사실 작년부터 계속 요구되어 왔던 게 tvN 시상식이다. 연말이면 지상파 3사들이 모두 자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하고 있지만 tvN은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이런 요구의 이유다.

 

'또 오해영(사진출처:SBS)'

이런 요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된 건 작년부터다. 이미 예능 콘텐츠들은 tvN표로 브랜드화될 정도로 다양한 성공들을 거둬왔지만 드라마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미생>의 성공 이후에 tvN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오 나의 귀신님>, <두번째 스무살> 같은 작품들의 성공을 일궜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속적인 성공 이후, 금토 시간대에 <시그널>, <기억>,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수작들을 연거푸 내놓으며 본격적인 tvN 드라마 전성시대를 알렸다.

 

금토드라마의 브랜드를 확고히 세운 tvN은 월화 시간대로 영역을 넓혔다. <치즈 인 더 트랩>이 그 가능성을 확인한 드라마였다면, <또 오해영>은 월화에도 tvN 드라마의 자리가 세워졌다는 것을 과시하는 드라마였다. 월화 드라마로 케이블로서는 놀라운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월화 밤 11시가 지상파 예능 시간대였던 것을 tvN의 드라마 시간대로 바꿔놓는 힘을 발휘했다.

 

결국 이렇게 2년여 사이에 예능에 이어 드라마까지 확실한 브랜드 파워가 생기면서 시상식은 보다 현실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올해 열리는 10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그래서 누가 상을 받아갈 것인가에 대해 쉽게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후보군들이 풍성해졌다. <시그널><응답하라1988> 나아가 <또 오해영> 같은 쟁쟁한 작품군들 속에서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tvN 드라마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확고히 브랜드를 갖게 된 건 지상파와는 다른 독자적인 선택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예능과 드라마의 접목은 독특한 tvN만의 드라마 색깔을 만들어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그 안에 진중한 당대의 메시지까지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드는데 있어서 그만큼 유연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 이후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물들을 계속해서 라인업 했고 그러면서 지상파에서 주로 작업해온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무게감을 갖게 만들었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 김지우 작가의 <기억> 그리고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tvN 드라마들은 지상파에서 보지 못한 완성도로 승부했다. 동시에 <두번째 스무살>, <오 나의 귀신님>, <치즈 인 더 트랩>, <또 오해영> 같은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에도 완성도와 실험을 더해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나갔다.

 

tvN 드라마의 선전은 패턴화 되어버린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반작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즉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복되는 소재나 제작관행들 때문에 시청자들도 작가들도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것을 tvN은 제대로 읽어내면서 이탈한 작가와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드라마로 매개하게 했다는 점이다.

 

결국 tvN 드라마의 성공이라는 것은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플랫폼의 힘을 누려오며 타성에 젖었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이제 tvN 드라마의 선전으로 각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tvN 드라마의 성공은 한 방송사의 드라마 브랜드가 가진 성취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우리네 드라마 전체에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드라마 혈전, 시청자들에겐 복

 

명품드라마를 넘어 인생의 드라마라고까지 얘기됐던 <시그널> 효과였던가. <시그널>이 끝나자 tvN 드라마들 거침없던 질주는 주춤해진 느낌이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기억>3.8% 시청률(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9%까지 떨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tvN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6.8%까지 시청률을 냈던 것에 비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3.3%에서 시작해서 1.4%까지 곤두박질쳤다.

 


'대박(사진출처:SBS)'

<시그널><치즈 인 더 트랩>의 놀라운 선전, 또 지난해 주목받은 <두번째 스무살><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tvN 드라마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의 위상은 한두 드라마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억><피리부는 사나이>의 성적은 아쉽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기억>이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와 디테일이 놀랍고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상당히 진중하다. 최근 들어 이만큼의 성취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가 제대로 존재를 드러내려면 대중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아쉬운 작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정서 같은 것들이 이 작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게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가 아닌 정서적인 몰입이 드라마의 관건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피리부는 사나이>의 추락은 당연해 보인다.

 

tvN 드라마처럼 비지상파의 약진 때문에 지상파가 위기감을 느낀 건 분명하다. 이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상파 주말드라마들의 토요일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가 일요일에는 다시 오르는 이른바 퐁당퐁당(?)’ 시청률이다.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시청률표를 보면 <시그널>의 영향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시그널>이 방영됐던 토요일 시청률에서는 뚝 떨어졌지만 일요일 시청률에 피치를 올리면서 서서히 회복했다. <시그널>이 끝난 후 <그래 그런거야>는 이제 10% 시청률을 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철의 토요일이 지상파 콘텐츠들에게는 춘궁기가 된다는 요인도 섞여 있지만 tvN 드라마들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그널> 종영 후 주춤하는 사이, 지상파 드라마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KBS <태양의 후예>가 주중드라마로서는 예외적으로 30% 시청률을 훌쩍 넘겨버렸고, 월화드라마들의 대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새삼 지상파 드라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연달아 사극을 편성한 SBS <대박>과 박신양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리고 <대조영>에서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같은 대작드라마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50부작 <몬스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

 

최근의 이런 드라마 라인업들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해졌다. 물론 tvN 드라마들이 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의 장르 드라마들이 늘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들만 반복해온 것처럼 여겨지는 지상파드라마와 비교되며 긍정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맞대응하듯 지상파드라마들 역시 기대할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혈전은 우리네 드라마의 체질을 더 튼튼하게 해줄 것이니.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tvN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들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겪은 갖가지 논란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시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를 이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엔딩에 이르러 누가 누구와 결혼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뜨거운 논쟁들은?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까지 내놓기만 하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나영석 PD표 예능에 대해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사실 tvN은 작년 한 해 동안만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만들었다. 그 전면에 섰던 건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였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로 케이블로서는 그간 넘지 못할 벽이라 여겼던 두 자릿수 시청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면, 신원호 PD는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대표적인 tvN표 드라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콜라보레이션은 지금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확실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명의 블록버스터급 프로그램들의 성공에 힘입어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레귤러 프로그램들 역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도 <미생>에 이어 <시그널>까지 대박을 낸 김원석 PD표 드라마가 또 한 축의 성공을 만들어내며 tvN의 브랜드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지상파 드라마에 식상해했던 시청자들은 이제 tvN의 영화 같은 장르드라마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연전연승과 승승장구에는 그만한 고민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다. <치즈 인 더 트랩><응답하라 1988>의 멜로를 두고 벌어진 설전이 말해주는 것처럼 tvN 드라마들은 비상한 대중들의 관심만큼 그것이 엉뚱하게도 논란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스포일러로 이어져 제작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런 승승장구하는 대박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은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부담감도 그만큼 늘어났다. <치즈 인 더 트랩>에 이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2회만에 3.6%(닐슨 코리아)라는 꽤 괜찮은 시청률로 순항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또 이어질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CJ로 와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작을 내지 않은 나영석 PD의 부담감은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여전히 뜨겁지만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과거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는 반응들 역시 적지 않게 등장하는 건 여러 차례 반복된 시리즈의 피로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삼시세끼>로 돌아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CP급이 된 나영석 PD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후배 PD들을 지원해주고 밀어주는 역할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프로그램은 1년에 하나 정도 천천히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연한 선택이고 또 바람직한 선택이다. 너무 많은 기대감으로 인해 나영석 PD가 큰 부담감을 갖는 건 방송사로서도 또 그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지상파와 비교해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몇 년 전이라면 tvN의 이런 성과는 부담이라기보다는 축하할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파와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높아진 위상만큼 그걸 지켜내기 위한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그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치인트>, 어째서 끝까지 웃을 수 없었을까

 

소통의 실패는 콘텐츠의 실패가 될 수도 있다. 초반부 놀라운 화제를 이끌었던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후반부에 이르러 논란의 논란을 거듭하고 심지어 막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끝을 맺게 된 건 그 소통의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치즈 인 더 트랩>은 원작자 순끼와의 소통에도 실패했고, 배우 박해진과의 소통에도 실패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불편함을 토로했던 시청자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이윤정 PD가 내놓은 열린 결말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한 결말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엔딩에서 주인공 유정(박해진)이 모든 걸 감싸 안으려는 홍설(김고은)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 그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3년 후 홍설이 보낸 메일을 유정이 열어보았다는 것으로 그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그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니었다. 물론 원작자 순끼가 원한 결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째서 좋은 시작을 보였던 <치즈 인 더 트랩>은 끝까지 웃을 수 없었을까.

 

물론 후반부에 가서 여러 문제점들을 도출했지만 사실 초중반까지만 해도 콘텐츠 자체가 그리 큰 흠결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청춘 멜로의 틀 속에 우리네 대학가 청춘들이 겪고 있는 치열한 현실을 투영시켜 놓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치즈 인 더 트랩>은 청춘 멜로의 겉면을 갖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른으로 표징 되는 유정의 아버지 유영수(손병호)로 인해 심지어 정신병적으로 뒤틀어진 청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유정은 아버지로 인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고, 백인하(이성경)는 정신병동에까지 들어가게 됐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이들 청춘이 아니라 유영수라는 어른이라는 것.

 

이것이 이 작품이 의도한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었다. 이 얘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되려면 유정의 상황이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그가 왜 그토록 모든 걸 안아주고 감싸주는 홍설에게 절실하게 기댈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들이 드라마를 통해 납득됐어야 했고, 그래서 스스로 서지 않으면 계속 홍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유정의 입장이 공감됐어야 했다.

 

이러려면 유정의 이야기가 더 나왔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드라마는 오히려 그 분량이 별로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홍설이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게 되는 건 그런 정도의 충격을 통해서만이 유정이 스스로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드라마가 찬찬히 이야기를 쌓아가며 전개했다면 이런 과잉된 설정은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이다.

 

사전제작이 드라마 제작방식에 있어서 궁극의 대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전제작이라고 해도 이번 <치즈 인 더 트랩>의 후반부 논란들을 통해 드러난 허점은 분명 시사 하는 바가 클 것이다. 사전제작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하고 만일 필요하다면 추가분의 촬영 또한 보완되어야 한다는 걸 이번 사태는 말해주었다. 제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고 해도 소통에서 실패하면 끝까지 웃을 수 없다는 걸 <치즈 인 더 트랩>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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