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 장르드라마 편성한 SBS의 의지

 

이제 우리 시청자들도 미드 같은 장르를 즐길 정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SBS 드라마국의 김영섭CP는 월화수목을 <신의 선물 14><쓰리데이즈> 같은 장르드라마로 모두 채워 넣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맞는 이야기다. 최근 새로운 미드 열풍을 만들었던 <셜록>을 떠올려보라. 단 몇 초도 놓쳐서는 안 되는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지만 우리네 대중들은 이 미드를 그토록 즐겼지 않은가.

 

'쓰리데이즈(사진출처:SBS)'

멜로와 가족드라마 아니면 시청률이 안 된다는 편견 때문에 언제나 거기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죠.” 시청률 추산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장르드라마는 안 되고 멜로와 가족드라마만 된다는 착시현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 시청방식은 급변하고 있다. 모바일 시청도 일반화되어가고 있고 IPTV 등으로 본방보다는 원하는 시간대에 콘텐츠를 찾아 시청하는 방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이른바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광고가 완판되는 건 아닙니다.” 광고주들의 마인드 역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시청률이 높게 나온 작품에 자사의 광고를 붙이는 것을 광고주들도 꺼린다는 것. 시청률이 조금 적게 나와도 평이 좋고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가 오히려 광고 효과가 더 좋다는 얘기다.

 

김영섭 CPSBS 드라마를 막장 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채워 넣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주말 드라마도 지금처럼 수십 부작의 가족드라마 틀에만 묶어 두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주말 드라마도 미니시리즈처럼 꽉 짜인 작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다. 중견작가에 의지한 가족드라마는 높은 원고료와 긴 회차 때문에 비용은 꽤 많이 들지만 높은 시청률만큼 광고가 잘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원고료가 현실적인 신진작가들을 기용해 짧게 짧게 드라마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데다 작품의 완성도에도 좋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지상파의 드라마 패턴을 보면 MBC는 예전의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지칭이 무색해지고 있고, KBS 역시 일일극이나 주말극을 빼놓고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제작사와 출연자들 사이에 출연료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당장의 시청률에 급급한 인상도 짙다. 특히 MBC는 종영한 <오로라 공주>처럼 평일 저녁에도 막장드라마를 편성하고 주말드라마 역시 자극을 앞세운 공식적인 드라마들을 배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SBS<신의 선물 14>이나 <쓰리데이즈> 같은 초강수의 모험을 시도하는 건 그래서 대단히 참신하게 다가온다. 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별에서 온 그대>처럼 이른바 복합장르라는 SBS드라마의 한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상파가 시청률에 급급할 때 오히려 약진하는 건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어낸 tvN이나 <밀회> 같은 사회성 짙은 멜로를 보여주는 JTBC. 그래서 지상파로서는 SBS가 거의 유일하게 새로운 드라마를 개척해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향후 드라마 시청패턴은 급속도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수동적인 본방이 아닌 능동적인 선택시청이 자리하게 되면 결국은 콘텐츠 경쟁력만이 드라마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며 몇 십 프로의 시청률에 만족하는 것보다는 10% 남짓의 시청률을 내도 새로움을 시도하는 편이 훨씬 미래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네 시청자들은 멜로나 가족드라마 아니면 안 본다는 것도 사실 편견에 가깝다. 드라마 시청패턴도 일종의 반복된 학습의 결과다. 매번 멜로나 가족드라마만을 반복해서 보여주다 보니 우리 드라마에 늘 그 정도만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왜 미드를 보는 자세와 우리 드라마를 보는 자세가 다르겠는가. 그것은 기존 드라마들이 만들어낸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드에 기대하는 만큼 우리 드라마의 기대치도 충분히 올려놓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결국 변하지 않으면 더 기대치를 갖게 마련인 미드 같은 콘텐츠들에 우리네 시장이 잠식될 우려도 있다. <쓰리데이즈> 같은 작품은 그래서 시청률 12%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치를 가진다. SBS의 행보와 의지는 그것이 미래에 더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강호동이 가져올 예능 변화 가능성

 

드디어 강호동이 돌아온다. 강호동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C(이하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 복귀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방송3사의 가을개편을 통해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잠정 은퇴 선언 당시 논란이 됐던 세금 문제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그로 인해 생긴 논란에 대해서 그 정도면 충분히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예능 전반에 그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강호동의 복귀시기로서는 호기임에 분명하다.

 

'강호동'(사진출처:MBC)

하지만 강호동의 복귀는 방송3사 예능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갑작스레 잠정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생겨난 커다란 공백으로 방송3사의 예능이 휘청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복귀가 가져올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벌써부터 방송3사의 ‘강호동 모시기’ 작전은 시작된 상황이다. MBC는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잠정(?) 폐지되었던 ‘무릎팍도사’를 그가 돌아온다면 되살리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이고, KBS는 ‘1박2일’은 물론이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유독 강호동에게 공을 들여옴으로써 SBS 복귀설까지 나왔던 SBS는 강호동의 복귀에 맞춰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타진해왔던 중이었다.

 

물론 의리를 중시 여기는 강호동이 어느 한 방송사만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말 예능’이다. 사실상 주말 예능이 그 방송사의 예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방송사가 강호동의 주말 예능을 꿰차게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MBC는 공식적으로 ‘무릎팍 도사’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고, ‘일밤’의 대표주자는 여전히 ‘나는 가수다2’이기 때문에 강호동이 새롭게 프로그램을 맡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KBS의 ‘1박2일’ 역시 PD 작가를 포함한 멤버 교체가 대거 이뤄진 상황이라 강호동이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SBS 역시 마찬가지다. 주말 예능에 이미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주말 예능이 이처럼 방송3사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강호동으로 하여금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게 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일요일보다는 토요일 저녁의 예능 프로그램이 강호동으로서는 훨씬 수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MBC는 ‘무한도전’이 자리하고 있어 강호동이 들어갈 틈이 없고, KBS는 ‘불후의 명곡2’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전 프로그램으로서 ‘청춘불패2’는 성적이 저조한 편이다. 가을개편을 통해 그 자리에 새로운 신설 프로그램이 가능할 수도 있다. SBS는 애초에 강호동이 ‘스타킹’을 했던 전적이 있고, 그가 빠져나간 후 직격탄을 맞은 ‘스타킹’이 여전히 있는 셈이라 이 프로그램에 복귀하던지 아니면 개편 후 강호동을 위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간다고 해도 명분이 괜찮은 셈이다.

 

어쨌든 어떤 방송사가 됐든 프로그램 하나씩은 할 것으로 보이며 그 프로그램은 주말예능으로서 버라이어티 하나, 주중 예능으로서 스튜디오물 두 개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방송사로 복귀할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것은 강호동 복귀로 인해 생겨날 예능가의 변화다. 지금껏 강호동과 유재석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던 예능가에서 강호동이 빠져나감으로써 큰 변화가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유-강 체제를 공고히 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흔들렸고 토크쇼들은 하향평준화되어 버렸다. 유재석도 살리기 힘든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하지만 강호동 복귀로 다시 생겨날 유-강 투톱 체제는 강호동뿐만 아니라 유재석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트렌드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호동이 복귀한다고 해서 과거처럼 유-강 체제가 이어진다는 장담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새롭게 부상한 MC들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힐링캠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경규, ‘불후의 명곡2’, ‘강심장’ 또 최근에는 19금 개그로 대세가 되어버린 신동엽, ‘정글의 법칙’으로 새로운 예능을 구축하고 있는 김병만이 최근 주목되는 대표적인 MC들이다. 강호동이 어떤 예능 트렌드를 선택할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그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예능의 트렌드의 중심축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강호동이 SM C&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SM C&C는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사로서도 야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것은 강호동이 그간 관심을 갖고 있던 방송사에 예속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납품하는 제작사 개념의 예능을 예고하게 만든다. 만일 이것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그간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예능인들의 새로운 위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콘텐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제작사 개념의 예능은 새로운 흐름을 예감하게 한다.

 

강호동 복귀 선언이 이뤄졌지만 시청자들이 강호동을 볼 수 있는 건 가을 개편이 지난 후가 될 것이다. 방송3사가 서로 앞 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복귀하게 될 지는 강호동 본인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의 복귀가 가져올 파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의 메가톤급 복귀의 파장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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