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영화의 공조, 새로운 콘텐츠 전략 자리잡나

 

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선 가운데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서울역>이 이토록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부산행>의 프리퀄 성격을 갖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부산행>은 갑작스레 부산행 KTX에 들어온 좀비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지만, <서울역>은 그 같은 사건 이전에 생겨났을 이야기를 서울역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사진출처:애니메이션<서울역>

<부산행>을 봤던 관객이라면 당연히 <서울역>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산행>의 이야기는 KTX라는 공간을 뚝 잘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서울역>은 서울이라는 좀 더 폭넓은 함의를 가져올 수 있는 공간이 직접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인 이야기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부산행>이 영화적 재미에 더 많이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반면, <서울역>은 더 사회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흥미롭게 보이는 건 <부산행><서울역>의 순차적 상영이라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것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콜라보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사실 국내에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반응은 뜨겁지만 흥행은 그리 크게 되지 않았다. <돼지의 왕>19천여 명, <사이비>22천여 명 들었을 뿐이다. 물론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았던 두 애니메이션에서 이 정도 관객도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해외 애니메이션이 거둬가는 흥행성적을 보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여기에는 일련의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이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야 돈이 된다는 국내 시장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역>은 어떨까. 일단 등급이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점에서 다른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보다는 확실히 유리하다. 게다가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서울역> 또한 기본 이상의 흥행을 담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단 <서울역>은 개봉관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먼저 만들었던 <서울역><부산행> 이후에 개봉한 것은 이런 점에서 보면 신의 한수였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성공이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애니메이션도 대중의 관심이 적어 개봉관이 적게 잡히게 되면 그만한 흥행을 거둘 수 없는 게 우리네 극장가의 시스템이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웹툰이 영화와 공조해 이런 성과를 낸 사례는 이미 영화 <내부자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은 영화로 만들어져 그 결말을 영화를 통해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내부자들>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감독판을 합쳐 9백만 관객을 동원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내부자들>이 웹툰과 영화의 새로운 공조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만일 이번 <서울역><부산행>과의 순차적 상영을 통해 그만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면 이건 영화와 만화업계의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웹툰이나 만화를 영화화하는 건 익숙한 제작관행이지만 웹툰으로 시작해 영화로 끝내거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연작으로 내놓는 방식은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웹툰, 만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건 지금 현재 극장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내부자들>에 이어 <서울역>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객들은 물론이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그래서다

<보코>, 오디션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구나!

 

오디션 트렌드는 이제 끝났다? 아마 그럴 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면서 그 소비도 빨라졌고 노래하고 점수주고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르는 그 과정 자체가 이제는 식상하게 마저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보이스코리아>는 예외인 것 같다. 마치 파면 팔수록 계속 고이는 우물물처럼 <보이스코리아>가 선보이는 무대의 매력은 예측 불가다. 이유는 단 하나다. 개성적인 보이스들이 만들어내는 거의 완벽한 작품에 가까운 무대.

 

'보이스코리아'(사진출처:mnet)

코치들이 자신들의 팀을 뽑는 블라인드 오디션이 개성적인 보이스들을 가려내는 일종의 음악 재료(?) 선정의 시간이라면 이들 보이스들을 결합시키는 콜라보 미션은 이 재료를 절묘하게 섞어 완벽한 한 상을 차려내는 시간이다. 따라서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기성 가요계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놀라운 개성에 깜짝 놀랐다면, 콜라보 미션은 그 하모니를 통해 드러나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된 기량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개성적이면서도 준비된 보이스들이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보컬리스트를 뽑는다는 이 오디션만의 명확한 차별성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김현지와 윤성호가 부른 ‘피리 부는 사나이’는 개성과 개성이 만난 무대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송창식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는 전혀 다른 소울풀하고 완급을 넘나드는 그루브는 거의 완벽한 그들만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가능하게 했다. 코치들이 전부 기립하고, 거미가 “오늘 떨어지든 스카우트가 되든 저희랑 같이 꼭 오래 음악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건 아마도 진심이었을 게다. 그것은 이들의 무대가 더 이상 오디션 무대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자신의 음악세계를 선보이는 무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송푸름, 김인형, 이진실이 부른 싸이의 ‘새’는 한없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다가 ‘Venus'와 접목되면서 빠른 템포로 변환되며 절정으로 이어지는 완전히 다른 노래로 탈바꿈되었다. 김민지와 박의성은 라디의 ‘I'm in love'를 마치 가사 한 줄 한 줄을 씹어 삼키듯 부르다가 하나의 하모니로 이어 붙였고, 서서히 자유자재로 리듬을 타는 놀라운 기교를 보여주었다. 그 무대에 거미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빠져들었다.

 

김우현과 김은지가 부른 샤이니의 ‘셜록’에 대해 사회를 보는 김진표가 “누가 떨어지든 간에 패자가 없는 무대”라고 하거나,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올턴녀가 된 유다은과 이시몬이 부른 ‘봄비’에 대해 백지영 코치가 “박빙의 승부”라고 하는 말들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여겨지는 건 이들의 실력이 이미 기성 가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어떤 면에서는 훨씬 나은)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쟁을 초월한 감동’이라는 표현은 <보이스코리아>의 배틀 라운드 오디션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일 것이다. 참가자들은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고, 코치들은 그 무대를 즐겼다. 그래서 그들이 노래하는 순간에 오디션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속성은 잠시 저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오디션이 무대에 선 참가자들을 오돌오돌 떨게 만든다면 <보이스코리아>는 오히려 너무 뛰어난 무대를 선보인 참가자들 중 누구를 뽑을 것인가로 코치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러니 ‘누가 떨어지든 간에 패자는 없는 무대’가 되는 셈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정말 너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모두 소진된 것은 아니다. 그걸 증명해주는 게 바로 <보이스코리아>가 아닐까.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이미 준비된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완벽한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참가자와 코치 사이의 교감 위에서 그 쇼를 온전히 즐기게 해준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물이라고? 천만에. 오디션 끝판왕 <보이스코리아>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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