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폭행, 거짓말... 연예계 끝없는 사건사고, 왜?

이건 우연히 겹쳐서 일어나는 악재일 뿐일까. 연예계가 휘청하고 있다. 거의 한 주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연예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혹자들은 이것이 인터넷 같은 매체가 양산해내는 소문 탓으로 돌린다. 과거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들이 이제 낱낱이 드러나 문제가 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요계의 고질병인 표절에 대한 무신경함은 현 대중문화에서의 키워드가 된 이효리를 통해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한 앨범에 무려 여섯 곡이 표절. 물론 이효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혔지만 과거라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티스트의 도의적 책임으로 한 동안은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의 쏟아져 나온 표절 논란으로 표절에 대한 예방주사를 잔뜩 맞아온 탓인지,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차질 없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보다 이런 불감증이 더 심각해 보인다.

한창 잘 나가던 배우를 단 한 순간에 추락시켜버린 최철호의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음주 후 자제력을 잃고 벌어진 사건이라지만, 그 사건 자체보다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실수를 덮기 위한 고의적인 거짓말은 당사자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뭐든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 속에서 언젠가는 드러날 거짓말을 그는 왜 했을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MC몽의 병역기피 의혹이나 타블로의 학력 의혹 역시 그저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구설수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만일 그것이 그저 구설수라면 왜 당사자들은 속 시원히 의혹을 걷어내려 하지 않을까. 병역문제나 국적문제가 특히 뜨겁게 되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함의가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그 마음을 헤아리고 확실한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드라마를 찍는 중간에 갑자기 군 입대를 발표하는 상황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난 5월 갑작스럽게 군 입대 발표를 한 이준기는 당시 영화 '그랑프리'와 SBS 드라마 '신의'에 캐스팅된 상태였다. 최근 '나쁜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김남길은 입대 3일 전인 12일 군입대를 발표했다. 이로써 드라마는 애초 20부작에서 17회로 조기종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소속사측은 본래 16부작이었으며 오히려 1회 연장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과정이 석연찮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연예인의 개인적인 과욕이 드라마나 영화 자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된다.

물론 모든 연예인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라는 영역을 넘어서 사회에까지 귀감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는 연예인들도 많다. 그렇다고 대중들이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것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아티스트로서 표절하지 말라는 것이고, 표절을 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사건을 저질렀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을 빌라는 것이고, 군대에 가는 시점이 되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군대를 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작금의 연예계는 이런 기본적인 것이 기본이 아닌 것이 된 느낌이다.

MC몽의 병역면제 의혹은 우리에게 병역문제가 얼마나 뜨거운가를 잘 말해준다. 의도적으로 치아를 뽑아 병역면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소속사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지만 대중들의 정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강행된 프로그램에 대해 MC몽의 출연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고, 만일 치주질환을 진짜 앓았다고 하더라도 왜 임플란트 시술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 그가 왜 굳이 불편한 생활을 고집했을까.

언제부턴가 대중문화계에서는 병역문제가 가장 큰 금기가 되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도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바로 이 병역 문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있었던 타블로 학력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야기의 초점은 그가 진짜 스탠퍼드대를 나왔는가에 대해 맞춰져 있지만 그 정서는 그가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다는데 더 있는 것 같다. 마치 한국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캐나다 국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병역도 면제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병역은 하나의 자국민으로서의 인증절차 같은 뉘앙스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렇게 해외국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벗어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얻을 건 다 얻으면서 의무는 면제된 그런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박재범군의 사건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박재범군의 사건은 과거 한 때 했던 부적절한 발언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그 정서 밑바닥에는 그의 국적문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2002년 병역기피와 국적문제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었던 유승준이 호명되었다는 것은 이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결국 병역 문제와 국적 문제는 이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 대중들의 시선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중적인 시선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적을 중간에 포기한다거나, 또 그 목적이 군대를 면제받기 위한 것이라면 비판을 면치 못할 일이지만, 사실상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연예인으로 데뷔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보여진다. 그들은 언어조차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고 봐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박재범군과 2PM의 또 다른 멤버인 닉쿤이 별로 다르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닉쿤의 국적은 미국이면서도 대중들의 시선은 호의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의 특징 중 하나가 '다국적'이라는 점인데, 이들이 우리의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는 호감을 만들어낸다. '청춘불패'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국적의 빅토리아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박재범군이나 타블로는 같은 상황이면서도 마치 외국인이 아닌 듯한 이미지로 등장했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은 경우다. 즉 국적에 있어서 우리 대중들은 겉으로 보면 외국인들을 보는 시선이 과거보다 훨씬 개방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그 안에서도 한국인이라는 핏줄의식은 여전히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적을 숨기고 있는 듯한 태도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국적이니 병역이니 하는 문제는 바로 이 핏줄의식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병역문제와 국적문제를 더 민감하게 만드는 건 이른바 고위층들에게 불거져 나오는 병역기피 문제가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농담 삼아 입에 오르는 '신의 아들'이라는 말 속에는 대중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뒤섞여 있다. 사회가 제공하는 누릴 것은 다 누리는 존재들이 사실상 해야 할 의무나 책무는 회피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분통을 터뜨리는 것. 어떤 면으로 보면 연예인들은 도드라진 존재들로서 질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의 정서는 이런 사회 전반의 불공평한 분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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