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물 만난 이영자, 그 근간은 진정성이다

이른바 ‘영자의 전성시대’다. 물론 이영자의 전성시대는 이미 오래 전 1990년대 “안 계시면 오라이-”를 외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여러 유행어를 남겼다. 하지만 다이어트 파문으로 한 순간에 그 전성시대의 종언을 선언했고, 한동안 이영자는 방송에는 나왔지만 그다지 두드러진 역할을 보이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이영자가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다시 맞는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은 이영자가 가진 매력들을 다양하게 뽑아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됐다. 물론 먹방이야 이미 방송가에 파다하게 쏟아져 나왔던 바지만, 이영자가 하는 먹방은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만들었다. 남다른 먹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전국의 맛 집 지도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것 같은 이영자가 매니저와 함께 휴게소 음식 투어(?)를 하는 모습들은 큰 화제가 되었다. 그가 소개하는 휴게소 음식들은 순식간에 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실제 매출이 급증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하지만 그의 먹방이 특별하게 된 건 남다른 먹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식을 먹을 때 그 맛을 표현하는 이영자 특유의 토크 능력이 더해지면서 그 특별함도 커졌다. “소중한 땀을 한 땀 한 땀 모아서 상에 올린 느낌. 내가 양반이 된 것만 같은 맛.”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 삼킨 느낌과 함께 내가 부자가 된 듯한 성취감까지 주는 맛.” 이런 표현들은 보는 이들마저 야식욕구를 일으킨다는 반응을 만들었다. 실제로 백종원은 이영자의 맛 표현이 “맛깔나다”며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먹방과 함께 덧붙여진 그의 토크 능력이 이영자가 보여주는 먹방의 새로운 면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지적 참견시점>이 가진 관찰카메라 형식과 스튜디오 토크쇼 형식의 결합 역시 이영자에게는 최적화된 포맷이라고 볼 수 있다.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찍혀진 영상 속에서 이영자는 매니저와 마치 한 편의 콩트를 찍는 듯한 케미를 보여준다. 어딘지 약간 소심해 보이는 매니저와 먹는 문제에 있어서 실수가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위압감마저 주는 이영자는 그 캐릭터 관계 자체가 웃음을 유발한다. 

목동에서 매니저에게 핫도그를 시키면서 벌어진 해프닝은 이런 코미디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오리지널, 모차렐라, 가래떡 3종류의 핫도그에 각각 설탕, 머스터드, 케첩을 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수로 가래떡에 머스터드를 뿌리게 된 매니저는 그 일 때문에 이영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 핫도그의 소스를 잘못 뿌린 게 무슨 큰일일까 싶지만, 그게 이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적 코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영자는 자신이 찍힌 관찰카메라 영상들을 스튜디오에서 보며 멘트를 넣는데 있어서도 발군의 재능을 발휘한다. 그가 스튜디오에 있으면 어딘지 주눅 들어 하는 유병재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살고, 전현무와 양세형의 깐족대는 멘트도 힘을 발휘한다. 송은이의 센스 넘치는 멘트들도 이영자와 합이 잘 맞는다. 그러니 관찰카메라 형식 속에서의 코미디와 먹방이 주는 재미에 스튜디오 멘트까지 더해져 이영자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영자의 이러한 새로운 전성시대가 그냥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다. 아주 긴 시간을 이영자는 조용히 ‘진심을 다지며’ 노력해왔다. KBS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건 그래서 지금의 이영자에게는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 시간들과 그 시간에 성실하게 일해 온 노력들이 더해져 이제 대중들은 이영자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웃음을 위해 설정된 부분이겠지만 <전지적 참견시점>은 때론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권력구조’가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관건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영자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는 영세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 영세업자분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건 어쩌면 꽤 오래 걸려 돌아온 이영자의 전성시대가 앞으로도 더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웃음과 재미만이 아니라 어떤 의미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영자가 지금 맞은 전성시대는 단지 재미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긴 시간 동안 해온 노력의 진정성이 대중들에게 닿았기 때문이라는 걸 늘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영자의 전성시대가 계속 이어지기를.(사진:MBC)

‘라스’ 논란, 어쩌다 폐지 청원까지 나오게 됐나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거센 반발을 만들었을까. MBC 예능 <라디오 스타>가 방영한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 특집은 출연자였던 ‘김생민 조롱 논란’으로 시작하더니, ‘김구라’의 무례한 태도와 발언 논란으로 이어졌고, 나중에는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여기에 대해 김구라도 또 제작진도 사과했고 또 재섭외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퇴출과 폐지 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사실 출연자들에 대해 센 질문들을 던지는 이런 방식의 토크가 이번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어째서 이번 방송이 이토록 큰 대중들의 질타를 받게 됐는가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합적인 요인들이 결합되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이 특집이 내건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라는 콘셉트가 갖는 불편함이다. ‘염전’과 ‘욜로’. 그래서 섭외한 인물들이 염전으로서의 김응수, 김생민이고 욜로로서의 조민기, 손미나였다. 방송은 웃음 포인트로 이들의 비교점을 잡았다. 

즉 조민기가 콜렉터로서 여러 대의 클래식카와 바이크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마치 욜로족으로서의 부러운 삶처럼 꺼내놓은 후, 그 비교점으로서 여름휴가에 돈을 아끼기 위해 부산의 처제네 집으로 가는 김생민의 이야기를 붙여 넣고, 후배들에게 술을 사기 위해 20여만 원을 쓴 김지훈의 영수증을 보여주고는, 김생민이 자신은 9만원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닭하고 맥주로 해결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붙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돈 자랑이 마치 ‘욜로’인 양 포장되고, 절약하는 것이 ‘염전’으로 매도되는 것으로 ‘웃음 포인트’를 삼으려한 무리수였다. 진정한 욜로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또한 왜 서민들이 그토록 절약을 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정서도 읽지 못했다. 따라서 이 콘셉트 자체가 불편했을 수밖에 없고, 거기서 특히 센 발언을 주도적으로 하는 김구라는 더욱 불편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라디오 스타>라는 토크쇼가 가진 공격적인 스타일이 지금의 달라진 예능 환경 속에서 과연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지점이다. 한때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그들의 이야기를 탈탈 터는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 시청자들이 알고픈 것들을 끄집어내는 것으로서 지지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나와 그들끼리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토크쇼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생민 조롱 논란이 벌어진 지점에서도 이런 정서적 분위기는 포착된다. 즉 그는 <라디오 스타> 같은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했고 그래서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은 ‘스타급 연예인’이 아니라는 것. 즉 김구라 같은 스타급 MC들은 <라디오 스타> 같은 방송에서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김생민이 매일같이 새벽에 나가 하는 아침방송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번다. 김생민은 자신이 한 달 동안 뛰어다녀야 벌 수 있는 출연료가 김구라의 30분 출연료라고 말했다. 

대중들이 김생민의 ‘영수증’에 그토록 열광하고 지지하는 건 그 서민적인 공감대 때문이다. 누군들 마음껏 사고 싶은 걸 사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서민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처지다. 그러니 저들이 ‘욜로’라고 외치는 그런 상황에도 ‘염전’으로서의 삶을 살며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방송을 틀기만 하면 어디서든 나오는 김구라가, 서민적인 공감대를 가진 김생민의 처지와 부딪치는 지점에서 더 비화되었다. 여기에는 <라디오스타> 같은 연예인들이 말로 큰돈을 벌어가는 토크쇼에 대한 정서적 불편함 또한 깃들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시대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욜로를 마치 사고 싶은 걸 사는 문화처럼 호도하지만 그럴수록 짠 내 나는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서민들의 불편함은 더 커진다. <라디오 스타>의 이번 특집은 그 기획 포인트 자체가 그것을 촉발시켰다. 거기에 김구라와 김생민이라는 어찌 보면 극과 극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대변인처럼 그려짐으로써 문제를 더욱 비화시켰다. 그리고 결국 이것은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까지 나가게 만들었다.

유재석도 과감하게 변화할 때 됐다, 이경규·강호동처럼

혹자들은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유재석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성실하고 배려심 강하고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필자도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들여다보면, 유재석 역시 변해야할 것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도 분명하지만, 그가 변해야 할 것 역시 점점 명확해 보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가 최고의 예능인으로서 서게 됐을 때 그 기반이 되어주었던 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불리는 캐릭터 예능이었다. 그 선두로 선 프로그램이 MBC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트렌드는 캐릭터쇼에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쇼로 바뀌었다. 이제 일단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회 미션을 수행하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쇼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이야 워낙 레전드인지라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하지만.

캐릭터쇼의 시대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가 예능의 대세였다. 그래서 <무한도전>으로 비롯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명맥은 <1박2일>, <라인업>,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등으로 이어졌고, 토크쇼의 명맥은 <놀러와>, <해피투게더>, <라디오스타> 등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캐릭터쇼 시대의 맹아로서 이 두 형식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무한도전>을 논외로 보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좋은 성적과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꽤 오래도록 그가 MC자리를 지켜온 <해피투게더>는 5%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런닝맨> 역시 한때 중국을 뒤흔들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국내에서는 역시 5%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너무 옛날 형식에 머물러 있고 그 프로그램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유재석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남자다> 같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를 시도한 바 있고, 유희열과 함께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김구라와 함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지금껏 살아있지 못하고 모두 종영하거나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유재석이 그간 새로운 시도에서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같은 리얼리티쇼 트렌드 상황 속에서 과거 캐릭터쇼에 최적화되어 있던 예능인들이 다시 적응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경규나 강호동 같은 과거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었던 예능인들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건 과거 최고의 위치에 있던 자신들을 한껏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상파만 고집하던 강호동은 연거푸 고전을 못하다가 아예 지상파를 모두 접고 비지상파 예능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아는 형님>과 <신서유기>로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한 강호동은 최근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색깔을 다시금 만들었다. 

예능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행보는 더 파격적이다. 고정 MC만 해오던 그는 아예 여러 프로그램에 게스트를 자처하고 나섰고, 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정글의 법칙>이나 <한끼줍쇼> 같은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고, 그 영역에서는 역시 예능계의 베테랑다운 자기만의 독보적 색채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은 지금 현재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인이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그가 과거의 모습에 머물러있기 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를 원할 것이다. 여전히 그의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은 변치 않기를 바라지만,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 속으로 들어온 또 다른 그의 면모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고정이 부담스럽다면 이경규처럼 게스트로 영역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글의 법칙>에 가는 유재석이나, 최근 위기 상황에 놓인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한 코너를 해보는 것이나, <세모방> 같은 프로그램에서 영세한 방송에 직접 뛰어들거나, <한끼줍쇼>에 게스트로 나와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그런 유재석의 모습은 어떨까 실로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변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더 오래도록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유재석을 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일이 아닐까.

<집밥 백선생>의 맛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레시피들

 

tvN <집밥 백선생>을 그냥 시청하는 것과 그걸 보고 한 번 따라 해보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냥 보는 것이야 음식을 소재로 한 토크쇼에, 쿡방과 먹방을 덧붙여놓은 정도지만, 직접 따라서 해보는 건 마치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성취감을 맛본 후에는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리 보인다. , 양파 같은 기본 재료들도 심상찮게 보이고 그걸 볶거나 삶거나 하는 조리 과정도 새롭게 다가온다. 재료를 달리해 저 조리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 재료가 공개되면 미리부터 마트로 가 그 재료를 사 놓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도대체 <집밥 백선생>이 나한테 무슨 마법을 건거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은 비판이 많았다. 백종원이 프렌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집밥과 과연 어울리는가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또 물론 방송의 과장된 편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슈가보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설탕을 넣을 때면 미묘한 머뭇거림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들이 있다고 해도,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주는 효용성은 모든 걸 용서하고도 남는다. 집에서 홀로 해먹는 요리라고 해봐야 라면 끓여 먹는 정도였던 우리를 이제는 볶음 우동도 만들고 쟁반 짜장도 만들며 제육볶음 정도는 뚝딱 해치우고, 양파만 달달 볶아도 맛이 완전히 다른 카레를 내놓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물론 이런 레시피가 새로운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제 아무리 레시피가 있으면 뭐하나. 그걸 보고 실제로 해볼 수 있을 만한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두꺼운 요리책 속의 수많은 레시피들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을 게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그저 어떤 재료들을 갖고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대한 기본 레시피만으로 맛을 낸 프로그램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만이 갖고 있는 독특하며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숨겨진 레시피들이 있다. <집밥 백선생>만의 특별 레시피.

 

1. 간편하다

<집밥 백선생>의 특별 레시피 중 가장 강력한 건 바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그 많은 만능을 제조해낸 건 바로 이 간편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만능간장, 만능된장, 만능고추장, 만능춘장까지. 물론 음식전문가들은 이 만능의 천박함을 얘기한다. 그런 단순한 공식(?)이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의 세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해먹는 음식이 모두 작품처럼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고 그래서 간편하지 않으면 해먹기 힘든 현실 속에서는 음식을 작품 대하듯 하는 이런 태도가 심지어 위화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똑같아도 좋으니까 기본이라도 하게 해줘. 아마도 <집밥 백선생>의 간편함에 환호하는 열혈 시청자라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2. 응용이 무한하다

간편하게 만능으로 일단 장을 제조해 놓고 냉장고에 넣어 두면 그 응용이 무한하다는 점은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를 일종의 마법처럼 여기게 되는 이유다. 만능간장 하나로 꽈리고추에 넣어 먹기도 하고, 잡채를 만들기도 하며, 가지를 조려 먹기도 한다. 만능춘장을 만들면 단 몇 분 만에 쟁반짜장이 가능하고, 짜장 라면이 짜장 떡볶이는 너무 쉬운 음식이 된다. 이건 단지 만능 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테면 파 기름 내는 것 하나만 알고 있어도 볶음밥 맛이 달라지고 볶음 우동의 맛이 달라진다. 한 가지 레시피를 알고 나면 거기에 재료만 살짝 바꿔도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대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레시피대로 따라하다가 차츰 다른 재료를 넣어 응용해보게 되는 것. <집밥 백선생>의 세계는 초심자들도 요리라는 즐거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3. 이건 마치 화학실험실 같다

남자들에게 그래도 요리가 낯설다면 <집밥 백선생>은 그 부엌을 마치 화학실험실처럼 활용함으로서 그 낯섦을 상쇄시켜준다. 계량컵으로 돼지고기 두 컵, 간장 한 컵, 양파 두 컵... 이런 식으로 죽 늘여놓고 그걸 프라이팬에 하나씩 차례로 넣어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요리에 익숙지 않은 남자들에게는 마치 화학실험을 하는 것 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물론 이 화학실험은 그 결과물로 맛좋은 안주를 만들어내기도 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4. 없어도 된다

요리 무식자에게 재료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무슨 요리를 레시피를 보고 하려고 하다가도 재료 하나가 없다면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요리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재료가 없으면 결코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에서는 없는 건 없는 대로 패스하는 통쾌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원 재료가 없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굴소스가 없을 때 간장으로 비슷하게 맛을 내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모든 게 있어야 제 맛을 낸다는 생각에 빠져 있어 포기하게 되는 요리를 <집밥 백선생>은 쿨하게 패스함으로써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5.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른바 요리에 대한 신화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엄마의 손맛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엄마의 손맛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과도하게 신격화하는 건 요리를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장벽을 만든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집밥의 의미를 과도하게 엄마의 밥상으로만 상정하게 되는 것도 이런 신격화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내놓고 누구든 따라 하기만 하면 되유라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누구나 집에서 해먹는 밥집밥의 의미로 재위치시킨다.

 

6. 고급진 것처럼 보인다

가끔 쑥스러운 듯 백선생은 우리끼리의 사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똑같은 음식도 조금만 달리해 고급진것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전문요리사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을 알려주면서도 이런 자기 폄하를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팁이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된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눈으로도 먹는 것이니. “있어 보이는 건맛만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있어빌리티가 또 하나의 능력으로 치부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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