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국대된 ‘운동뚱’ 김민경과 ‘전국노래자랑’ MC된 김신영

오늘부터 운동뚱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 ‘불백 위도우’, ‘제육계 인재’, ‘근수저’. 최근 김민경에게 붙은 별명들은 그가 어떤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걸 말해준 바 있다. 그것은 iHQ <맛있는 녀석들>에서 시작해 벌칙처럼 걸려 시도하게 된 <시켜서 한다 운동뚱>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다. 다이어트와 헬스로 시작한 운동에서 남다른 근력의 소유자라는 게 드러났고 ‘근수저’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면서 갖가지 운동에 뛰어들어 타고는 능력을 선보였던 것. 

 

그러더니 최근에는 심지어 사격 국가대표가 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그 시작은 1년 전 이 프로그램에서 시도했던 사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쏴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샷건으로 백발백중 표적을 맞추는 김민경의 모습은 지난 6월 자격시험을 보더니 결국 국제대회 출전 자격까지 얻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또한 대표 선발 테스트를 통과해 국가대표가 된 김민경은 태국에서 열리는 2022IPSC 핸드건 월드슛에 나가게 됐다. 이 대회는 사격대회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김민경이 사격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게 된 데는 타고난 근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감 있는 신체조건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총을 쏠 때 반동에 거의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명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것은 그간 김민경의 몸이 그저 뚱뚱하더거나 그래서 보통 사람보다 많이 먹는다는 식으로 소비됐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희극인들에게 뚱뚱하다는 건 ‘웃기는 몸’으로 치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그콘서트> 같은 개그 프로그램은 이들을 이른바 ‘돼지 캐릭터’로 자칭하며 몸을 활용한 즉각적이고 표피적인 웃음에 집착해왔다. <맛있는 녀석들>은 바로 그런 캐릭터들이었던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같은 개그맨들이 ‘많이 먹는’ 차원을 넘어서 ‘맛있게 먹는’ 먹방으로 성공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 슬쩍 빠져나와 운동이라는 영역 속에서 발견한 김민경의 몸은 그저 뚱뚱해서 웃기는 몸이거나 그래서 많이 먹는 몸이 아니라 남다른 근력과 운동능력이 숨겨진 새로운 가능성의 몸이 되었다. 희극인으로서 늘 일정한 선입견 안에 머물며 소비되던 틀에서 어떤 경계선을 넘어 새로운 길을 연 것이다. 

 

이러한 자기 몸에 부여되는 외부의 시선과 외부의 잣대에 의해 소비되곤 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새 길을 연 또 한 명의 희극인이 있다. 바로 김신영이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같은 개그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뚱뚱한 몸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는 개그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원하는 던 것이 아니었던 그는 과감하게 자기 방식대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살을 뺐다. 

 

항간에는 “살을 빼자 웃음도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김신영은 그 후로 셀럽파이브로 활동하기도 하고,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로 트로트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라디오 MC를 꾸준히 진행했고 최근에는 결국 고 송해의 뒤를 잇는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됐다. 단지 외부 시선에 의해 ‘뚱뚱한 몸’으로만 소비되던 차원을 넘어서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새 길을 열었던 것. 

 

KBS <빼고파>에 출연했던 김신영은 한 다이어트업체가 자신에게 10억을 제안한 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은 당시의 김신영에게는 어찌 보면 시쳇말로 말하는 자신의 ‘몸값’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는 그걸 거부했고 대신 ‘몸의 가치’를 찾아냈다. 이번 김민경의 사례가 훈훈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그저 외부의 시선과 잣대로 외적인 것으로만 평가되고 소비되던 몸의 진짜 가치를 찾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경은 사격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남긴 출사표에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해보는 게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남긴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국가대표에 발탁돼서가 아니고, 또 대회에서 거둘 어떤 결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새 길에 첫 발을 내딛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박수 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iHQ)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이 하면 멜로도 이렇게 다르다

헤어질 결심

죽어가는 자들의 눈에는 그 마지막 순간이 담긴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가 하는 일은 어쩌면 그 죽어가는 자들의 눈에 담긴 그 마지막 순간을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그 마지막 순간에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으며 그건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런 것들을 건조하게 의심하고 추적하는 일이 아닐까.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형사 해준(박해일)의 그런 시선을 따라간다. 산 정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자. 남편이 죽었는데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는 아내 서래(탕웨이). 해준은 의심의 시선으로 서래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잠복근무를 통해 서래의 주변을 맴돌며 사진을 찍는 그 의심의 시선은 점점 관심으로 바뀌어간다. 

 

죽음의 냄새가 풍기는 여자. 아픈 엄마를 스스로 죽였다는 서래에게 그가 관심을 갖는 건 그 ‘결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음 같은 것 때문이었을 게다. 죽음 앞에서야 사는 의미가 찾아지는 해준.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갖게 된 이런 상태는 주말부부로 만나 건강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섹스를 하는 아내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에게 삶은 죽음 같은 ‘헤어질 결심’까지 하게 만드는 그런 순간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어떤 것이다. 

 

해준의 이런 관심은 고스란히 서래에게도 전해진다. 해준의 집 벽에 붙여져 있는 사건 관련 사진들 속에 자신의 일상이 담겨진 사진들을 보면서 서래는 느낀다. 이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지 형사가 용의자를 바라보는 시선 그 이상이라는 걸. 서래는 해준의 ‘반듯함’과 ‘젠틀함’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래서 그 자긍심마저 깸으로써 “완전히 붕괴됐다”고 말하는 해준에게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의심에서 관심으로 넘어가고 그래서 자신이 붕괴되는 것마저 감수하는 해준의 마음과, 자신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거기에서 어떤 보호받고 이해받는 느낌까지 받다 그의 마음이 그의 모든 걸 붕괴시킬 정도로 강렬하다는 걸 알게 된 서래의 마음. 그들은 조금씩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중국인이라 부족한 말 표현을 넘어선다. 

 

이처럼 우리가 명확하게 선이 그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경계들은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릿해지고 이 편과 저 편이 구분가지 않을 정도로 뒤섞인다. 법적인 부부와의 관계는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고, 사실상 불륜이자 그것도 형사와 용의자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는 서로 나누는 눈빛이나 숨소리, 핸드크림을 발라주는 손길만으로도 에로틱하고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불면으로 잠 못드는 해준의 눈은 마치 죽은 후에도 부릅뜨고 마지막 순간을 애써 보려하는 시신들의 눈을 닮았고, 안구건조증에 넣는 안약으로 흐르는 눈물에는 물리적 고통과 감정적 고통이 뒤섞여 있다. 그런 눈이 세상의 경계를 어찌 분명히 볼 수 있을까. 안개 가득한 이포의 바닷가에서 애타게 서래를 찾는 해준의 모습이 분명하다 여겼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져 헤매는 인간의 실존처럼 비춰진다. 배경음악으로 깔린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가 이들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이유다. 

 

히치콕의 ‘관찰자의 시선’을 가져온 박찬욱 감독은 그 용의자를 바라보는 형사의 의심을 ‘관심’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틀어 수사극을 멜로로 풀어낸다. 관찰자가 대상에 빠져들고 관찰되던 자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래서 이건 박찬욱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시선은 그렇게 카메라에 담길 대상에 대해 의심하고 관심을 갖게 되다가 어떤 ‘결심’의 순간을 발견하곤 자신이 생각했던 굳건한 경계들이 붕괴될 정도로 매료되었던 건 아닐까. 

 

결국은 사랑이야기지만, 박찬욱 감독이 그려낸 <헤어질 결심>은 죽음을 결심하는(죽이거나 죽거나) 그 순간의 강렬한 삶을 전제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일상적으로 쉽게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진짜일까를 생각하게 되고, 진짜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은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다른 표현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한다. 그 방식이 색달라 낯설고 결코 쉽지 않은 안개 같은 영화지만, 다 보고 나면 그 안개 깊숙이 전해지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이다. (사진: 영화 '헤어질 결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