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그들은 왜 아마존의 생고생을 자처했을까 본문

옛글들/네모난 세상

그들은 왜 아마존의 생고생을 자처했을까

D.H.Jung 2009. 12. 19. 08:29
728x90

'아마존의 눈물', 무엇이 문명이고 무엇이 야만인가

MBC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프롤로그 '슬픈 열대 속으로'가 살짝 보여준 속살은 실로 시선을 뗄 수 없는 문화적 충격과 이국의 자연이 주는 경이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옷 한 가지 걸치지 않고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원주민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에덴을 빠져나오기 전의 아담과 이브처럼 거리낌 없는 모습. 하지만 원시 그대로의 몸에 옷을 걸쳐 입고 활 대신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문명의 바람을 쐰 흔적이 역력한 몇몇 원주민들의 모습은 작금의 아마존이 무엇으로 병들어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레비-스트로스가 '슬픈 열대'라는 인류학의 기록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했듯이, '아마존의 눈물'은 문명인의 눈에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야만의 모습을 그저 야만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곳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물론이고 동식물에 이르는 생명들의 삶이 그 자체로서 얼마나 경이롭고 자연스러운 일인가를 보여줌으로써, 야만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 삶 속으로 파고드는 질병 같은 문명이라는 것을 말한다.

문명의 세계에서 이식된 질병은 원주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문명의 욕망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아마존의 눈물'이 그저 아마존이라는 지역을 포착하는 자연 다큐멘터리와 다른 지점은 이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그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의 모습을 병치해 보여줌으로써 환경 파괴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환경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진짜 여타의 환경 다큐멘터리와 다른 지점은 이러한 아마존의 실상을 알려주는 카메라의 시선이 그 곳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이야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휴먼다큐 사랑'에서 '로봇다리 세진이'를 연출한 김진만 PD는 당시 아마존으로 떠나기 전, '아마존의 눈물'은 자연 다큐이자 환경 다큐이면서 그 곳의 인간을 담아내는 휴먼 다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존에서 힘겨워하는 원주민들의 삶을 몇몇 인물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주는 방식은 크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강변하지 않아도 그 안타까운 아마존의 변화를 실감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간염으로 죽을 날을 앞두고 어린 아들에게 사냥을 가르치는 아버지의 이야기나, 부모에게 버려져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어린 아이가 "날이 저물 때면 자꾸 슬퍼진다"고 말하는 대목은 이국의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 다큐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삶에 공감하게 될 때, 아마존이 처한 문제 또한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는 것.

프롤로그인 '슬픈 열대 속으로'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아마존을 취재하기 위해 원시의 밀림 속으로 들어간 제작진들의 고생담이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결국을 구역질을 해대고, 호의로 베풀어주는 코담배를 고통스럽게 받아주는 모습들, 그리고 해충들의 공격으로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제작진들이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고생을 하면서도 끝까지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는 그 모습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런 생고생에서도 버텨내게 해주었을까.

압도적인 아마존이라는 자연이 주는 어떤 숭고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자연이 파괴되어 간다는 안타까운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그 곳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을 파괴한 문명의 야만을 끝내 고발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생고생을 마다않는 제작진들의 모습은, 이 경이로우면서도 충격적일 수 있는 영상을 마주하는 우리네 도시의 문명인들의 눈에도 그 자체로 그네들의 삶에 대한 강렬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아마존이라는 먼 거리까지 달려가서도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때론 파괴적인 문명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론 그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눈물'은 자연과 인간, 문명과 야만 사이로 나누어진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 어떤 소통을 꿈꾸는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