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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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의 역발상, 방송 제약? 기회다!

D.H.Jung 2010. 6. 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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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의 중계 제약은 어떻게 기회가 될까

'남자의 자격'은 남아공에 가서 과연 무엇을 찍어올까. 과거 이경규가 '일밤'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무시로 드나들던 시절이라면 이런 질문은 전혀 의미 없는 우문이었을 게다. 게다가 이건 사실상 '남자의 자격'판 '이경규가 간다'가 아닌가. 예능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남자의 자격'에 월드컵하면 떠오르는 예능의 지존, 이경규가 만났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하지만 SBS가 월드컵을 단독중계하게 된 현 상황에서 이 질문은 꽤 의미심장하다. 경기장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경기 장면을 찍어서 방영할 수 없는 상황. 스포츠가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선수들과 그걸 응원하는 관객들 사이의 교감에서 그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볼 때, 월드컵을 소재로 한 '남자의 자격'이 경기장의 선수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은 말 없이 예능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남자의 자격'은 남아공까지 날아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가.

'남자의 자격'의 이명한 프로듀서는 먼저 이런 상황이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이러한 제약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경기장을 직접 찍으며 동시에 보여줄 수 없는 상황,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중계의 어려움이 오히려 예능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장에서는 경기장면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멤버들이 예능식으로 해설을 하고, 그것을 국내에서 이용수 해설위원이 따로 경기장면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붙이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실시간 경기 해설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라디오 방식에 이원방송으로 제약을 넘어보겠다는 것. 분명 이 방식은 꽤 괜찮은 우회의 방법이지만 그래도 어떤 불편함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이 불편함 자체를 리얼하게 소화해내면 그것은 예상 밖의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다.

'남자의 자격'은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가 될 필요는 없다. 어쨌든 SBS의 단독중계권으로 인해 MBC와 KBS는 사실상 월드컵 중계방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제약은 중계방송 같은 스포츠 프로그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SBS가 2분 분량의 영상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타 방송사들은 월드컵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남자의 자격'이 시도하는 이 우회 방식의 월드컵 프로그램은 예능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약을 기회로 삼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남자의 자격'이 남아공으로 날아간 것은 거기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이 그 중계의 제약이 주는 불편함을 기본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은 어쩌면 이 코너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한 프로듀서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열심히 응원을 하는 아저씨들을 통해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어려운 상황이 주는 불편함을 시청자들과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만일 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면, '남자의 자격'은 어쩌면 일거양득 그 이상의 결과를 남아공에서 가져올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