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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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슈퍼스타K' 닮은 '드림하이'의 잠재력

D.H.Jung 2011. 1. 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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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이어서 가능한 드라마, '드림하이'

'드림하이'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예상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브레이크 샷 역할을 한 배용준이 빠져나간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시청률 하락을 예상했다. 스토리가 그다지 새롭지 않은 데다가 이제 연기 신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들만으로 드라마를 꾸려갈 수 있을 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드림하이'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힘이 되는 걸까.

열쇠는 이 드라마가 가진 '슈퍼스타K'를 닮은 성장 드라마에 있다. '드림하이'는 어떻게 보면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대로 드라마화한 듯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집안의 몰락으로 성악을 접고 기린 예고에 들어와 가수를 준비하는 고혜미(수지), 노래에 대한 열정과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홀로 계신 어머니를 떠날 수 없어 그 실력을 숨긴 채 담봉리 깡촌에서 살아온 송삼동(김수현), 아버지로부터 조용히 살 것을 종용받는 사생아 진국(택연), 그리고 뚱뚱한 외모지만 노래에 대한 감성이 남다른 김필숙(아이유). 이들이 기린 예고에 들어오는 과정은 마치 '슈퍼스타K'의 치열한 예선 오디션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드라마로서는 이 과정이 조금은 가볍고 코믹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슈퍼스타K'의 본격적인 시작이 '슈퍼위크'에서부터인 것처럼, 이 드라마의 진짜 시작은 이들이 기린 예고에 들어와 일련의 오디션 과정을 겪는 것에서부터다. 그래서 그들은 기린 예고의 무덤이라 불리는 입시반으로 내쳐지고 거기서 멘토라고 할 수 있는 강오혁(엄기준)과 양진만(박진영)을 만나 트레이닝을 받는다. '가사전달' 미션을 부여받은 이들이 진국의 선배인 박휘순의 치킨집을 찾아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감정을 싣지 못하는 고혜미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내 진국에게 마음을 담아 '겨울아이'를 부르는 장면은 '슈퍼스타K'가 순간순간 보여주던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연기경험이 일천한 가수들이 무더기로 출연하고 있는 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이 드라마에 대한 어떤 믿음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들 덕분이다. 오히려 가수이기에 더 돋보이는 장면들이 '드림하이'에는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자칫 약할 수밖에 없던 도입부를 배용준이라는 배우가 채워 넣은 건 매우 적절했다 여겨진다. 배용준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지금은 택연과 수지, 송삼동, 아이유가 들어서 있고, 첫 연기치고는 기대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는 박진영 역시 이 '오디션 드라마'에 핵심적인 재미를 구성한다.

초반에는 어딘지 촌스럽다가 차츰 세련되어져 가는 그 과정은 '슈퍼스타K'가 가진 재미의 핵심이다. '드림하이'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이들은 이미 가수들이기 때문에 노래가 아닌 연기가 세련되어지는 과정이 더 주목된다. 택연은 아직까지 '신데렐라 언니'의 그 얼굴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연기력 이전에 매력이 있는 연기자다. 연기력보다 매력이 더 중요해진 요즘 같은 드라마 현실에서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고혜미 역할을 해내고 있는 수지는 무표정한 얼굴에서 차츰 표정 있는 얼굴로 변해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수지는 무표정한 도도함에서 매력을 찾기 어려운 얼굴이다. 따라서 그녀가 '겨울아이'를 부를 때의 그 표정있는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뚱뚱한 캐릭터에서 시작해 차츰 3단 변신을 해가는 아이유는 캐릭터 자체가 좋다. 이 캐릭터는 저 '미녀는 괴로워'에서 이미 그 폭발적인 힘을 선보인 바 있다. 그만큼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얘기다. 박진영은 의외의 발견이다. 귀차니스트지만 열정을 숨기고 있는 양진만이라는 캐릭터는 어찌 보면 박진영 그 자신 같다. '말하는 듯' 부르라는 그의 주문은 그가 늘상 주장하던 창법이 아닌가. 그 밖에도 노래와 춤만으로도 어떤 확실한 아우라를 만들고 있는 우영, 그리고 아이돌들 중에서 유일하게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악역 함은정도 '드림하이'의 잠재력 중 하나다.

어딘지 세련되지 못한 창법을 가진 오디션에 온 가수지망생 같은 모습으로 시작한 게 바로 '드림하이'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선택되는 이유는 화려한 창법이 아니라 음색이나 목소리 자체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드림하이'가 지금 그렇다. 이 드라마는 초반 세련되지 못한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차츰 그 숨겨진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연기자들이 하지 못하는, 오히려 가수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 새로운 접근방법에서부터 비롯된다. '드림하이'의 잠재력은 바로 그 '드림하이'만의 개성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