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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손현주, 스펙 세상에 희망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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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기대상, <추적자>와 손현주의 의미

 

2012 SBS 연기대상의 두 주역은 <신사의 품격>과 <추적자>였다. <신사의 품격>은 최우수연기상을 장동건과 김하늘이 나란히 수상했고, 베스트 커플상(김민종, 윤진이), 시청자 인기상(김하늘), 10대 스타상(장동건, 김하늘), 주말 연속극 부문 우수연기상(김수로), 공로상(김은숙 작가), 주말 연속극 부문 특별연기상(김민종, 이종혁, 김정난), 뉴스타상(이종현, 윤진이)까지 거의 전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SBS연기대상'(사진출처:SBS)

하지만 <추적자>의 바람도 결코 작지 않았다. <추적자>는 10대 스타상과 영광의 대상을 거머쥔 손현주를 비롯해, 방송3사 PD가 주는 프로듀서상(박근형),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연기상(김상중, 김성령), 미니시리즈 부문 특별연기상(장신영), 뉴스타상(고준희, 박효주)을 거둬들였다. 사실상 2012년 최고의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신사의 품격>과 <추적자>는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고 당연히 그 정도의 상을 받을 만큼의 명품 연기들도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좋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대상으로 손현주의 손을 들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손현주의 수상소감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 그는 대상 수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처음 내뱉은 말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군요.”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것은 손현주라는 연기자 개인으로도 그렇고, <추적자>라는 작품에게도 그렇다. 언제나 드라마에서 중견 연기자로서 굵직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늘 상은 젊고 잘생긴 주연들에게만 돌아가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추적자> 역시 스펙(?)만으로는 상과는 별로 상관없는 드라마처럼 보였다. 손현주는 거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촬영하는 내내 우리 드라마에는 없는 게 너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돌이 없고 스타가 없습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성패는 결코 스펙만으로 결정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손현주는 보여줬다. 그는 드라마에서 진짜 연기의 중요성을, 함께 한 연기자들을 거론함으로써 드러냈다.

 

“우리 드라마에는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 박근형 선생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함께 대립각을 세우며 열연을 펼쳤던 김상중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함으로써 <추적자>가 온전히 좋은 대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로 승부한 작품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바로 이런 혼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손현주가 표현한 대로 ‘변방’이었던 작품이 중심에 설 수 있게 되었던 것.

 

사실상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인지하듯 대본이다. <추적자>나 <신사의 품격>이 올해의 최고 드라마로 평가받고 또 연기대상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작품 모두 훌륭한 대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좋은 대본이 있어 훌륭한 연출이 세워질 수 있었고, 기억에 남을 명대사로 기억되는 캐릭터와 연기자들이 있을 수 있었다.

 

손현주의 수상소감은 전혀 능숙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소박해 보였다. 그래서 더 짠한 느낌을 주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노력해 왔으니 상에 대한 욕심 자체가 있을 리가 없었을 게다. 오로지 좋은 작품에 대한 노력만 있었을 테니 말이다. 손현주의 수상은 그래서 화려한 캐스팅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제작비 같은 외관만 화려한 몇몇 드라마들에 시사하는 바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개미들과 이 수상의 영광을 같이 하겠습니다.” 이 마지막 소감처럼 손현주의 수상은 스펙이 화려하지 않아도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힘이 되어주었다. <추적자>라는 작품이 그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