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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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복불복과는 전혀다른 심리 게임의 묘미

D.H.Jung 2013. 4.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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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은유하는 <더 지니어스>의 게임

 

게임 버라이어티쇼는 이젠 식상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주목했던 것은 그 결과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게임의 성패가 파생하는 극과 극의 반응이었다. 승자는 한 겨울 뜨끈뜨끈한 방안에서 잠을 자고, 패자는 눈 내리는 야외 텐트에서 벌벌 떠는 그 극과 극의 체험. 또 패자가 되면 한 겨울에 얼음을 깨고 계곡물에 입수해야 하는 그 살벌함. 또는 공복 끝에 제공된 30첩 반상 앞에서 지게 되면 그저 침만 꼴깍 삼켜야 하는 그 절박감. 이것이 이른바 복불복 게임의 묘미였다.

 

'더 지니어스'(사진출처:tvN)

하지만 tvN에서 새롭게 시작한 신 개념 게임 버라이어티 <더 지니어스>는 이런 단순한 복불복 게임을 비웃는다. 1,2,3 카드를 갖고 벌이는 게임에서 승패는 복불복처럼 그저 운명의 주사위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카드를 나눠주고 바로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주는 것에 이미 복선이 깔려 있다. 왜 시간이 필요할까. 그것은 그 시간 동안 승패를 서로가 함께 조작하고 합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더 지니어스>에서 게임이란 복불복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인 합의가 된다.

 

그래서 먼저 필요한 것은 제시된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다. 차민수 같은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이 이 게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단박에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기기 위한 최소한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자 <더 지니어스>의 게임 방식은 갑자기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누군가와 함께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인가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그 선택을 하는 심리를 드러내게 만든다. <더 지니어스>는 누가 이기고 지는 그 결과에 몰입하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심리적인 화학작용에 더 천착한다.

 

김구라는 이 프로그램에 특이하게 투입되어 있다. 그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전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의 역할이 아니라, 13명의 도전자들 중 하나로 투입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확실한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것은 성패가 아니라 방송을 얼마나 흥미롭게 구성할 것인가를 제안하는 역할이다. <더 지니어스> 마지막에 결국 미녀 경매사 김민서와 최연소 새누리당 의원 이준석 사이에서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질 것인가를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결정하도록 만든 건 김구라다. 처음 이준석과 함께 연합을 했고 나중에는 김민서에게 게임머니를 제공받은(실제 돈이나 마찬가지) 홍진호가 방송 입장에서 그것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가장 극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복불복이 그 엄청난 결과를 모르는 운명의 주사위에 그 재미의 핵심이 놓여 있다면, <더 지니어스>는 이미 결과를 아는 이들이 누구를 붙이고 누구를 떨어뜨릴까 하는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 재미가 만들어진다. 게임이 인생의 은유라고 할 때, 복불복이 보는 인생이 운명주의에 놓여 있다면, <더 지니어스>의 인생은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인 화학작용 속에서 생겨난다.

 

첫 번째 탈락자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준석 의원이 결정되게 된 것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가 너무나 뛰어난 두뇌로 게임의 판도를 장악하면서 같은 게임에 들어가 있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진호는 이준석 의원을 떨어뜨린 이유로 그토록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를 다음 게임의 적으로 두기 싫었기 때문이라 진술했다. <더 지니어스>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게임의 자극적인 결과가 주는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속에 놓여진 게임의 법칙이다. <더 지니어스>, 어쩌면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그 게임은 복불복에 머물던 예능의 게임을 촌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