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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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군대에서 정글까지, 먹방은 왜 대세가 됐을까

D.H.Jung 2013. 4.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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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전설? 풍요의 시대, 배고픔의 향수

 

<진짜 사나이> 2회에 등장한 군대리아(패티와 잼을 함께 넣어 먹는 군대식 햄버거)를 먹으며 샘 해밍턴은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호주에 가면 그 몇 배는 큰 패티와 베이컨, 야채를 쌓아올린 수제 햄버거가 동네마다 널렸다. 그런데도 샘 해밍턴은 이 이상한 조합의 햄버거를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군대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식욕, 새로운 먹방의 탄생.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 향수로만 존재하던 군대리아는 이제 일반인들의 뇌리에 남겨진 먹방의 전설에 오르게 되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진짜 사나이> 3회에서는 자판기로 뽑아먹는 얼음 띄운 ‘바나나라떼’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서경석과 샘 해밍턴은 그 중독성 있는 맛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편 류수영은 야전 훈련 이후 지급된 전투식량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라며 <SNL 코리아>의 신동엽이 하는 이엉돈 PD를 흉내 내며 즉석에서 데운 비빔밥에 갖가지 햄과 김치 등을 얹어 맛있게 먹었다.

 

먹방이 대유행이다. <진짜 사나이>에서 패러디를 할 정도로 <SNL 코리아>에서는 매회 신동엽이 이엉돈 PD로 나와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한다. 콩트 중간에 갑자기 음악이 흐르며 이엉돈 PD가 등장해서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라는 대사와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참 맛있네요.” 몇 마디만 던지면 그 자체로 빵빵 터진다. 도대체 먹방의 무슨 매력이 예능을 장악해버린 걸까.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방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아빠 어디가>에서 김성주가 만들고 윤후가 완성시킨 짜빠구리는 그 면을 생산하는 회사의 매출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그들은 광고에도 출연했고, 그 광고비를 김성주는 기부하기도 했다. 먹방에서 <1박2일>은 이미 선구적인 프로그램이다. 저녁 복불복으로 대표되는 <1박2일>의 먹방은 누구는 먹고 누구는 그걸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비교체험으로 그 강도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편은 ‘먹방 특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먹방을 선보였다. 거대한 흑전복을 장작불에 구워먹고, 웨카라는 날지 못하는 새와 물고기, 거대한 장어는 물론이고, 이젠 웨타라고 하는 청정지역에 사는 곱등이(?)를 날 것으로 씹어 먹으며 그 땅콩버터 맛(?)을 즐긴다.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편은 이제 다음 회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될 정도로 먹방이 화제의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새롭게 시작한 <맨발의 친구들> 역시 강호동이 출연하는 만큼 먹방이 빠질 수는 없었다. 강호동과 김현중은 베트남에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쌀국수집에 들러 족발 쌀국수를 먹으며 그 맛에 감탄했다.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있어요!”하고 외치는 강호동은 결국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한편 하루벌이를 위해 베트남식 빈대떡 반세오를 팔며 맛을 보는 장면도 이국 음식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뭐니뭐니 해도 먹방의 전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이 하와이에 갔을 때 정준하는 어마어마한 팬 케익을 혼자 먹는 도전(?)을 보여주었고, 택시 특집을 할 때는 기사식당의 돼지불백을 무려 11인분이나 먹어치워 화제가 되었다. 8주년 특집으로 내보낸 무한상사에서도 정리해고 대상이 된 정준하는 최후의 만찬(?)으로 초밥을 수십 그릇 흡입하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한편 <나 혼자 산다>의 나 홀로 여행 편에서는 제주도로 떠난 데프콘이 고기국수, 핫도그, 해물뚝배기, 흑돼지, 갈치구이 등 무려 1일7식의 먹방을 보여주어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해피투게더>는 아예 먹방 특집을 통해 김준현의 놀랍고도 나름 과학적인(?) 음식에 대한 탐닉을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먹방이 유행하는 이유는 과거보다 풍족해진 먹거리의 시대를 그 배경으로 깔고 있다. 이제 새롭고 맛있는 먹거리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예능만한 것이 있을까. 먹방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그래서 오히려 배고픈 시절에 대한 추억이다. ‘시장이 반찬’이라던 과거 그 시절, 밥 한 그릇에 김치 한 조각만으로도 충분한 포만감을 느끼던 그 때의 감성을 오히려 풍족해진 지금은 느끼기 어려워진 탓이다.

 

또한 먹방이 보여주는 날 것의 본능은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강화시켜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배고픔이나 포만감 같은 먹거리에 대한 욕구는 방송 프로그램을 그저 시청각적인 자극에 머물던 것에서 촉각적인 자극으로까지 확장시킨다. 그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다. 먹방 없는 예능은 이제 패티 없는 햄버거처럼 밍밍해져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방이 그저 향락에 머무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없던 시절 작고 소박했던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하니까. 한편에서는 1일1식을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먹방이 대유행인 이 이색적인 풍경. 그것은 이 시대의 폭발적인 먹거리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을 말해주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