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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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대세? '헬로 이방인' 효과 없는 까닭

D.H.Jung 2014. 10. 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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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이방인>, 미션형 예능으로는 가짜밖에 안된다

 

요즘 예능은 외국인 출연자가 대세다. 물론 과거에도 외국인 출연자들은 많이 있었지만 요즘의 외국인들은 거의 언어 수준이 우리나라 사람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 또한 대단히 높다. JTBC <비정상회담>은 바로 이 최근 외국인들의 두 가지 새로운 면을 극대화하면서 성공했다. 그들은 외국인이지만 거의 한국사람처럼 말하고 또 생각한다. 거기에 자국의 다른 문화를 얘기해주니 비교점으로서 흥미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헬로 이방인(사진출처:MBC)'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에 이은 헨리,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 아내 야노 시호, <룸메이트>에 새롭게 합류한 오타니 료헤이, <학교 다녀왔습니다>의 강남에 이어 새로 투입된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까지.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 외국인은 당연히 한 명쯤 들어가야 되는 인물군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외국인 출연자를 앞세운 프로그램이 안 나올 까닭이 없다. <헬로 이방인>은 추석 파일럿으로 들어왔다가 정규 편성된 외국인 홈스테이(홈쉐어에 가까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일단 출연자들의 면면은 괜찮은 편이다. 들어오자마자 리더가 되어버린 강남은 특유의 장난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누구든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은 자칫 어색할 수 있는 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새롭게 들어온 리비아의 아미라는 강남의 호감을 독차지하면서 쉽게 캐릭터가 자리 잡혔다. 거의 한국인에 가까운 언어능력은 그녀에게서 외국인의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후지이 미나는 출연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인물이 됐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애정공세는 그녀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조금 말은 느리지만 귀여움이 돋보이는 콩고 출신의 프랭크나, 마치 아담 리바인을 떠올리게 하는 캐나다 출신 록 가수 조이, 그리고 젊은 나이 치고 어른스러움이 엿보이는 파키스탄의 알리도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파일럿에서부터 출연했던 데이브나 레이 같은 인물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출연자들의 매력을 프로그램은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즉 카메라가 이들이 사는 일상공간으로 들어왔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구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션형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두 팀으로 나눠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고 미션이 제시되는 순간부터 이 프로그램의 자연스러움은 사라져버린다.

 

즉 일종의 구성 대본이 그 미션을 통해 느껴지기 때문에 이들의 동선이 하나의 짜여진 틀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강남이 매운 짬뽕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가 골탕을 먹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기획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찬가지로 동두천의 알리네 음식점을 찾아가고 서울대 다니는 아미라의 작업실을 찾으며 마지막에 홍대의 한 클럽에 모이는 과정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훨씬 더 자연스러우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카메라가 그들을 쫓아다니며 그 일상 안에서 그들의 특별한 면들을 발견하는 것이 훨씬 더 진정성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처럼 미션이 주어지고 일종의 동선이 파악되는 프로그램 구성은 진짜마저도 가짜로 느껴지게 만든다. <헬로 이방인>이 시청률 2%대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청률에 대한 조급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가짜처럼 느껴지는 구성 때문에 좀체 진짜가 주는 정서를 포착해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괜찮은 반응마저 가져가지 못하게 되면 시청률 회복은 불가능해진다. 일단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 이미 한물 간 미션형 예능으로는 가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