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샤킬 오닐, 이 비현실적 조합의 성취
저거 합성 아냐? 아마도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학교, 그것도 우리네 고등학교에 거구의 샤킬 오닐이 학생복을 입고 등교하고 있는 풍경이라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사진출처:JTBC)'
학교는 단박에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에게도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이는 거구의 사나이가 성큼성큼 교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샤킬 오닐은 낯선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를 느끼는 데는 아무런 시간적 장벽도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거구의 사내는 자신을 보고 환호해주는 학생들을 향해 하이파이브 주먹을 내밀며 자신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거구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조금 떨어져 따라오던 학생들은 그에게 달려나와 서로 그 주먹을 툭툭 건드리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실 샤킬 오닐이라는 존재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나오는 장면은 중년들에게 특히 각별한 느낌을 줬을 것이다. 샤킬 오닐이 누군가. 과거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과 함께 NBA 붐이 국내에 한참 불었을 때 엄청난 존재감으로 나타났던 닉네임 그대로 ‘샤크’가 그가 아닌가. 우악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그의 덩크슛에 농구대가 종잇장처럼 찢어져 나가는 장면을 보며 환호했던 그들이다.
아마도 당시 고등학생이었을 중년들의 눈에, 샤킬 오닐이 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풍경은 순식간에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았다. 이제 그 샤킬 오닐이 우리네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도무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열광의 존재가 우리 옆에 앉아 말을 건네는 듯한 장면은 자꾸만 생각해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샤킬 오닐을 가까이에서 보자 의외로 귀여운 모습이다. 잠깐 보여진 “모두들 안녕 나는 샤크야”라고 인사하는 장면 속에서 샤킬 오닐은 마치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얼굴이었다. 물론 언어의 벽이 있지만 흥 많기로 소문난 그의 노래와 녹슬지 않은 농구실력은 그 벽을 쉽게 허물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샤킬 오닐의 조합은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판타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그를 기억하는 중년들에게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복고적인 감성에 더욱 빠져들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기획의 승리다. 샤킬 오닐이 만일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 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이미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다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프로그램 속으로 성큼 성큼 들어오는 샤킬 오닐의 모습은 바로 그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시선과 감성을 잡아끈다. 특히 그에 대한 기억이 남다를 중년들에게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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