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최시원이라는 청춘들의 판타지
어쩌면 MBC <그녀는 예뻤다>의 최대 수혜자는 최시원이 아닐까. 사실 그저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조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극중 성준(박서준)과 신혁(최시원) 사이에서 혜진(황정음)이 누구와 이뤄졌으면 좋겠냐는 인터넷 투표 결과는 놀랍게도 신혁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인공도 아니고 주연들 옆자리에 선 인물이 신혁이 아닌가. 그런데도 주연급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거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이렇게 된 데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판타지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예뻤다>의 판타지란 사실상 스펙 없고 외모도 역변해버려 사회에서조차 소외되어온 주인공 혜진이 우리네 청춘들을 표징하는 인물처럼 그려진데서 나온다. 그렇게 소외되어 인턴으로 ‘더 모스트’에 들어와 잡지 만드는 허드렛일을 하지만 차츰 그녀의 진가를 알게된다는 이야기.
여기서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과거 첫사랑이었던 성준도 몰랐던 그녀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 바로 신혁이다.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비 맞으면 폭탄머리를 하고 있는 혜진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또 명랑한 모습에서 이미 “예쁘다”고 말해버린 인물이다. ‘더 모스트’ 사무실의 직원들이 그녀의 진가를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알게 된 것과는 사뭇 달랐던 신혁의 시선이었다는 것.
밤이면 편의점 컵라면을 먹고 심지어 노숙자 같은 운동복차림에 얼굴 한 가득 덥수룩한 수염을 방치하며 살아가는 신혁은 그토록 털털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사실은 재벌2세다. 그러니 이건 또 다른 판타지를 자극한다. 제 아무리 2세지만 갑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을도 아니고 병 정도 되는 인턴의 가치를 알아보는 존재. 그리고 심지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인물이니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여느 신데렐라 드라마들이 보여주듯 백화점에서 여자 주인공의 스타일을 쫙 뽑아주는 돈 자랑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 대신 그녀가 힘들 때 슬쩍 다가가 소주 한 잔을 같이 기울여주고 좋아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는 ‘남자 사람 친구’처럼 그녀를 편하게 해줄 줄 아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우울한 상심에 빠져있는 인물도 아니고 오히려 농담을 툭툭 던지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신혁은 한 마디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로서의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사랑의 상대인 왕자님이 아니라 저 뒤에서 사랑을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러니 어찌 지금의 청춘들이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신혁의 사랑은 혜진의 가치 증명이 아닌가. 그녀가 스펙도 외모도 아닌 그 심성과 열정 그 자체로서 여전히 예쁘다는 걸 신혁은 증거해주는 인물이다.
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아마도 최시원에게 <그녀는 예뻤다>의 신혁은 최고의 캐릭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최시원 그대로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그 유쾌함이 이 캐릭터의 판타지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식스맨’에서 봤던 그 포춘쿠키의 최시원은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의 똘기자로 들어와 훨씬 확장된 매력을 갖게 됐다. 물론 그것이 배우로서의 위치를 만들었다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확실한 캐릭터 하나가 생겼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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