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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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다시 기지개를 켠다

D.H.Jung 2007. 9. 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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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전성시대’ vs ‘황금신부’

주말드라마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시즌의 변화다. 여름 휴가 시즌이 지나면서 주말 시간대 시청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것. 하지만 아무리 시즌이 달라져도 돌아온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놓을 컨텐츠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때마침 시작해 주말극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며느리 전성시대’와 지루했던 투병(?) 이야기를 지나 베트남 신부, ‘진주(이영아)의 친부 찾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황금신부’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며느리 전성시대’가 갖는 의미는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전통적인 주말드라마가 가진 가족드라마의 성격을 온전히 회복시킨 이 드라마는 고전적인 소재이면서도 시대를 넘어 먹히는 ‘서로 다른 양가집의 결혼이야기’를 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것은 마치 저 ‘사랑이 뭐길래’의 변주처럼 보인다. 보수적인 대발이 아버지(이순재) 대신 오향심 여사(김을동)가, 현모양처에 가끔 반항적 행동을 하는 어머니(김혜자) 대신 서미순(윤여정)이, 신부와 집안 양측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발이(최민수) 대신 복수(김지훈)가, 톡톡 튀는 개방적인 아내(하희라) 대신 미진(이수경)이 포진해 결혼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보수적인 아버지 대신 보수적인 시어머니를 집어넣어 요즘 달라지고 있는 고부 관계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전 세대에 걸쳐 공감을 자아내게 마련인 결혼이란 이벤트 아래 벌어지는 고전적인 스토리에, 현대적인 변주가 힘을 발하는 이유다. 혹자들은 식상하다 할 것이지만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잘 먹히는 결혼소재는 결혼을 해야하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거기에 얽힌 양가집 사람들의 관계가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것은 이 드라마의 시청층이 결혼이란 대사를 치른 사람이거나, 곧 치를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그 공감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즉 결혼이란 시대불문, 관심을 가질 가족의 이벤트라는 것이다.

반면 ‘황금신부’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너무나 변화무쌍하다. 처음 라이따이한의 소재를 잡은 시작은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가진 드라마였는데, 차츰 전통적인 멜로드라마로 흘렀다. 지영(최여진)에게 배신당한 준우(송창의)가 공황장애를 겪고 이를 사랑으로 지켜낸다는 진주의 이야기가 전통적인 신파의 구조로 그려졌다. 중요한 것은 신파가 먹히지 않는 달라진 지금의 현실에서, 그 공감대를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베트남 신부를 데려왔다는 점이다. 순애보 같은 이야기는 이제 우리에게는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처자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공감되지 않는 현실과는 별개로 전통적인 순애보와 신파를 원하는 보수적인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점. ‘황금신부’는 베트남 신부를 통해 그 부분을 공략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현재 ‘황금신부’는 이 순애보적 이야기에 가족극으로서의 훈훈한 이야기를 섞는 반면, 동시에 ‘출생의 비밀’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는 베트남 신부라는 설정 하나로 과거의 신파 드라마가 갖는 파괴력을 끌어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신파라면 어떨까. 여전히 거기에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는 층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며느리 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어떤 면으로든 주말 드라마의 위기의식에서 생겨난 퇴행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도 나름의 현대적인 공감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며느리 전성시대’가 가진 새로운 고부 관계의 틀과, ‘황금신부’가 가진 순애보가 사라진 시대의 다국적 사랑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단순히 구닥다리라 여기며 비판만 할 일이 아니다. 모든 드라마가 잣대를 젊은 층의 시선에만 둘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전통적인 드라마들이 여름 시즌을 지나 돌아오고 있는 시청자들을 온전히 안아줄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