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 포스톤즈, 어둠 속에서 더 빛나는 별들처럼

<꽃청춘> 포스톤즈의 거지근성(?), 웃기고 짠했던 까닭

 

아이슬란드의 한 숙소에서 그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녔던 음식들을 꺼내놓던 정상훈은 테이블 한 가득인 그 음식더미를 보며 “이걸 왜 이렇게 갖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웃음보가 터졌다. 그는 이건 거의 “음식물 쓰레기” 수준이라고 말했고 그 얘기에 포스톤즈는 모두 자지러졌다. 거기에는 한 마트에서 샀지만 너무 짜서 못 먹겠다면서도 굳이 버리지 않고 갖고 다니던 빵에서부터 제작진이 먹다 남긴 걸 슬쩍 해온 빵, 몇 입 먹고 남겨 두었던 음식까지 있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도대체 그들은 왜 웃음보가 터진 걸까. 그렇게 아끼고 아껴 이제 두둑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자고 하지만 막상 피자 한 판을 시켜먹으려 해도 그게 한국 돈으로 얼마인 것부터 확인하는 그들이다. 그렇게 배불리 먹어도 어딘지 정상훈이 마트에서 사서 아침마다 뚝딱 만들어주던 핫도그가 그리워지는 그들이다. 여행 초기에는 무슨 핫도그에 중독이라도 된 듯 아침에 핫도그 먹고 핫도그 싸가서 점심에도 또 먹던 그들이다. 왜? 그게 그들 입맛에 딱 맞기도 하지만 싸니까.

 

영어도 서툴고 이런 외국 여행도 서툴러 보이는 그들은 어렵게 어렵게 숙소를 정해 갈 때마다 생각보다 좋은 숙소에 “우린 운이 좋다”고 말하곤 했다. 심지어 옆차가 치고 간 돌멩이가 달리던 차의 옆 유리를 깨버렸을 때도 그나마 다치지 않을 걸 행운으로 여기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풍광의 폭포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파도가 꿈틀대는 바다, 한밤 중 피어난 별들과 오로라 앞에서 그들은 진심으로 이 여행을 축복으로 여기고 있었다.

 

늘 등장해 고약한 미션을 던지기도 하던 나영석 PD는 저 뒤편으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힘겨울 법한 상황이 와도 대책 없이 웃고,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내 행운이라 말하는 이 순수한 영혼의 포스톤즈에게 무슨 미션이 가당키나 할 것인가. 그래서 그저 그들을 따라가며 간간히 그 흥이 만들어내는 상황극 같은 걸 쳐다보거나 굉장한 풍광 앞에서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뒹구는 그들의 모습을 잔잔히 전할 뿐이었다.

 

바리바리 싸매 다니던 ‘음식물 쓰레기’ 수준의 음식들을 꺼내 놓으며 모두가 자지러지는 그 장면은 그러나 그 웃음 이면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정상훈과 조정석, 정우 그리고 막내 강하늘. 이들은 지금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 뮤지컬에서 영화에서 함께 어려웠던 시절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서로의 그 가난하고 곤궁했던 모습들을 잘 알고 있을 터. 이제는 그래도 살아갈 만하지만 여전히 그 몸에 밴 ‘알뜰함’을 발견하고는 어찌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있을까.

 

힘겨운 어둠 같던 시절은 그 시절을 함께 겪으며 서로를 지지해주던 친구를 별처럼 빛나게 해주는 법이다. 아이슬란드의 그 짧은 낮과 긴 밤은 오히려 길게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달빛과 올려다보면 온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의 잔치를 만들어주었다. 그 위에 걸쳐지는 오로라는 그래서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축복처럼 보였다. 그 어둠을 빛의 축복으로 바꾸는 곳을 함께 여행하는 포스톤즈의 친구들을 보는 마음이 딱 그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달과 오로라 같지 않았을까. 어둠 속에 함께 있어 더욱 빛나는 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