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마음을 읽는 나영석 PD의 남다른 소통 능력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짧게 2분 정도 흘러나온 아프리카 나미비아편의 예고편에 대한 반응이 폭발했다. 아이슬란드의 풍광이 워낙 대체불가여서인지 나미비아 예고편에 등장한 배경들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기 등장한 <응답하라1988> 쌍문동 4인방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역시 4인방의 얼굴 담당(?), 박보검이 차에서 눈을 감은 채 시원한 바람을 맞는 장면이 예고편의 첫 대목을 장식했다. 그 편안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시청자들의 가슴에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은 장면. 시청자들을 위해 <응답하라1988>을 끝까지 촬영하느라 몸도 마음도 피곤했을 그가 그토록 편안한 얼굴을 내보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그 같은 차 안에 함께 한 친구들,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역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프리카 어딘가의 풍광을 바라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유려한 음악과 함께 마치 춤을 추듯 퍼득이는 옷자락마저 흥겹고 그 바람이 내는 소리는 시청자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어딘가 사막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류준열의 얼굴은 <응답하라1988>을 보며 그토록 보기를 원했지만 보여주지 않았던 그 얼굴이었다. 항상 무표정하고 때로는 침울하게까지 느껴졌던 그의 얼굴이 아닌가. 늘 뒤편에 서서 속내를 숨기곤 했던 우리의 정환이. 그는 <꽃보다 청춘>에 와서 비로소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환해졌다.
붉은 모래 위에 맨발로 덤블링을 하는 고경표는 마치 발레리노가 된 듯한 우아한 동작으로 넘어졌고, 극중 정봉의 캐릭터가 뚝뚝 묻어나는 안재홍이 모래 한 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섹시하게 부는 장면은 이 <꽃보다 청춘>에 웃음과 재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박보검의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행복감에 젖어있는 표정은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네 사람이 어떤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 장면을 마치 그의 꿈결처럼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마지막으로 점점 커져가는 폭포수의 소리는 2분 예고편만으로도 점점 커져버린 기대감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은 이미 그 기획만으로도 성공한 아이템이 되고 있다. <응답하라1988>의 종영이 남긴 아쉬움은 고스란히 <꽃보다 청춘>의 자양분이 되었다. 푸켓으로 떠난 포상 휴가에서부터 납치해가는(?) 이벤트를 벌인 건 역시 나영석 PD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일거수일투족이 이미 화제가 되어버렸으니.
짧은 예고편이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건 그 짧은 영상 안에 <응답하라1988>을 통해 우리를 기분 좋게 했던 네 배우들의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응답하라1988>을 지지하는 마음은 네 배우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충분히 즐기고 휴식하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원하게 만들었다. 그걸 2분의 예고영상 안에 채워 넣다니.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나영석 PD의 남다른 소통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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