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복면가왕'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음악대장 하현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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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음악대장 하현우

D.H.Jung 2016. 6. 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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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 동안 하현우, 고음 아닌 다양한 음악의 맛 살려

 

하현우!” MBC <복면가왕>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복면이 벗겨지는 순간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그간 얼마나 입가에만 맴돌며 부르지 못했던 이름인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쉬쉬하던 이름. 그의 이름이 들려오는 걸 들으며 하현우는 아마도 그간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속 시원한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한다는 것만큼 가수들에게 이상한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졌기 때문에 그 무대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사실 복면 쓰고 노래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면을 쓰는 건 단 한 가지 이유다. ‘편견없는 무대를 선보인다는 것.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무대는 강렬했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국카스텐의 하현우의 고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상한 고음이 있다면 거기서도 또 한 차원 더 높은 고음으로 이어져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그런 고음이다. 그가 <복면가왕>에서 불렀던 고 신해철의 ‘Lazenca save us’ 같은 곡이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같은 곡은 그가 가진 절정의 고음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노래였다.

 

그리고 그 고음은 제 아무리 복면을 쓰고 불러도 국카스텐 하현우라는 걸 누구나 알게 만들었다. 목소리가 복면을 뚫고 나온 것이다. <나는 가수다2>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던 가창력. 하지만 <복면가왕>에서의 고음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즉 얼굴을 내밀고 절정의 고음을 부르는 모습이 어딘지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걸 강변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복면을 쓴 채 부르는 노래는 자신은 최대한 숨기고 대신 노래를 살리는 가수 본연의 모습을 더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러자 하현우의 고음이 아닌 다른 음색들과 매력들까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에서는 그가 얼마나 감성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었고,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차분히 불러낸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는 고음이 아니더라도 그의 노래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걸 증명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가 된 공일오비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이제 10연승을 앞두고 스스로 무대를 내려오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더 강력한 가창력을 구사할 수 있었지만 하현우는 그보다 매력적인 휘파람 소리로 노래를 마무리 지었다. 20주 만에 복면을 벗은 그는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가 증명한 건 <복면가왕>이라는 무대의 존재가치다. 이미 <나는 가수다2>를 통해 알고 있던 하현우의 가창력이지만 <복면가왕>은 복면이라는 장치는 그의 고음에 가려져 우리가 잘 몰랐던 그의 다양한 음색의 매력을 드러내주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졌던 복면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차단막(?)이 이토록 큰 힘을 발휘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