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3주 만의 재방송인데도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겨우 3주가 흘렀을 뿐이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남긴 빈자리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3주 만에 그것도 과거에 방영했던 내용 중 재밌었던 부분을 다시 편집해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 반가움은 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레전드편으로 꾸며진 재편집본 자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을 분량들이었다. 첫 번째 시간으로 보여준 ‘캐릭터 쇼’ 베스트에서는 훨씬 젊었던 시절의 박명수와 유재석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한도전>을 떠났지만 과거 이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길, 노홍철, 정형돈의 모습이 등장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공동4위로 올랐던 ‘정총무가 쏜다’편에서는 편의점에서 출연자들이 산 물건을 정준하가 계산할 때 노홍철이 귀신 같이 한 구석에 놓여진 빈 병을 발견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계산이 틀려야 정준하가 돈을 내기 때문에 노홍철의 이런 모습은 역시 브레인이자 사기꾼 캐릭터로서 맹활약했던 그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2위에 오른 ‘무한상사’편에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드래곤이 과할 정도로 멋진 의상을 입고 출근하자, 정형돈이 데리고 가서 특유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촌스러운 의상으로 그를 갈아입히고 등장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패션 스타일과 자신감으로 평범 이하의 자신을 최고라 자칭하던 정형돈의 면면이 그리워지는 대목이었다.
결국 ‘캐릭터 쇼’ 베스트 1위는 캐릭터 제조기라고 불리는 박명수에게 돌아갔다. ‘명수는 12살’ 특집에서 박명수는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옛 놀이를 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게 되는 쓸쓸함을 보여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방송분에서 오징어(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렸던) 놀이를 하는 중 ‘만근추(몸을 무겁게 해서 누가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무공)’를 흉내 내는 길이 정준하에게 한 방에 밀려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방영됐다.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재방송이라고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간 3주 간의 공백기에 있었던 출연자들의 근황토크를 앞부분에 넣어 그간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방 재배치’를 한 박명수의 이야기와, 쉬는 동안에도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스크린 야구장에서 유재석이 굴욕을 당했던 이야기들도 근황토크만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레전드편이 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했던 건, 그 베스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출연자들의 멘트들이 재방송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표현대로 <무한도전>은 일종의 ‘방학(?)’을 맞았다. 그런데 방학 기간 마치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듯이 3주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재방송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11년 간 달려온 그 길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은 그 길을 함께 해온 팬들에게는 추억이 돋는 시간이었을 게다. 물론 그 방송분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재미를 주었을 테고.
3주 만에 재방송 편집본만으로 느껴지는 반가움이 이 정도다. 그러니 이 방학이 끝나고 온전히 돌아올 <무한도전>에 대한 반가움은 또 얼마나 더 클 것인가. 물론 당장은 방학이 아쉬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출연자들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또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맞을 수 있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게 3주 만의 레전드편을 통해서도 충분히 납득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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