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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유해진, 열심히 하는데 잘 안 풀리는 분들을 위해

 

물론 실제 본격적으로 알베르게를 연 건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tvN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연 하숙집(?)은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아니다. 오픈한 첫 날 단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와 ‘임금님 밥상’을 차려준 바 있고, 다음 날 외국인 손님까지 더해져 갑자기 여섯 명이 들이닥쳤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일요일, 전날 잔뜩 봐온 장으로 더 많은 손님이 오길 기대했지만 결국 달랑 두 명의 손님을 받은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은 손님이 오지 않자 괜스레 문을 살피고 문밖에 나왔다가 광장까지 가서 혹여나 순례자가 올까 둘러본다. 한 명이라도 더 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터덜터덜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유해진은 역시 어딘가 헛헛한 마음에 문밖까지 나온 차승원을 만나고는 “역시나”라며 아쉬운 마음을 특유의 허허하는 웃음으로 지워낸다.

 

손님은 둘뿐이지만 정성을 다하는 차승원은 저녁 준비에 들어가고, 시간이 남은 유해진은 마침 동네 산책을 나서는 손님들에게 가이드를 자청한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을 하고 산책을 하면서 발견했던 아름다운 길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그 순례길을 처음 출발할 때 같은 길에서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며 이어진 두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길에서는 처음 만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두 번째 만나면 이야기를 하다 세 번째 만나게 되면 친한 친구가 된다고 했다. 손님이 없어 헛헛했을 유해진은 산책 가이드를 끝내며 손님들에게 자신이 더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아마 그건 진심이었을 게다.

 

<스페인 하숙>에서도 그렇지만 과거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도 유해진은 어딘가 잘 안 풀리는 가장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과 부부 같은 케미를 만든 유해진은 매일 아침 낚시를 나가는 그에게 기대하는 차승원을 번번이 실망시키곤 했다. 물고기가 생각보다 잘 안잡혀서다. 그래서 물고기가 좀 더 잡히게 되면 바다에 던져놓은 망에 물고기를 넣어두고 그걸 ‘피시뱅크’라고 불렀다. 나중에 한 마리도 못 잡는 날에는 그 피시뱅크에서 물고기를 꺼내 하루의 생색이라도 내려는 심산이었다.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은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하숙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청소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또 손님들이 불편한 곳은 없나 세심하게 챙기고, 어디서 주워다 모은 나무로 부족한 집기들을 뚝딱뚝딱 만들어준다. 그리고는 그것이 이케아를 본 따 토종 브랜드 이케요(IKEYO)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입만 열면 허허로운 아재개그를 쏟아낸다. 처음에는 그게 뭐가 재밌을까 싶지만 한참 듣다보면 왠지 중독성이 있는 아재개그다. “이케요”처럼 생각할수록 웃음이 번지는. 이런 유해진의 아재개그가 그의 캐릭터가 되고 또 웃음을 주는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어딘가 잘 안 풀리는’ 일들을 아재개그처럼 ‘돈 안 드는 몇 마디’로 웃어넘기려는 긍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유해진이 우리 같은 서민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중요한 이유다. 뭔가 잘 안되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다음 날이면 또 새벽부터 일어나 오늘은 잘 될 거야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모습. 그것이 보통의 서민들이 매일 같이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과 무에 다를까.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데 잘 안 풀리는 분들에게 유해진의 아재개그는 그래서 그저 웃긴다기보다는 웃어주고픈 마음을 갖게 만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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