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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슈퍼밴드' 디폴의 파격도 이찬솔의 감동도, 결국 음악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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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가 무색한 ‘슈퍼밴드’의 놀랍고 재밌는 음악실험들

 

음악이 이토록 다채롭고 재미있으며 즐거울 수 있는 것이었던가. JTBC <슈퍼밴드>를 보다보면 그간 우리가 들어왔던 음악들이 너무나 정해진 어떤 틀 안에서 뱅뱅 맴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녹음실 안에서 모든 게 계획되어 만들어진 음악들이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왔다는 것을 <슈퍼밴드>가 여지없이 깨고 있다는 얘기다.

 

디폴 같은 아티스트의 등장은 <슈퍼밴드>가 가진 이런 색깔을 정확히 보여준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주제곡을 가져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믹싱해낸 디폴은 메인 보컬 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이 얼마나 재미있는가를 음악적으로 구현해냈다. 지난 무대에서는 와인 잔에 전극을 이어 손가락을 물에 담글 때마다 소리를 내는 것으로 몽환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더니, 이번에는 가까이 장치를 가져가면 소리를 내는 신시사이저 자와 스크래치를 하면 만들어놓은 비디오 또한 효과를 내는 ‘비디오 스크래치’를 보여줬다. 그는 영상까지 직접 만들어냄으로써 음악이 귀로 듣는 걸 넘어서 비디오 아트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이 정도의 무대라면 압도적일 것 같지만, 이들과 대결을 벌인 최영진팀은 ‘Say something’을 선곡해 이찬솔의 호소력 넘치는 보컬로 승부함으로써 프로듀서 투표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첼로와 드럼이 균형 있게 받쳐주고 그 위에 이찬솔의 보컬이 얹어지면서 감동적인 무대가 만들어졌던 것.

 

물론 승패는 이렇게 갈렸지만 그것이 이들의 실력이나 성취를 가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의 다양한 결들이 있고, 다만 프로듀서들이 갖는 저마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디폴이 음악이 얼마나 경계가 없고 재미있는가를 보여줬다면, 이찬솔은 묵직하게 음악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을 뿐이다.

 

이것은 <슈퍼밴드>가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음악 스펙트럼의 놀라운 확장이다. 생각해보면 이날 3라운드에서 아일팀이 ‘1000x’로 하현상의 감정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피아니스트 이나우와 기타리스트 김영소의 연주에 김우성의 목소리가 얹어진 ‘Home’을 5:0으로 이겼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 승패에서 그 누가 어떤 기량의 차이나 음악적 순위를 얘기할 수 있을까. 다만 하현상의 이야기가 음악과도 어우러지게 만들어낸 아일의 노력이 조금 더 그들의 음악을 주목하게 했을 따름이다.

 

케빈오가 지금까지 해왔던 스타일을 버리고 부른 ‘Halo’가, 2라운드부터 주목받게 만든 자이로팀의 화려한 드럼 퍼포먼스까지 더해진 무대에 5:0으로 진 것도 마찬가지다. 케빈오는 새로운 실험을 한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기량을 증명했다. 물론 탈락후보가 됐지만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것.

 

이렇게 보면 <슈퍼밴드>가 갖고 있는 오디션 형식은 누가 이기고 졌는가 그 자체보다 좀 더 새로운 음악 실험들을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처럼 보인다. 다양한 색깔의 연주자와 프로듀서, 보컬들이 새로운 조합을 가질 때마다 또 다른 음악실험들이 선보여진다. 그것은 우리가 늘상 듣던 정제된 어떤 음악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라이브로 들려지는 음악실험은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막연한 틀을 깨주고 있다.

 

음악을 순위로 듣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지 오래다. 저마다의 취향대로 찾아듣는 게 음악이고, 그래서 색다른 시도들은 유니크함 때문에 외면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목하게 된다. 밴드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가져와 이토록 다양한 음악적 재미들이 존재한다는 걸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슈퍼밴드>가 가진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진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