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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봄밤', 이들은 대체 사랑을 뭐라 생각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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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집착하는 김준한,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인이 아버님 퇴임 후에 무슨 자리 주실 거예요? 시원하게 한 자리 해주세요.” MBC 월화드라마 <봄밤>에서 권기석(김준한)은 아버지 권영국(김창완)에게 그렇게 요구한다. 이미 유지호(정해인)에게 마음이 기운 이정인(한지민)을 되돌리기 위해 치졸하게도 정인 아버지의 퇴임 후 자리를 마치 거래하듯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러자 아버지 권영국은 그런 아들의 상황을 꼬집듯 되묻는다. “왜 니 능력으로는 여자를 못잡겠어?” 그 말투에서 그 역시 아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는 게 드러난다. 여자를 잡니 마니 하는 말이나, 그것을 ‘능력’이라 말하는 태도가 그렇다. 이들은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것도 마치 사냥감이라도 포획하듯 말하고 있다. 언제든 능력만 있으면 여자는 잡을 수 있다는 듯이.

 

이에 권기석은 대놓고 속내를 드러낸다. “뭐 좀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죠. 아버지 특기잖아요.” 그가 그렇게 속내를 드러내는 이유는 아버지나 자신이나 다 마찬가지 인간이라는 걸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서다.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한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도 그렇다. 그렇게 하는 짓거리를 그들은 ‘사랑’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게임처럼, 마치 사냥하듯 능력에 따라 사람을 잡고 못 잡는 문제로 치부하는 이들은 그것이 어렵게 된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제 능력이 딸린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상대방이 보통이 아닌 사냥감인 양 말한다. “만나보고 인정하셨죠? 맞아. 정인이 걔 쉽게 잡히는 애 아니에요. 이정인이니까 내가 이런 꼴 보이고 있는 거지 제가 딴 놈들에 비해서 이렇게 처지거나 그런 놈 아니에요. 저 그래서 더 못 놓겠어요. 억울하게 모자란 놈 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아들의 그런 자기변명과 토로에 아버지 권영국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부정한 방법’ 운운하며 말한 아들의 말이 더 거슬린다. 그는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그걸 들어주기보다는 이기려고 한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내가 부정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았다고 생각하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아들은 더 이상 아닌 척 하지 말자며 자신 또한 아버지처럼 살 거라고 말한다. “엄마 닮아서 싫으셨죠? 나 진짜 이제 아버지처럼 살게요. 정인이 아버지 밀어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는 이제 이정인을 얻기 위해 주변인들을 동원하고 흔들려고 한다. 그는 이정인이 유지호 부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이태학(송승환)에게 보낸다.

 

<봄밤>은 점점 그 달달한 멜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찌질하고 속물적인 남자들의 폭력적인 집착을 그리고 있다. 첫째 딸 이서인(임성언)이 남편 남시훈(이무생)에게 부부강간에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참으며 살라”는 아버지 이태학의 속물근성이 그렇고,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이서인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남시훈의 폭력성이 그렇다. 여기에 결코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집착하는 권기석과 그 아버지 권영국의 치졸함이 더해진다.

 

도대체 이들은 사랑을 뭐라 생각하는 걸까. 마음대로 위계와 돈, 권력에 의해 언제든 포획할 수 있는 사냥 정도로 생각하는 걸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까지 서슴지 않고 쓰는 이들의 행태는 그래서 단지 사적 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갑질 하는 가진 자들의 오만이 느껴진다.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또 그런 집착으로 이들이 얻어가는 건 도대체 뭘까. 설마 성취욕?(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