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 마스크·거리두기.. 그래도 마음을 이어주는 음악
어쩌면 대구는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기획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모여 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만으로 대구로 간 공무원, 소방관, 간호사, 의사들. 어찌 보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일을, 또 평소보다 2,30배는 힘든 그 일을 자청해서 간 사람들을 위해 <비긴어게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음악으로라도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코로나 최전선 병원이었던 대구 동산병원. 거점병원으로 내줌으로서 지금까지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 수가 1천명이 넘는단다. 10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보호용 작업복을 입은 채, 두 시간을 못버틸 정도로 힘든 그 일을 해온 분들. 심지어 그 곳에 함께 왔다는 간호사 모녀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굳이 그 곳에 오겠다 고집했던 딸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울었고, "마스크 단디 하고 다녀라"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딸이 울었다.
"이게 언젠가는 끝나는데.. 마스크 없이 대화하고 밖에서 활동하고 근무하는 그 날이 와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대구를. 지금의 우리를." 눈물을 닦고 그렇게 말하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막이 새삼스럽다. 그건 <비긴어게인>에 부여된 새로운 의미다. 본래 이 제목은 가수들이 버스킹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지만, 여기서는 우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고, 또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동산병원 안에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휴식공간인 청라언덕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러쉬의 '원하고 원망하죠'가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고, 이소라와 크러쉬가 부른 '잊어버리지 마'는 연인 간의 이야기를 넘어서 마치 간호사가 말했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부네요' 역시 우리의 삶이 누군가가 옆에서 전하는 온기에 의해 버텨내질 수 있고 살아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대학가를 찾은 헨리, 정승환, 수현, 적재는 텅 빈 대학 교정이 말해주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실감했지만, 막상 버스킹이 시작되자 모여 호응해주는 대학생들과 함께 오랜만에 캠퍼스에 활력을 만들어 주었다. 정승환이 첫 곡으로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불러 상큼한 대학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유쾌한 헨리와 수현이 듀엣으로 부르는 Anne Marie의 '2002'는 젊은 설렘이 느껴지는 곡으로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게 했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를 이들만의 색깔로 들려주고,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른 <알라딘>의 주제가 'Speechless'는 수현의 엄청난 가창력을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밤에 수성못에서 달을 올려다 보며 열린 버스킹은 오랜만에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음악은 어쩌면 이런 시기에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주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음악이 이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이소라가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들려주러 왔다가 본인들이 위로를 받고 간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를 일으켜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음악이 주는 지도.(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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