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삼시세끼' 사려 깊은 손이차유, 이래서 더더욱 훈훈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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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사려 깊은 손이차유, 이래서 더더욱 훈훈했다

D.H.Jung 2020. 7. 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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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의 소파·차승원의 요리·손호준의 손이 의미하는 것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가 종영했다. 코로나19 시국에 작은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하고 훈훈했던 <삼시세끼>의 종영이 아쉽다. 죽굴도라는 섬의 봄에서 여름까지 함께 모여 웃고 떠들고 먹을 걸 만들어 나누던 그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모두가 떠나간 인적 없는 죽굴도에도 여전히 그들의 잔영들과 수다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유독 훈훈하게 느껴졌던 이번 <삼시세끼>는 코로나19 때문에 만재도가 아닌 무인도 죽굴도에서 촬영됐다. 작은 가게 하나 없는 섬이기에,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고구마, 감자를 놓고 마치 레스토랑 스테이크를 먹듯 너스레를 떨며 먹어야 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유머와 농담은 그들의 시간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건 마치 코로나 시국에도 우리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웃으며 버텨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이번 시즌이 더욱 드라마틱했던 건 지난 5년 간 상상만 했던 어마어마하게 큰 참돔을 결국 유해진이 잡았기 때문이다. 큰 참돔으로 몇 끼를 나누고 제작진들과도 음식을 나눠 먹는 그 풍경은 결국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온다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 같았다.

 

그런데 이번 편이 특히 훈훈했던 진짜 이유는 서울에서 촬영된 마지막 회에 공개된 미방영분내용들과 그들이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전한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걸 키워드로 말한다면 유해진의 소파(So far), 차승원의 배려 넘치는 요리, 손호준의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듣고 챙겨주는 손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편에서는 낚시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지만 유해진이 이 프로그램에 주는 진짜 재미는 특유의 유머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유머가 아재개그에 가까우면서도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거기에 담긴 따뜻한 마음 같은 게 있어서다. 미방영분에서 유해진이 섬으로 밀려들어온 스티로폼 부표들을 안타까워 이를 수거한 후 조각내 커다란 자루에 넣어 소파를 만든 대목은 그의 유머와 남다른 의식과 따뜻함이 모두 담겨진 장면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모아 마치 빈백 같은 형태의 소파를 만들어낼 줄이야. 나중에 그 형태 그대로 버릴 수 있어 폐기하는데도 용이한 소파를 만들어내고 그 이름을 소파(So far: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는 뜻)로 지었다.

 

차승원은 수다를 떨 때 툴툴대고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배려 넘치는 요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의 진면목이다.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먹을 게 마땅찮은 상황에서 공효진이 손님으로 왔을 때 그가 만들어 내놓은 무조림 같은 요리는 그저 입의 즐거움과 허기를 달래주는 포만감 그 이상의 훈훈함을 만든다. 미방영분에서 제작진들까지 챙기고, 구워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 모습에서도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의 든든한 막내인 손호준의 손을 빼놓을 수 없다. 차승원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원하는 걸 척척 갖다 주고 챙겨주는 손호준의 손에서도 그가 얼마나 이들과 하나로 묶여져 있는가를 느끼게 만든다. 이젠 제대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원하는 걸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 <삼시세끼>는 완벽한 조합이 이뤄졌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건 나영석 PD를 위시한 제작진의 남다른 책임감이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지난 4월 2일 죽굴도에서 난 화재에 대해 언급했다. 촬영 준비를 위해 계약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섬 내부에서 무단으로 쓰레기를 태우다 낸 불이었다. 나영석 PD는 "관리 감독의 책임"을 통감하며 주민분들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을 복원해드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처리업체의 잘못이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

 

마지막으로 죽굴도를 떠나며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유해진이 남긴 메시지도 훈훈했다. 손호준은 코로나19 시국에 잠시라도 웃으셨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고, 차승원은 빨리 이 시국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다. 유해진은 가랜드에 메시지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모두들 건강하세요!"(사진:tvN)